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공정
책상 위의 플라스틱 물건 하나를 뒤집어 본다. 안쪽 어딘가에 동전만 한 동그란 자국 몇 개,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가는 선, 바늘 끝만 한 돌기가 있다. 옆벽은 똑바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자를 대 보면 아주 조금 기울어 있다. 모두 그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남긴 흔적이다. 한 개를 만들 때와 오백 개, 오만 개를 만들 때 가장 싼 방법은 다르고, 고른 방법은 형태에 조건을 붙인다. 이 장은 금형을 열어 그 조건을 하나씩 보고, 몇 개부터 금형을 만들 만한지 계산한다.
- 사출 성형의 한 사이클과 금형의 구조(캐비티, 코어, 파팅 라인, 게이트, 이젝터 핀)를 설명하고, 냉각 시간이 살두께의 제곱을 따라 늘어난다는 경험칙을 안다.
- 구배각, 고른 살두께, 언더컷이 왜 필요한지 보고, 싱크 자국과 긁힘을 도면 단계에서 막는다.
- 게이트의 위치가 유동 거리와 웰드 라인의 자리를 정한다는 것을 안다.
- 판금, 절삭, 3D 프린팅, 진공 주형이 형태에 붙이는 조건을 비교한다.
- 금형비와 개당 비용으로 손익분기 수량을 계산하고, 수량에 맞는 공정을 고른다.
수량이 공정을 정한다
7장에서 재료를 고르는 일은 공정을 반쯤 고르는 일이라고 했다. 나머지 반은 수량이 정한다. 같은 플라스틱 몸통이라도 한 개라면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수십 개라면 실리콘 틀에 수지를 부어 뜨고, 수백에서 수만 개라면 금속 틀에 녹인 플라스틱을 쏘아 넣는다. 공정마다 처음에 드는 돈(틀, 프로그램, 설비)과 한 개마다 드는 돈(재료, 기계 시간, 사람 손)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 공정 | 처음 드는 돈 | 한 개마다 드는 돈 | 어울리는 수량 | 형태에 붙는 조건 |
|---|---|---|---|---|
| 3D 프린팅 | 거의 없다 | 높다 | 1~수십 개 | 층 계단, 층 방향으로 약함, 받침(서포트) |
| 진공 주형(실리콘 틀) | 낮다(틀 한 벌) | 중간 | 수십~수백 개 | 틀 한 벌의 수명이 짧다, 원형이 필요 |
| 절삭(CNC) | 낮다(프로그램) | 높다 | 1~수백 개 | 안쪽 모서리에 공구 반경, 공구가 닿아야 한다 |
| 판금 | 낮다~중간 | 낮다~중간 | 수십~수만 개 | 두께가 일정, 굽힘 반경, 구멍과 굽힘선 거리 |
| 사출 성형 | 높다(금형) | 아주 낮다 | 수백~수백만 개 | 구배각, 고른 살두께, 언더컷, 게이트 자국 |
표의 "높다", "낮다"는 서로 견준 크기일 뿐이고 실제 금액은 형상, 재료, 공장, 시기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진다. 그래도 순서는 대체로 이렇다. 처음 드는 돈이 큰 공정일수록 한 개마다 드는 돈이 작다. 그래서 어느 수량을 넘으면 비싼 틀을 만드는 쪽이 싸진다. 이 장의 마지막 절에서 그 지점을 계산한다. 그 전에 가장 많이 쓰이고, 형태에 가장 많은 조건을 붙이는 사출 성형(Injection molding)부터 연다.
사출 성형 한 바퀴
사출 성형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녹여 금속 틀 속에 높은 압력으로 쏘아 넣고, 식혀 굳힌 뒤 꺼내는 공정이다. 그 틀이 금형(Mold, tool)이다. 금형은 두 쪽으로 나뉜다. 부품의 바깥면을 만드는 오목한 쪽을 캐비티(Cavity), 안쪽면을 만드는 볼록한 쪽을 코어(Core)라고 하고, 두 쪽이 맞닿는 면을 파팅 라인(Parting line)이라고 한다. 물건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가는 선이 그 흔적이다.
