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제스처와 크로키

카페 창가에서 누군가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고 나가기까지 30초쯤 걸린다. 그 사람을 그리려고 연필을 들었다면 무엇부터 그리겠는가. 많은 사람이 얼굴부터 그린다. 눈과 코를 공들여 그리는 사이 그 사람은 문밖으로 나가고, 종이에는 잘 그린 얼굴 하나만 남는다. 움직이는 사람을 그리는 일은 정확함과의 싸움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장은 그 시간 안에 무엇을 먼저 잡아야 하는지를 다룬다. 몸을 꿰는 한 줄, 무게가 실린 발, 엇갈린 어깨와 골반, 그리고 움직임 가운데 어느 순간을 고를지다.

30초 안에 무엇을 그리나

움직이는 사람이나 짧게 포즈를 잡은 모델을 빠르게 그리는 연습을 크로키(Croquis)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밑그림, 스케치"라는 뜻인데, 한국과 일본의 미술 교육에서는 주로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의 몸을 그리는 연습을 가리킨다. 영어권에서는 같은 연습을 제스처 드로잉(Gesture drawing)이라고 많이 부른다. 여기서 제스처는 손짓 하나가 아니라 몸 전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곧 동작의 기세다.

미국의 미술 교육자 키먼 니콜라이디스(Kimon Nicolaïdes)는 『자연스러운 드로잉 방법』(The Natural Way to Draw, 1941)에서 제스처 연습을 윤곽 연습과 짝지어 가르쳤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제스처를 그릴 때는 모델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모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그려야 하며, 손이 연필을 멈추지 않고 몸 전체를 한꺼번에 훑어야 한다. 2장의 윤곽선 드로잉이 "천천히, 보이는 대로"의 연습이라면 제스처는 "빠르게, 움직이는 대로"의 연습이다. 둘은 서로를 보완한다.

무엇이 달라지는지 먼저 눈으로 본다. 아래의 두 층은 같은 사람, 같은 동작을 그린 것이다. 왼쪽 층은 우리가 "사람"이라는 기호로 아는 모양(동그라미 머리, 네모 몸, 막대 팔다리)을 그렸고, 오른쪽 층은 30초 동안 동작선과 덩어리부터 그렸다. 경계선을 끌어 비교하고, 위의 단추로 동작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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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30초, 다른 출발점

해볼 것: ① 경계선을 왼쪽 끝까지 민다. 기호로 그린 사람은 좌우가 똑같고 곧게 서 있어서, 무엇을 하는지는 팔 하나의 방향으로만 겨우 읽힌다. ② 오른쪽 끝까지 민다. 선은 거칠고 얼굴도 없지만 몸이 기울고, 한 발에 무게가 실리고, 어깨와 골반이 비틀린 것이 먼저 보인다. ③ "걷기"로 바꾼다. 기호로 그린 사람은 서 있는 것과 구별되지 않는다. (오른쪽 층은 이 장의 마네킹 모형으로 만든 자세를 "큰 것부터" 30초 분량만 그린 것이다. 연필 선의 떨림은 흉내 낸 것이다.)

기호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도나 안내판의 사람 그림은 기호라서 빨리 읽힌다. 하지만 기호는 "어떤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는가"를 담지 못한다. 1장에서 본 "아는 것을 그리지 않고 보이는 것을 그린다"는 원칙이 사람의 몸에서는 "모양을 그리기 전에 동작을 본다"는 말이 된다. 이 장의 나머지는 그 동작을 무엇으로 잡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동작선: 몸을 꿰는 한 줄

동작을 잡는 첫 획은 동작선(Line of action)이다. 머리에서 몸통을 지나 무게를 받치는 발까지 이어지는, 몸 전체의 기세를 보여 주는 상상의 선이다. 이 말은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인 프레스턴 블레어(Preston Blair)가 1940년대 말부터 펴낸 애니메이션 작법서들(뒤에 『Cartoon Animation』, 1994로 묶였다)을 통해 널리 퍼졌다. 만화 캐릭터의 과장된 동작을 그리기 위한 요령이었지만, 크로키에서도 똑같이 첫 획으로 쓴다.

동작선의 꼴은 크게 셋으로 나눠 보면 편하다. 휘지 않은 I자는 기울기만으로 힘을 보여 준다. 한 번 휜 C자는 몸을 한쪽으로 늘이거나 웅크리는 동작에, 두 번 휜 S자는 무게를 한 다리에 싣고 상체를 되돌린 느긋한 자세에 자주 나타난다.

