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3

형태와 곡면

우드락 모형의 등머리는 각진 상자였다. 서윤은 모서리를 사포로 크게 둥글렸고, 손에 쥐기는 좋아졌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려놓자 물건이 갑자기 작아 보이고, 어딘가 장난감 같았다. 모서리를 둥글리는 일은 한 번의 손질이 아니라 여러 개의 결정이다. 얼마나 둥글릴지, 모든 모서리를 같게 할지, 평평한 면과 둥근 면을 어떻게 이을지. 이 장은 기본 입체를 더하고 빼서 덩어리를 짓는 데서 시작해, 모서리의 반경, 곡률이 이어지는 방식, 그리고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반사 하이라이트까지 차례로 만져 본다.

기본 입체로 읽고 짓기

2장에서 서윤은 머릿속 독서등을 스케치와 3면도로 옮겼다. 이번에는 그 형태를 실제로 "짓는" 법을 본다. 대부분의 제품은 놀랄 만큼 적은 수의 단순한 덩어리로 시작한다. 독서등도 그렇다. 클립과 몸통은 상자, 목은 가는 원기둥, 등머리는 납작한 판이다. 여기에 버튼 구멍과 충전 단자 구멍을 뺀다. 드로잉에서 복잡한 물체를 단순한 덩어리로 보던 방법(DrawingBook 「상자로 생각하기」)이 그대로 제품을 만드는 순서가 된다.

이렇게 기본 입체를 더하고 빼고 겹쳐 형태를 만드는 연산을 불리언 연산(Boolean operation)이라고 한다. 집합의 합집합·차집합·교집합과 같은 생각이다. 두 덩어리를 합치면 더하기(합집합), 한 덩어리에서 다른 덩어리가 차지한 자리를 덜어 내면 빼기(차집합), 둘이 함께 차지한 자리만 남기면 겹치기(교집합)다. 3D CAD의 솔리드 모델링은 이 연산을 바탕으로 한다.

상자: 클립 상자: 몸통 원기둥: 목 판: 등머리 빼기: 버튼·단자 구멍 더하고 뺀 뒤 모서리를 깎는다 덩어리 → 연산 → 다듬기 모깎기(모서리 둥글리기)는 마지막 단계다
그림 1. 독서등을 기본 입체로 읽기. 클립과 몸통은 상자, 목은 원기둥, 등머리는 납작한 판이다. 이것들을 더한 뒤 버튼과 충전 단자 자리를 빼고, 마지막에 모서리를 깎는다. 복잡해 보이는 제품도 대개 이 순서로 지어진다.

아래는 독서등 몸통의 한 단면(A)과 두 번째 도형(B)이다. B를 끌어 옮기고, 도형의 모양과 연산을 바꿔 본다. 같은 두 도형이라도 연산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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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빼기, 겹치기

B를 끌어 옮긴다
연산—
남은 넓이(A = 100%)—
덩어리 수—
해볼 것: ① "빼기"에 원을 고르고 B를 몸통 가운데로 끈다. 버튼 구멍이 생긴다. 넓이는 줄었지만 덩어리는 여전히 하나다. ② "긴 구멍"을 골라 몸통 위아래 가장자리를 가로지르게 끈다. 몸통이 두 조각으로 끊기며 덩어리 수가 2가 된다. 금형과 조립에서는 이런 결과가 곧 "부품이 둘"이라는 뜻이다. ③ "겹치기"를 누르고 B를 모서리에 걸친다. 둘이 함께 차지한 자리만 남아 둥근 모서리 조각이 된다. (2D 단면으로 줄인 그림이다. 실제 CAD는 같은 연산을 3D 입체에 한다. 넓이와 덩어리 수는 화면의 점을 세어 어림했다.)

빼기를 해 보면 연산의 순서와 위치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는 것이 보인다. 구멍 하나가 가장자리에 너무 가까우면 남은 살이 얇아지고, 조금만 더 가면 덩어리가 끊긴다. 형태를 짓는 단계에서 이미 "몇 개의 부품이 되는가", "어디가 얇아지는가"가 정해진다. 그래서 산업디자이너는 덩어리를 더하고 뺄 때부터 생산 공정과 조립을 함께 떠올린다.