한 개를 만드는 한 바퀴, 곧 사이클(Cycle)은 여섯 단계다. 형을 닫고 세게 조인다. 녹인 수지를 쏘아 넣는다. 수지가 식으며 줄어드는 만큼 압력을 유지하며 조금 더 밀어 넣는다(보압). 굳을 때까지 식힌다. 형을 연다. 이젝터 핀으로 밀어 꺼낸다. 이 가운데 가장 긴 것은 대개 냉각이다. 아래에서 살두께를 바꾸며 사이클을 돌려 본다.
사출 사이클과 냉각 시간
냉각 시간이 두께의 제곱을 따라 느는 것은 열이 두께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판 가운데의 열이 표면까지 가야 하는 거리가 두 배가 되면, 걸리는 시간은 대략 네 배가 된다. 양면이 식는 판에 대한 교과서의 근사식이 이 관계를 보여 준다.
사이클이 길면 기계를 그만큼 오래 쓰니 한 개의 값이 오른다. 수량이 많은 제품에서 살을 0.5 mm라도 줄이려 애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살이 너무 얇으면 녹은 수지가 끝까지 가기 전에 굳어 버린다. 그래서 사출 부품의 살두께는 재료와 크기에 따라 대략 1~3 mm 사이에서 정하는 경우가 많다. 7장에서 강성 때문에 두께를 늘리고 싶었던 것과 정반대의 압력이다. 그 둘을 함께 만족시키는 것이 얇은 벽에 리브를 세우는 설계다.
구배각: 빠져나오는 각도
플라스틱은 식으면서 줄어든다. 컵 모양의 부품이라면 줄어들면서 코어를 꽉 움켜쥔다. 이 상태에서 벽이 꼭 수직이면, 이젝터 핀이 부품을 미는 동안 벽의 안쪽면이 코어에 긁히며 끝까지 끌려 나온다. 표면에 하얀 긁힘이 남거나, 부품이 휘거나, 심하면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금형이 열리는 방향과 나란한 벽에는 아주 작은 기울기를 준다. 이것을 구배각(Draft angle)이라고 한다.
아래에서 부품을 위로 끌어 코어에서 빼 본다. 구배각과 표면을 바꾸면 벽이 코어에서 떨어지는 지점이 달라진다.
구배각과 긁힘
흔히 쓰는 출발점은 매끈한 면에 0.5~1°, 질감 면에는 질감 깊이에 따라 더 주는 것이다. 질감 업체와 금형 공장마다 "이 질감에는 몇 도 이상"이라는 표가 있으니 질감을 고를 때 함께 확인한다. 구배각은 도면에서 아주 작아 보이지만, 높이가 큰 벽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높이 18 mm 벽에 1°를 주면 위아래 폭이 한쪽에서 0.3 mm씩 달라진다. 그래서 구배를 어느 쪽으로 줄지(바깥이 좁아지는지 안쪽이 넓어지는지), 어디를 기준으로 치수를 잴지를 도면에 함께 적는다. 3D 프린팅이나 절삭으로 만든 시제품에는 구배가 없어도 문제가 없다. 시제품이 잘 나왔다고 양산에서도 그렇다는 보장이 없는 첫 번째 이유다.
고른 살두께와 싱크 자국
두꺼운 곳은 늦게 식는다. 겉이 먼저 굳은 뒤에 속이 식으며 줄어들면, 아직 무른 쪽이 안으로 끌려 들어가 겉면에 얕은 오목함이 생긴다. 이것을 싱크 자국(Sink mark)이라고 한다. 깊이는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광택 면에서는 형광등 반사가 휘어 또렷이 보인다. 벽 안쪽에 세운 리브나 보스의 뿌리, 살이 뭉친 곳의 반대편 겉면에 잘 생긴다.
아래는 벽과 그 안쪽에 세운 리브의 단면, 그리고 벽의 겉면에 비친 줄무늬 조명이다. 두 선이 만나는 곳에 그린 점선 원이 가장 두꺼운, 곧 가장 늦게 식는 자리다.
리브의 두께와 싱크 자국
싱크를 막는 원칙은 하나다. 살두께를 고르게 한다. 리브는 벽보다 얇게(흔히 절반 안팎, 광택 면이면 더 얇게), 보스는 두꺼운 원기둥 대신 속이 빈 관으로 만들고, 살이 뭉치는 곳은 안쪽을 파내 벽 두께를 맞춘다. 살을 파내는 것을 살 빼기(Coring)라고 한다. 두께가 바뀌어야 한다면 계단처럼 갑자기 바꾸지 않고 비탈로 서서히 바꾼다. 살두께가 고르면 싱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부품 전체가 고르게 식어 뒤틀림이 줄고, 냉각 시간도 가장 두꺼운 곳이 아니라 고른 두께에 맞출 수 있다.
