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미술사를 읽는 세 렌즈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그림 한 점 앞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제목표를 읽고,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 다음 그림으로 간다. 이름과 연도는 남지만 그림은 남지 않는다. 이 장은 그림 앞에서 무엇을 볼지 세 가지 렌즈, 곧 색, 구도, 기법을 정하고, 거기에 "왜 그렇게 그렸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더한다. 그리고 앞으로 열한 장 동안 고대 이집트에서 19세기 말의 파리, 송나라의 산수와 조선의 진경, 에도의 판화까지 같은 렌즈로 읽어 갈 준비를 한다.

그림 앞의 3초

아래 그림을 3초만 보고 눈을 감아 본다. 무엇이 남는가. 대부분은 "노란 밀밭", "나무 아래 쉬는 사람들" 정도를 기억한다. 이번에는 30초 동안 보되, 세 가지를 차례로 묻는다. 어떤 색들이 얼마나 넓게 칠해졌나.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은 어떻게 나뉘고, 눈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나. 무엇으로, 얼마나 두껍게, 어떤 붓질로 칠했나.

피터르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 노랗게 익은 밀밭에서 농부들이 낫으로 밀을 베고, 오른쪽 아래 배나무 그늘에서는 몇 사람이 앉아 점심을 먹거나 누워 쉰다. 왼쪽 위로 마을과 호수, 먼 바다가 푸르게 펼쳐진다.
그림 1. 피터르 브뤼헐, 「추수하는 사람들」, 1565. 색으로 보면 화면의 절반 가까이가 따뜻한 노랑이고, 먼 곳으로 갈수록 푸르고 옅어진다. 구도로 보면 오른쪽 아래의 나무 그늘이 가장 어두운 덩어리이고, 밀밭의 사선이 눈을 왼쪽 위 먼 풍경으로 끈다. 기법으로 보면 참나무 판에 유화 물감으로 그렸다. 원래 계절을 그린 연작의 한 점으로 알려져 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Rogers Fund, 1919), 참나무 판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세 질문은 이 책의 세 렌즈다. 색의 렌즈(Color)는 어떤 색이 얼마나 넓게, 얼마나 밝고 짙게 쓰였는지를 본다. 구도의 렌즈(Composition)는 화면이 어떻게 나뉘고 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명암의 큰 덩어리가 어디에 놓였는지를 본다. 기법의 렌즈(Technique)는 무엇으로(템페라, 유화, 먹, 목판) 어떻게(얇게 겹쳐, 두껍게 얹어, 번지게) 그렸는지를 본다. 여기에 네 번째로 "왜"를 묻는다. 누가 주문했고, 어디에 걸렸고, 누가 보았는가. 같은 색도 교회의 촛불 아래와 시장의 진열대에서는 다른 일을 한다.

그림 한 점 색 팔레트·명도 구도 덩어리·시선 기법 재료·붓질 왜? 주문자·관객 눈으로 보고, 숫자로 확인하고 그 시대의 눈으로 한 번, 지금의 눈으로 한 번
그림 2. 세 렌즈와 하나의 질문. 색·구도·기법은 그림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실선), "왜"는 그림 밖의 기록과 연구에 기대야 하는 것이다(점선). 이 책은 앞의 셋을 시뮬레이터로 직접 재고, 넷째는 소장처 기록과 널리 받아들여진 연구로 답한다. 엇갈리는 견해는 그렇다고 밝힌다.

색의 렌즈: 팔레트를 뽑는다

그림의 색을 말로 적으면 금방 모호해진다. "따뜻한 색조", "차분한 색"은 사람마다 다르게 듣는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 사진의 픽셀을 비슷한 색끼리 몇 무리로 묶어, 그 무리의 평균색과 넓이를 띠로 보여 준다. 이렇게 뽑은 색 목록을 팔레트(Palette)라고 부른다. 원래는 화가가 물감을 짜 놓는 판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금은 한 그림이나 디자인에 쓰인 색의 묶음을 뜻하기도 한다. 묶는 방법은 ColorBook 14장에서 다룬 k-평균 군집(k-means clustering)이다. 색의 무리 수 k를 정하면, 사람 눈의 색 차이에 가깝게 만든 색 공간(OKLab)에서 서로 가까운 픽셀끼리 k개로 나눈다.

