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과 인쇄
화면에서 몇 시간을 들여 맞춘 초록이 인쇄소에서 온 포스터에서는 탁하고 어둡다. 인쇄소가 잘못한 것일까, 내 모니터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대개는 둘 다 아니다. 화면은 빛을 내고, 종이는 빛을 돌려보낸다. 두 세계는 색을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낼 수 있는 색의 범위도, 색이 흔들리는 이유도 다르다. 이 장은 같은 파일이 화면에서 종이로 건너가는 동안 색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하나씩 따라간다.
- 빛을 내는 화면(RGB)과 빛을 흡수하는 잉크(CMYK)가 색을 만드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 RGB를 CMYK로 바꾸는 단순 공식이 왜 틀리는지, 프로파일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안다.
- 인쇄의 색역이 화면보다 좁은 곳을 찾고, 색역 밖의 색을 옮기는 두 방법(렌더링 의도)을 비교한다.
- 망점, 망점 확대, 종이의 흡수와 색, 조명이 인쇄물의 색을 바꾸는 과정을 본다.
- 교정쇄와 소프트 프루프, 별색을 언제 어떻게 쓰는지 판단한다.
빛을 내는 화면, 빛을 돌려보내는 종이
화면의 화소 하나는 빨강·초록·파랑 세 개의 작은 빛이다. 세 빛을 모두 켜면 흰색, 모두 끄면 검정이다. 색은 빛을 더해서 만든다(1장의 가산 혼합). 종이 위의 인쇄물은 반대다. 종이가 흰 것은 거의 모든 빛을 돌려보내기 때문이고, 잉크는 그 빛의 일부를 빼앗아 색을 만든다. 시안(청록) 잉크는 빨강 빛을, 마젠타(자홍) 잉크는 초록 빛을, 옐로(노랑) 잉크는 파랑 빛을 주로 흡수한다. 세 잉크를 모두 겹치면 이론적으로는 검정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 잉크는 완벽하지 않아 탁한 고동색이 된다. 그래서 검정 잉크(K)를 따로 쓴다. 이렇게 네 잉크로 색을 만드는 방식을 4원색 인쇄(Process printing, CMYK)라고 한다.
이 차이에서 세 가지가 따라 나온다. 첫째, 같은 색을 만드는 "숫자"가 다르므로 RGB 값을 CMYK 값으로 바꾸는 번역이 필요하다. 둘째, 화면의 빛나는 색 중에는 잉크로 만들 수 없는 색이 있다. 셋째, 인쇄물의 색은 종이와 조명이 바뀌면 함께 바뀐다. 이 장의 절들은 이 순서를 따른다.
RGB에서 CMYK로: 공식의 함정
인터넷에서 "RGB CMYK 변환"을 찾으면 흔히 나오는 공식이 있다. 가장 밝은 채널만큼 검정을 빼고, 나머지를 세 잉크로 나누는 방법이다.
이 공식이 내놓는 숫자를 그대로 인쇄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다. 원판에서 색을 고르면, 가운데 칸은 공식의 CMYK를 이 장의 인쇄 모형으로 찍은 결과, 오른쪽 칸은 그 종이의 프로파일(이 장에서는 모형을 거꾸로 풀어 만든 변환)로 바꾼 CMYK를 찍은 결과다.
