산업디자인의 지도
침대 머리맡에 집어 두는 작은 독서등 하나를 떠올린다. 화면에서 그리면 옆모습 한 장으로 끝난다. 손에 쥐는 순간 질문이 쏟아진다. 무엇에 집나, 얼마나 무겁나, 손가락으로 열리나, 몇 개를 무엇으로 만드나, 배터리가 닳으면 버리나. 산업디자인은 이 질문들에 하나씩 답하면서 형태를 정하는 일이다. 이 장은 독서등 하나를 분해해 그 질문들을 네 갈래로 나누고, 그림에는 없는 무게와 크기, 수량이 바꾸는 값, 서로 묶인 요구 조건을 직접 만져 본다.
- 산업디자인이 "보기 좋은 겉모양"이 아니라 형태·몸·만들기·쓰임의 선택을 함께 푸는 일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 그림 한 장이 말하지 않는 것(실제 크기, 폭, 속 구조, 무게)을 찾아낸다.
- 수량에 따라 개당 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정비와 변동비로 설명하고 손익분기 수량을 계산한다.
- 잴 수 있는 요구 조건표를 쓰고, 조건끼리 서로 묶여 있다는 것을 안다.
- 이 책의 네 부와 열네 장이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지도로 본다.
물건 하나에 든 선택들
책상 위의 스탠드, 주머니 속의 손톱깎이, 부엌의 주전자. 공장에서 같은 모양으로 여러 개 만들어지는 물건에는 모두 누군가의 선택이 들어 있다. 모서리를 얼마나 둥글게 할지, 손잡이를 얼마나 굵게 할지, 무엇으로 만들지, 두 부품을 나사로 닫을지 끼워 닫을지.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은 이렇게 여러 개 만들어지는 물건의 형태와 쓰임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정하는 일이다. 세계디자인기구(WDO, 옛 ICSID)는 2015년에 이 말을 "제품과 시스템, 서비스와 경험을 통해 문제를 푸는 전략적 과정"이라는 넓은 뜻으로 다시 정의했다. 이 책은 그중 가장 손에 잡히는 부분, 곧 손에 쥐는 물건 하나에서 시작한다.
물건을 들여다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분해해 보는 것이다. 아래는 이 책 내내 다룰 가상의 클립형 독서등 「E 라이트」를 단순한 상자와 원기둥으로 나타낸 모형이다. 책 표지나 침대 머리판에 집는 클립, 그 위에 충전지를 담은 몸통, 각도를 바꾸는 목, 빛을 내는 등머리, 네 덩어리다. 슬라이더로 부품을 떼어 놓고, 부품을 눌러 그 부품에 걸린 질문을 본다.
독서등 분해도: 부품마다 걸린 질문
부품마다 붙인 꼬리표는 "이 부품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일 뿐이다. 실제로는 모든 부품에 네 갈래의 질문이 모두 걸려 있다. 등머리는 형태의 얼굴이지만 누운 사람의 눈에 LED가 바로 보이면 눈이 부시고(몸), 덮개와 확산판을 어떻게 맞붙일지 정해야 하고(만들기), 오래 켜면 열이 난다(쓰임). 산업디자인이 어려운 까닭은 질문 하나하나가 어려워서라기보다, 한 질문의 답이 다른 질문의 조건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서등 하나를 열네 장에 걸쳐 끝까지 만든다. 장마다 한 갈래를 깊이 보지만, 언제나 다른 갈래로 번지는 대가를 함께 본다. 장 끝의 "서윤의 제품 노트"가 그 과정을 따라간다.
그림에는 무게가 없다
화면에서 그린 제품 그림은 아름답지만, 물건으로 옮기면 빈칸이 많다. 옆모습 한 장은 높이와 길이의 비율을 보여 줄 뿐, 실제로 몇 밀리미터인지(축척(Scale), 그림과 실물의 크기 비), 옆에서 보이지 않는 폭은 얼마인지, 속이 꽉 찼는지 껍데기뿐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게는 바로 그 세 가지, 크기의 세제곱과 폭과 속 구조로 정해진다.