아래에서 네 그림을 바꿔 가며 k를 움직여 본다. 13세기 말 이탈리아의 금빛 성모, 17세기 네덜란드의 실내, 19세기 일본의 목판화, 11세기 중국의 먹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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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팔레트 뽑기

가장 넓은 색—
평균 채도(OKLCH C)—
따뜻한 색의 넓이—
해볼 것: ① 두초에서 k=5. 금빛 바탕과 성모의 짙은 푸른 옷, 어두운 갈색이 나뉜다. 금박은 사진에서 갈색에서 연노랑까지 넓게 흩어져 찍히므로 한 색으로 모이지 않는다. ② 곽희로 바꾼다. 평균 채도가 네 그림 중 가장 낮다. 먹 그림의 "색"은 색상보다 농담(밝기의 단계)에 있다. 이것은 10장의 주제다. ③ k를 9까지 올린다. 띠가 잘게 나뉠 뿐 새로운 사실이 늘지는 않는다. 반대로 2로 내리면 밝은 무리와 어두운 무리만 남는다. (팔레트는 소장처 사진을 가로 200픽셀로 줄여 OKLab에서 k-평균, 시드 고정으로 계산했다. 따뜻한 색은 OKLCH 색상각 0~100°·330~360°이면서 채도 0.03 이상인 픽셀의 비율이다. 이 책이 정한 기준이다.)

네 그림의 팔레트를 나란히 놓으면 시대와 매체가 바로 보인다. 두초의 금과 짙은 파랑, 페르메이르의 회백색 벽과 파랑·노랑, 호쿠사이의 프러시안 블루와 종이색, 곽희의 거의 무채색인 먹과 비단색. 하지만 이 숫자들은 그림의 색이 아니라 그림 사진의 색이다. 그 차이를 다음 절에서 직접 만든다.

팔레트는 안료 목록이 아니다 k-평균이 뽑는 색은 화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색의 평균이지, 화가가 짠 물감이 아니다. 페르메이르의 회색 벽은 회색 물감 하나가 아니라 여러 물감을 겹친 결과일 수 있고, 금박은 반사하는 빛에 따라 갈색에서 흰색까지 찍힌다. 어떤 안료를 썼는지는 소장처의 과학 조사 기록으로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기록이 있을 때만 안료 이름을 쓴다.

사진 속 색은 원작이 아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물병을 든 젊은 여인」은 세 번 걸러진 색이다. 첫째, 350여 년 동안 물감과 그 위의 바니시(Varnish)가 변했다. 바니시는 유화 표면을 보호하고 광택을 주려고 바르는 투명한 수지 막인데, 오래되면 누렇게 변해 그림 전체에 노란 필터를 씌운다. 박물관은 보존 처리 때 변색된 바니시를 걷어 내고 새로 바르기도 하므로, 같은 그림의 옛 사진과 지금 사진이 크게 다르기도 하다. 둘째, 촬영할 때의 조명과 카메라 설정이 색을 바꾼다. 셋째, 보는 사람의 모니터가 다시 바꾼다(ColorBook 1장).

아래 비교 그림에서 오른쪽 층에 두 가지 변화를 준다. 하나는 누렇게 변한 바니시 막, 다른 하나는 촬영 조명의 색온도다. 카메라는 낮빛(6,500 K)에 맞춰 둔 채라고 가정한다. 경계선을 끌어 원래 사진과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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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시와 조명이 바꾼 색