덩어리 먼저, 모깎기는 마지막에 3D CAD로 형태를 만들 때 문태오가 늘 하는 잔소리가 있다. "모깎기는 맨 나중에 걸어라." CAD는 작업 순서를 기록해 두었다가(작업 내역, 피처 트리) 앞의 치수를 바꾸면 뒤의 작업을 다시 계산한다. 모서리를 먼저 둥글리고 나서 덩어리를 더하거나 빼면, 둥근 모서리가 새 면과 엉키며 계산이 실패하거나 엉뚱한 면이 생기기 쉽다. 큰 덩어리 → 구멍과 홈 → 큰 모깎기 → 작은 모깎기의 순서로 지으면, 나중에 크기를 바꿔도 모형이 덜 무너진다. 우드락 모형도 같다. 사포질은 자르고 붙이기가 다 끝난 뒤에 한다.

모서리를 깎는 두 방법

상자의 모서리는 날카롭다. 손에 닿으면 아프고, 떨어뜨리면 깨지기 쉽고, 플라스틱을 녹여 틀에 부어 만들 때는 모서리 구석까지 재료가 잘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모든 제품의 모서리는 깎여 있다. 깎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R 모깎기 R 원호로 둥글린다 모따기 C 비스듬히 잘라 낸다 바깥 R= 안쪽 r + t 살두께 t 껍데기의 모서리 안팎 반경의 중심이 같아야 살이 고르다
그림 2. 모깎기, 모따기, 그리고 껍데기의 모서리. 플라스틱 몸통처럼 속이 빈 껍데기는 바깥 모서리를 R로 둥글리면 안쪽도 함께 둥글려야 한다. 안팎 원호의 중심이 같으면 바깥 반경은 안쪽 반경에 살두께를 더한 값이 되고, 모서리의 살이 다른 곳과 같은 두께로 유지된다. 그래서 바깥 반경은 살두께보다 작게 잡을 수 없다(안쪽 반경이 0 아래가 된다).

모깎기의 크기는 기능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상자도 모서리 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반경이 아주 작으면 날카롭고 정밀한 도구처럼, 조금 키우면 단정한 사무용품처럼, 아주 크면 비누나 조약돌처럼 보인다. 그리고 큰 반경이 모든 모서리에 똑같이 걸리면, 형태는 바람을 넣은 것처럼 부풀어 보이고 크기를 가늠할 단서가 사라진다. 서윤의 모형이 장난감처럼 보인 까닭이다.

아래는 등머리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위쪽 왼편에서 빛이 비친다. 반경을 바꾸고, 모든 모서리를 같은 반경으로 깎는 경우와 반경에 위계를 두는 경우를 비교한다. "위계"에서는 큰 모서리는 슬라이더의 반경을, 버튼 둘레 같은 작은 모서리는 훨씬 작은 반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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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깎기 반경과 인상

반경 ÷ 두께(20 mm)—
버튼 둘레 반경—
이 책의 경험칙으로 본 인상—
해볼 것: ① "모두 같은 반경"에서 반경을 0에서 14 mm까지 올린다. 모서리에 빛을 받는 띠가 넓어지다가, 10 mm를 넘으면 윗면의 평평한 부분이 줄어들어 판 전체가 베개처럼 부푼다. 버튼도 같은 반경을 받아 둥근 혹이 된다. ② 8 mm에서 "반경의 위계"를 누른다. 큰 모서리는 그대로인데 버튼 둘레가 0.5 mm로 또렷해지고 판의 평면 모서리가 커진다. 같은 반경인데 덜 장난감 같다. ③ 위계를 둔 채 반경을 4~6 mm로 낮춘다. 윗면은 넓고 모서리에만 가는 빛이 남는다. (등머리 60 × 30 mm, 두께 20 mm의 가상의 판을 위에서 본 단순 음영 모형이다. 모서리 단면은 원호이고, "인상"은 반경 ÷ 두께로 나눈 이 책의 대략적 경험칙이지 측정된 기준이 아니다.)

반경을 키울수록 윗면의 평평한 부분이 줄고, 모서리의 빛 띠가 넓어진다. 반경이 두께의 절반을 넘기 시작하면 면과 모서리의 구분이 흐려져 형태가 하나의 둥근 덩어리로 읽힌다. 이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린이 제품이나 손에 쥐고 문지르는 물건은 일부러 이렇게 만든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았을 때다. 어른이 책상에서 쓰는 독서등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은 대개 반경이 큰 데다 모든 반경이 같아서다.

