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명작의 구도 읽기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그림 한 점 앞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몇 초 보고 설명판을 읽고 다음 그림으로 간다. 그 몇 초 동안 눈은 이미 많은 일을 한다. 어디가 밝고 어두운지, 무엇이 무거운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 이 장은 그 일을 천천히, 하나씩 떼어서 해 본다. 열두 장 동안 배운 도구를 공공 도메인 명작 다섯 점 위에 레이어로 얹고,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끼워 맞춘 것인지 가른다. 그리고 한 시점에서 창밖을 보듯 짠 서양의 화면과, 펼치며 걸어 들어가는 동아시아 두루마리의 화면이 얼마나 다른 약속 위에 서 있는지 본다.

그림 앞의 몇 초

구도를 "읽는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그림은 글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 책의 앞 장들을 지나 왔다면 이미 읽는 법을 알고 있다. 흑백으로 보면 덩어리가 보이고(3장, ColorBook 6장), 덩어리에는 무게가 있고(7장), 경계와 방향은 선이 되고(2장), 눈은 그 선과 대비를 따라 움직이며(5장), 그 모든 배치를 격자에 대 볼 수 있다(9장). 이 장은 이 다섯 가지를 차례로 쌓는다. 순서가 중요하다.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확실한 것에서 해석이 필요한 것으로 간다.

덩어리무게선시선격자 밝음·중간·어둠어디가 무거운가경계와 방향어디서 어디로어느 비례에 측정에 가깝다 해석에 가깝다 오른쪽 레이어일수록 그리는 사람의 기대가 끼어들기 쉽다
그림 1. 구도를 읽는 다섯 레이어. 같은 화면(밝은 벽, 비스듬한 탁자, 어두운 물건 하나)에 레이어를 하나씩 얹었다. 덩어리는 흑백으로 바꾸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거의 같게 보인다. 무게중심은 모형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선과 시선 경로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그을 수 있고, 격자는 얼마든지 옮겨 맞출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은 왼쪽부터 쌓는다.

이 장에서 읽을 작품은 다섯 점이다. 모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공공 도메인으로 공개한 작품이다. 두 점은 16~17세기 유럽 회화, 세 점은 동아시아 그림이다. 동아시아 세 점은 각각 다른 판형이다. 옆으로 펼쳐 보는 두루마리, 벽에 걸어 위아래로 보는 족자, 그리고 손에 들고 보는 목판화.

작품판형이 장에서 볼 것출처
피터르 브뤼헐, 「추수하는 사람들」, 1565참나무 판에 유채, 가로로 긴 화면대각선 밀밭 덩어리, 깊이로 이끄는 길The Met · 크레딧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물병을 든 젊은 여인」, 1662년경캔버스에 유채, 거의 정사각형직사각형 틀들, 한쪽에서 오는 빛, 무게의 균형The Met · 크레딧
전(傳) 굴정, 「하산도(여름 산)」, 1050년경, 중국 북송두루마리(수권), 비단에 먹과 옅은 채색, 45.4 × 115.3 cm펼치며 보는 화면, 움직이는 시점The Met · 크레딧
작가 미상, 「평사낙안」, 15세기 말~16세기 초, 조선족자, 비단에 먹세로 화면의 여백, 지그재그로 물러나는 물가The Met · 크레딧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아래」, 1830–32년경목판화, 종이에 먹과 채색큰 곡선과 작은 삼각형, 읽는 방향 논쟁The Met · 크레딧

모든 작품 이미지는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이고, 그 위에 얹는 분석 레이어는 이 책이 그린 것이다. 시뮬레이터는 이미지를 긴 변 220 px로 줄여 분석한다. 작은 세부가 아니라 큰 배치를 읽기에 충분한 크기다.