평균색 차이 ΔE2000—
평균 명도 L* (전 → 후)—
파란 픽셀의 비율 (전 → 후)—
해볼 것: ① 기본값(황변 60%)에서 경계선을 좌우로 끈다. 페르메이르의 푸른 창빛과 하얀 두건이 누런 오후빛처럼 바뀌고, 파란 픽셀의 비율이 크게 준다. 오래된 복제 도판에서 흔히 보던 "황금빛 옛 그림"의 인상은 이런 막에서도 온다. ② 황변을 0으로 두고 조명만 1,900 K(촛불 정도)로 내린다. 낮빛에 고정된 카메라에는 전체가 주황으로 찍힌다. ③ 렘브란트로 바꾸고 둘 다 끝까지 민다. 원래 어두운 그림은 차이가 덜 눈에 띄지만 ΔE는 여전히 크다. 어두운 그림일수록 바니시의 변화를 알아채기 어렵다. (바니시는 선형광에서 노란 필터를 곱하는 단순 모형, 조명은 흑체 색온도의 RGB 이득을 곱하고 밝기를 맞춘 모형이다. 실제 바니시의 광학, 안료의 퇴색, 카메라의 색 처리는 훨씬 복잡하다.)

ΔE2000이 2 안팎이면 나란히 놓았을 때 겨우 알아챌 정도이고, 10을 넘으면 다른 색이라 부를 만하다(ColorBook 3장). 그림 전체의 평균색만 비교해도 기본값에서 몇 단위가 벌어지고, 두 손잡이를 끝까지 밀면 10을 훌쩍 넘는다. 파란 픽셀의 비율처럼 특정 색만 세면 차이는 훨씬 크다. 그래서 이 책은 팔레트나 명도 분포를 비교할 때 항상 "소장처 사진에서 계산한 값"이라고 밝히고, 두 그림의 작은 색 차이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큰 차이, 예를 들어 금빛 바탕과 먹 그림의 채도 차이처럼 사진의 오차보다 훨씬 큰 것만 읽는다.

바니시만이 아니다: 물감도 변한다 어떤 안료는 빛에 바래고(일부 붉은·노란 레이크 안료), 어떤 안료는 어두워지거나 색이 바뀐다. 납을 쓴 흰색은 조건에 따라 검게 변하기도 하고, 유화의 기름은 세월이 지나면서 투명해져 밑그림이 비쳐 보이기도 한다. 동아시아의 비단 그림은 비단 자체가 갈색으로 변해 바탕색이 바뀐다. 그래서 "원래 색"은 보존 과학자도 조심스럽게 추정할 뿐이다. 이 책의 모든 색 숫자는 "지금, 이 사진에서" 잰 값이다.

구도의 렌즈: 명암 덩어리

색을 잠시 지우면 화면의 짜임이 드러난다. 화가들은 그림을 몇 개의 밝고 어두운 덩어리로 줄여 보는 습관이 있다. 이렇게 명암을 두세 단계로 줄인 그림을 일본어에서 빌려 노탄(Notan, 濃淡)이라 부른다(CompositionBook에서 무게중심과 함께 다뤘다). 아래에서 경계 명도를 움직이면 그보다 어두운 픽셀은 검정, 밝은 픽셀은 종이색이 된다. 십자 표시는 어두운 덩어리의 무게중심, 가는 선은 3분할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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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두세 덩어리로 줄이기

어두운 면적—
어두운 덩어리의 무게중심—
가장 가까운 3분할 교점까지—
해볼 것: ① 렘브란트에서 경계 20. 화면의 대부분이 검정이고, 얼굴·소매·흉상만 밝은 섬으로 남는다. 어둠이 바탕이고 빛이 사건이다(4장). ② 브뤼헐로 바꾼다. 같은 경계에서 어두운 면적은 훨씬 작고, 오른쪽 아래 나무 그늘에 몰린다. ③ 정선으로 바꾸고 3단을 고른다. 먹이 짙은 바위 덩어리와 옅은 안개, 종이의 여백이 세 층으로 갈린다. 경계를 90 가까이 올리면 종이의 얼룩까지 검게 되어 화면이 무너진다. (명도는 픽셀의 CIELAB L*. 3단은 경계 L*와 그보다 25 높은 값으로 나눈다. 무게중심은 어두운 픽셀 좌표의 평균이며 화면 폭·높이에 대한 비율로 적는다.)

무게중심이 3분할 교점 가까이 온다고 좋은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렘브란트의 밝은 덩어리는 오히려 화면 가운데에 모여 있고, 정선의 바위는 화면 위쪽을 거의 다 채운다. 3분할은 구도를 읽는 자이지, 명작의 조건이 아니다. 이 책은 격자와 무게중심을 "재는 도구"로 쓰고, 그 값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는 그때마다 따져 본다.

