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4

비례와 안정

독서등은 책에 집어 쓰지만, 클립 아랫면을 받침 삼아 책상에 세워 쓸 수도 있게 하기로 했다. 서윤이 시제품 모형을 책상에 세우고 등머리를 책 쪽으로 쭉 뻗자, 모형은 천천히 앞으로 기울더니 넘어졌다. 보기에는 균형이 잘 잡힌 형태였는데. 물건의 "안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눈으로 보기에 안정된 것과, 실제로 넘어지지 않는 것. 둘은 자주 함께 가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이 장은 등머리·목·클립의 비례를 재는 데서 시작해, 보이는 무게와 실제 무게중심, 넘어지지 않는 조건을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큰 형태에서 작은 디테일로 이어지는 위계를 본다.

등머리·목·클립의 비례

비례(Proportion)는 한 부분의 크기를 다른 부분이나 전체와 비교한 관계다. 독서등의 비례는 등머리의 길이, 목의 길이, 몸통과 클립의 높이가 서로 어떤 비율을 이루는가로 읽힌다. 같은 부품을 써도 비율이 바뀌면 물건의 성격이 바뀐다. 목이 짧고 등머리가 크면 땅딸막하고 단단해 보이고, 목이 길고 등머리가 작으면 날렵하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목 : 등머리 ≈ 1 : 2 목 : 등머리 ≈ 5 : 4 목 : 등머리 ≈ 3 : 1
그림 1. 같은 부품, 다른 비례. 받침과 몸통은 그대로 두고 목과 등머리의 길이만 바꿨다. 왼쪽은 무겁고 단단해 보이고, 오른쪽은 날렵하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은 아니다. 무엇을 전하려는 물건인가에 따라 고른다.

비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황금비(약 1 : 1.618)다. 황금비를 따르면 아름답다거나 명작에 황금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은 널리 퍼져 있지만, 근거는 생각보다 약하다. 사람들이 황금 직사각형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는 실험 결과는 엇갈리고, 명작에서 황금비를 "찾아내는" 작업은 대개 사후에 선을 끼워 맞춘 것이다. 이 이야기는 CompositionBook 「비례: 3분할과 황금비」에서 자세히 다뤘다. 제품에서 비율은 마법의 수가 아니라 비교와 점검의 도구다. 비율을 재 두면 "목이 좀 긴 것 같다"는 느낌을 "목이 등머리의 1.9배다"라는 말로 바꿔 동료와 이야기할 수 있고, 시안끼리 비교할 수 있다.

아래는 독서등을 받침 겸용으로 세운 옆모습이다. 손잡이 세 개를 끌어 등머리의 길이, 목의 길이, 몸통의 높이를 바꾼다. 비율이 간단한 정수비에 가까우면 그 이름을 함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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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머리·목·몸통의 비율 재기

손잡이 세 개를 끈다
목 : 등머리—
받침 위 높이(클립+몸통) : 받침 길이—
전체 높이 : 전체 폭—
해볼 것: ① 목 끝의 손잡이를 끌어 목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 목 : 등머리가 1 : 1을 지나 2 : 1을 넘어가면 형태가 가늘고 위태로워 보이기 시작한다. ② 등머리 앞끝을 끌어 등머리를 키운다. 목이 같아도 등머리가 커지면 머리가 무거워 보인다. ③ "땅딸막"과 "날렵"을 눌러 비교하고, "외곽 상자"를 켜서 전체 높이와 폭의 비를 본다. (받침 길이는 60 mm로 고정했다. 비율 이름은 2:3, 1:1.618 등 간단한 비에 4% 안으로 가까울 때만 붙였고, 이름이 붙는다고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비율은 사진 위에서 잰다 한도경은 그림을 그릴 때처럼 연필을 팔 길이로 뻗어 모형의 비율을 잰다. 연필 끝과 엄지로 목의 길이를 잡고, 그 길이로 등머리가 몇 번 들어가는지 센다. 화면에서는 같은 거리, 같은 높이에서 찍은 옆모습 사진 위에 선을 그어 잰다. 시안 서너 개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놓고 같은 비율을 재면, "어느 쪽이 더 낫다"는 느낌이 어떤 숫자 차이에서 오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비스듬히 찍은 사진은 투시 때문에 앞쪽이 커 보이므로, 비율을 잴 때는 정면이나 정측면 사진을 쓴다(2장의 정투상과 같은 이유다).