덩어리부터: 흑백으로 읽기

첫 레이어는 명도 덩어리(Value masses)다. 화면을 세부 없이 밝음·중간·어둠 두세 가지 모양으로만 남긴 것으로, ColorBook에서 노탄(Notan)이라 부른 그것이다. 구도 읽기를 덩어리부터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멀리서, 또는 처음 1초에 보이는 것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세부와 색은 그다음에 온다.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 화면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노란 밀밭이 비스듬히 솟아 있고, 오른쪽 아래 배나무 그늘에서 농부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한 사람은 나무 밑에 누워 잔다. 왼쪽 위로는 초록 들판과 마을,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 깊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 2. 피터르 브뤼헐, 「추수하는 사람들」, 1565. 한 해의 때를 그린 연작 중 하나로 알려진 그림이다. 흑백 단추를 눌러 보면 밀밭의 밝은 노랑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고, 왼쪽 위의 먼 풍경은 옅은 중간 명도로 물러난다. 나무 줄기는 그 경계를 세로로 끊는 짙은 선이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Rogers Fund, 1919), 참나무 판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작품을 고르고 경계선을 좌우로 끌어 원본과 덩어리를 비교한다. "흐림"은 눈을 가늘게 뜨는 정도, "단계"는 명도를 몇 묶음으로 나눌지다. 흐림을 올리면 세부가 녹고 큰 모양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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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레이어: 원본과 노탄

어둠—
중간—
밝음—
명도 폭(5~95%)—
해볼 것: ① 브뤼헐을 3단계, 흐림 3으로 본다. 어둠 31%, 중간 42%, 밝음 26%다. 햇빛 받은 밀밭이 밝음으로 묶이고, 나무와 그늘의 사람들은 어둠이 된다. ② 경계선을 끌어 원본과 번갈아 보며 단계를 2로 내린다. 나무 줄기와 그늘의 어둠이 화면 오른쪽 아래로 이어진 한 덩어리가 된다. ③ 굴정과 평사낙안으로 바꾼다. 명도 폭이 L* 31–45, 33–48로 브뤼헐(16–79)보다 훨씬 좁다. 비단과 먹은 처음부터 좁은 폭 안에서 농담을 나눈다. 흐림을 10까지 올리면 어떤 그림이든 결국 두세 개의 얼룩만 남는다. 거기까지 가도 형태가 짐작되는 그림이 덩어리가 분명한 그림이다. (명도는 CIELAB L*. 단계 경계는 그 그림 명도의 5~95% 범위를 같은 간격으로 나눴다. 흐림은 상자 흐림 반경, 분석 해상도 기준 px다.)

덩어리 레이어가 알려 주는 첫 번째 사실은 "명작이라고 덩어리가 고르게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뤼헐의 화면은 중간 명도가 가장 넓고, 어둠은 나무와 그늘을 따라 오른쪽 아래로 몰려 있다. 그 몰림이 곧 그림의 무게다. 호쿠사이는 반대로 밝음이 64%를 차지하고, 짙은 파도가 그 위에 큰 곡선을 긋는다. 두 번째 사실은 동아시아의 비단 그림이 명도 폭을 아주 좁게 쓴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월에 비단이 누렇게 바랜 탓도 있지만, 처음부터 먹의 농담이라는 좁은 사다리 안에서 화면을 짠 그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좁은 폭에서는 덩어리 사이의 작은 차이가 큰 일을 한다.

무게와 균형: 눈의 추측과 모형

7장에서 시각적 무게(Visual weight)는 크기, 명도 대비, 채도, 위치, 고립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림 전체의 무게가 모이는 점, 곧 시각적 무게중심(Visual center of weight)은 손가락 하나로 그림을 받쳐 든다고 상상할 때 손가락을 두어야 할 자리다. 미술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미술과 시지각』(Art and Visual Perception, 1954)에서 화면의 균형을 이런 힘들의 평형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측정값이 아니라 지각의 구조로 다뤘다.

이 책은 그 직관을 아주 단순한 모형으로 계산해 본다. 화소마다 "둘레와 명도가 얼마나 다른가"와 "둘레와 채도가 얼마나 다른가"를 재고, 각각 제곱해 더한 값을 무게로 삼는다. 넓고 고른 하늘이나 벽은 둘레와 같아서 가볍고, 둘레와 다른 덩어리일수록 무겁다. 제곱은 강한 대비에 더 큰 몫을 준다. 그다음 무게로 가중한 평균 위치를 구한다.