미술관에서 눈을 가늘게 뜬다 한도경은 미술관에서 그림 앞에 서면 먼저 두세 걸음 물러나 눈을 가늘게 뜬다. 윤곽이 흐려지면서 명암의 큰 덩어리만 남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가장 어두운 곳, 가장 밝은 곳"을 하나씩 짚고, 둘이 어디서 맞닿는지를 본다. 그다음에야 가까이 다가가 얼굴과 손을 본다. 휴대폰 카메라의 흑백 필터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사진은 노출을 제멋대로 맞추므로 어두운 그림은 실제보다 밝게 찍힌다.

기법의 렌즈: 가까이 보기

같은 노랑도 무엇으로 칠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달걀노른자에 안료를 갠 템페라(Tempera)는 빨리 마르므로 가는 붓질을 촘촘히 겹쳐 칠한다. 기름에 갠 유화(Oil painting)는 천천히 말라 섞고 번지게 하거나 얇은 투명층을 겹칠 수 있다. 목판화는 판마다 한 색을 찍어 경계가 또렷하고, 먹은 물의 양으로 짙고 옅음을 만든다. 이런 차이는 그림을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 볼 때 드러난다.

아래 돋보기를 그림 위로 끌어 본다. 배율을 올리면 소장처 사진의 한 픽셀이 실제 그림에서 몇 밀리미터인지가 함께 나온다. 실제 크기는 소장처가 기록한 작품 크기에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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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붓질과 판 보기

돋보기를 끈다
돋보기 안의 실제 폭—
사진 1픽셀 = 실제—
재료(소장처 기록)—
해볼 것: ① 두초의 성모 얼굴 둘레, 금빛 바탕과 옷의 경계에 돋보기를 댄다. 금박 위의 갈라짐과 템페라의 가는 붓질 결이 보인다. ② 호쿠사이의 파도 끝으로 옮긴다. 판으로 찍은 색 면의 경계가 칼로 판 것처럼 또렷하다. 손으로 칠한 경계와 비교해 본다. ③ 쇠라로 바꾸고 배율을 12까지 올린다. 사진 1픽셀이 실제로 약 1 mm여서 쇠라의 색점이 픽셀로 뭉개진다. 이것이 이 사진으로 볼 수 있는 한계다. 원작 앞에 서거나 더 큰 사진이 필요하다. (실제 폭 = 작품 폭(cm) ÷ 사진 폭(px) × 돋보기 지름(px) ÷ 배율. 이 책의 사진은 긴 변 1,600픽셀 이하로 줄였다. 두초의 크기는 일체형 액자를 포함한 값이다.)

쇠라에서 본 것처럼, 기법의 렌즈는 사진의 해상도에 가장 크게 기댄다. 색은 대충 맞아도 읽을 수 있지만, 붓질은 보이지 않으면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기법을 이야기할 때 소장처의 재료 기록과 보존 연구에 기대고,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보인다"고 쓴다.

세 거리에서 한 그림 보기 미술관에 가거나, 화집 한 면을 벽에 붙인다. 같은 그림을 세 거리에서 본다. ① 그림 폭의 세 배쯤 떨어져서 눈을 가늘게 뜨고 명암 덩어리를 연필로 엽서 크기에 그린다(2분). ② 그림 폭만큼 떨어져서 눈에 띄는 색 다섯 개를 색연필로 칠해 띠를 만든다(3분). ③ 허락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붓질 하나를 골라, 방향과 두께를 선 몇 개로 따라 그린다(2분). 세 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 장의 세 렌즈가 된다. 카메라는 쓰지 않는다.

사조의 이름은 뒤에 붙었다

"바로크", "로코코", "인상주의" 같은 이름을 사조(Movement, style period)라고 부른다. 비슷한 시기와 지역의 그림들을 한 이름으로 묶은 것이다. 편리하지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대부분의 이름은 그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스스로 붙인 것이 아니라 나중에, 종종 낮춰 부르는 말로 붙었다는 것이다.