잘 다듬어진 제품의 모서리를 자세히 보면 반경이 몇 단계로 나뉘어 있다. 손이 가장 많이 닿고 형태의 큰 윤곽을 만드는 모서리는 크게, 부품이 만나는 경계나 버튼 둘레는 작게, 아주 작은 디테일은 날을 겨우 죽일 정도로만. 큰 반경은 덩어리의 성격을 정하고, 작은 반경은 "이 물건이 정밀하게 만들어졌다"는 신호를 준다. 이 위계는 4장에서 볼 디테일의 위계(큰 형태 → 중간 → 작은 디테일)와 같은 생각이다.

바깥 반경은 살두께와 함께 정한다 그림 2처럼 속이 빈 플라스틱 몸통은 바깥 반경과 안쪽 반경이 짝을 이룬다. 바깥을 날카롭게(R0) 두면 안쪽 구석의 살이 두꺼워지고, 안쪽을 날카롭게 두면 그 구석에 힘이 몰려 금이 가기 쉽다. 안팎 반경의 중심을 맞추면 모서리의 살두께가 고르게 유지된다. 살두께와 금형이 정해지는 8장에서 반경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이유다. 바깥 반경을 형태만 보고 정해 두면, 공정 단계에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적어 둔다.

곡률: 휘는 정도를 재는 수

모서리를 둥글렸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어떻게" 휘는지 말할 단위가 필요하다. 곡선 위의 한 점에서 그 곡선에 가장 잘 들어맞는 원을 그릴 수 있다. 이 원을 곡률 원(Osculating circle)이라고 하고, 그 반지름을 곡률 반경(Radius of curvature)이라고 한다. 곡선이 많이 휠수록 곡률 원은 작다. 그래서 휘는 정도인 곡률(Curvature)은 곡률 반경의 역수로 적는다.

$$\kappa = \frac{1}{R}$$
\(\kappa\)(카파): 곡률, \(R\): 곡률 반경. 직선은 곡률 원이 무한히 커서 \(\kappa = 0\)이다. 반지름 5 mm인 원호의 곡률은 어디서나 0.2 mm−1이다. 곡률은 곡선의 방향(접선)이 길이 1만큼 갈 때 얼마나 돌아가는지와 같다.

곡률을 눈으로 보는 도구가 곡률 빗(Curvature comb)이다. 곡선 위 여러 점에서 곡선에 수직인 바늘을 세우고, 바늘의 길이를 그 점의 곡률에 비례하게 한다. 직선 위에서는 바늘이 없고, 많이 휜 곳일수록 바늘이 길다. 바늘 끝을 이은 선을 보면 곡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보인다. CAD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아래는 등머리 윗면이 옆면으로 꺾여 내려가는 모서리의 단면이다. "완화 구간"이 0%이면 보통의 모깎기, 곧 원호 하나다. 슬라이더를 올리면 곡률이 0에서 서서히 커졌다가 다시 서서히 줄어드는 모서리가 된다. 모서리가 차지하는 크기(꺾임점에서 양쪽으로 6 mm)는 같게 맞췄다. 곡선 위를 끌면 그 점의 곡률 원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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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 모서리와 곡률이 이어지는 모서리

곡선 위를 끌어 곡률 원을 본다
면과 모서리의 이음—
가장 작은 곡률 반경—
고른 점의 곡률 반경—
해볼 것: ① 완화 구간 0%에서 곡률 빗을 본다. 평평한 면에서는 바늘이 없다가, 원호가 시작하는 점에서 바늘이 갑자기 6 mm 원의 길이로 솟는다. 아래 그래프의 곡률도 계단처럼 튄다. ② 완화 구간을 60%로 올린다. 바늘이 0에서 서서히 자랐다가 줄어든다. 그래프가 계단에서 산 모양이 된다. ③ 100%까지 올리고 가장 작은 곡률 반경을 본다. 같은 자리 안에서 방향을 90° 돌려야 하므로, 가운데는 원호보다 더 많이 휜다(곡률 반경이 작다). (곡률을 길이에 따라 사다리꼴로 늘렸다 줄이는 곡선을 수치 적분해 그렸다. 도로와 철도의 완화곡선과 같은 생각이며, 실제 CAD의 곡률 연속 모깎기는 다른 수식을 쓰기도 한다.)