아래는 독서등의 옆모습과 그 아래의 위에서 본 모습이다. 옆의 A5 책(148 × 210 mm)이 실제 크기의 기준이다. 전체 높이와 폭을 바꾸고, 속을 꽉 채운 경우와 2 mm 두께의 껍데기로 만든 경우를 비교한다.
옆모습 한 장이 말하지 않는 것
옆모습 한 장을 그대로 둔 채 높이를 두 배로 키우면, 화면 속 그림은 그대로인데 실물의 무게는 껍데기라면 약 4배, 꽉 찬 덩어리라면 약 8배가 된다. 길이가 \(k\)배가 되면 넓이는 \(k^2\)배, 부피는 \(k^3\)배가 되기 때문이다. 폭은 더 교묘하다. 옆모습에는 아예 나타나지 않는데 무게는 거의 폭에 비례해 는다. 서윤이 이 책의 케이스에서 처음 그린 "예쁜 옆모습"이 바로 이런 그림이었다.
그래서 산업디자이너는 일찍부터 그림 옆에 숫자를 적고, 화면 밖으로 나와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든다. 옆모습과 위에서 본 모습, 옆에서 본 모습을 맞춰 그리는 법(3면도(Three-view drawing))과 실물 크기 모형은 2장에서, 재료의 밀도와 두께가 무게와 강성을 어떻게 맞바꾸는지는 7장에서 다룬다.
네 갈래: 형태, 몸, 만들기, 쓰임
분해도에서 본 질문들은 크게 네 갈래로 모인다. 이 책은 그 네 갈래를 네 부로 나눈다.
형태는 "어떤 모양인가"를 묻는다. 머릿속의 모양을 남이 읽을 수 있게 스케치와 도면으로 옮기고(2장), 기본 입체를 더하고 빼서 곡면을 다듬고(3장), 비례와 무게중심으로 넘어지지 않게 세운다(4장).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1896년 글에서 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ever follows function)"는 오래 산업디자인의 구호처럼 쓰였지만, 기능 하나에서 형태 하나가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같은 기능을 하는 독서등도 수십 가지 모양이 될 수 있고, 그중 무엇을 고를지는 다른 세 갈래가 함께 정한다.
몸은 "누구의 몸에 맞는가"를 묻는다. 손의 크기, 손가락의 힘, 눈의 높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의 산업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People)』(1955)에서 물건을 쓰는 사람의 몸에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사무실은 인체 치수 도표를 정리해 펴냈다. 이 책은 인체 치수의 분포와 설계 범위(5장), 버튼과 손잡이가 몸에 보내는 신호(6장)를 본다.
클립 하나에도 몸의 질문이 있다. 클립을 넓게 벌릴수록 두꺼운 것에 집을 수 있지만, 손가락이 더 많이 눌러야 하고 힘도 더 든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최대 벌림과 손잡이 길이를 바꾸며 이 거래를 본다.
어디에 집나: 클립의 벌림과 손가락
벌림, 손잡이 길이, 여는 힘은 지레 하나로 묶여 있다. 턱 끝을 크게 벌리려면 스프링을 더 많이 감아야 하고, 그 힘을 손가락이 이겨야 한다. 손잡이를 길게 하면 같은 힘으로 열리지만 손가락이 더 멀리 눌러야 하고 클립이 커진다. "어디에 집나"라는 질문 하나가 손의 크기(몸), 스프링의 재료(만들기), 클립의 길이(형태)로 번진다.
만들기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드는가"를 묻는다. 플라스틱, 금속, 나무는 무게와 강성과 값이 다르고(7장), 같은 플라스틱도 금형에 녹여 넣는지 3D 프린터로 쌓는지에 따라 가능한 형태가 달라진다(8장). 부품을 어떻게 맞붙이고 닫을지(9장)도 이 갈래다.
쓰임은 "어떻게 쓰이고 남는가"를 묻는다. 손에 닿는 표면의 색과 광택(10장), 고장 나고 닳았을 때 고칠 수 있는지, 버려진 뒤 어디로 가는지(11장), 그리고 산업디자인이 이런 질문들을 어떻게 키워 왔는지(12장)를 본다.