I · 곧은 선수레를 미는 사람C · 한 번 휜 선위 칸에 손을 뻗는 사람S · 두 번 휜 선한 다리에 기대 책을 읽는 사람
그림 1. 동작선의 세 가지 꼴. 빨간 선은 머리 꼭대기에서 목 아래, 골반, 무게를 받친 발목을 차례로 지나는 곡선이다. I자는 곧지만 기울어 있어서 앞으로 미는 힘이 읽히고, C자는 위로 뻗은 팔에서 지지발까지 한 번에 휘며, S자는 골반이 한쪽으로 빠지고 상체와 고개가 반대로 돌아오며 두 번 휜다. 인물은 이 장의 마네킹 모형으로 그렸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는 동작선 하나만 그으면 마네킹이 그 선을 따라 선다. 빨간 손잡이 두 개(머리와 지지발)와 흰 손잡이 두 개(휨 조절)를 끌어 선을 바꾼다. 마네킹의 머리, 목 아래, 골반, 무릎, 발목은 선 위에 키의 비율대로 놓이고, 어깨선과 골반선은 그 자리에서 선과 직각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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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선 하나로 서는 몸

손잡이를 끈다
꼴—
전체 휨—
몸통 휨—
판정—
해볼 것: ① "I자"에서 두 흰 손잡이를 선 위에 일직선으로 놓는다. 전체 휨이 0°에 가까워지면 마네킹은 기둥처럼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머리 손잡이만 옆으로 옮겨 선을 기울이면, 곧은 선이라도 힘이 생긴다. ② 흰 손잡이 둘을 서로 반대쪽으로 끌어 S자를 만든다. 골반이 한쪽으로 빠지고 어깨가 되돌아오는 자세가 저절로 나온다. ③ "끝까지 휘기"를 누른다. 몸통이 55°를 넘게 접히면 마네킹이 붉게 변한다. 사람의 척추는 옆으로 이만큼 접히지 못한다. 동작선은 과장할수록 힘이 붙지만 몸이 받아 줄 수 있는 데까지다. (선의 길이를 키로 삼아 머리 중심 6.5%, 목 아래 18.2%, 골반 47%, 무릎 71.5%, 발목 96.1% 자리에 관절을 놓는 교육용 모형이다. 몸통 55°는 판정을 위한 이 책의 어림값이다.)

선 하나가 바뀌면 어깨와 골반의 기울기, 팔과 노는 다리의 방향이 따라 바뀐다. 동작선이 크로키의 첫 획이 되는 이유다. 반대로 동작선 없이 머리부터 내려오면 몸통은 대개 수직으로, 어깨와 골반은 수평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아는 "차렷 자세"가 손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동작선은 척추가 아니다 동작선은 뼈를 따라 그은 선이 아니라 동작의 기세를 요약한 선이다. 그래서 등을 따라 갈 때도 있고 배 쪽을 지날 때도 있으며, 팔이나 다리 하나를 지나갈 때도 있다(손을 뻗는 동작이라면 지지발에서 손끝까지가 한 줄이 된다). 디즈니 애니메이터 월트 스탠치필드(Walt Stanchfield)의 강의를 엮은 『드론 투 라이프』(Drawn to Life, 2009)는 몸의 한쪽은 늘어나고 반대쪽은 접힌다는 점, 곧 곧은 선과 굽은 선이 짝을 이룬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한 동작에 동작선이 하나뿐이라는 법도 없다. 다만 30초 크로키라면 가장 큰 한 줄을 고르는 편이 낫다.

무게중심과 지지 기저

동작선이 기세라면, 그 기세가 바닥에 어떻게 서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무게다. 몸의 모든 부분의 무게를 한 점에 모았다고 칠 때 그 점을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이라고 한다. 바르게 선 어른의 무게중심은 골반 안, 키의 55% 안팎 높이에 있다. 바닥에 닿은 발들을 둘러싼 넓이는 지지 기저(Base of support)다. 가만히 서 있으려면 무게중심에서 수직으로 내린 선이 지지 기저 안에 떨어져야 한다.

무게중심은 몸을 여러 토막(머리, 몸통, 위팔, 아래팔, 손, 넓적다리, 종아리, 발)으로 나눠 각 토막의 무게와 위치를 평균하면 구할 수 있다.

$$\bar{x} = \frac{\sum_i m_i\,x_i}{\sum_i m_i}$$
\(m_i\): 토막의 질량, \(x_i\): 그 토막의 질량 중심 위치, \(\bar{x}\): 몸 전체의 무게중심. 손에 든 책도 토막 하나로 더한다. 이 책의 마네킹은 머리·목 8.1%, 몸통 49.7%, 위팔 2.8%, 아래팔 1.6%, 손 0.6%, 넓적다리 10%, 종아리 4.65%, 발 1.45%(한쪽 기준)를 쓴다.

아래 시뮬레이터의 마네킹은 몸무게 60 kg이다. 오른쪽 손(화면 오른쪽)에 책을 들게 하고, 손잡이를 끌어 팔을 움직이며, 몸통을 기울여 균형을 맞춘다. 바닥의 초록 띠가 지지 기저, 검은 기호가 무게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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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중심 위에 서기

손과 든 발을 끈다
무게중심 위치—
기저 가장자리까지—
판정—
해볼 것: ① "두 발로"에서 책 무게를 6 kg으로 올린다. 팔을 내린 채면 무게중심이 책 쪽으로 1.7 cm쯤 옮겨 갈 뿐 넘어지지는 않는다. 몸통을 −4°(책 반대쪽)로 기울이면 무게중심이 거의 가운데로 돌아온다.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이 반대쪽으로 기우는 이유다. ② 손잡이를 끌어 책을 든 팔을 옆으로 쭉 뻗고 15 kg으로 올린다. 두 발로 서 있어도 무게중심이 기저 밖으로 나간다. ③ "한 발로"로 바꾼다. 노는 발을 들어 올린 것만으로 무게중심이 지지발 밖으로 나가 넘어진다. 몸통을 −12°보다 더 기울여야 겨우 선다. 노는 발을 끌어 몸 쪽으로 붙여도 여유가 생긴다. (앞에서 본 평면 모형이다. 앞뒤 균형은 다루지 않는다. 토막 길이는 Drillis·Contini의 비율, 질량은 Dempster의 자료를 Winter(2009)에서 옮겨 둥글린 교육용 근사다. 책은 손에 매달린 한 점으로 셈한다.)