원호 모깎기는 곡률이 0인 면에서 시작해 갑자기 1/R이 된다. 방향은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휘는 정도는 순간적으로 튄다. 자동차가 직선 도로에서 원형 커브로 바로 들어가면 운전자는 운전대를 한순간에 꺾어야 한다. 그래서 도로와 철도는 직선과 원 사이에 곡률이 서서히 커지는 완화곡선(Transition curve)을 넣는다. 곡률이 길이에 비례해 커지는 곡선을 클로소이드(오일러 나선)라고 한다. 눈이 곡면을 따라갈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곡률이 튀는 자리에서 빛이 갑자기 바뀌어, 모서리의 시작점이 선처럼 보인다. 이것은 뒤에서 반사 하이라이트로 확인한다.

G0, G1, G2: 이어지는 세 단계

두 곡선(또는 두 곡면)이 만나는 자리를 얼마나 매끄럽게 잇는지를 기하 연속성(Geometric continuity)의 단계로 말한다. 산업디자인과 CAD에서는 다음 세 단계를 가장 자주 쓴다.

G0 위치 방향이 꺾인다 곡률 무한대 G1 접선 방향은 같고 곡률이 튄다 G2 곡률 곡률도 0에서 이어진다
그림 3. 연속의 세 단계와 곡률 그래프. 위는 두 곡선이 만나는 모양, 아래는 길이를 따라 본 곡률이다. G0의 꺾인 점은 곡률이 무한대로 솟는다고 볼 수 있다. G1은 곡률 그래프가 계단처럼 끊기고, G2는 그래프가 끊기지 않는다. 더 높은 단계(G3: 곡률이 변하는 빠르기까지 연속)도 있지만, 제품 디자인에서는 G2까지를 가장 많이 따진다.

CAD에서 곡선은 대개 베지어 곡선(Bézier curve)이나 그것을 넓힌 스플라인(NURBS)으로 그린다. 베지어 곡선은 몇 개의 조절점으로 모양을 정한다. 1960년대 프랑스 자동차 회사에서 차체 곡면을 수치로 다루기 위해 피에르 베지에(르노)와 폴 드 카스텔조(시트로엥)가 각각 이 방법을 발전시켰다. 3차 베지어 곡선은 조절점 네 개로 정해지고, 곡선은 첫 점과 끝 점을 지나며 그 점에서 다음 조절점을 향해 출발한다.

아래에 3차 베지어 곡선 두 개가 한 점에서 만난다. 조절점을 끌어 모양을 바꾸고, 연결 방식을 고른다. "G1로 맞추기"는 오른쪽 곡선의 둘째 조절점을 왼쪽 곡선의 접선 위로, "G2로 맞추기"는 셋째 조절점까지 곡률이 같아지는 자리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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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선을 잇는 세 가지 방법

조절점을 끈다
접선의 꺾임—
이음점의 곡률 반경(왼쪽 · 오른쪽)—
연속 단계—
해볼 것: ① "이어만 두기"에서 곡률 빗을 본다. 이음점에서 곡선이 꺾이고, 두 빗이 서로 다른 쪽을 향한다. ② "G1로 맞추기"를 누른다. 꺾임은 사라졌지만 이음점에서 빗의 길이가 계단처럼 다르다. 왼쪽 곡선의 셋째 조절점(이음점 바로 왼쪽)을 끌어 보면 오른쪽의 둘째 조절점이 한 줄 위에서 따라 움직인다. ③ "G2로 맞추기"를 누른다. 빗 끝이 이음점에서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오른쪽 셋째 조절점을 끌어 보면 접선 방향으로만 미끄러지고, 접선에서 떨어진 높이는 고정된다. (3차 베지어 곡선의 끝점 곡률 공식으로 계산했다. 곡률 반경은 화면 칸 단위다.)

G1과 G2의 차이는 곡선만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두 곡선 모두 꺾임 없이 부드럽다. 차이는 곡률 빗에서 뚜렷하다. G1에서는 빗이 이음점에서 뚝 끊기고, G2에서는 이어진다. 사람의 눈은 곡선의 모양보다 그 위에 비친 빛을 더 예민하게 본다. 곡률이 튀는 이음새는 광택 있는 표면에서 하이라이트가 끊기거나 꺾이는 선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G1과 G2의 차이는 다음 절의 반사 줄무늬로 확인한다.