공식으로 바꾼 CMYK, 프로파일로 바꾼 CMYK
#2f7d5b다. 공식은 C62 M0 Y27 K51처럼 검정을 절반 넘게 넣고 노랑을 아주 조금만 넣는다. 찍어 보면 칙칙한 청록 회색(ΔE 16 안팎)이 된다. 프로파일 변환은 검정을 줄이고 옐로를 늘려 화면 색에 거의 그대로 닿는다. ② 원판 가장자리의 선명한 초록·파랑을 고른다. 프로파일로 바꿔도 ΔE가 줄지 않는다. 그 색은 잉크로 만들 수 없는 색, 곧 인쇄 색역 밖이다(다음 절). ③ 비코팅지와 크라프트지로 바꾼다. 같은 초록이라도 종이가 바뀌면 프로파일 CMYK가 달라진다. "이 초록의 CMYK 값"이라는 하나의 정답은 없고, 종이마다 따로 있다. (이 장의 교육용 인쇄 모형: 잉크 8가지 겹침 색의 노이게바우어 혼합, 율–닐슨 계수 1.8, 종이별 망점 확대. 프로파일 변환은 검정 양을 정한 뒤 C·M·Y를 반복 계산으로 찾는 간단한 방법이며 실제 ICC 프로파일과 값이 다르다.)공식이 틀리는 이유는 실제 잉크가 이상적이지 않아서다. 시안 잉크는 빨강 빛만이 아니라 초록 빛도 꽤 흡수하고, 마젠타 잉크는 파랑 빛도 흡수한다. 잉크를 겹치면 흡수가 단순히 더해지지 않고, 종이에 스미는 정도에 따라 점이 커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공식을 쓰지 않는다. 인쇄 조건(잉크·종이·인쇄기)마다 수백 가지 색 조각을 실제로 찍어 측정하고, 그 결과로 "이 CMYK를 찍으면 이 색이 나온다"는 표를 만든다. 이 표가 담긴 파일이 ICC 프로파일(ICC profile)이다. 국제 색 컨소시엄(ICC)이 정한 형식으로, 기기 하나가 색을 어떻게 내는지를 기기와 상관없는 색 공간(CIELAB 등)과의 대응표로 적어 둔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검정 잉크를 얼마나 쓰느냐다. 회색이나 어두운 색은 C·M·Y를 섞어서도, K 하나로도 만들 수 있다. C·M·Y 대신 K를 더 쓰는 방식을 GCR(Gray component replacement)이라 하는데, 잉크를 아끼고 회색이 색으로 기울지 않게 해 준다. 반대로 잉크를 너무 많이 겹치면 종이가 마르지 않아 뒷면에 묻어난다. 그래서 인쇄 조건마다 네 잉크의 합(총 잉크량, TAC)에 한계를 둔다. 코팅지 오프셋에서는 보통 300% 안팎이고, 흡수가 큰 종이일수록 낮다.
인쇄가 낼 수 없는 색
앞 시뮬레이터에서 선명한 초록과 파랑은 프로파일로 바꿔도 화면 색에 닿지 못했다. 네 잉크를 어떻게 섞어도 만들 수 없는 색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장치가 낼 수 있는 색의 범위를 색역(Gamut)이라 한다(3장). 인쇄의 색역은 화면(sRGB)의 색역과 모양이 다르다. 대부분의 방향에서 더 좁고, 특히 밝고 선명한 초록·파랑·보라, 그리고 아주 밝은 선명한 색에서 차이가 크다.
아래는 색상 하나를 고정하고 명도(세로)와 채도(가로)로 자른 색 공간의 단면이다. 칠해진 부분은 화면이 낼 수 있는 색, 굵은 선 안쪽은 이 장의 모형으로 인쇄할 수 있는 색이다. 단면 위의 점을 끌어 색을 고른다.
색역 단면: 화면이 내는 색, 잉크가 내는 색
단면을 돌려 보면 인쇄의 색역이 좁아지는 자리는 대개 두 곳이다. 하나는 선명한 색의 끝, 특히 화면의 원색(빨강·초록·파랑 빛) 근처다. 다른 하나는 밝은 쪽 끝이다. 인쇄물에서 가장 밝은 색은 종이 자체이고, 종이가 누렇거나 회색이면 그보다 밝은 색은 없다. 어두운 쪽 끝도 종이에 따라 다르다. 잉크가 스미는 종이는 검정 잉크를 듬뿍 올려도 진한 회갈색에서 멈춘다. 그래서 같은 사진을 코팅지와 신문 용지에 찍으면, 신문 쪽은 밝은 곳은 덜 밝고 어두운 곳은 덜 어두워 전체가 납작해 보인다.
색 관리: 프로파일로 번역하기
화면과 인쇄기와 카메라는 각자 자기 숫자로 색을 말한다. 같은 #2f7d5b도 모니터마다 조금씩 다른 빛이 되고, 같은 C75 M4 Y58 K21도 종이마다 다른 색이 된다. 색 관리(Color management)는 이 숫자들을 기기와 상관없는 공통의 색(측정한 색, CIELAB이나 XYZ)으로 한 번 옮긴 뒤 다른 기기의 숫자로 다시 옮기는 일이다. 통역이 가운데에 공통어를 두는 것과 같다.
이 흐름이 제대로 돌려면 고리가 셋 필요하다. 파일에 어떤 RGB 공간인지 적혀 있어야 하고(프로파일을 붙여 저장한다), 인쇄소가 쓸 종이와 인쇄기의 출력 프로파일을 알아야 하며, 화면이 보정되어 있어야 소프트 프루프를 믿을 수 있다.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번역은 짐작이 된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첫 번째 고리, 곧 RGB 파일을 아무 설명 없이 넘겨 인쇄소의 기본 설정으로 변환되는 경우다.