12001400160018002000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인상주의 남종·북종 그림이 그려진 대략의 시기
그림 3. 그림이 그려진 때(막대)와 이름이 굳은 때(점). 고딕은 르네상스 이후 이탈리아 저술가들이 중세 북유럽 양식을 "고트족(야만인)의 것"이라 낮춰 본 데서 온 말이다. 르네상스는 16세기 바사리가 "재생"이라는 말을 썼고(작은 점), 시대 이름으로 굳은 것은 19세기 미슐레(1855)와 부르크하르트(1860)의 책을 거치면서다. 바로크는 18세기에 "기괴하고 지나치다"는 흉으로 쓰였고, 19세기 말 뵐플린 등이 미술사의 용어로 다시 세웠다(초록 점). 로코코도 조개·바위 장식(rocaille)에서 온 놀림 섞인 말이다. 인상주의는 드물게 동시대에 붙었는데, 1874년 첫 전시를 비꼰 비평 기사에서 나왔다. 동아시아의 남종화·북종화 구분도 17세기 초 동기창이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이전의 화가들을 나눈 것이다(막대의 왼쪽 끝은 그림 밖으로 이어진다)(10장). 점의 위치는 대략이다.

이름이 뒤에 붙었다는 것은 경계도 뒤에 그었다는 뜻이다. 한 사조를 "어두운 그림", "밝은 그림"처럼 한 가지 숫자로 자를 수 있을까. 아래 그래프는 이 책에 실린 서양 유화 열한 점의 평균 명도를 그려진 해에 따라 찍은 것이다. 연한 띠는 흔히 바로크라고 부르는 시기(대략 1600~1720년)다. 가로선을 위아래로 끌어 "이보다 어두우면 바로크"라는 규칙을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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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는 어둡다"는 규칙 시험하기

가로선을 끈다
기준 명도—
규칙이 맞힌 그림—
어긋난 그림—
해볼 것: ① 처음 위치에서 띠 안의 라 투르와 렘브란트는 선 아래(어두움)이고, 띠 밖의 브뤼헐·피사로는 위다. 규칙이 그럴듯해 보인다. ② 그런데 1662년경의 페르메이르는 띠 안인데 밝고, 1825~30년경의 프리드리히는 띠 밖인데 어둡다. 선을 어디에 두어도 둘을 함께 맞힐 수 없다. ③ 선을 맨 위로 올리면 모든 그림이 "바로크"가 되어 규칙이 아무것도 가르지 못한다. (각 점은 소장처 사진의 평균 L*. 앞 절에서 본 것처럼 사진과 바니시가 값을 바꾸므로 점의 높이는 대략이다. 점이 다 그려지려면 그림 열한 장을 불러와야 해서 몇 초 걸릴 수 있다.)

"바로크는 어둡다"는 틀린 말이 아니라 경향이다. 경향은 한 그림을 판정하는 규칙이 되지 못한다. 페르메이르는 바로크 시대에 살았지만 창가의 낮빛을 그렸고, 프리드리히는 낭만주의자로 불리지만 달밤의 어둠을 그렸다. 이 책은 사조 이름을 장 제목에 쓰지만, 장마다 "그 이름에 들어맞지 않는 그림"을 함께 보여 준다.

같은 해, 다른 곳

미술사를 한 줄의 연대표로 배우면, 그림이 점점 "더 사실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이야기가 쉽게 만들어진다. 평면적인 이집트 벽화에서 원근법의 르네상스로, 다시 빛을 쫓는 인상주의로.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도 지역마다 전혀 다른 해답이 있었고, 각각은 그 그림이 맡은 일에 맞는 해답이었다.