G 연속과 C 연속 수학과 CAD 문헌에는 C0·C1·C2라는 표기도 나온다. C(파라메트릭) 연속은 곡선을 그리는 매개변수의 속도까지 같아야 한다는 더 엄격한 조건이다. 예를 들어 이음점에서 두 곡선의 방향이 같아도 한쪽은 빨리, 한쪽은 천천히 그려지면 C1은 아니지만 G1이다. 눈에 보이는 모양은 매개변수와 상관없으므로, 형태를 다루는 디자이너에게는 G 연속이 기준이 된다. 베지어와 NURBS 곡선의 수학은 Gerald Farin의 『Curves and Surfaces for CAGD』(5판, 2002) 같은 교재가 자세히 다룬다.

반사 줄무늬로 곡면 읽기

광택 있는 곡면에는 주변이 비친다. 숟가락 뒷면에 형광등이 길게 비치고, 자동차 차체에 가로등이 휘어 흐른다. 비친 상은 곡면의 방향(법선)을 따라 움직이므로, 비친 줄이 꺾이거나 끊기는 자리는 곡면의 방향이나 곡률이 바뀌는 자리다. 이 원리를 이용해 곡면을 점검하는 방법이 제브라 분석(Zebra analysis)이다. 곡면 앞에 흑백 줄무늬를 무한히 넓게 펼쳐 놓았다고 보고, 곡면에 비친 줄무늬를 계산해 보여 준다. 이 점검법이 얼룩말 무늬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이음새에서 줄무늬가 어긋나 끊기면 G0, 이어지지만 꺾이면 G1, 꺾임 없이 부드럽게 휘면 G2다. 아래 면은 왼쪽 평면과 오른쪽 곡면을 한 이음새(점선)에서 이은 판이다. 이음 방식과 줄무늬 방향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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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 줄무늬로 이음새 찾기

이음새에서 기울기—
이음새에서 곡률—
줄무늬가 말하는 것—
해볼 것: ① G0을 누른다. 이음새(점선)에서 줄무늬가 어긋나 계단처럼 끊긴다. 곡면의 방향이 그 자리에서 꺾였다는 뜻이다. ② G1을 누른다. 줄무늬가 이어지지만 이음새에서 날카롭게 꺾인다. 아래 단면만 보면 매끄러운데, 줄무늬는 곡률이 튀는 것을 잡아낸다. ③ G2를 누른다. 줄무늬가 꺾임 없이 휘어진다. "광택 음영"으로 바꾸면 G1의 이음새에 가는 선 같은 경계가 보이고 G2에서는 사라진다. 줄무늬 방향을 바꿔도 결론은 같다. (교육용 근사: 판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판 단면의 높이를 왼쪽 직선 + 오른쪽 곡선으로 두고 앞뒤로 살짝 둥글게 했다. 반사 방향을 계산해 비스듬한 줄무늬 환경에 대응시켰다. 실제 CAD의 제브라는 3D 곡면과 시점으로 계산한다.)

G1의 줄무늬가 꺾이는 이유는 이렇다. 반사된 줄의 위치는 곡면의 기울기를 따라 움직이고, 줄이 휘는 정도는 기울기가 바뀌는 빠르기, 곧 곡률을 따라간다. G1 이음새에서는 기울기는 이어지지만 곡률이 튀므로, 줄은 끊기지 않되 그 자리에서 방향이 꺾인다. G2에서는 곡률까지 이어지므로 줄의 방향도 이어진다. 디자이너는 곡선의 모양보다 이 줄무늬를 보고 면을 고친다.

형광등 아래의 클레이 모델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실물 크기의 점토(클레이) 모형을 만들고, 그 위에 반짝이는 필름을 씌운 뒤 천장의 긴 조명이 모형에 비치는 모습을 본다. 조명 줄이 부드럽게 흐르지 않고 출렁이거나 꺾이는 자리를 찾아 다시 깎는다. 화면 속 제브라 분석은 이 오래된 방법을 계산으로 옮긴 것이다. 작은 제품의 모형도 같은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문태오는 시제품을 받으면 먼저 형광등 아래에서 천천히 돌려 본다. "도면은 매끄럽다고 하는데, 빛은 거짓말을 안 해."