$$w_i = \left(\frac{|L^*_i - \bar{L}^*_i|}{s_L}\right)^{2} + k\left(\frac{|C_i - \bar{C}_i|}{s_C}\right)^{2},\qquad \mathbf{c} = \frac{\sum_i w_i\,\mathbf{p}_i}{\sum_i w_i}$$
\(L^*_i, C_i\): 화소의 명도와 OKLCH 채도, \(\bar{L}^*_i, \bar{C}_i\): 그 둘레(반경 = 그림 긴 변의 4분의 1)의 평균, \(s_L, s_C\): 그림 안에서 그 차이의 90번째 백분위(그림마다 대비의 크기가 다르므로 맞춰 준다), \(k\): 채도의 비중(기본 1), \(\mathbf{p}_i\): 화소 위치, \(\mathbf{c}\): 무게중심. 크기는 화소 수로, 위치는 평균으로 저절로 들어가지만 "무엇이 그려졌는가"(얼굴, 글자)는 들어가지 않는다. 교육용 근사다.

먼저 눈으로 맞혀 본다. 파란 손잡이를 이 그림이 "받쳐질 것 같은" 자리로 끈 뒤, "모형의 답 보기"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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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중심 맞히기

파란 손잡이를 끈다
모형 무게중심 (가로, 세로)—
기하 중심에서 벗어남—
내 추측과의 거리—
해볼 것: ① 페르메이르에서 손잡이를 끈 다음 답을 본다. 모형은 가로 52%, 세로 57%, 여인의 얼굴보다 한참 아래인 허리와 대야 사이를 가리킨다. ② "무게 지도"로 바꾼다. 밝을수록 무거운 화소다. 무늬가 촘촘한 탁자보, 창의 납 테두리, 두건과 소매의 경계가 무겁고, 넓은 회백색 벽은 가볍다. ③ 채도의 비중 k를 0, 3으로 바꾼다. 페르메이르는 중심이 조금씩만 옮겨 간다(가운데에서 3.0% → 6.7%). 브뤼헐로 바꿔 같은 일을 하면 k = 0일 때 세로 35%(하늘과 나무의 대비)였던 중심이 k = 3에서 57%로 내려온다. 금빛 밀밭의 채도가 무게를 아래로 끌어당긴다. 어느 값이 "맞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마다 채도에 얼마나 끌리는지도 다르다. (위치는 그림 폭·높이에 대한 백분율, 왼쪽 위가 0. 벗어남은 대각선 길이에 대한 비율이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다섯 작품의 무게중심은 모두 기하 중심에서 대각선 길이의 8% 안에 있다. 브뤼헐(3.1%)과 굴정(1.9%)은 거의 가운데, 페르메이르(5.3%)는 조금 아래, 평사낙안(5.5%)과 호쿠사이(7.5%)는 아래로 더 내려간다. 가운데에 가깝다고 무게가 없는 화면이라는 뜻은 아니다. 브뤼헐에서는 오른쪽 아래의 짙은 그늘과 사람들, 왼쪽의 촘촘한 먼 풍경과 밝은 하늘이 7장의 지렛대 양쪽에서 맞서며 버틴다. 반면 평사낙안과 호쿠사이는 무게를 아래에 내려놓고 위를 비운 화면이다. 그 벗어남이 그림의 "기울기"이고, 정확한 평형일 필요는 없다. 다만 넓은 면적을 평균하는 모형은 원래 가운데 쪽으로 끌리는 성질이 있으니, 작은 차이를 크게 해석하지 않는다.

모형이 놓치는 것도 분명하다. 페르메이르의 여인 얼굴은 화면에서 아주 작지만, 사람은 얼굴을 먼저, 오래 본다. 이 모형은 얼굴을 모른다. 글자도 모른다. 그림 속 글씨와 도장이 있는 동아시아 그림에서 이 차이가 커진다. 숫자는 대화를 시작하는 데 쓰고, 끝내는 데 쓰지 않는다.

주된 선: 그은 선은 그림에 있는가

구도 해설에서 가장 흔한 그림은 작품 위에 그은 몇 개의 선이다. 대각선, 삼각형, S자 곡선. 이런 선은 두 종류다. 하나는 그림 속에 실제로 있는 경계선(Edge), 곧 밝기가 크게 바뀌는 자리를 이은 선이다. 다른 하나는 그림 속에 없지만 시선이나 방향을 요약한 함축선(Implied line)이다. 인물의 시선, 늘어선 물건의 방향, 손짓이 만드는 선이 여기에 속한다(4장의 연속). 둘 다 쓸모가 있지만, 후자는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그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래에서 두 손잡이로 선 하나를 긋는다. 시뮬레이터는 그 선을 따라 실제 경계가 얼마나 있는지(선과 같은 방향의 밝기 변화가 얼마나 센지)를 재서 그림 평균과 비교한다. "기계가 찾은 경계선"을 켜면 직선 경계를 찾는 고전적인 방법(허프 변환)으로 가장 강한 직선 셋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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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선 긋기: 경계선인가, 함축선인가