그림을 그릴 때 무게중심을 계산할 수는 없다. 대신 크로키 강사들이 오래 써 온 요령이 있다. 쇄골 사이의 오목한 곳(목 아래 패인 곳)에서 수직선을 내리는 것이다. 이 선을 다림줄(Plumb line)이라고 부른다. 한 다리에 무게를 실은 사람이라면 다림줄은 그 발 위나 아주 가까이에 떨어지고, 두 발에 고르게 섰다면 두 발 사이에 떨어진다. 다림줄은 무게중심 자체가 아니라 그 대용품이다. 상체가 크게 기울거나 팔에 무거운 것을 들면 둘이 어긋나므로, 그럴 때는 몸 전체의 덩어리가 어느 쪽으로 쏠렸는지를 함께 본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호쿠사이 망가 6편의 펼친 두 쪽. 왼쪽 쪽에서는 긴 봉을 든 남자가 한 발로 서서 다른 발을 높이 차올리고, 그 아래에서 목검을 머리 위로 든 남자가 막아 선다. 두 사람이 앉아서 구경한다. 오른쪽 쪽에서는 한 남자가 봉을 앞으로 길게 찌르며 다리를 넓게 벌리고, 다른 남자는 몸을 숙여 봉을 받으며, 정장한 무사가 앉아 지켜본다.
그림 2. 가쓰시카 호쿠사이, 『호쿠사이 망가』 6편 중 봉술 장면, 19세기 초. 『호쿠사이 망가』는 1814년부터 여러 편으로 나온 그림본으로, 사람과 동물의 온갖 동작을 모아 화가 지망생들이 보고 익히게 했다. 6편은 활쏘기, 창, 봉 같은 무술 장면이 많다. 왼쪽 위에서 발을 차올린 사람은 지지발 하나 위에 몸을 세웠다. 머리, 골반, 디딘 발이 거의 한 수직선에 놓여 있어서 순간인데도 안정되어 보인다. 오른쪽 위에서 봉을 찌르는 사람은 다리를 넓게 벌려 지지 기저를 길게 만들고, 그 위로 몸을 앞으로 실었다. 앉은 구경꾼들은 땅에 닿은 넓이가 넓어 가장 안정되어 보인다. 무게와 지지면만 바꿔서 세 가지 정도의 긴장을 한 장면에 담았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Rogers Fund, 1931), 목판 인쇄 책, 종이에 먹. 이미지는 소장처의 기록 사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무게중심의 숫자는 어디서 왔나 이 장의 토막 무게는 미국의 인체공학자 윌프리드 템프스터(Wilfrid T. Dempster)가 1955년 미 공군 보고서에서 낸 시신 측정 자료를, 생체역학자 데이비드 윈터(David A. Winter)가 교과서 『생체역학과 인간 운동 제어』(Biomechanics and Motor Control of Human Movement, 4판 2009)에 정리한 표에서 가져왔다. 토막 길이는 같은 책이 소개한 드릴리스·콘티니(Drillis, Contini)의 키 대비 비율이다. 소수의 성인 남성을 잰 옛 자료라서 나이, 성별, 체형에 따라 실제 값은 다르다. 이 책은 이 값을 "몸무게의 절반 가까이가 몸통에 있고, 팔 하나는 몸무게의 5% 정도"라는 감을 잡는 데만 쓴다. 다른 장의 등신 규범이 그렇듯(11장), 이 숫자도 평균인의 몸을 정해 주지 않는다.
연필 다림줄로 무게 찾기 잡지나 신문에서 서 있는 사람, 걷는 사람, 무언가를 든 사람의 사진을 다섯 장 고른다. 연필 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고 늘어뜨리면 연필이 수직이 된다. 그 연필을 사진 위 쇄골 사이 오목한 곳에 대고 수직선을 그어, 선이 어느 발에 떨어지는지 표시한다. 그다음 사진을 덮고 같은 사람을 1분 안에 그린다. 그릴 때도 다림줄을 먼저 긋고, 그 선이 떨어지는 자리에 지지발을 놓는다. 걷는 사람의 사진에서는 다림줄이 두 발 사이 어딘가, 또는 앞발보다 앞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진은 따로 모아 둔다. 넷째 절에서 다시 쓴다.

콘트라포스토: 엇갈린 두 선

두 발에 고르게 서 있던 사람이 한 다리에 무게를 실으면 몸에 정해진 순서의 변화가 일어난다. 무게를 받은 다리 쪽 골반이 올라가고, 반대쪽 골반은 내려간다. 그러면 몸통은 그대로 두면 노는 다리 쪽으로 쓰러지므로, 허리가 휘어 어깨를 반대로 되돌린다. 결과적으로 골반선과 어깨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운다. 이 엇갈림을 이탈리아어로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곧 "맞세워 놓음"이라고 부른다.