두초의 성모자. 금빛 바탕 앞에 짙은 푸른 망토를 쓴 성모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고, 아래쪽에는 그림틀의 일부가 남아 있다.
마원의 소나무 아래에서 달을 보다. 화면 왼쪽 아래 절벽 끝에 휘어진 소나무가 서 있고, 그 아래 선비가 시동과 함께 먼 하늘의 달을 바라본다. 오른쪽 위는 거의 비어 있다.
그림 4. 같은 13세기의 두 해답. 왼쪽은 두초 디 부오닌세냐, 「성모자」, 1290~1300년경. 오른쪽은 남송의 궁정 화가 마원, 「소나무 아래에서 달을 보다」, 13세기 초. 두초는 공간을 금빛으로 막아 성모를 이 세상 밖에 둔다. 마원은 화면의 절반을 비워 두고 그 빈 곳을 달밤의 깊은 공간으로 읽게 한다. 어느 쪽이 "더 발전한" 그림인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나는 예배하는 사람 앞에 놓인 성상이고, 다른 하나는 궁정에서 손에 들고 감상한 작은 그림이다.왼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나무판에 템페라와 금. 오른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Rogers Fund, 1923), 화첩 그림, 비단에 먹과 채색. 모두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두초 작품 페이지 · 마원 작품 페이지 · 크레딧 · 크레딧

아래 연대표의 세로선을 끌어 본다. 네 줄은 유럽과 지중해, 중국, 한국, 일본이고, 각 줄의 띠는 왕조나 흔히 쓰는 시대 이름이다. 점은 이 책에서 만날 그림들이다. 세로선 가까이에 있는 그림이 아래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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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네 지역

세로선을 끈다
연도—
그 무렵 네 지역—
가까운 그림(±40년)—
해볼 것: ① 1660년 근처에 선을 둔다. 페르메이르가 델프트에서 창가의 여인을 그리던 무렵, 청나라 초의 왕시민은 옛 대가 황공망의 필법을 따라 산수를 그렸다. ② 1250년으로 옮긴다. 비잔틴 이콘, 남송의 마원, 고려의 불화가 한 세기 안에 있다. ③ "1000년부터"로 바꾸어 1830년대를 본다. 호쿠사이의 큰 파도와 프리드리히의 달밤이 몇 년 차이다. (시대 띠의 경계는 흔히 쓰는 대략의 연도이며, 사조의 띠는 겹친다. 그림의 연도는 소장처 기록이고 "경"이나 세기로만 알려진 것은 가운데 해에 찍었다.)

연대표 위에서 보면 "발전"보다 "동시에 일어난 서로 다른 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셋째 부가 동아시아에 세 장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아시아 회화는 서양 미술사의 곁가지가 아니라, 공간과 시간과 붓을 다르게 다룬 또 하나의 큰 줄기다.

두 번 보기: 이 책의 지도

한도경의 원칙은 짧다. "그림은 그 시대의 눈으로 한 번, 지금의 눈으로 한 번 본다." 그 시대의 눈은 그림이 어디에 걸렸고 누가 보았는지를 묻는다. 촛불 아래 교회에서, 왕의 방에서, 상인의 거실에서, 문인의 책상 위에서. 지금의 눈은 미술관 조명과 화면 속 사진으로, 그리고 이 책의 도구로 그림을 다시 잰다. 두 눈이 엇갈리는 곳이 가장 흥미롭다. 이집트 벽화는 지금 우리에게 "이상하게" 보이지만 무덤 속에서는 정확한 그림이었다(2장).

장주제주로 쓰는 렌즈대표 도구
2고대와 중세구도 · 왜격자, 위계적 크기, 금빛 바탕
3르네상스구도 · 기법소실점, 템페라와 유화
4바로크색(명암) · 구도명도 분포, 사선
5네덜란드 황금기왜 · 색시장, 장르, 실내의 빛
6로코코와 신고전주의색 · 구도팔레트 비교, 윤곽
7낭만주의와 사실주의기법 · 왜붓질 확대
8인상주의색 · 기법색 그림자, 짧은 붓질
9후기 인상주의색 · 구도광학 혼색, 구조
10동아시아 회화구도 · 기법삼원법, 필묵, 두루마리
11한국 미술색 · 기법 · 왜불화의 색, 진경, 풍속
12판화와 우키요에기법 · 구도다색 목판 공정, 구도
13미술사 실험실세 렌즈 모두연대표 위 비교