선의 두 끝을 끈다
내 선의 기울기—
선 위 경계 세기(그림 평균 = 1)—
경계 방향 비율 (수평 · 수직 · 사선)—
해볼 것: ① 브뤼헐에 처음 놓인 선은 누워 자는 사람에서 먼 바다 쪽으로 그은 "시선의 대각선"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경계 세기는 ×0.97, 그림 평균과 같다. 함축선이다. 틀린 선은 아니지만 해석이라는 표시를 붙여야 한다. ② 두 끝을 밀밭의 윗가장자리(왼쪽 가운데에서 오른쪽 위로 이어지는 밝은 밀밭의 경계)에 맞춘다. 잘 맞추면 ×2.5 안팎으로 뛴다. 그림에 실제로 있는 선이다. ③ 방향 비율을 작품마다 본다. 사선 칸은 각도의 절반(수평·수직을 뺀 나머지)을 맡으므로, 방향이 고르게 흩어진 그림이라면 사선이 50% 가까이 나온다. 페르메이르는 사선이 34%로 다섯 작품 중 가장 적다. 창틀, 지도, 탁자 같은 직사각형 틀이 화면을 짠다. 호쿠사이는 48%로 가장 많다. (경계는 흐린 명도에 소벨 필터를 쓴 밝기 변화, 선 위 세기는 선과 나란한 경계 성분의 평균. 허프 변환은 경계 상위 12% 화소로 투표했다.)

기계가 찾은 직선은 대개 수평선, 창틀, 밀밭 가장자리처럼 "곧고 긴 경계"다. 사람이 구도선으로 긋는 선과 겹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호쿠사이의 큰 파도처럼 곡선으로 짠 그림에서는 직선 찾기가 거의 쓸모없다. 반대로 사람이 긋는 함축선은 기계가 찾지 못한다. 둘을 함께 보면 그림의 뼈대가 "실제로 그려진 선"과 "보는 사람이 이어 붙인 선"으로 갈린다.

구도선은 가설로 긋는다 한도경은 화집 위에 트레이싱지를 대고 선을 그을 때 색을 둘로 나눈다. 연필로는 그림에 실제로 있는 경계만, 색연필로는 자기가 읽은 시선과 방향만. "색연필 선이 연필 선보다 많아지면 그림이 아니라 내 생각을 그리고 있는 거야." 구도 해설을 볼 때도 같은 질문을 한다. 이 선은 그림의 어느 모서리를 따라가는가. 따라가는 모서리가 없다면 왜 거기 그었는가. 선이 그림 밖 테두리 모서리에서 시작하는가, 아니면 그림 속 무엇에서 시작하는가. 테두리 모서리에서 모서리로 이은 선은 거의 언제나 그림보다 기하학에 속한다.

시선 경로: 모형과 실제 눈

5장에서 본 것처럼 눈은 화면을 매끄럽게 훑지 않는다. 한 점에 잠깐 머물렀다가(고정(Fixation)) 다른 점으로 튄다(도약(Saccade)). 구도 해설이 그리는 "시선 경로"는 이 고정점들의 순서를 상상한 것이다. 상상이 아니라 계산으로 해 볼 수 있을까.

계산 신경과학자 로랑 이티(Laurent Itti),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에른스트 니부어(Ernst Niebur)는 1998년 논문에서 화면의 각 자리가 둘레와 얼마나 다른지(밝기, 색, 방향)를 모아 현저성 지도(Saliency map)를 만들고, 가장 현저한 곳부터 차례로 "보고" 본 곳은 잠시 억제하는 모형을 제안했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그 생각을 밝기와 채도 두 가지로 줄인 교육용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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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경로 모형: 현저성과 억제