비율을 재 보면 "좋아 보인다"는 느낌에도 이유가 조금씩 보인다. 가장 큰 덩어리와 다음 덩어리의 크기가 너무 비슷하면 어느 쪽이 주인공인지 흐려지고, 차이가 너무 크면 한쪽이 붙어 있는 혹처럼 보인다. 많은 디자이너가 부분 사이에 분명한 크기 차이를 두되, 극단으로 가지 않는 범위를 찾는다. 그 범위는 공식이 아니라 시안을 여러 개 나란히 놓고 고른다. 숫자는 고른 결과를 기록하고 다시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보이는 무게와 실제 무게

그림에서처럼 제품에도 시각적 무게(Visual weight)가 있다. 눈이 그 부분을 얼마나 "무겁게" 느끼는가다. 화면 구성에서 시각적 무게는 크기, 바탕과의 대비, 위치, 고립 같은 여러 요인으로 설명된다(CompositionBook 「균형」). 제품 디자인 현장에는 "어두운 색은 무겁고 단단해 보이고, 밝은 색은 가벼워 보인다"는 경험칙이 있다. 다만 이것은 밝은 바탕 위의 이야기다. 어두운 책상 위에서는 밝은 부분이 더 도드라진다. 그래서 이 장의 모형은 색 자체보다 바탕과의 명도 대비를 무게로 셈한다. 근거의 수준으로 말하면, 색과 무게감의 관계는 경험칙이고 효과의 크기는 조건마다 다르다.

실제 무게는 전혀 다른 규칙을 따른다. 플라스틱 등머리는 크고 눈에 띄어도 가볍고, 몸통 속의 작은 충전지는 보이지도 않지만 무겁다. 아래에서 부분의 색과 책상의 색을 바꾸며, 실제 무게중심(●)과 이 장의 모형으로 계산한 보이는 무게중심(○)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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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무게중심과 실제 무게중심

실제 무게중심 높이—
보이는 무게중심 높이(모형)—
인상—
해볼 것: ① 모두 밝게 둔 채 두 무게중심을 본다. 실제 무게중심은 충전지가 든 몸통 쪽으로 낮게, 보이는 무게중심은 크게 펼쳐진 등머리 쪽으로 높게 있다. ② "등머리 어둡게"를 누른다. 실제 무게는 그대로인데 보이는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머리가 무거워 보인다. ③ "몸통·클립 어둡게"로 바꾸고 등머리는 밝게 둔다. 보이는 무게중심이 내려와 아래가 든든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두운 책상"을 누르면 결과가 뒤집힌다. (교육용 모형: 보이는 무게 = 옆모습 넓이 × 바탕과의 명도 차(L*). 실제 무게는 가상 값으로 클립 20 g, 몸통 22 g, 충전지 12 g, 목 8 g, 등머리 16 g, 합 78 g이다.)

두 무게중심이 크게 어긋나면 물건은 보기와 다르게 행동한다. 보기에는 묵직한데 툭 쳐도 쓰러지거나, 보기에는 위태로운데 잘 버틴다. 사용자는 형태를 보고 다루는 힘을 정하므로, 이 어긋남은 작지 않은 문제다. 흔한 해법은 두 무게를 같은 쪽으로 맞추는 것이다. 실제로 무거운 아래쪽을 시각적으로도 무겁게(어둡게, 크게) 하고, 가벼운 위쪽을 시각적으로도 가볍게 한다. 그러면 형태가 물건의 행동을 정직하게 알려 준다. 몸통과 등머리의 실제 색은 10장에서 정하지만, 이 원칙은 그때도 그대로 쓴다.

무게중심: 부품의 무게를 평균 내기

물체의 모든 무게가 한 점에 모여 있다고 볼 수 있는 자리가 무게중심(Center of mass)이다. 여러 부품으로 된 물건의 무게중심은 각 부품의 무게중심을 무게로 가중 평균해서 구한다. 시소에서 무거운 아이가 가운데 가까이 앉아야 균형이 맞는 것과 같은 원리다.

$$x_G = \frac{\sum m_i\,x_i}{\sum m_i}, \qquad z_G = \frac{\sum m_i\,z_i}{\sum m_i}$$
\(m_i\): 부품 \(i\)의 무게(질량), \(x_i, z_i\): 그 부품의 무게중심의 가로·세로 위치, \(x_G, z_G\): 물건 전체의 무게중심. 가로 위치는 받침 가운데를 0으로, 등머리를 뻗는 쪽을 +로 잰다.