이제 세 렌즈를 한 번에 쓴다. 아래에서 그림을 고르고 렌즈를 바꾸면, 아래 카드의 세 줄이 그림의 픽셀에서 계산되어 채워진다. 마지막 줄의 질문은 직접 쓴다. 이 카드가 이 책 내내 쓰는 읽기 카드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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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카드 만들기

구도·기법 렌즈에서 파란 점과 돋보기를 끈다
—
색—
구도—
기법—
질문
해볼 것: ① 브뤼헐에서 렌즈를 하나씩 바꾸며 카드의 세 줄이 무엇을 근거로 쓰였는지 확인한다. ② 구도 렌즈에서 파란 점(눈이 먼저 가는 곳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자리)을 끌어 놓는다. 빨간 십자는 어두운 덩어리의 무게중심이다. 카드는 그 자리와 어두운 덩어리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적는다. 둘이 멀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 밝은 곳이나 얼굴이 눈을 끌 수도 있다. ③ 곽희로 바꾸고 명암 경계를 80까지 올린다. 비단의 바탕색까지 어둡게 잡혀 "어두운 면적"이 의미를 잃는다. 숫자는 늘 그림을 보고 나서 읽는다. (색 줄은 k=5 팔레트, 구도 줄은 노탄의 무게중심, 기법 줄은 소장처의 재료 기록과 이 책이 고른 "가까이 볼 곳"이다. 질문은 저장되지 않는다.)

카드의 세 줄은 그림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관찰이다. 넷째 줄,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질문은 대개 세 줄 사이의 어긋남에서 나온다. "어두운 덩어리는 오른쪽 아래에 있는데 왜 눈은 왼쪽 위로 가지?" 같은 질문이다. 그 답의 일부는 그림 밖, 곧 "왜"의 렌즈에 있다.

세 줄은 짧게, 질문은 구체적으로 도경은 그림 설명이 길어지면 "그건 그림이 할 말이야"라고 지운다. 한 줄에는 한 가지 관찰만, 가능하면 숫자나 위치를 넣는다("화면의 40%가 노랑", "가장 어두운 곳은 오른쪽 아래"). 질문은 "왜 아름다운가"처럼 넓게 묻지 않고 "왜 이 사람만 크게 그렸나"처럼 그림 속 한 곳을 가리키게 쓴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같은 곳을 보고 답할 수 있다.

서윤의 그림 읽기 모임

CASE 서윤모임 노트 · 1장

외울 이름 열다섯 개를 지우다

가을에 책방 E의 색을 정하고, 겨울에 진열과 포스터를 짜고, 봄에 안내 책자의 드로잉을 그리고, 여름에 글자를 조판한 윤서윤에게 다시 가을이 왔다. 주인은 이번에는 서점 2층을 내주며 부탁했다. "토요일 저녁에 동네 사람들이 그림 이야기를 하러 오면 좋겠어요." 이름은 "그림 읽기 모임"으로 정했다. 2027년 9월 4일부터 11월 13일까지 매주 토요일, 한 번에 90분, 열한 번. 신청한 사람은 열두 명 안팎이었다.

서윤의 첫 기획안은 한 장짜리 표였다. 왼쪽 칸에 "고딕,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사조 이름 열다섯 개, 오른쪽 칸에 연도. 매주 이름 몇 개와 대표작을 외우고 마지막 주에 퀴즈를 내는 계획이었다. 함께 모임을 준비하기로 한 화가 한도경은 표를 한참 보더니 오른쪽 칸을 접어 버렸다. "그림은 그 시대의 눈으로 한 번, 지금의 눈으로 한 번 본다. 이름은 그다음이야." 그러고는 이 장의 그림 3을 가리켰다. 서윤이 외우게 하려던 이름의 절반이 그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한 말이었다.