서양 조각에서 이 자세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나타났다. 기원전 480년 무렵의 「크리티오스의 소년」(Kritios Boy,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이른 예로 꼽히고, 기원전 5세기 중반 폴리클레이토스의 「창을 든 사람」(Doryphoros)은 이 자세를 비례 규범과 함께 체계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원작은 전하지 않고 로마 시대의 대리석 복제가 남았다. 비례 규범은 11장). 르네상스 때 도나텔로와 미켈란젤로가 이 자세를 다시 살렸고, 이름도 그때 붙었다. 인도 조각에는 무릎, 허리, 목에서 세 번 꺾는 삼굴(Tribhanga) 자세가 있어서, 불교 조각을 따라 동아시아의 보살상에도 허리를 한쪽으로 튼 자세가 전해졌다. 몸무게를 한 다리에 실은 사람의 엇갈림은 여러 문화가 각자 관찰하고 저마다의 양식으로 다듬은 것이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체중을 한 다리로 옮겨 본다. "어깨 반응"은 어깨가 골반과 얼마나 반대로 기우는지를 정한다. +1이면 보통의 콘트라포스토, 0이면 어깨가 골반을 따라 그대로 기울고, 음수면 같은 방향으로 더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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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포스토: 골반과 어깨의 엇갈림

골반선—
어깨선—
지지발 하중—
다림줄(지지발에서)—
판정—
해볼 것: ① 체중을 0%로 내린다. 골반과 어깨가 수평이고 두 발이 무게를 반씩 나눈다. 다시 100%로 올리면 골반이 9°, 어깨가 반대로 7.2° 기울고 지지발이 무게의 89%를 받는다. 다림줄은 지지발 한가운데에서 1 cm 안쪽에 떨어진다. ② 어깨 반응을 0으로 내린다. 몸통이 골반을 따라 노는 다리 쪽으로 기울어 다림줄이 지지발에서 8.5 cm 벗어나고, 지지발 하중이 73%로 떨어진다. −1까지 내리면 57%다. "한 다리에 기댄" 자세라는 말이 거짓이 된다. ③ 어깨 반응을 +1.5까지 올린다. 하중은 98%로 더 실리지만 어깨가 10.8°나 꺾여 패션 일러스트나 만화처럼 과장된 S자가 된다. 쓰임에 따라 고르는 값이다. (앞모습 평면 모형. 골반 기울기는 체중 100%에서 9°로 둔 이 책의 어림값이고 실제 사람마다 다르다. 두 발 하중은 무게중심 위치로 나눈 지렛대 규칙의 몫이다.)

어깨 반응을 0이나 음수로 내렸을 때 마네킹이 어색해 보인 것은 해부학 지식 때문이 아니다. 눈은 그림 속 몸이 서 있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거의 즉시 알아챈다. 그래서 콘트라포스토 그림의 첫 두 획은 서로 반대로 기운 어깨선과 골반선이고, 셋째 획이 지지발로 내리는 다림줄이다. 세 획이 맞으면 나머지 선이 다소 틀려도 그림은 선다.

쐐기 두 개로 시작한다 도경은 모임 첫날 사람들에게 어깨와 골반을 두 개의 쐐기(넓은 쪽과 좁은 쪽이 있는 사다리꼴)로 그리게 한다. 무게를 받은 쪽에서 골반 쐐기와 어깨 쐐기의 거리가 가까워지고(옆구리가 접히고), 노는 다리 쪽에서 멀어진다(옆구리가 늘어난다). 접힌 옆구리 쪽은 선을 짧고 각지게, 늘어난 쪽은 길고 매끈하게 긋는다. 동작선이 몸 전체의 기세라면 두 쐐기는 그 기세가 몸통 안에서 어떻게 비틀렸는지를 보여 준다. 모델이 옷을 입었다면 허리띠와 어깨 솔기가 쐐기의 기울기를 그대로 알려 준다.

어느 순간을 그릴까

그림은 움직임의 한 순간만 담는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을 골라야 움직임이 가장 잘 전해질까. 독일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은 『라오콘』(Laokoon, 1766)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시와 달리 그림과 조각은 한 순간만 보여 줄 수 있으므로, 앞뒤를 상상하게 만드는 가장 "풍부한" 순간을 골라야 하며 그것은 대개 절정 자체가 아니라 절정 직전이다. 절정을 보여 주면 상상할 것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흔히 함축적 순간(Pregnant moment)이라고 불린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걷기와 던지기 두 동작의 한 주기를 옆에서 본다. 가로로 끌거나 위쪽 필름 띠를 눌러 시간을 옮기며, 어느 순간이 "움직이는 중"으로 읽히는지 본다. 빨간 선은 동작선, 초록 띠는 지지 기저, 검은 기호는 무게중심이다. 필름 띠 위의 빨간 삼각형은 흔히 그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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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어느 순간을 고를까