물건이 평평한 바닥에 서 있으려면 무게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바닥과 닿는 면, 곧 받침면(Support polygon) 안에 떨어져야 한다. 받침면은 바닥에 닿은 점들을 모두 둘러싼 가장 작은 볼록한 도형이다. 수직선이 받침면 밖으로 나가면, 무게가 받침 끝을 축으로 물건을 돌리는 힘(회전력)이 되어 물건이 넘어간다. 사람이 서 있는 원리도 같다(DrawingBook 「제스처와 크로키」의 무게중심과 지지 기저).

G d h 받침 끝까지 d, 높이 h α tan α = d / h
그림 2. 넘어짐 각. 물체를 받침 끝을 축으로 천천히 기울이면, 어느 순간 무게중심 G가 받침 끝의 바로 위에 온다. 그 각도 α를 넘으면 물체는 저절로 넘어간다. α는 무게중심에서 받침 끝까지의 가로 거리 d와 무게중심의 높이 h로 정해진다.

아래는 받침 겸용 모드의 독서등이다. 등머리를 끌어 목을 꺾거나 늘이고, 받침(클립 아랫면)의 길이를 바꿔 본다. 빨간 표시가 전체 무게중심이고, 그 아래로 내린 수직선이 받침 위에 떨어지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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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머리를 뻗으면 넘어진다

등머리를 끈다
목 길이 · 기울기—
무게중심 (가로, 높이)—
받침 끝까지 여유—
넘어짐 각—
해볼 것: ① 받침 50 mm에서 등머리를 위로 세운다. 무게중심이 받침 가운데 위에 있고 넘어짐 각이 넉넉하다. ② 등머리를 앞으로 천천히 뻗는다. 목이 수평에 가까워지면서 무게중심이 받침 끝으로 다가가고, 목이 100 mm쯤에서 받침 밖으로 나가 넘어진다. ③ 받침 길이를 60 mm로 늘리고 같은 자세를 다시 해 본다. 같은 자세에서 넘어짐 각이 10°쯤 남는다. "부품별 무게"를 켜면 왜 등머리 16 g이 몸통 22 g보다 큰 영향을 주는지 보인다. 받침 끝에서 멀리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무게: 클립 8 g + 받침 길이 1 mm당 0.2 g, 몸통 22 g, 충전지 12 g(몸통 아래), 목 1 mm당 0.08 g, 등머리 16 g. 옆모습 한 평면의 2D 모형이고, 목의 무게는 목 가운데에 둔다.)
받침면은 평면 도형이다 이 장의 그림은 옆모습 하나로 줄인 2D 모형이라 받침이 선분(길이 60 mm)으로만 보인다. 실제 받침면은 바닥에 닿은 부분을 위에서 내려다본 도형이다. 클립 아랫면이 60 × 28 mm의 직사각형이라면, 무게중심의 수직선이 그 직사각형 안에 떨어져야 한다. 넘어지는 방향도 넷이고, 짧은 변 쪽(옆 방향)의 여유는 14 mm뿐이다. 목이 옆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면 옆 방향이 더 위험해진다. 다리가 셋인 물건은 세 발끝을 이은 삼각형이 받침면이고, 다리가 넷이어도 바닥이 고르지 않으면 실제로 닿는 셋만 받침이 된다. 의자와 테이블이 덜컹거리는 이유다.

등머리 하나가 전체 무게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데도 물건 전체를 넘어뜨린다. 무게중심은 무게뿐 아니라 거리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받침 가운데에서 100 mm 떨어진 16 g은, 가운데에 놓인 수십 g보다 무게중심을 훨씬 많이 끌어당긴다. 그래서 길게 뻗는 부분은 가볍게, 무거운 부품은 받침 가까이 낮게 두는 것이 안정의 첫 원칙이다.