두 사람은 이름 대신 매주 같은 세 질문을 들고 가기로 했다. 색, 구도, 기법. 그리고 회차마다 참가자가 질문 하나를 남기게 하자고 했다. 도경은 화면에 그림을 띄우는 법을 몰라 서윤에게 노트북을 서점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법을 물었고, 서윤은 그 대신 도경이 수십 년 동안 미술관에서 산 엽서 상자를 빌렸다. 엽서 뒷면마다 연필로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 장에서 정한 것열한 회차 계획(이 책 2~12장 순서): 1회 9/4 고대와 중세 · 2회 9/11 르네상스 · 3회 9/18 바로크 · 4회 9/25 네덜란드 황금기 · 5회 10/2 로코코와 신고전주의 · 6회 10/9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 7회 10/16 인상주의 · 8회 10/23 후기 인상주의 · 9회 10/30 동아시아 회화 · 10회 11/6 한국 미술 · 11회 11/13 판화와 우키요에. 회차마다 공공 도메인 명작 3~5점. 읽기 카드 양식: 그림 한 점에 카드 한 장. 앞면은 그림과 소장처 기록 그대로의 작가·제목·연도·소장처, 뒷면은 색·구도·기법 각 한 줄(한 줄에 관찰 하나, 가능하면 숫자나 위치)과 참가자가 채우는 질문 한 칸.
아직 남은 문제회차별 그림 목록과 카드 내용. 화면 속 사진의 색이 원작과 다르다는 것을 참가자에게 어떻게 알릴지.
다음 단계2장: 1회차(9월 4일) 고대와 중세의 그림 목록과 카드를 만든다.

핵심 정리

  1. 그림은 색(어떤 색이 얼마나), 구도(덩어리와 시선), 기법(무엇으로 어떻게)의 세 렌즈로 나누어 읽고, 그림 밖의 질문 "왜(주문자·관객·쓰임)"를 더한다.
  2. 그림 사진에서 뽑은 팔레트는 안료 목록이 아니라 지금 이 사진에서 눈에 들어오는 색의 평균이다.
  3. 사진 속 색은 바니시의 황변, 물감의 변화, 촬영 조명, 모니터를 거친 색이다. 사진의 오차보다 큰 차이만 결론에 쓴다.
  4. 명암을 두세 덩어리로 줄이면 화면의 짜임이 드러난다. 3분할과 무게중심은 재는 도구이지 명작의 조건이 아니다.
  5. 기법은 가까이 볼 때 드러나며, 사진의 해상도가 볼 수 있는 한계를 정한다.
  6. 사조 이름은 대부분 뒤에, 때로는 흉으로 붙었고 경계도 뒤에 그었다. "바로크는 어둡다" 같은 말은 경향이지 판정 규칙이 아니다.
  7. 같은 시기 다른 지역에는 다른 해답이 있었다. 미술사를 "점점 사실적으로" 발전한 한 줄로 읽지 않는다.

확인 퀴즈

1. 두 그림의 소장처 사진에서 팔레트를 뽑았더니 평균색의 ΔE2000이 3이었다. 이 결과로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알맞은 것은?

팔레트는 안료 목록이 아니고 사진의 색이다. 이 장의 바니시·조명 시뮬레이터에서 보듯 바니시와 조명만으로도 평균색의 ΔE가 몇 단위에서 10 넘게까지 바뀐다. 작은 차이로 재료나 시대를 판정할 수 없다.

2. "바로크"라는 이름에 대한 설명으로 맞는 것은?

바로크, 고딕, 로코코처럼 많은 사조 이름은 뒤에, 낮춰 부르는 말로 붙었다. 바로크 시대에도 페르메이르처럼 밝은 그림이 있으므로 "모두 어둡다"는 뜻도 아니다.

3. 노탄(명암 2단)으로 바꾼 그림에서 어두운 덩어리의 무게중심이 3분할 교점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장 알맞은 해석은?

3분할과 무게중심은 재는 도구다. 렘브란트의 밝은 섬은 가운데에, 정선의 바위는 화면 위를 채운다. 값은 그림을 다시 보게 하는 근거일 뿐 판정이 아니다.

4. 13세기의 두초 「성모자」와 마원 「소나무 아래에서 달을 보다」를 나란히 놓았다. 이 책의 관점에 가장 가까운 설명은?

이 책은 "진보"의 한 줄 서사를 쓰지 않는다. 금빛 바탕은 성상을 이 세상 밖에 두는 선택이고, 마원의 여백은 감상자가 채우는 공간이다. 같은 시기라도 지역과 쓰임이 다르면 다른 해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