가로로 끌어 시간을 옮긴다
단계—
무게중심 여유—
동작선 휨—
읽히는 것—
해볼 것: ① "던지기"의 처음(준비)과 끝(회복)을 본다. 무게중심이 발 위에 있고 동작선도 거의 곧아서, 던지기 전인지 후인지 그림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② 45%(힘을 모은 순간)로 옮긴다. 공을 든 팔이 머리 뒤로 젖혀지고 앞발이 막 디뎠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나 안다. 60%(놓는 순간)와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던질 것 같은지" 본다. ③ "걷기"로 바꿔 한 주기를 훑는다. 두 다리가 모이는 "지나감"은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두 발이 앞뒤로 벌어진 "접지"가 걷는 사람으로 읽힌다. 무게중심이 지지 기저 밖으로 나가는 순간은 붉게 표시된다. 걷기는 넘어지려는 몸을 앞발이 받는 일의 반복이다. (옆모습 평면 모형. 열쇠 자세 사이를 매끄럽게 이었다. 걷기의 네 열쇠 자세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쓰는 접지·내려앉음·지나감·올라감 나눔을 따랐고, 각도는 이 책이 정한 어림값이다.)

무게중심이 지지 기저 밖에 있는 그림이 늘 틀린 그림은 아니다. 가만히 선 사람이라면 넘어지는 그림이지만, 걷거나 뛰거나 던지는 사람이라면 그 불균형이 곧 움직임이다. 앞 절의 "직접 해 보기"에서 따로 모아 둔 사진들이 그렇다. 정지한 자세에서는 다림줄을 지지발 위에 맞추고, 움직이는 자세에서는 일부러 어긋나게 둔다. 규칙을 언제 깨는지 아는 것이 규칙의 쓸모다.

순간을 골랐으면 그 순간이 윤곽만으로 읽히는지 확인한다. 그림을 검게 칠해 실루엣만 남겼을 때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가를 보는 실루엣 시험(Silhouette test)이다. 애니메이션 작법서들이 흔히 권하는 점검인데, 크로키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앞에서 본 독서안 읽힘옆에서 본 독서읽힘앞에서 본 책 나르기안 읽힘옆에서 본 책 나르기읽힘
그림 3. 같은 동작, 다른 방향의 실루엣. 앞에서 본 독서와 책 나르기는 팔과 책이 몸통 윤곽 안에 묻혀, 실루엣만으로는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옆에서 보면 숙인 고개와 펼친 책, 뒤로 젖힌 몸통과 앞에 든 책 더미가 윤곽에 드러난다. 크로키를 할 때 모델 주위를 돌며 자리를 고르는 이유다. 그렇다고 앞모습이 틀린 것은 아니다. 표정이 중요하다면 실루엣을 조금 양보하고 앞을 고를 수도 있다.

30초, 2분, 10분: 시간이 정하는 순서

크로키 모임은 보통 짧은 포즈에서 시작해 점점 길게 간다. 30초나 1분 포즈를 여러 번, 그다음 2분, 5분, 마지막에 10분 이상의 포즈를 한두 번 하는 식이다. 짧은 포즈는 손을 풀고 큰 것만 잡게 만들고, 긴 포즈는 그 위에 부피와 윤곽을 쌓게 한다. 시간이 다르면 그리는 양이 아니라 그리는 순서가 중요해진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같은 사람을 두 가지 순서로 그린다. 왼쪽은 동작선 → 덩어리 → 어깨선·골반선 → 팔다리 막대 → 손발의 자리 → 부피 → 윤곽 → 명암 → 얼굴 순서, 오른쪽은 얼굴부터 공들여 아래로 내려가는 순서다. 시간 막대를 움직여 30초, 2분, 10분에서 각각 무엇이 남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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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예산과 그리는 순서

큰 것부터—
세부부터—
해볼 것: ① 30초에 둔다. 왼쪽은 동작선과 머리·흉곽·골반의 덩어리, 어깨선까지 그려져 이미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보인다. 오른쪽은 공들인 얼굴과 머리카락뿐이다. ② 2분으로 올린다. 왼쪽은 팔다리와 손발 자리를 지나 부피를 쌓기 시작했고, 오른쪽은 이제 몸통을 내려오는 중인데 차렷 자세다. ③ 10분 끝까지 올린다. 오른쪽도 다 그렸지만 머리가 크고 몸이 뻣뻣하며 발은 종이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 전체의 자리를 잡지 않으면 흔히 생기는 일이다. 왼쪽은 마지막 3분이 되어서야 얼굴을 그린다. (단계별 시간 배분은 이 책이 정한 예시이고, 오른쪽 그림은 흔한 결과를 흉내 낸 것이다. 사람마다 순서와 속도는 다르다.)

"큰 것부터"는 언제 멈춰도 그림이 성립하는 순서다. 30초에 멈추면 30초짜리 그림이, 10분에 멈추면 10분짜리 그림이 된다. "세부부터"는 끝까지 가야만 성립하고, 끝까지 가도 전체의 비례와 자세를 맞추기 어렵다. 그렇다고 세부부터 그리는 화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상을 오래 볼 수 있는 정물이나 초상에서는 한 부분에서 시작해 이웃한 부분을 재며 넓혀 가는 방식도 쓴다(2장의 측정). 움직이는 사람 앞에서는 그 시간이 없을 뿐이다.