하이라이트: 모서리가 빛을 받는 방식

제브라 줄무늬는 점검 도구이고, 실제 사람이 보는 것은 조명 아래의 하이라이트다. 광택 있는 모서리에 빛이 비치면 모서리를 따라 밝은 띠가 생긴다. 이 띠가 어떻게 시작하고 끝나는지가 모서리의 인상을 바꾼다. 원호 모깎기는 평평한 면에서 곡면으로 넘어가는 자리에서 밝기가 변하는 빠르기가 갑자기 바뀐다. 사람의 눈은 밝기 자체보다 밝기 변화의 꺾임에 예민해서, 그 자리에 실제로는 없는 가는 선을 본다. 이 착시를 마하 띠(Mach bands)라고 한다. 곡률이 0에서 서서히 커지는 G2 모서리는 밝기가 서서히 변해 이 선이 생기지 않는다.

아래는 등머리 윗면에서 옆면으로 꺾여 내려가는 모서리를 비스듬히 본 모습이다. 왼쪽 층은 원호 모서리(G1), 오른쪽 층은 앞 시뮬레이터에서 완화 구간을 70% 둔 모서리(G2)다. 경계선을 끌어 비교하고, 빛의 높이를 바꿔 본다. 아래의 곡선은 단면을 따라 잰 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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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 모서리와 G2 모서리의 하이라이트

원호(G1): 시작점의 밝기 꺾임—
완화(G2): 시작점의 밝기 꺾임—
해볼 것: ① 경계선을 가운데에 두고 모서리가 시작하는 자리(윗면 쪽 점선)를 비교한다. 원호 쪽은 밝기가 꺾이는 자리에 가는 경계선이 보이고, G2 쪽은 하이라이트가 안개처럼 스며든다. ② 빛의 방향을 20°쯤으로 낮춘다. 하이라이트가 윗면 가까이로 올라가 두 모서리의 차이가 더 커진다. ③ 빛을 80°(거의 위)로 올린다. 모서리 시작점의 밝기 변화가 완만해져 원호 쪽 경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광택을 0으로 내리면 하이라이트 띠는 사라지지만 원호 쪽의 밝기 꺾임은 남는다. (교육용 근사: 모서리 단면을 길게 늘인 띠를 45° 위에서 본 정사영이다. 밝기 = 확산 + 블린–퐁 반사. 밝기 기울기의 꺾임은 모서리 시작점 양쪽의 밝기 기울기 차이(밝기 0~1 기준, mm당, ×1000)다. 실제 무광 표면은 질감이 빛을 흩뜨려 이 꺾임이 덜 드러나는데, 이 모형은 질감을 다루지 않는다.)

빛이 낮게 비칠수록 두 모서리의 차이가 커진다. 광택 있는 표면에서는 이 밝기의 꺾임 위에 주변의 모습까지 비쳐, 이음새가 하이라이트와 반사의 꺾임으로 한 번 더 드러난다(앞 절의 제브라). 반대로 질감 있는 무광 표면은 빛을 흩뜨려 경계가 덜 드러나고, 아주 작은 모서리에서는 눈으로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곡률 연속은 비싼 장식이 아니라, 표면의 광택과 크기에 따라 골라 쓰는 도구다. 독서등의 등머리처럼 손에 들고 가까이서 보는 부품의 큰 모서리라면 차이가 보이고, 클립 안쪽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모서리라면 원호로 충분하다.

숟가락과 줄무늬 종이 A4 종이에 굵은 검은 줄을 2 cm 간격으로 여러 개 그리거나 인쇄해 책상 위 스탠드 앞에 세운다. 그 앞에서 광택 있는 물건 세 가지를 천천히 돌려 본다. 숟가락 뒷면, 휴대폰이나 리모컨의 모서리, 유리병. 줄무늬가 부드럽게 흐르는 곳, 꺾이는 곳, 끊기는 곳을 찾아 물건의 옆모습 스케치 위에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든 우드락이나 지점토 모형에 투명 테이프나 랩을 씌워 광을 내고 같은 방법으로 비춰 본다. 손으로 다듬은 곡면이 생각보다 울퉁불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에 어떤 이음을 쓸까

모든 모서리를 G2로 만들 필요는 없다. 곡률 연속 곡면은 CAD에서 만들기 더 까다롭고, 금형을 깎고 다듬는 데 품이 더 든다. 반대로 일부러 날카로운 G0 모서리를 남겨 형태를 또렷하게 나누는 것도 디자인이다. 기준은 "그 모서리가 무엇을 전해야 하는가"다. 아래 표는 이 장의 내용을 정리한 출발점이지 정답이 아니다.