첫 고정점—
경로 길이(대각선 = 1)—
화면 넷으로 나눠 들른 칸—
해볼 것: ① 호쿠사이의 경로를 본다. 거품 끝과 짙은 파도 안쪽, 흰 구름 가장자리처럼 둘레와 대비가 큰 곳이 앞 순서를 차지한다. 작은 후지산이 몇 번째에 오는지 본다. ② 억제 반경을 0.02로 줄인다. 눈이 한 곳 둘레를 맴돈다. 0.3으로 올리면 화면 구석구석을 고르게 들르는 "청소" 같은 경로가 된다. 실제 눈은 그 사이 어딘가다. ③ "가운데 쏠림"을 켠다. 사람은 화면 가운데를 먼저,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보정이다. 작품마다 경로가 얼마나 바뀌는지 본다. (현저성은 작은 흐림과 큰 흐림의 차이로 구한 밝기·채도 대비, 억제는 가우스 모양. 얼굴, 글자, 이야기의 의미는 모른다.)

모형의 경로는 그럴듯할 때도 있고 엉뚱할 때도 있다. 브뤼헐에서는 그늘의 사람들을 2, 3번째로 고른다.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흰 옷과 짙은 그늘이 맞닿아 대비가 크기 때문이다. 페르메이르에서는 첫 고정점이 탁자 위의 반짝이는 대야와 물병이고, 다섯 번 안에 여인의 얼굴을 고르지 않는다. 실제 사람은 얼굴을 먼저, 오래 볼 가능성이 크다. 엉뚱한 결과의 대부분은 모형이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그림, 다른 질문, 다른 경로 러시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야르부스(Alfred L. Yarbus)는 『눈의 움직임과 시각』(Eye Movements and Vision, 영어판 1967)에서 일리야 레핀의 그림 「뜻밖의 방문객」을 보는 사람에게 서로 다른 질문(가족의 형편은 어떤가, 사람들의 나이는, 방문객이 오기 전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등)을 주고 눈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질문에 따라 경로가 크게 달랐다. 이후 연구들도 시선은 화면의 대비뿐 아니라 보는 목적, 경험,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쪽으로 쌓였다. 또 벤저민 태틀러(Benjamin W. Tatler)는 2007년 논문에서 장면을 볼 때 내용과 상관없이 화면 가운데로 시선이 쏠리는 경향을 보고했다. 그래서 그림 위의 시선 경로는 "이 그림은 이렇게 보게 짜여 있다"는 가설로 읽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이렇게 본다"는 주장은 측정 없이 할 수 없다.

격자 대 보기: 맞는 것과 맞춘 것

마지막 레이어는 격자다. 9장에서 3분할과 황금비 격자는 쓸모 있는 점검 도구이지만 "명작은 황금비로 그려졌다"는 주장의 대부분은 근거가 약하다고 했다. 수학자 조지 마코스키(George Markowsky)가 1992년 논문 「황금비에 대한 오해」(Misconceptions about the Golden Ratio)에서 파르테논과 여러 작품에 대한 황금비 주장을 검토하며 지적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측정할 점과 선을 고르는 자유가 크면, 원하는 비율은 거의 언제나 찾을 수 있다.

그 자유가 얼마나 큰지 직접 본다. 시뮬레이터는 현저성 모형이 고른 네 점(분홍)이 가장 가까운 격자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잰다. "주요 요소가 3분할선 위에 있다"는 흔한 해설을 그대로 재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격자가 그림 테두리에 고정되어 있다. "테두리에 고정"을 끄면 격자 틀을 끌어 옮기고, 오른쪽 아래 손잡이로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자동으로 맞추기"는 네 점에 가장 잘 맞는 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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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는 무엇에든 맞는다