언더컷과 슬라이드
금형의 두 쪽은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 열리는 방향으로 똑바로 빠져나올 수 없는 형상, 곧 금형이 열릴 때 쇠에 걸리는 부분을 언더컷(Undercut)이라고 한다. 옆벽에 뚫은 구멍, 옆벽을 두르는 홈, 안쪽으로 튀어나온 걸쇠가 대표적이다. 언더컷이 있으면 그 부분만 옆으로 따로 빠지는 장치를 금형에 넣어야 한다. 바깥쪽 언더컷에는 옆으로 미끄러지는 슬라이드(Slide, side action)를, 안쪽 언더컷에는 비스듬히 빠지는 경사 코어(Lifter)를 쓴다. 금형이 복잡해지는 만큼 값이 오르고, 고장 날 곳도 늘어난다.
아래 단면에서 형상을 바꾸고, 위쪽 화살표를 돌려 금형이 열리는 방향을 바꿔 본다. 붉은 면이 그 방향으로는 빠지지 않는 언더컷이다.
언더컷 찾기
언더컷을 없애는 방법은 금형 장치를 더하는 것만이 아니다. 형상을 조금 바꾸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옆벽의 구멍을 파팅 라인까지 내려 두 쪽이 반씩 만들게 하거나, 걸쇠 아래쪽 바닥에 창을 뚫어 코어의 일부가 그 창을 통해 걸쇠의 아랫면을 만들고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관통 코어)이 자주 쓰인다. 바닥에 네모난 구멍이 뚫린 스냅 걸쇠를 본 적이 있다면 그 구멍이 바로 이 흔적이다. 스냅핏의 설계는 9장에서 다룬다.
게이트와 웰드 라인
녹은 수지는 게이트에서 들어와 퍼져 나간다. 퍼지는 앞머리, 곧 유동 선단이 구멍을 만나면 둘로 갈라져 돌아가고, 구멍 뒤에서 다시 만난다. 만나는 두 선단의 겉은 이미 조금 식어 있어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가는 선이 남는다. 이것을 웰드 라인(Weld line)이라고 한다. 웰드 라인은 보기에도 거슬리고, 그 자리가 다른 곳보다 약하다.
아래는 독서등 몸통 윗면이다. 버튼 구멍과 나사 구멍이 있고, 가운데에 로고를 찍을 자리가 있다. 게이트(동그라미)를 끌어 옮기고, 채움 정도를 바꿔 본다.
게이트 위치와 웰드 라인
게이트의 자리는 세 가지를 함께 정한다. 웰드 라인이 생기는 자리, 수지가 가야 하는 가장 먼 거리, 그리고 게이트 자국 자체의 자리다. 게이트를 떼어 낸 자리에는 작은 흔적이 남으므로, 보이는 면을 피해 안쪽이나 가장자리 아래에 두는 일이 많다. 금형 속에서 부품 안쪽으로 비스듬히 들어가게 해 꺼낼 때 저절로 잘리게 하는 방식(터널 게이트)도 있다. 이젝터 핀 자국 역시 같은 고민의 대상이다. 핀은 부품을 밀 수 있는 튼튼한 자리(리브 뿌리, 보스, 벽의 모서리 근처)에,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는 안쪽에 둔다. 모두 금형을 만들기 전 도면에서 정할 수 있는 일이다.
판금, 절삭, 3D 프린팅
사출 성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마다 형태에 붙는 조건이 다르고, 그 조건을 알면 같은 기능을 다른 공정에 맞는 형태로 바꿀 수 있다.