에드가 드가의 연필 소묘. 분홍빛이 바랜 종이에 발레 연습복을 입은 무희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오른손을 뻗어 들어 올린 발의 슬리퍼를 고친다. 왼팔은 뒤로 뻗어 무언가를 짚었다. 치마는 몇 개의 빠른 선으로만 그렸고, 종이 전체에 옮겨 그리기 위한 격자가 연하게 그어져 있다.
그림 4. 에드가 드가, 「슬리퍼를 고치는 무희」, 1873. 숙인 머리에서 등을 지나 뻗은 팔과 들어 올린 다리까지 한 줄의 큰 C자가 화면을 가로지른다. 얼굴과 어깨는 꼼꼼히 그렸지만 치마는 몇 개의 빠른 선으로 남겨 두었다.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가 보인다. 종이 위의 격자는 이 소묘를 다른 화면에 옮겨 그리기 위한 것이다(squared for transfer). 드가는 이런 연습실 소묘를 여러 장 모아 두었다가 유화와 파스텔의 인물로 다시 썼다. 빠른 소묘가 "버리는 연습"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H. O. Havemeyer Collection, Bequest of Mrs. H. O. Havemeyer, 1929), 분홍 종이(지금은 바램)에 흑연, 검정·흰 분필로 강조.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30초 크로키 열 장 휴대폰 타이머를 30초에 맞추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30초마다 자세를 바꿔 달라고 부탁한다(혼자라면 공원 벤치나 정류장의 사람들을 멀리서 그린다. 얼굴을 알아볼 만큼 그릴 필요는 없다). A4 종이 한 장에 네 명씩, 연필을 눕혀 쥐고 선을 끊지 않으려고 애쓴다. 순서는 하나만 지킨다. 머리 꼭대기에서 지지발까지 동작선 한 획, 그다음 머리·흉곽·골반의 덩어리, 시간이 남으면 팔다리. 30초가 지나면 그리던 중이라도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열 장을 마친 뒤 실루엣 시험처럼 그림을 멀리 놓고 동작이 읽히는 것과 안 읽히는 것을 나눈다. 안 읽히는 그림에는 대개 동작선이 없거나 차렷 자세로 펴져 있다.

붓 한 번의 움직임: 동아시아의 인물

동작을 몇 개의 선으로 요약하는 일은 서양 크로키만의 것이 아니다. 조선 후기의 화가 김홍도의 『단원 풍속도첩』(보물, 국립중앙박물관)에 실린 「씨름」은 가운데에서 맞붙은 두 사람과 그들을 둥글게 둘러싼 구경꾼들로 짜여 있다. 한 사람이 상대를 들어 올리는 승부의 순간을 골랐고, 두 씨름꾼의 기울어진 몸이 무게가 어느 쪽으로 넘어가는지를 말해 준다. 둘레의 구경꾼들은 앉은 자세라 안정되고, 그 정지가 가운데의 움직임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앞 절의 호쿠사이 그림처럼 움직이는 몸과 멈춘 몸을 한 화면에 둔 구성이다.

중국 남송의 양해(梁楷)는 몇 번의 넓은 먹 붓질로 인물을 그리는 감필(減筆) 화풍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으로 전하는 「발묵선인도」(潑墨仙人圖,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는 비틀거리는 신선을 먹 덩어리 몇 개로만 그렸는데, 무거운 배와 앞으로 쏠린 걸음이 한눈에 읽힌다. 세부를 덜어 낼수록 동작의 기세만 남는다는 점에서, 30초 크로키가 도달하려는 곳과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다만 감필은 오랜 연습 끝에 고른 획을 남기는 양식이고, 크로키는 빨리 그려야 해서 줄인 것이니 출발점은 다르다. 앞의 『호쿠사이 망가』가 한 쪽에 여러 동작을 모은 것도, 동작을 모아 익히는 그림본의 전통에 속한다.

제스처 실험대

이제 앞의 도구를 한자리에 모은다. 왼쪽(좁은 화면에서는 위)의 마네킹은 머리, 가슴, 골반, 두 손목, 두 발목의 손잡이로 자세를 잡는다. 앞모습에서는 작은 손잡이 두 개로 어깨선과 골반선의 기울기도 바꾼다. 동작선, 무게중심과 지지 기저, 어깨·골반선을 켜고 끄며 자세를 점검한다.

오른쪽(아래)은 종이다. "30초"나 "2분"을 누르면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그동안 종이 위를 끌어 모델을 크로키한다. 시간이 끝나면 더 그릴 수 없고, 내 그림의 크기에 맞춘 모델의 동작선이 점선으로 겹쳐진다. 타이머 없이 연습으로 그려도 된다.