격자 틀과 귀퉁이 손잡이를 끈다
네 점 → 가장 가까운 격자선(평균)—
무작위 점이라면(테두리 격자 기댓값)—
격자 틀 크기(그림 대비)—
해볼 것: ① 테두리에 고정된 3분할 격자에서 브뤼헐의 네 점은 평균 7.1% 떨어져 있다. 무작위 점의 기댓값 5.8%보다 오히려 멀다. 호쿠사이는 2.4%로 무작위보다 가깝다. 맞는 그림도, 안 맞는 그림도 있다. ② 브뤼헐에서 고정을 풀고 "자동으로 맞추기"를 누른다. 틀이 옮겨지고 줄어들며 거리가 2.9%로 떨어진다. ③ "무작위 점"을 고른다. 이 책이 아무 뜻 없이 흩뿌린 점들이다. 고정 격자에서는 7.1%인데, 자동 맞추기를 하면 1.8%, 황금비로는 0.9%까지 "맞는다". 어떤 명작보다 잘 맞는다. 그림 테두리에 고정된 격자로 잰 값만이 그림에 대해 무언가를 말한다. 틀을 마음대로 옮기고 늘인 뒤 맞았다는 것은 측정하는 사람의 손재주를 말한다. (거리는 그림 안의 격자선 선분까지의 거리를 그림 대각선에 대한 비율로 적었다. 기댓값은 그림 전체에 무작위로 고른 점 4,000개를 테두리 격자로 잰 평균이다. 자동 맞추기는 틀의 위치와 가로·세로 크기(그림의 20~100%)를 격자 탐색으로 고른다.)
명작 위의 황금 나선을 볼 때 인터넷의 구도 해설에는 명작 위에 황금 나선이나 황금 직사각형을 얹은 그림이 많다. 볼 때 세 가지를 확인한다. 나선이나 틀이 그림 테두리에 정확히 맞춰져 있는가, 아니면 그림의 일부에 임의로 놓였는가. 나선이 지나가는 곳에 실제 경계나 주인공이 있는가, 아니면 "대략 그 근처"인가. 같은 방법으로 아무 사진에 얹어도 그만큼 맞아 보이지 않는가. 화가가 비례 격자를 실제로 썼다는 증거(밑그림의 격자선, 화가의 기록)가 있는 작품도 있지만, 그런 증거가 있는지는 작품마다 따로 확인할 일이다. 이 장의 다섯 작품에 대해 이 책은 그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창문과 두루마리: 서로 다른 화면의 약속

지금까지는 다섯 작품을 같은 도구로 읽었다. 그런데 이 도구들은 대부분 "한 장의 사각형을 한 자리에서 한눈에 본다"는 약속을 깔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 회화의 큰 흐름은 그림을 하나의 창문처럼 다뤘다. 화가의 눈은 한 점에 고정되고, 화면은 그 눈에서 본 장면을 자른 단면이다(6장). 테두리는 창틀이고, 3분할이나 무게중심 같은 말도 그 창틀을 기준으로 한다.

동아시아의 두루마리와 족자는 다른 약속 위에 있다. 옆으로 긴 두루마리(Handscroll, 手卷)는 탁자 위에서 오른쪽부터 어깨 폭 정도씩 펼치고, 본 부분은 감으며 왼쪽으로 나아간다. 한 번에 전체를 보는 그림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걸어 들어가는 그림이다. 세로로 긴 족자(Hanging scroll, 掛軸)는 벽에 걸고 아래에서 위로, 가까운 물가에서 먼 산으로 시선을 올린다. 북송의 화가 곽희(郭熙, Guo Xi)의 화론을 모은 『임천고치』(林泉高致)는 산을 보는 세 가지 시점, 곧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고원(高遠), 앞산에서 뒤쪽을 들여다보는 심원(深遠),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평원(平遠)을 말한다.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점이 함께 있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삼원법을 그리는 방법은 DrawingBook에서 다룬다.