넘어짐 각: 얼마나 버티는가

무게중심이 받침 안에 있으면 일단 선다. 하지만 "겨우 선다"와 "든든히 선다"는 다르다. 책상은 흔들리고, 사람의 손이 스치고, 충전 케이블이 당긴다. 얼마나 버티는지를 재는 값이 그림 2의 넘어짐 각(Tipping angle)이다. 받침면을 그 각도만큼 기울여도 버틴다는 뜻이다.

$$\tan\alpha = \frac{d}{h}$$
\(\alpha\): 넘어짐 각, \(d\): 무게중심에서 내린 수직선과 받침 끝 사이의 가로 거리, \(h\): 무게중심의 높이. 받침이 넓을수록(\(d\)가 클수록), 무게중심이 낮을수록(\(h\)가 작을수록) 넘어짐 각이 커진다. 넘어지는 방향마다 \(d\)가 다르므로, 가장 작은 쪽이 그 물건의 넘어짐 각이다.

아래에서 책상을 기울여 본다. 등머리를 뻗은 쪽이 내리막이 되도록 기울인다. 충전지를 어디에 두는지, 등머리를 세웠는지 뻗었는지에 따라 버티는 각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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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책상 위의 독서등

무게중심 높이 h—
받침 끝까지 d—
넘어짐 각 α—
지금—
해볼 것: ① 기본값(받침 60 mm, 목 100 mm, 앞으로 뻗음, 충전지 몸통 아래)에서 책상을 천천히 기울인다. 약 10.5°를 넘는 순간 넘어진다. ② "등머리 세움"을 누른다. 무게중심은 두 배쯤 높아졌지만 받침 가운데로 돌아와 넘어짐 각이 27°쯤으로 커진다. ③ "충전지 등머리 안"을 누른다. 같은 78 g인데 무게가 받침 밖으로 옮겨 가서 기울이지 않아도 넘어진다. "몸통 뒤쪽"은 반대로 15°까지 버틴다. (앞의 시뮬레이터와 같은 가상의 무게와 치수. 미끄러짐은 없다고 가정했다. 실제로는 고무 받침이 없으면 넘어지기 전에 미끄러질 수 있다.)

넘어짐 각을 키우는 방법은 세 가지다. 받침을 넓히거나(d를 키움), 무게중심을 낮추거나(h를 줄임), 무게를 받침 가운데 쪽 또는 뻗는 반대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책상 스탠드의 받침이 넓고 납작하고 무거운 것은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한 결과다. 독서등은 무게 목표(80 g 이하)가 있어서 받침에 추를 달 수 없다. 대신 이미 있는 무거운 부품, 곧 충전지의 자리가 중요해진다. 충전지를 등머리에 넣으면 전선은 짧아지지만 무게가 가장 나쁜 자리로 간다.

정지한 계산은 출발점이다 넘어짐 각은 물건을 아주 천천히 기울일 때의 값이다. 실제로 넘어뜨리는 것은 대개 순간적인 힘이다. 손등이 등머리를 툭 치거나, 충전 케이블이 책상 아래로 늘어져 몸통을 당기거나, 클립을 여닫는 손이 받침을 누른다. 높은 곳(등머리)에 가해진 작은 힘은 받침 끝을 축으로 큰 회전력을 만든다. 그래서 계산상 겨우 서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여유를 둔다. 가구나 조명처럼 넘어지면 위험한 제품에는 일정한 각도로 기울인 판 위에서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시험을 두는 규격들이 있지만, 각도와 조건은 제품과 규격마다 다르다. 이 독서등의 기준은 서윤과 태오가 정한 내부 기준이다.

받침 길이와 목 길이의 거래

안정만 생각하면 받침을 크게, 목을 짧게 하면 된다. 하지만 받침이 커지면 클립이 무거워지고 책에 집을 때 거추장스럽다. 목이 짧으면 등머리를 책 위로 충분히 뻗을 수 없다. 이 둘 사이에서 고르는 것이 설계다. 아래 지도는 가로가 목 길이, 세로가 받침 길이다. 각 점은 하나의 시안이고, 등머리를 수평으로 끝까지 뻗은 가장 나쁜 자세에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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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길이 × 받침 길이 설계 지도

점을 끌어 시안을 고른다
고른 시안—
가장 나쁜 자세의 넘어짐 각—
전체 무게—
판정—
해볼 것: ① 점을 오른쪽(목을 길게)으로 끈다. 넘어짐 각을 지키려면 받침이 함께 길어져야 하므로 안전한 영역의 경계가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② "무게 80 g 한계"를 보며 점을 위로 끈다. 받침이 길어질수록 클립이 무거워져 무게 한계에 부딪힌다. 두 경계 사이에 남은 땅이 고를 수 있는 시안이다. ③ 최소 각을 15°로 올려 고를 수 있는 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본다. (앞과 같은 가상의 무게 모형. 충전지는 몸통 아래, 등머리는 수평으로 끝까지 뻗은 자세를 가정했다.)