판금(Sheet metal)은 금속판을 자르고 구멍을 뚫고 접어 만든다. 두께가 어디나 같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제약이다. 접는 자리의 안쪽 반경은 대개 판 두께 이상으로 주고, 굽힘선 가까운 구멍은 늘어나 찌그러지므로 두께의 몇 배만큼 떨어뜨린다. 절삭(Machining, CNC)은 덩어리에서 깎아 낸다. 형태의 자유가 크고 시제품이나 소량에 좋지만, 둥근 공구가 깎으니 안쪽 모서리에는 공구 반경이 남고, 공구가 닿지 않는 깊고 좁은 곳은 깎을 수 없다. 한 개마다 기계 시간이 들어 수량이 늘어도 값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
3D 프린팅(Additive manufacturing)은 얇은 층을 한 장씩 쌓는다. 틀이 필요 없어 한 개도 만들 수 있고, 다른 공정으로는 만들 수 없는 속이 빈 형태도 만든다. 대신 곡면에는 층 높이만큼의 계단이 남고, 허공에 뜬 부분에는 받침(서포트)이 필요하다. 녹인 실을 쌓는 방식(FDM)에서는 층과 층의 결합이 층 안보다 약해서, 층을 벌리는 방향으로 당기면 훨씬 쉽게 부러진다. 아래에서 독서등 클립의 집게 팔을 두 방향으로 출력해 본다.
층 높이와 출력 방향
3D 프린팅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녹인 실을 쌓는 FDM, 빛으로 액체 수지를 굳히는 SLA, 나일론 가루를 레이저나 열로 녹여 붙이는 SLS·MJF 같은 방식은 표면, 강도, 값이 서로 다르다. 가루를 녹이는 방식은 받침이 거의 필요 없고 강도도 고른 편이라 기능 시제품과 소량 생산에 많이 쓰인다. 어느 방식이든 공통점은 틀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수량이 아주 적을 때 가장 싸다.
몇 개부터 금형인가
이제 수량 이야기로 돌아온다. 공정마다 처음에 드는 돈 \(T\)(금형, 틀, 프로그램)와 한 개마다 드는 돈 \(v\)(재료, 기계 시간, 손질)가 있다면, 한 개의 값은 다음과 같다.
아래 그래프는 독서등 플라스틱 부품 한 벌(몸통 위·아래, 등머리 껍데기, 목 막대 둘, 클립 두 쪽, 버튼)을 네 가지 공정으로 만든 가상의 견적이다. 실리콘 틀은 한 벌로 약 25개를 뜨면 닳아서 새로 만들어야 하므로 계단처럼 오른다. 그래프 위를 좌우로 끌어 수량을 바꾼다.
수량과 공정의 손익분기
손익분기 그래프는 수량이라는 질문을 숫자로 바꿔 준다. 하지만 몇 가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첫째, 금형의 수명이다. 알루미늄 금형은 강보다 무르고 빨리 닳아, 흔히 수천에서 수만 번 정도로 말한다. 다시 찍을 일이 있다면 그 수명 안에 들어야 한다. 둘째, 일정이다. 금형은 만드는 데 몇 주가 걸리고, 시사출과 수정을 몇 번 거친다. 셋째, 수정의 값이다. 금형을 만든 뒤 형태를 바꾸면 수정비가 들고, 앞에서 본 대로 쇠를 붙이는 수정은 비싸다. 그래서 금형을 주문하기 전에 형태를 최대한 확정하고, 그 전까지는 3D 프린팅과 실리콘 틀로 시제품을 만들어 확인한다. 수량이 같아도 "언제, 몇 번에 나눠 만드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서윤의 여름 제품 노트
500개에 맞는 틀
8월 말, 서윤은 PC/ABS 몸통과 관절 두 개짜리 목으로 정한 독서등의 플라스틱 부품 여덟 개를 들고 견적을 받으러 다녔다. 처음 연락한 사출 공장은 강 금형을 권하며 1,400만 원을 불렀다. 500개로 나누면 금형비만 한 벌에 2만 8천 원, 판매가 3만 원 안팎인 독서등의 값을 혼자 다 먹는 금액이었다. 서윤은 "그럼 전부 3D 프린팅으로 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루 소결 출력소의 견적은 한 벌 2만 원이었다. 500벌이면 1,000만 원이다.
문태오는 견적서 네 장을 나란히 놓고 이 장의 그래프를 그렸다(모두 가상의 견적). 3D 프린팅 한 벌 20,000원, 실리콘 틀 진공 주형(틀 한 벌 30만 원에 약 25개, 한 벌 4,500원), 알루미늄 간이 금형(400만 원, 사출 한 벌 1,200원), 강 금형(1,400만 원, 한 벌 700원). 500개에서는 알루미늄 간이 금형이 한 벌 약 9,200원으로 가장 쌌고, 진공 주형은 약 16,500원, 3D 프린팅은 20,000원이었다. 강 금형과 알루미늄 금형이 갈아타는 수량은 2만 개라 이번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견적서의 알루미늄 금형 수명은 약 1만 번이었다. "혹시 반응이 좋아서 더 찍어도 수천 개까지는 같은 금형으로 간다."