수량이 바꾸는 것
산업디자인을 공예와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수량이다. 하나를 만들 때는 손으로 깎아도 되지만, 천 개를 만들 때는 같은 모양을 빠르게 되풀이할 장치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부품을 대량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이다. 녹인 플라스틱을 쇠로 만든 틀, 곧 금형(Mold)에 높은 압력으로 밀어 넣어 식힌 뒤 꺼낸다. 한 번 찍는 데 몇십 초면 되지만, 금형을 깎는 데 큰돈과 몇 주가 든다. 반대로 3D 프린팅(3D printing, 적층 제조)은 틀 없이 한 층씩 쌓아 만드니 시작하는 비용은 거의 없지만, 하나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고 개당 값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두 방법의 개당 값은 같은 식으로 쓸 수 있다. 수량과 상관없이 한 번 드는 고정비(Fixed cost)를 수량으로 나누고, 하나 만들 때마다 드는 변동비(Variable cost)를 더한다.
아래 그래프는 가로축(수량)과 세로축(개당 값)을 모두 로그 눈금으로 그렸다. 그래프 위의 세로선을 끌어 수량을 바꾸고, 금형비와 3D 프린팅의 개당 비용을 바꿔 본다.
몇 개를 만드나: 개당 값과 손익분기
그래프의 두 선은 한 점에서 엇갈린다. 그보다 적게 만들면 틀이 없는 방법이, 많이 만들면 틀이 있는 방법이 싸다. 수량은 값만 바꾸지 않는다. 사출 성형을 고르면 금형에서 부품이 빠져나오도록 벽에 기울기를 주고 살두께를 고르게 해야 하는 등 형태에 대한 규칙이 생긴다. 3D 프린팅을 고르면 그런 규칙은 줄지만 표면에 층 자국이 남고 개당 값이 높다. 수량 → 공정 → 형태로 이어지는 이 사슬이 8장의 주제다. 두 방법 사이에 낀 중간의 선택지들도 거기서 본다.
요구 조건표: 잴 수 있게 쓴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적은 문서를 요구 조건표(Requirements, 제품 사양)라고 한다. 좋은 요구 조건은 잴 수 있게 쓴다. "가벼울 것"은 누구도 확인할 수 없지만 "전지 포함 80 g 이하"는 저울에 올리면 된다. "밝을 것" 대신 "30 cm 아래 책 면에서 300 lx 안팎"이라고 쓰면 조도계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조도(Illuminance, lx)는 면에 떨어지는 빛의 양으로, 램프가 내는 빛의 총량(lm)을 비춘 넓이로 나눈 값이다.
요구 조건은 따로따로 정할 수 없다. 더 밝게, 더 오래 켜려면 전지가 커지고, 전지가 커지면 무게 예산에서 껍데기에 쓸 몫이 줄어든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밝기, 사용 시간, 무게 상한을 바꾸면 무게 예산 막대와 요구 조건표가 함께 바뀐다.
요구 조건표 만들기: 묶여 있는 조건들
| 항목 | 목표 | 확인 방법 |
|---|
요구 조건표를 쓰는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숫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을지 정하는 일이다. 밝기, 사용 시간, 무게는 서로를 잡아당긴다. 셋을 모두 욕심내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요구 조건표의 각 줄에는 "확인 방법"을 함께 적는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조건은 공장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요구 조건에는 종류가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무게 상한, 전기 안전, 일정)과 지키면 좋은 조건(색온도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을 구분해 적어 두면, 나중에 둘이 부딪힐 때 무엇을 먼저 지킬지 다투지 않아도 된다. 전기 제품이라면 나라마다 정한 안전 인증과 전자파 기준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에 들어간다. 이 책은 그 절차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일정표에 그 시간을 넣어 두어야 한다는 것만은 기억해 둔다.