인쇄 조건은 표준으로도 정해져 있다. 오프셋 인쇄의 공정 관리 표준인 ISO 12647-2는 종이 종류별로 잉크의 색, 망점 확대의 목표치를 정해 두었고, 그 조건을 측정한 특성화 자료(예: 유럽 인쇄 연구소 FOGRA가 낸 코팅지용 FOGRA39, FOGRA51)가 널리 쓰인다. 인쇄물을 보는 조명도 ISO 3664가 정한 표준 광원(D50, 약 5,000 K의 낮빛)이 기준이다. 표준이 있다는 것은 "이 조건으로 찍어 달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색역 밖의 색을 옮기는 두 방법
인쇄할 수 없는 색은 결국 인쇄할 수 있는 어떤 색으로 바뀐다. 문제는 "어떻게"다. ICC 프로파일은 이 규칙을 렌더링 의도(Rendering intent)라는 이름으로 네 가지 정해 두었는데, 디자인에서 주로 고르는 것은 두 가지다.
- 상대 색도계(Relative colorimetric): 색역 안의 색은 그대로 두고, 밖의 색만 가장 가까운 경계로 옮긴다. 종이의 흰색을 흰색으로 맞춘다. 단색 로고처럼 색역 안의 색을 정확히 지키는 데 좋지만, 밖에 있던 여러 색이 경계의 한 색으로 뭉칠 수 있다.
- 지각적(Perceptual): 색역 전체를 통째로 줄여 밖의 색까지 안으로 들인다. 색과 색 사이의 관계(그라데이션)는 지켜지지만, 원래 안에 있던 색도 조금씩 탁해진다. 선명한 색이 많은 사진에 좋다.
나머지 둘은 종이색까지 흉내 내는 절대 색도계(교정쇄를 다른 종이로 흉내 낼 때)와, 정확도보다 선명함을 앞세우는 채도 의도(도표·그래픽)다. 아래에서 화면의 선명한 색 띠를 두 방법으로 인쇄 색역에 옮겨 비교한다.
렌더링 의도: 자르기와 줄이기
두 방법의 차이는 "색 하나를 지킬 것인가, 색들 사이의 관계를 지킬 것인가"로 요약된다. 9장에서 본 대로 사람은 색을 홀로 보지 않고 관계로 보기 때문에, 사진은 모든 색이 조금씩 탁해져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로고의 초록은 그 자체로 기억되는 색이라 다른 색과의 관계보다 값 자체가 중요하다. 그래서 같은 포스터 안에서도 사진과 로고를 다른 의도로 변환하기도 한다.
망점: 인쇄는 점이다
인쇄기는 잉크를 "조금 옅게" 칠할 수 없다. 한 자리에는 잉크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옅은 하늘색은 시안 잉크를 작은 점으로 듬성듬성 찍어 만든다. 점이 크면 진하게, 작으면 옅게 보인다. 이 점들을 망점(Halftone dot)이라고 한다. 1장의 점묘처럼, 눈은 작은 점과 그 사이의 흰 종이를 섞어 하나의 색으로 본다.
네 잉크의 망점은 서로 다른 각도의 격자에 놓인다. 같은 각도라면 판이 조금만 어긋나도 점이 겹치거나 비켜 색이 크게 흔들리고, 비슷한 각도라면 두 격자가 간섭해 물결무늬(모아레(Moiré))가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쓰는 배치는 시안 15°, 마젠타 75°, 옐로 0°, 검정 45°다. 각도가 서로 30°씩 떨어진 세 판이 작은 장미꽃 모양(로제트)을 만든다. 눈에 가장 덜 띄는 옐로는 다른 판과 15°만 떨어진 0°에 둔다.
망점 확대경
망점 간격은 실제로는 1인치에 몇 줄의 망점이 들어가는지(선수, lpi)로 적는다. 신문은 대략 85~100선, 잡지와 책은 150~175선 정도가 흔하다. 선수가 높을수록 점이 작아 매끈하지만, 종이가 잉크를 빨아들이는 비코팅지에서는 작은 점이 뭉개지므로 선수를 낮춘다. 최근에는 같은 크기의 아주 작은 점을 흩뿌리는 FM 스크린(확률적 망점)처럼 각도가 없는 방식도 쓴다.