모서리의 역할흔한 선택까닭
형태를 나누는 선, 부품이 만나는 경계G0 또는 아주 작은 R(0.2~0.5 mm)경계가 또렷해야 형태가 읽힌다. 부품 사이 틈과 어긋남이 덜 보인다.
손이 닿는 모서리, 작은 디테일원호 모깎기(G1)날을 죽여 아프지 않게 한다. 작으면 G1과 G2의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광택 있는 큰 면이 꺾이는 곳, 제품의 얼굴곡률 연속(G2)하이라이트가 끊기지 않고 흘러 면이 하나로 읽힌다.
무광·질감 표면대개 G1로 충분빛이 흩어져 곡률의 차이가 덜 드러난다.

표면의 광택과 질감은 10장에서 정한다. 그러니 이 단계에서는 "광택이 있다면 어디가 드러날까"를 미리 정해 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곡률 연속을 고집하다가 형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보다, 큰 면 몇 곳만 정확히 챙기고 나머지는 단순하게 두는 편이 제품을 더 좋게 만든다.

모형은 실물 크기로, 빛 아래에서 화면 속 모델은 마음대로 확대되기 때문에 크기 감각을 잃기 쉽다. R8과 R5의 차이는 모니터에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손바닥 위 실물에서는 물건의 성격을 바꾼다. 모서리 반경을 고를 때는 반경을 달리한 작은 조각을 여러 개 만들어(3D 프린팅이든 우드락이든) 손에 쥐고 창가의 빛 아래에서 돌려 본다. 사포로 다듬은 모형에는 회색 서페이서(밑칠 도료)를 얇게 뿌리면 면의 굴곡이 훨씬 잘 보인다.

서윤의 여름 제품 노트

CASE 서윤제품 노트 · 3장

장난감 같은 등머리를 다시 깎다

2장에서 고른 집게형 안의 우드락 모형을 만들고 나서, 서윤은 등머리의 각진 모서리가 손에 걸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모든 모서리를 사포로 크게 둥글렸다. 우드락 두 장을 겹쳐 깎은 터라 3면도의 12 mm보다 두꺼운, 두께 약 20 mm의 등머리에 반경 8 mm쯤, 위아래 모서리도 버튼 둘레도 같은 정도로. 손에 쥐기는 좋아졌다. 그런데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모형을 본 한도경이 웃으며 말했다. "귀엽긴 한데, 문방구에서 파는 장난감 같아. 크기가 짐작이 안 돼."

문태오는 모형을 형광등 아래에서 천천히 돌렸다. 윗면에서 모서리로 넘어가는 자리마다 빛이 뚝 끊겼다. "둥글리는 건 맞아. 그런데 전부 같은 R로 둥글리면 형태가 부풀어. 큰 모서리, 작은 모서리를 나눠. 그리고 윗면에서 옆면으로 넘어가는 이 큰 모서리는 사람 눈이 제일 오래 머무는 데니까, 원호 말고 곡률이 이어지게 해." 서윤은 CAD에서 등머리 단면을 다시 그리고, 곡률 빗과 제브라 줄무늬를 켜 놓고 이음새를 하나씩 고쳤다.

서윤의 선택은 반경을 세 단계로 나누는 것이었다. 등머리의 큰 윤곽(윗면 ↔ 옆면)은 곡률이 이어지는 모서리, 아랫면 둘레는 작은 원호, 확산판 테두리와 버튼 둘레는 날만 죽이는 정도. 그리고 등머리 윗면을 완전한 평면 대신 앞뒤로 아주 살짝 부푼 면으로 바꾸고, 그 면이 옆면 모서리와 곡률 연속으로 만나게 했다. 다시 깎은 모형은 반경이 오히려 작아졌는데도 손에 덜 걸렸고, 도경은 "이제 어른 물건 같네"라고 했다.

이 장에서 정한 것모서리 반경 3단계: ① 등머리 큰 모서리(윗면 ↔ 옆면) R5 상당, 완화 구간을 둔 곡률 연속(G2) 모서리, ② 등머리 아랫면 둘레 R1.5 원호(G1), ③ 확산판 테두리·버튼 둘레 R0.5. 처음 모형의 "모두 R8"은 버린다. 등머리 윗면은 앞뒤로 완만하게 볼록한 면(단면 곡률 반경 약 120 mm)으로 하고, 옆면 모서리와 G2로 잇는다. 점검은 CAD의 곡률 빗과 제브라로 한다.
아직 남은 문제모서리 반경은 살두께와 짝을 이루므로 공정이 정해지면(8장) 안쪽 반경을 다시 맞춰야 한다. 광택을 얼마나 줄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10장). 그리고 받침 겸용 모드에서 등머리를 앞으로 뻗으면 모형이 자꾸 넘어진다.
다음 단계4장: 등머리·목·클립의 비례와 무게중심을 보고, 책상에 세웠을 때 넘어지지 않는 조건을 계산한다.