견적보다 큰 문제는 도면이었다. 서윤의 첫 시제품은 3D 프린팅이었고, 아무 문제 없이 나왔다. 금형 공장의 제작성 검토서(DFM 검토)가 돌아오자 빨간 표시가 셋 붙어 있었다. 첫째, 몸통 옆벽의 구배가 0°였다. 3D 프린터는 금형을 열지 않으니 시제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클립 축이 지나는 몸통 아래쪽 살이 4.5 mm로 뭉쳐 있어 바로 위 겉면에 싱크가 생길 것이라는 표시였다. 셋째, 옆벽의 충전 단자(USB-C) 구멍이 언더컷이라 슬라이드가 필요하고, 그만큼 금형비가 오른다는 메모였다. 태오가 말했다. "도면에 없는 것은 공장에서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도면에 있는 것은 반드시 생긴다."
서윤은 세 가지를 고쳤다. 옆벽에 구배를 넣고, 무광 질감을 넣을 겉면은 조금 더 주었다. 클립 축 주변은 안쪽을 파내 벽과 같은 두께로 맞추고, 축을 받치는 리브는 벽의 절반 두께로 세웠다. USB-C 구멍은 몸통 위·아래 두 쪽이 만나는 파팅 라인 높이로 내려, 두 쪽이 구멍을 반씩 나눠 갖게 했다. 슬라이드가 필요 없어졌다. 게이트는 몸통 아래쪽 안쪽 면에 두어 자국과 웰드 라인이 윗면의 로고 자리를 비켜 가게 했다.
핵심 정리
- 공정마다 처음 드는 돈과 한 개마다 드는 돈의 비율이 달라, 수량이 공정을 정한다. 3D 프린팅·절삭은 적은 수량에, 진공 주형은 수십~수백 개에, 사출 성형은 수백 개 이상에 어울린다.
- 사출 성형은 형 닫기·사출·보압·냉각·형 열기·취출의 사이클을 돈다. 냉각이 가장 길고, 냉각 시간은 살두께의 제곱을 따라 늘어난다(두께 두 배 → 약 네 배, 경험칙).
- 금형이 열리는 방향과 나란한 벽에는 구배각을 준다. 매끈한 면은 흔히 0.5~1°, 질감 면은 더 준다. 구배가 없으면 긁히고 휜다.
- 살이 뭉친 곳은 늦게 식어 싱크 자국이 생긴다. 살두께를 고르게 하고, 리브는 벽 두께의 절반 안팎으로, 두꺼운 곳은 살을 빼낸다.
- 금형이 열리는 방향으로 빠지지 않는 형상이 언더컷이다. 슬라이드나 경사 코어가 필요하고 금형비가 오른다. 형상을 바꿔 없애는 방법(파팅 라인으로 옮기기, 관통 코어)을 먼저 찾는다.
- 게이트의 위치가 웰드 라인의 자리와 유동 거리를 정한다. 게이트와 이젝터 핀 자국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 한 개의 값은 \(T/q + v\)다. 손익분기 수량 \(q^{*} = (T_2 - T_1)/(v_1 - v_2)\)를 넘으면 처음 드는 돈이 큰 공정이 싸진다. 금형 수명, 일정, 수정비도 함께 따진다.
확인 퀴즈
1. 3D 프린팅 시제품은 옆벽이 완전히 수직이어도 문제가 없었다. 같은 형상을 사출 성형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기 쉬운가?
2.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살두께를 2 mm에서 3 mm로 늘리면 냉각 시간은 대략 어떻게 되는가(이 장의 근사식 기준)?
3. 가상의 견적에서 알루미늄 금형은 금형비 400만 원에 한 개 1,200원, 강 금형은 금형비 1,400만 원에 한 개 700원이다. 강 금형이 더 싸지는 수량은?
4. 위아래로 열리는 금형에서 다음 중 언더컷이 되어 슬라이드가 필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