설계 지도를 보면 "목은 길수록, 받침은 작을수록 좋다"는 두 바람이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기준(최소 넘어짐 각)을 높이면 고를 수 있는 땅이 줄고, 무게 목표가 위에서 땅을 깎는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 지도를 그려 두면 "목을 10 mm 늘리면 받침을 몇 mm 늘려야 하는가"를 바로 답할 수 있고, 그 결정이 무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보인다.

무게는 아래로, 길이는 위로 문태오가 받침 있는 물건을 볼 때 맨 먼저 하는 일은 손가락 하나로 물건의 가장 높은 곳을 옆으로 살짝 미는 것이다. 버티면 그다음에 무게를 잰다. 그의 요령은 이렇다. 무거운 부품(충전지, 모터, 금속 추)은 가능한 한 낮게, 뻗는 쪽의 반대편에 둔다. 뻗는 부분(목, 등머리)은 가능한 한 가볍게 한다. 같은 무게라면 받침의 무게를 가운데보다 가장자리에 둔다. 그리고 바닥에 닿는 면에는 얇은 고무 발을 붙여, 넘어지기 전에 미끄러지는 일을 막는다. 고무 발 네 개는 값싸지만 도면에 그려 넣지 않으면 공장에서 생기지 않는다.

디테일의 위계: 큰 형태 → 중간 → 작은 디테일

비례와 안정이 큰 덩어리의 일이라면, 마지막으로 볼 것은 덩어리 위의 디테일이다. 잘 만든 제품은 멀리서 봐도, 손에 들고 봐도, 코앞에서 봐도 각각 읽을 거리가 있다. 이것을 디테일의 위계(Hierarchy of detail)라고 한다. 멀리서는 큰 형태(실루엣과 덩어리의 비례)가, 팔 길이에서는 중간 크기의 디테일(관절, 버튼, 부품의 나뉨선)이, 손에 들고 가까이서는 작은 디테일(통풍 홈, 글자, 표면 질감)이 보인다. 3장에서 모서리 반경을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눈 것도 같은 생각이다.

큰 형태 멀리서 · 실루엣과 비례 중간 디테일 팔 길이 · 버튼, 관절, 나뉨선 E 작은 디테일 손에 들고 · 홈, 글자, 단자 다가갈수록 다음 단계가 나타난다
그림 3. 디테일의 세 단계. 각 단계는 앞 단계를 해치지 않을 때 힘을 낸다. 중간 디테일이 큰 형태를 조각내거나, 작은 디테일이 중간 디테일만큼 크고 많으면 위계가 무너진다.

위계를 점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흐리게 보기다. 눈을 가늘게 뜨거나, 모형을 몇 걸음 떨어져서 보거나, 사진을 흐리게 만든다. 흐림이 커질수록 작은 것부터 사라진다. 위계가 있는 형태는 단계별로 질서 있게 사라지고, 마지막까지 큰 형태가 또렷하게 남는다. 위계가 없는 형태는 비슷한 크기의 디테일이 한꺼번에 회색 얼룩이 되어, 큰 형태까지 흐려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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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게 보면 남는 것

큰 형태—
중간 디테일—
작은 디테일—
해볼 것: ① "위계 있음"에서 흐림을 천천히 올린다. 통풍 홈과 글자가 먼저 사라지고, 다음에 버튼과 관절이, 마지막까지 받침·몸통·목·등머리의 덩어리가 남는다. ② "위계 없음"을 누르고 흐림 0에서 본다. 홈, 버튼, 고리가 모두 비슷한 크기로 몸 전체에 퍼져 있다. ③ 흐림을 3~4로 올린다. 디테일이 한꺼번에 얼룩이 되어 덩어리의 경계까지 탁해진다. (흐림 단계와 각 디테일의 크기를 비교해 보임 여부를 판정한 단순 모형이다. 1 mm ≈ 화면 흐림 1단계쯤으로 맞췄다.)