핵심 정리

  1. 제품의 형태는 대개 상자·원기둥·판 같은 기본 입체를 더하고(합집합) 빼고(차집합) 겹쳐(교집합) 짓는다. 빼기의 위치는 살이 얇아지는 곳과 부품 수를 함께 정한다.
  2. 모서리는 모깎기(R, 원호)나 모따기(C, 평면)로 깎는다. 모깎기는 덩어리를 정하고 반경을 지으므로 작업의 마지막에 건다.
  3. 반경이 클수록 형태가 부드러워지지만, 큰 반경이 모든 모서리에 똑같이 걸리면 형태가 부풀어 장난감처럼 보이기 쉽다. 반경에 위계(큰 모서리 → 작은 모서리)를 둔다.
  4. 곡률은 곡률 반경의 역수(κ = 1/R)다. 곡률 빗은 곡선에 수직인 바늘의 길이로 곡률을 보여 준다.
  5. G0은 위치, G1은 접선, G2는 곡률까지 이어진다. 평면에 원호 모깎기를 붙이면 G1이고, 곡률이 0에서 서서히 커지는 모서리가 G2다.
  6. 제브라 줄무늬가 이음새에서 끊기면 G0, 꺾이면 G1, 부드럽게 휘면 G2다. 광택 있는 큰 면에서는 G1 이음새가 하이라이트의 가는 선으로 드러난다.
  7. 모든 모서리를 G2로 만들 필요는 없다. 광택, 크기, 그 모서리가 전해야 할 것에 따라 G0·G1·G2를 골라 쓴다.

확인 퀴즈

1. 직육면체 몸통의 위아래 가장자리를 모두 가로지르는 긴 홈을 "빼기" 연산으로 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빼기(차집합)는 B가 차지한 자리를 A에서 덜어 낸다. 홈이 가장자리를 모두 가로지르면 덩어리가 둘로 끊겨 부품이 둘이 되고, 가장자리에 가까우면 살이 얇아진다. 빼기는 넓이(부피)를 줄이지 늘리지 않는다. 모서리의 연속 단계는 덩어리가 정해진 뒤에 다듬는 일이다.

2. 평평한 윗면과 옆면 사이를 반지름 5 mm인 원호로 모깎기했다. 윗면과 원호가 만나는 자리의 연속 단계와 그 까닭으로 옳은 것은?

모깎기 원호는 평면에 접하도록 붙이므로 접선(방향)은 이어진다(G1). 하지만 평면의 곡률은 0, 반지름 5 mm 원호의 곡률은 1/5 = 0.2 mm⁻¹라서 이음점에서 곡률이 튄다. 원호 안에서 곡률이 같다는 것은 이음점의 연속과는 상관이 없다.

3. 광택 있는 시제품의 곡면에 제브라 줄무늬를 비췄더니, 한 이음새에서 줄무늬가 끊기지는 않지만 모든 줄이 날카롭게 꺾였다. 이 이음새의 상태는?

제브라 줄무늬가 어긋나 끊기면 G0(방향이 꺾임), 이어지지만 꺾이면 G1(곡률이 튐), 꺾임 없이 부드럽게 휘면 G2다. 줄무늬의 위치는 곡면의 기울기를, 줄무늬의 방향 변화는 곡률을 따라간다.

4. 어른용 책상 조명의 모형이 "장난감 같다"는 평을 들었다. 모든 모서리가 두께의 절반쯤 되는 같은 반경으로 둥글려져 있다. 가장 알맞은 첫 수정은?

큰 반경이 모든 모서리에 똑같이 걸리면 형태가 부풀고 크기 단서가 사라져 장난감처럼 읽히기 쉽다. 큰 모서리와 작은 모서리의 반경에 위계를 두면, 같은 부드러움을 지키면서도 정밀한 인상을 준다. 모두 날카롭게 되돌리면 손에 걸리는 처음 문제로 돌아간다. 색은 인상을 바꾸지만 형태의 문제를 대신 풀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