종이와 조명이 바꾸는 색
같은 CMYK 값도 종이에 따라 다르게 찍힌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종이의 흰색. 종이마다 흰색이 다르고(푸르스름한 흰색, 미색, 갈색), 투명한 잉크는 그 종이색 위에서 색을 걸러 낼 뿐이라 모든 색이 종이색을 닮는다. 둘째, 흡수. 표면을 코팅하지 않은 종이는 잉크를 빨아들여 잉크층이 얇고 고르지 않게 되므로, 같은 잉크도 덜 선명하고 검정도 덜 진하다. 셋째, 망점 확대(Dot gain, Tone value increase). 잉크가 종이 섬유를 따라 번지고, 점 둘레의 그림자 때문에 실제보다 커 보여, 중간 톤이 계획보다 어둡게 찍힌다.
그리고 인쇄물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므로 비추는 조명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아래는 가을 행사 포스터를 화면에서 본 모습과 인쇄물로 본 모습이다. 종이와 망점 확대, 조명을 바꿔 본다.
같은 파일, 세 가지 종이
인쇄소가 교정쇄에 "D50 조명 아래에서 보세요"라고 적어 주는 이유가 마지막 실험에 있다. 인쇄물의 색은 조명의 일부다. 그래서 색을 확인하는 조명을 하나로 정해 두어야 서로 같은 것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포스터가 실제로 걸릴 곳은 표준 광원 상자가 아니라 서점의 전구 아래다. 표준 조명에서 맞추고, 실제 장소에서 한 번 더 본다(2장, 10장).
별색: 미리 섞어 둔 잉크
네 잉크의 점으로 만들 수 없는 색이 꼭 필요하면 방법이 있다. 그 색으로 미리 섞은 잉크를 따로 만들어 한 판을 더 찍는 것이다. 이렇게 4원색 망점이 아니라 지정한 색의 잉크로 찍는 색을 별색(Spot color)이라고 한다. 별색은 망점 없이 한 겹으로 매끈하게 찍혀 선명하고, 인쇄할 때마다 색이 덜 흔들린다. 형광색, 금속색(금·은), 4원색 색역 밖의 선명한 초록·주황도 별색으로는 낼 수 있다.
별색을 쓸 때 주의할 점은 별색도 결국 잉크라는 것이다. 종이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견본첩의 색을 고를 때는 실제로 찍을 종이 쪽의 견본을 봐야 한다. 그리고 별색 번호의 "화면용 값"은 그 잉크를 화면에서 흉내 낸 근삿값일 뿐이다. 견본첩의 실물과 화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선명한 별색일수록 화면 값이 실물을 따라가지 못한다. 화면의 초록을 별색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견본첩에서 실물 초록을 고르고 그것을 브랜드 색의 인쇄용 버전으로 기록하는 순서가 맞다.
찍기 전에 화면에서: 소프트 프루프
교정쇄는 정확하지만 시간과 돈이 든다. 그래서 그 전에 화면에서 한 번 미리 본다. 인쇄 조건의 프로파일로 "이 파일이 이 종이에 찍히면 이렇게 보일 것"을 계산해 화면에 보여 주는 기능을 소프트 프루프(Soft proof)라고 한다. 색역 밖의 색에 빗금이나 회색을 칠해 주는 색역 경고도 함께 쓴다. 아래는 책방 E의 가을 행사 포스터를 소프트 프루프로 본 모습이다. 가운데 경계선을 끌어 화면과 인쇄 미리보기를 비교한다.
소프트 프루프: 포스터를 인쇄하기 전에
소프트 프루프는 "이 종이에서 무엇이 문제가 될지"를 미리 알려 주는 도구이지 최종 확인이 아니다. 화면은 여전히 빛을 내고, 종이의 질감과 반사, 조명은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순서는 늘 같다. 소프트 프루프로 문제를 미리 찾아 고치고, 실제 종이로 뽑은 교정쇄를 표준 조명과 실제 장소의 조명 아래에서 보고, 그 교정쇄를 인쇄소에 "이 색으로"라는 기준으로 돌려준다.
서윤의 작업 노트
인쇄소에서 온 초록이 죽어 있었다
가을 행사 포스터를 인쇄소에 넘기기 일주일 전, 인쇄소에서 보낸 교정쇄 사진을 보고 서윤은 한숨을 쉬었다. 주인이 "오래된 책방 느낌"을 원해 고른 미색 비코팅지 위에서, 책방 초록 띠는 화면보다 탁하고 어두웠고, 잎사귀 그림의 선명한 초록은 납작한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서윤이 RGB 파일을 그대로 넘겼고, 인쇄소가 기본 설정으로 변환한 결과였다.