위계가 없는 디자인은 대개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디테일이 모두 같은 크기, 같은 대비여서 생긴다. 여러 개의 같은 버튼, 몸 전체를 고르게 덮은 홈, 모든 이음매에 같은 굵기의 선. 하나하나는 잘 그렸는데 함께 놓으면 무엇부터 봐야 할지 모른다. 디테일을 줄이는 것만큼, 남긴 디테일 사이에 크기와 대비의 차이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글자 디자인에서 제목·소제목·본문의 크기 차이로 위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TypeBook 「위계」).

모형 세 장, 흐리게 세 번 종이나 우드락으로 만든 실물 크기 모형(2장)을 흰 종이 위에 세우고 같은 자리에서 세 장을 찍는다. 첫 장은 그대로, 둘째 장은 모형에 연필로 버튼·나뉨선·홈을 그려 넣고, 셋째 장은 홈과 줄을 일부러 몸 전체에 고르게 많이 그려 넣는다. 세 장을 화면에 띄우고 두세 걸음 물러서거나 눈을 가늘게 떠서 본다. 무엇이 가장 오래 남는지, 어느 장에서 덩어리의 윤곽이 탁해지는지 적는다. 같은 모형으로 손가락 하나로 등머리를 옆에서 밀어 보고, 넘어지기 직전의 기울기를 각도기로 재 이 장의 계산과 비교해 본다.

서윤의 여름 제품 노트

CASE 서윤제품 노트 · 4장

등머리를 뻗으면 넘어지는 독서등

3장에서 다시 깎은 등머리를 끼운 모형은 책 표지에 집었을 때는 괜찮았다. 문제는 받침 겸용 모드였다. 클립 아랫면을 책상에 대고 세운 뒤 등머리를 펼친 책 위로 뻗자 모형이 앞으로 넘어졌다. 받침은 2장 3면도에 60 mm로 적었지만 우드락을 자르면서 약 50 mm로 짧아져 있었고, 목은 넉넉하게 120 mm쯤이었다. 모형 속에 충전지 대신 넣은 같은 무게의 추는 등머리 안에 있었다. 전선을 짧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서윤은 부품마다 무게를 가정해 표를 만들었다. 클립 약 20 g, 몸통 22 g, 충전지 12 g, 목 8 g 안팎, 등머리 16 g, 합 78 g(모두 가상의 추정치). 무게중심을 가중 평균으로 계산해 보니 등머리를 수평으로 뻗었을 때 무게중심이 받침 밖으로 한참 나갔다. 문태오는 계산표를 보더니 충전지 줄부터 가리켰다. "가장 무거운 걸 가장 먼 데 넣었네. 전선이 길어지는 건 도면에 한 줄이면 돼. 넘어지는 건 사용자 책상에서 매일 생겨."

충전지를 몸통 아래로 옮기자 계산이 크게 나아졌지만, 받침 50 mm로는 목 100 mm에서 여전히 넘어졌다. 서윤은 설계 지도를 그려 받침을 3면도대로 60 mm로 되돌리고 목 길이에 상한을 두었다. 받침 60 mm는 클립을 책에 집었을 때도 거추장스럽지 않은 크기였다. 한도경은 비례를 보고 한마디 보탰다. "목이 등머리보다 확실히 길어야 등이라는 게 읽혀. 그런데 두 배 가까이 되면 가늘어 보여." 목 100 mm, 등머리 60 mm(약 5 : 3)는 그 사이였다. 서윤은 2장의 등머리 72 mm를 60 mm로 줄였다. 무게 표의 등머리 16 g도 이 길이로 잡은 값이다.

이 장에서 정한 것받침 겸용 모드의 받침인 클립 아랫면의 길이 60 mm(목을 뻗는 방향). 목 길이 상한 100 mm(몸통 위 회전축에서 등머리 연결부까지), 등머리 길이 60 mm(2장 3면도의 목 약 120 mm, 등머리 72 mm에서 줄임). 이 조건에서 등머리를 수평으로 끝까지 뻗어도 넘어짐 각 약 10°(가상 무게 78 g 기준)를 지킨다는 내부 기준. 충전지는 등머리가 아니라 몸통 아래에 둔다. 목은 받침의 긴 방향으로 뻗게 배치한다. 비례는 목 : 등머리 ≈ 5 : 3. 밝은 책상에서 위가 무거워 보이지 않게, 실제로 무거운 아래쪽(몸통·클립)을 시각적으로도 무겁게 둔다는 원칙.
아직 남은 문제무게 78 g은 추정치다. 실제 재료와 살두께가 정해지면(7장, 8장) 다시 계산한다. 받침 바닥의 미끄럼 방지와 케이블이 당기는 힘도 남았다. 클립을 열고 닫는 손잡이의 크기와 힘은 아직 서윤의 손에만 맞춰져 있다.
다음 단계5장: 클립을 여는 손가락의 벌림과 힘. 도경과 태오의 손으로 시제품을 열어 본다.