SIMULATOR

제스처 실험대: 자세 잡기와 크로키

모델의 손잡이를 끌고, 종이 위에 그린다
어깨선—
골반선—
무게중심 여유—
동작선 휨—
남은 시간—
해볼 것: ① "서기"에서 골반 손잡이를 옆으로 끌어 한 발 위에 놓고, 작은 손잡이로 골반선과 어깨선을 서로 반대로 기울인다. 어깨선 칸에 "엇갈림"이 뜨고 무게중심이 그 발 위로 간다. 콘트라포스토를 손으로 만든 것이다. ② "손 뻗기"에서 위로 뻗은 손목을 더 멀리 끈다. 무게중심 여유가 줄다가 붉게 바뀌면, 그 사람은 서가를 붙잡고 있어야만 서 있을 수 있다. 손끝이 서가에 닿게 그릴지, 몸을 반대로 기울일지 정한다. ③ "무작위 자세"를 누르고 "30초 크로키"로 그린다. 끝난 뒤 점선(모델의 동작선)과 내 첫 획을 비교한다. 휨의 방향이 같은가, 기울기가 비슷한가. 세 번 반복한 뒤 "2분 크로키"로 같은 자세를 다시 그린다. (평면 마네킹 모형. 팔다리는 손목·발목 목표를 따라가는 두 마디 역운동학으로 놓는다. 관절이 실제로 꺾일 수 있는 범위는 검사하지 않는다(12장). 그린 선은 이 브라우저 화면에만 있고 저장되지 않는다.)
모임의 순서표 도경의 토요일 모임은 늘 같은 순서로 간다. 몸풀기로 30초 포즈 열 번, 1분 다섯 번, 2분 다섯 번, 쉬고 나서 5분 두 번, 마지막에 20분 하나. 모델은 회원들이 돌아가며 서고, 짧은 포즈일수록 크게 움직이는 자세(비틀기, 뻗기, 웅크리기)를, 긴 포즈일수록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세(기대 서기, 앉기)를 고른다. 짧은 포즈에서는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틀린 선 위에 새 선을 겹쳐 긋고 넘어간다. 도경은 30초 크로키를 잘 그리는 날보다 망친 날이 많다고 말한다. 망친 그림이 쌓여야 손이 다음 동작을 먼저 찾는다는 것이다.

서윤의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13장

얼굴만 남은 스무 장

5월 셋째 토요일, 서윤은 처음으로 도경의 드로잉 모임에 끝까지 남았다. 서점 2층의 긴 탁자에 여섯 명이 둘러앉았고, 모델은 회원들과 서점 주인이 돌아가며 섰다. 30초 포즈 스무 번(10분), 2분 포즈 여덟 번(16분). 30초 스무 장을 넘겨 보니 열네 장에는 머리와 어깨만 있었다. 70%다. 서윤은 회사에서 화면을 설계할 때 늘 와이어프레임부터 그리면서, 사람을 그릴 때는 눈부터 그리고 있었다. 도경은 서윤의 종이를 한참 보더니 연필로 한 장의 구석에 휘어진 선 하나를 그었다. "얼굴은 마지막이야. 먼저 선 하나, 그다음 발."

2분 포즈부터 서윤은 순서를 바꿨다. 머리 꼭대기에서 지지발까지 한 획, 그다음 어깨와 골반의 쐐기 두 개, 다림줄. 그림은 거칠어졌지만 여덟 장 모두 몸 전체가 종이 안에 들어왔다. 모임이 끝난 뒤 서윤은 1층에서 책을 고르는 손님들을 멀리서 그렸다. 진짜 손님은 포즈를 잡아 주지 않아서 30초도 길었다. 그날 모은 크로키는 마흔 장이 넘었다. 이 가운데 「골목 산책」에 넣을 세 점을 고르는 기준을 정했다.

첫째, 검게 칠해도 무엇을 하는지 읽혀야 한다(실루엣 시험). 둘째, 동작선이 한 획으로 읽혀야 하고, 세 점의 동작선은 서로 달라야 한다. 책자를 넘길 때 같은 자세가 되풀이되지 않게 I, C, S를 하나씩 둔다. 셋째, 멈춘 자세는 다림줄이 지지발 위에 떨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은 그림은 움직이는 순간일 때만 쓴다. 넷째, 서점에서 하는 일이 보여야 한다. 다섯째, 완성도보다 동작을 본다. 30초짜리도 뽑을 수 있다.

서윤의 선택은 이렇다. C는 위 칸의 책에 손을 뻗은 대학생(30초). 이 책의 마네킹 모형으로 같은 자세를 재면 무게중심이 지지발 가장자리에서 0.7 cm 안쪽에 겨우 걸린다. 그래서 손끝이 서가에 닿은 것으로 그리기로 했다. S는 서가 기둥 옆에서 한 다리에 기대 책을 읽는 노신사(2분). 모형으로는 골반선 9°, 어깨선이 반대로 7.2° 기울고 지지발이 무게의 89%를 받으며, 다림줄은 지지발 한가운데에서 0.9 cm 안에 떨어진다. I는 책 다발을 한 손에 들고 나가는 단골(30초). 6 kg짜리 다발을 들고 몸을 곧게 세우면 무게중심이 책 쪽으로 1.7 cm 옮겨 가는데, 그 단골은 몸 전체를 반대쪽으로 4°쯤 기울여 거의 가운데(0.2 cm)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 서윤은 이 기울기를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무거운 짐이 그림에서 무겁게 읽히는 것은 그 4° 덕분이다.

도경은 노신사 그림을 보고 웃었다. "얼굴은 없는데 누군지 알겠네." 그 노신사는 서점의 30년 단골이었다.