디자인은 되돌아가는 일
요구 조건표가 생기면 곧바로 정답 하나를 그리고 싶어진다. 산업디자인의 과정은 대개 그렇게 곧게 흐르지 않는다. 먼저 넓게 펼치고(썸네일 스케치 수십 장, 서로 다른 방향의 안), 그중 몇 개로 좁히고, 모형으로 확인한 뒤, 문제가 보이면 다시 넓힌다.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은 2005년 이 흐름을 "넓히기와 좁히기"를 두 번 되풀이하는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 그림으로 정리했다. 문제를 넓게 살펴 정의하는 앞의 다이아몬드와, 해결안을 넓게 만들어 좁히는 뒤의 다이아몬드다.
되돌아가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제품 디자인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금형을 깎은 뒤에 발견한 실수다. 금형은 고치기 어렵고 비싸다. 그래서 산업디자인의 과정은 싸게 틀릴 수 있는 단계에서 많이 틀리도록 짜여 있다. 종이 스케치는 몇 초, 우드락 모형은 한 시간, 3D 프린팅 시제품은 하루, 금형 수정은 몇 주다. 확인하려는 질문에 맞는 가장 싼 모형을 고른다. 손에 쥐는 느낌은 종이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스냅이 부러지는지는 실제 재료로 만들어 봐야 안다.
| 모형 | 드는 시간(대략) | 확인할 수 있는 것 | 확인할 수 없는 것 |
|---|---|---|---|
| 썸네일 스케치 | 장당 몇 초~몇 분 | 방향, 큰 형태, 구성 | 크기, 무게, 손 느낌 |
| 종이·우드락 모형(실물 크기) | 몇십 분~몇 시간 | 크기, 비례, 손에 쥐는 부피, 놓일 자리 | 무게, 강성, 표면 |
| 3D 프린팅 시제품 | 몇 시간~하루 | 형태, 맞물림, 대략의 무게 | 양산 재료의 강도·색·광택 |
| 양산 재료 시제품·시험 사출 | 몇 주 | 강도, 스냅, 색과 마감, 불량 | (이제 고치기가 비싸다) |
표의 시간은 작업실마다 다른 대략의 감각이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위쪽의 모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아래쪽까지 끌고 내려가지 않는다.
이 책의 지도
이 책은 네 부, 열네 장이다. 1장(이 장)이 지도를 펼치고, 네 부가 각각 한 갈래를 맡고, 13장 실험실에서 모든 갈래를 한꺼번에 조정한다. 아래 그림의 장 이름을 누르면 그 장으로 간다.
이 책의 시뮬레이터는 실제 공학 해석이 아니라 원리를 보여 주는 단순 모형이다. 재료의 물성값과 공정 조건은 등급과 공장마다 다르므로, 이 책의 수치는 범위를 보여 주는 교육용 대표값이다. 비용, 견적, 불량률은 모두 가상의 예시값이다. 실제 제품을 만들 때는 재료 공급사의 자료표와 공장의 견적, 시제품 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있다. 투시와 타원, 상자로 생각하기는 DrawingBook에서, 화면과 인쇄와 재료의 색이 왜 다르게 보이는지는 ColorBook에서 다룬다.
서윤의 여름 제품 노트
예쁜 옆모습 한 장과 질문 열 개
봄에 네 책방의 "맡아 두기" 서비스를 마친 윤서윤에게 책방 E 주인이 여름 일을 부탁했다. 2028년 11월이면 책방 E가 문을 연 지 10년이 된다. 기념품으로 손님들에게 팔 물건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했다. "책방다운 물건이요. 머그잔이나 에코백 말고. 그리고 선물이 서랍에 들어가면 안 돼요. 오래 써야지." 둘은 한참 이야기한 끝에 책 표지나 침대 머리판에 집어 쓰는 작은 LED 독서등으로 정했다. 이름은 「E 라이트」, 수량은 500개, 판매가는 3만 원 안팎이다. 화면만 디자인해 온 서윤이 처음으로 손에 쥐는 물건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7월 3일 월요일, 서윤은 주말 동안 태블릿으로 그린 그림 한 장을 들고 서점에 왔다. 가늘게 휘어진 목 끝에 납작한 등머리가 매달린 옆모습이었다. 매끈한 곡선, 그림자, 은은하게 번지는 빛까지 공들여 그렸다. 서점 단골이자 작은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하는 문태오가 그림을 한참 보더니, 칭찬 대신 공책을 펼쳐 질문을 적기 시작했다.