핵심 정리

  1. 비례는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의 크기 관계다. 비율은 마법의 수가 아니라 시안을 비교하고 기록하는 도구다. 황금비가 아름다움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약하다.
  2. 시각적 무게는 크기, 바탕과의 대비, 위치로 정해진다. 실제 무게중심과 어긋날 수 있으므로, 실제로 무거운 부분을 시각적으로도 무겁게 두면 형태가 행동을 정직하게 알려 준다.
  3. 전체 무게중심은 부품 무게중심의 가중 평균(x_G = Σmᵢxᵢ / Σmᵢ)이다. 무게뿐 아니라 거리가 영향을 준다. 멀리 뻗은 가벼운 부품이 무게중심을 크게 끌어당긴다.
  4. 물체는 무게중심에서 내린 수직선이 받침면 안에 있을 때 선다. 넘어짐 각은 tan α = d / h이고, 넘어지는 방향 가운데 가장 작은 값이 그 물건의 넘어짐 각이다.
  5. 안정을 키우는 방법은 받침을 넓히기, 무게중심 낮추기, 무게를 뻗는 쪽의 반대로 옮기기다. 무게 목표가 있으면 무거운 부품의 자리가 가장 큰 손잡이다.
  6. 디테일에는 위계가 있다. 큰 형태 → 중간 → 작은 디테일. 흐리게 보면 작은 것부터 질서 있게 사라지고 큰 형태가 남아야 한다. 디테일이 모두 같은 크기·대비이면 위계가 무너진다.

확인 퀴즈

1. 받침 가운데(x = 0)에 몸통 60 g, x = 80 mm에 등머리 20 g이 있다(다른 부품은 무시). 전체 무게중심의 가로 위치는?

무게중심은 무게로 가중 평균한 위치다. x_G = (60×0 + 20×80) / (60 + 20) = 1600 / 80 = 20 mm. 단순 가운데(40 mm)는 두 무게가 같을 때만 맞다. 분모에는 몸통만이 아니라 전체 무게(80 g)가 들어간다.

2. 무게중심의 높이가 30 mm이고, 무게중심에서 받침 끝까지의 가로 거리가 10 mm인 물건이 있다. 넘어짐 각에 가장 가까운 것은?

tan α = d / h = 10 / 30 ≈ 0.333이므로 α ≈ 18.4°다. 72°는 d와 h를 바꿔 넣은 값(tan α = 3)이다. 무게중심이 높을수록, 받침 끝이 가까울수록 넘어짐 각이 작아진다.

3. 무게를 늘리지 않고 받침 겸용 독서등의 넘어짐 각을 키우는 방법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무게 배분을 바꾸면 전체 무게는 그대로이면서 무게중심이 받침 가운데 쪽(뻗는 반대쪽)으로, 그리고 낮게 움직여 d가 커지고 h가 줄어든다. 색은 시각적 무게만 바꾸고 실제 무게중심은 바꾸지 않는다. 목을 늘이거나 무거운 것을 위로 올리면 오히려 넘어짐 각이 줄어든다.

4. 시제품을 흐리게 찍은 사진에서 몸 전체에 고르게 퍼진 같은 크기의 홈과 버튼이 한꺼번에 얼룩이 되어, 덩어리의 윤곽까지 탁해 보였다. 이 진단에 맞는 수정은?

위계가 무너지는 원인은 디테일이 모두 같은 크기와 대비라는 데 있다. 모두 키우면 같은 문제가 더 큰 크기로 반복된다. 모두 없애면 손에 들었을 때 읽을 거리와 기능(버튼 위치 등)이 사라진다. 흐리게 보기는 멀리서 보는 사람과 비슷한 조건을 만드는 점검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