이 장에서 정한 것책자에 넣을 손님 크로키 세 점과 고르는 기준 다섯 가지(실루엣으로 읽힘, 한 획의 동작선과 세 점의 I·C·S 배분, 멈춘 자세의 다림줄은 지지발 위, 서점의 일이 보임, 완성도보다 동작). 고른 세 점: 손을 뻗은 대학생(C, 30초, 무게중심 여유 0.7 cm라 손끝을 서가에 닿게), 기대어 읽는 노신사(S, 2분, 골반 9° · 어깨 7.2° 엇갈림, 지지발 하중 89%), 책 다발을 든 단골(I, 30초, 6 kg에 반대쪽 4° 기울기). 앞으로 사람을 그릴 때 순서는 동작선 → 쐐기 두 개 → 다림줄 → 팔다리 → 얼굴.
아직 남은 문제크로키는 연필 선이라 펜으로 그린 다른 그림들과 결이 다르다. 그리고 크로키 속 사람들은 배경 없이 떠 있다. 서점 외관 그림에 사람을 세우려면 눈높이와 원근에 맞는 크기와 자리가 필요하고, 해가 만드는 그림자도 함께 맞아야 한다.
다음 단계14장: 서점 외관 장면에 눈높이, 소실점, 해, 사람을 한꺼번에 놓고 최종 밑그림을 세운다.

핵심 정리

  1. 크로키(제스처 드로잉)는 모델이 어떻게 생겼는지보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잡는 연습이다. 기호로 아는 사람 모양은 동작을 담지 못한다.
  2. 첫 획은 머리에서 지지발까지 몸을 꿰는 동작선이다. I(기울기), C(한 번 휨), S(두 번 휨)로 나눠 보면 고르기 쉽고, 과장은 몸이 받아 줄 수 있는 데까지다.
  3. 가만히 선 몸은 무게중심이 지지 기저 안에 있어야 한다. 그림에서는 목 아래 오목한 곳에서 내린 다림줄을 대용으로 쓴다. 짐을 든 사람은 반대쪽으로 기울어 균형을 맞춘다.
  4. 한 다리에 체중을 실으면 지지 다리 쪽 골반이 올라가고 어깨는 반대로 기운다(콘트라포스토). 어깨가 골반을 따라 기울면 몸이 쓰러지는 쪽으로 보인다.
  5. 움직임은 앞뒤를 상상하게 하는 순간(힘을 모은 순간, 걷기의 접지)에서 가장 잘 읽힌다. 움직이는 몸에서는 무게중심이 지지 기저 밖에 있는 것이 오히려 움직임이 된다. 실루엣 시험으로 읽힘을 점검한다.
  6. 시간이 짧을수록 순서가 중요하다. 큰 것부터 그리면 언제 멈춰도 그림이 성립하고, 세부부터 그리면 끝까지 가도 자세와 비례가 흔들리기 쉽다.

확인 퀴즈

1. 모델이 30초마다 자세를 바꾸는 크로키에서 첫 획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30초 안에는 몸 전체의 기세를 먼저 잡아야 한다. 동작선을 그으면 어깨선·골반선의 기울기와 지지발의 자리가 따라 정해지고, 언제 멈춰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읽힌다. 얼굴부터 그리면 시간이 끝났을 때 얼굴만 남기 쉽고, 윤곽선을 한 바퀴 도는 것은 2장의 느린 연습에 가깝다.

2. 오른쪽 다리에 체중을 거의 다 실은 채 서 있는 사람을 앞에서 그린다. 어깨선과 골반선은 대개 어떻게 기우는가?

무게를 받은 다리 쪽 골반이 올라가고 노는 다리 쪽이 내려간다. 몸통이 그대로 따라가면 노는 다리 쪽으로 쓰러지므로 허리가 휘어 어깨를 반대로 되돌린다. 그래서 어깨선은 골반선과 반대로 기운다(콘트라포스토). 시뮬레이터에서 어깨 반응을 0이나 음수로 내리면 지지발 하중이 89%에서 73%, 57%로 떨어지며 몸이 쓰러지는 쪽으로 보였다.

3. 한 발로 선 사람을 그렸는데, 목 아래 오목한 곳에서 내린 다림줄이 지지발에서 20 cm쯤 벗어난 자리에 떨어진다. 가장 알맞은 판단은?

정지한 몸은 무게중심이 지지 기저 안에 있어야 서 있다. 다림줄은 그 대용품이다. 하지만 걷기와 던지기 시뮬레이터에서 본 것처럼 움직이는 몸은 넘어지려는 순간을 다음 발이 받아 내며 나아가므로, 무게중심이 기저 밖에 있는 순간이 오히려 움직임을 보여 준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에 따라 같은 어긋남이 실수가 되기도 하고 표현이 되기도 한다.

4. 레싱의 "함축적 순간"의 생각에 따라 공을 던지는 사람을 한 장으로 그린다면 어느 순간이 가장 알맞은가?

레싱은 그림이 한 순간만 보여 줄 수 있으므로 앞뒤를 상상하게 하는 순간, 대개 절정 직전을 고르라고 했다. 힘을 모은 순간에는 몸이 크게 휘어 있고 다음에 일어날 일이 분명하다. 준비 자세와 회복 자세는 동작선이 곧고 무게가 발 위에 있어 멈춘 사람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