서윤은 인쇄소에 종이와 프로파일을 묻고, 그 조건으로 소프트 프루프를 켰다. 이 책의 교육용 모형으로 계산하면 책방 초록 #2f7d5b은 코팅지에서는 인쇄 색역 안(모형의 CMYK 약 C75 M4 Y58 K21)이지만, 비코팅지에서는 밖이다. 가장 가까운 값(약 C100 M0 Y100 K21)으로 찍어도 화면과 ΔE 6 정도가 남는다. 잎사귀의 밝은 초록 #3cc46a는 코팅지에서도 밖이었다. 인터넷 공식으로 바꾼 값(C62 M0 Y27 K51)은 어느 종이에서든 칙칙한 청록 회색이 되었다.
도경은 교정쇄를 들고 창가로 갔다가 서점 계산대의 전구 아래로 옮겼다. "종이가 물감을 먹는 거야. 수채화지도 종이마다 같은 물감이 다르게 앉잖아. 화면의 초록을 종이에 억지로 맞추지 말고, 이 종이에서 제일 좋은 초록을 찾아." 서윤은 화면 초록을 "원본"으로, 종이별 초록을 각각의 "번역"으로 보기로 했다. 잎사귀 그림은 지각적 의도로 변환해 단계를 살리고, 로고와 초록 띠는 상대 색도계로 변환해 값을 지켰다.
남은 것은 크라프트지 쇼핑백이었다. 모형으로 계산하면 갈색 종이 위의 4원색 초록은 가장 가까운 값에서도 ΔE가 11을 넘었다. 서윤은 인쇄소의 별색 잉크 견본첩에서 비코팅 쪽 견본 중 책방 초록에 가까운 초록 세 개를 골라, 크라프트지 시험 인쇄를 요청했다. 별색 하나를 더 쓰는 비용은 주인과 상의하기로 했다.
핵심 정리
- 화면은 빛을 더해 색을 만들고(RGB), 인쇄물은 종이가 돌려보내는 빛을 잉크가 빼앗아 색을 만든다(CMYK). 그래서 인쇄의 색은 잉크, 종이, 조명에 함께 달려 있다.
- RGB→CMYK 단순 공식은 이상적인 잉크와 종이를 가정하므로 실제 인쇄에서 크게 틀린다. 실무에서는 인쇄 조건을 측정해 만든 ICC 프로파일로 변환한다. 같은 색의 CMYK 값은 종이마다 다르다.
- 인쇄의 색역은 화면과 모양이 다르고 대부분의 방향에서 좁다. 선명한 초록·파랑과 아주 밝은 선명한 색이 특히 밖으로 나가며, 흡수가 큰 종이와 색 종이에서 더 좁아진다.
- 색역 밖의 색을 옮기는 규칙이 렌더링 의도다. 상대 색도계는 안쪽 색을 지키고 밖의 색을 경계로 자르며(로고), 지각적은 전체를 줄여 색 사이의 관계를 지킨다(사진).
- 인쇄는 망점으로 농도를 만든다. 판마다 각도를 달리해 모아레를 피하고, 잉크가 번지는 망점 확대 때문에 중간 톤은 계획보다 어둡게 찍힌다.
- 4원색으로 낼 수 없는 색이나 매번 같아야 하는 큰 면에는 별색을 쓴다. 별색도 종이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종이 쪽 견본으로 고른다.
- 순서는 소프트 프루프로 미리 찾고, 실제 종이의 교정쇄를 표준 조명과 실제 장소에서 확인하고, 승인한 교정쇄를 기준으로 남기는 것이다.
확인 퀴즈
1. 화면의 초록 #2f7d5b를 "K = 1 − max(R,G,B)" 공식으로 CMYK로 바꿔 인쇄했더니 칙칙한 청록 회색이 나왔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2. 브랜드 로고의 단색 초록은 인쇄 색역 안에 있고, 같은 포스터의 풍경 사진에는 색역 밖의 선명한 색이 많다. 가장 알맞은 렌더링 의도 조합은?
3. 같은 CMYK 파일을 코팅지와 비코팅지에 찍었더니 비코팅지 쪽 중간 톤이 눈에 띄게 어두웠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4. 갈색 크라프트지 쇼핑백에 밝은 브랜드 초록 로고를 인쇄하려는데, 소프트 프루프에서 초록이 어둡고 누렇게 가라앉았다. 가장 알맞은 대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