① 어디에 집나? 책 표지인가 침대 머리판인가, 두께는 얼마까지인가. ② 전부 합쳐 몇 그램인가. ③ 몇 개 만드나. ④ 무엇으로 만드나. ⑤ 충전은 어떻게 하나. ⑥ 얼마나 밝아야 하나, 누구 눈에. ⑦ 한 번 충전으로 몇 시간인가. ⑧ 얼마에 팔고, 하나 만드는 데 얼마까지 써도 되나. ⑨ 언제까지 필요한가. ⑩ 배터리가 닳으면 어떻게 하나. 서윤이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은 ③과 ⑨뿐이었다. 태오가 말했다. "그림은 좋아요. 그런데 이 그림에는 크기가 없어요. 이 목이 손가락만 한지 팔뚝만 한지 그림은 말을 안 해요. 도면에 없는 것은 공장에서 생기지 않아요."
그날 저녁 서윤은 이 장의 "옆모습" 시뮬레이터처럼 그림을 실제 크기로 옮겨 어림해 보았다. 높이 160 mm, 폭 28 mm로 잡고 2 mm 껍데기로 만든다고 해도, 전지와 회로를 더하니 80 g을 조금 넘었다. 그림 속의 우아한 두께감이 그대로 무게였다. 다음 날 화가 한도경이 들러 침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을 보탰다. "누워서 읽으면 등이 얼굴 쪽을 비추면 안 돼. 눈부셔서 못 읽어. 그리고 밤에 끄려고 더듬을 때 찾기 쉬워야 하고." 도경은 시제품이 나오면 첫 사용자가 되어 주기로 했다. 서윤은 그림을 접어 두고, 태오와 함께 질문 열 개를 요구 조건표로 바꾸었다. 숫자가 없는 칸은 남기지 않되, 아직 모르는 것은 "미정"과 정할 장을 적었다.
핵심 정리
- 산업디자인은 여러 개 만들어지는 물건의 형태와 쓰임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정하는 일이다. 질문은 형태·몸·만들기·쓰임 네 갈래로 모이고, 한 갈래의 답이 다른 갈래의 조건을 바꾼다.
- 그림 한 장에는 실제 크기, 보이지 않는 폭, 속 구조가 없다. 무게는 바로 그것들로 정해진다. 길이가 \(k\)배면 넓이는 \(k^2\)배, 부피는 \(k^3\)배다.
- 개당 값은 \(c(N) = F/N + v\)다. 고정비가 큰 공정(사출 성형)은 수량이 많을 때, 고정비가 작은 공정(3D 프린팅)은 수량이 적을 때 싸다. 두 선이 만나는 곳이 손익분기 수량이다.
- 수량은 공정을, 공정은 형태의 규칙을 정한다.
- 요구 조건은 잴 수 있게 쓰고 확인 방법을 함께 적는다. 밝기·사용 시간·무게처럼 조건은 서로 묶여 있으므로 무엇을 내려놓을지 정하는 것이 요구 조건표의 일이다.
- 디자인 과정은 넓히기와 좁히기를 되풀이하며 되돌아간다. 싸게 틀릴 수 있는 단계(스케치, 종이 모형)에서 많이 틀린다.
확인 퀴즈
1. 사출 성형은 금형비 1,200만 원에 개당 700원, 3D 프린팅은 준비비 없이 개당 9,000원이 든다고 하자(가상 값). 몇 개부터 사출 성형이 개당 더 싼가?
2. 요구 조건표의 한 줄로 가장 알맞은 것은?
3. 서윤이 그린 독서등의 옆모습 한 장만 보고는 정할 수 없는 것은?
4. 이 장의 어림 모형에서 책 면 밝기와 가장 밝게 켜는 사용 시간을 모두 두 배로 올리면, 필요한 전지의 무게는 대략 어떻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