창문: 한 시점 두루마리: 움직이는 시점 눈 화면 = 창 소실점 오른쪽부터 어깨 폭씩 펼치며 나아간다 고원 · 올려다봄심원 · 들여다봄평원 · 멀리 봄 곽희의 세 시점(『임천고치』). 한 화면에 함께 있어도 된다
그림 3. 창문과 두루마리. 왼쪽은 한 점의 눈에서 본 장면을 화면으로 자르는 방식이다. 평행한 선이 한 소실점으로 모이고, 화면 테두리가 세계를 자른다. 오른쪽 두루마리는 보는 사람이 화면을 따라 옮겨 간다. 시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화면 테두리는 "세계의 끝"이 아니라 지금 펼친 부분의 끝이다. 실제 그림에서는 두 방식이 섞이기도 한다. 이 그림은 원리를 단순하게 그린 것이다.
굴정의 것으로 전하는 하산도. 옆으로 긴 비단 화면 가운데에 높은 바위산들이 솟아 있고, 산 아래로 숲과 물가 마을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산이 낮아지며 넓은 물과 먼 산이 안개 속에 펼쳐진다. 오른쪽 위에 후대에 써 넣은 글과 여러 개의 붉은 도장이 있다.
그림 4. 전(傳) 굴정, 「하산도(여름 산)」, 1050년경, 중국 북송. 원래는 오른쪽부터 펼쳐 본다. 넓은 물과 먼 산이 펼쳐진 오른쪽(평원)에서 시작해, 물가 마을을 지나 가운데의 높은 산(고원) 아래에 이르고, 왼쪽 끝에서 산골짜기 안쪽(심원)으로 들어간다. 화면 위의 붉은 도장과 글씨는 후대 소장자와 감상자가 남긴 것으로, 동아시아 그림에서는 이것도 화면의 일부가 된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Ex coll.: C. C. Wang Family, Gift of The Dillon Fund, 1973), 두루마리, 비단에 먹과 옅은 채색. 표구 부분을 잘라 냈다.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이 화면을 창문의 도구로 재면 어떻게 될까. 아래 시뮬레이터는 두루마리를 실제로 보듯 오른쪽부터 일부만 펼친다. 펼친 부분의 바깥은 감긴 것으로 가린다. 수묵 두루마리에서 무게는 대체로 먹이 진 곳에 있으므로, 이 시뮬레이터는 바탕(비단)보다 얼마나 어두운지, 곧 먹의 양으로 무게를 잰다. 아래 그래프는 펼친 자리마다 화면에 들어온 먹의 양이다. 분홍 점은 펼친 구간 안에서 먹이 모인 중심이다. "한눈에 전체"로 바꾸면 창문처럼 전체를 한꺼번에 놓고 잰 값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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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펼치기: 시간 속의 구도

펼친 창을 좌우로 끈다
보고 있는 구간(오른쪽 끝 = 0)—
이 구간의 먹의 중심(구간 안 가로, 세로)—
이 구간의 먹의 양(전체 평균 = 1)—
해볼 것: ① 펼친 정도를 0에서 1까지 천천히 민다. 처음 펼친 오른쪽 구간은 물과 먼 산뿐이라 먹의 양이 전체 평균의 0.69배다. 숲과 높은 산이 들어오며 1.2배를 넘는다. 그래프의 오르내림이 두루마리의 리듬이다. ② 펼치는 폭을 0.2로 줄이고 다시 민다. 구간마다 먹의 중심과 양이 크게 출렁인다. 그래프에 봉우리와 골짜기가 더 많이 생긴다. ③ "한눈에 전체"로 바꾼다. 먹의 중심은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 아래에 하나로 찍힌다. 이 점 하나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며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쌓여 가는 경험을 말할 수 없다. (두루마리 실물은 그림 부분만 가로 115.3 cm다. 펼치는 폭은 그림 길이에 대한 비율. 먹의 양은 바탕 명도(밝은 쪽 90번째 백분위)보다 어두운 정도의 평균이고, 그래프는 펼친 자리 50곳에서 계산했다. 비단이 바랜 정도가 고르지 않으면 그것도 먹으로 잡힌다.)

두루마리에서 "구도"는 한 장의 배치가 아니라 펼치는 동안 이어지는 배치의 흐름이다. 가벼운 물가에서 시작해 무거운 산으로 쌓아 올리고 다시 풀어 주는 것은 음악의 악절과 닮았다(8장의 리듬). 족자도 비슷하게 읽는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에서 평사낙안을 고르면 화면 아래쪽의 물가와 나무, 가운데의 비어 있는 물, 위쪽의 먼 산과 글씨가 층층이 쌓인 것이 보인다. 무게는 아래에 있고, 위쪽 넓은 부분은 비단의 빈 바탕이 차지한다. 10장에서 본 여백이 여기서는 물과 안개, 하늘이 된다.

창문형 화면(브뤼헐, 페르메이르)두루마리·족자(굴정, 평사낙안)
시점한 점에 고정. 평행선이 소실점으로 모인다여럿, 움직인다. 고원·심원·평원이 한 화면에
보는 방식한눈에 전체, 테두리 안에서 시선이 돈다펼치며(오른쪽 → 왼쪽) 또는 올려다보며(아래 → 위), 시간을 두고
테두리세계를 자르는 창틀. 가장자리의 긴장이 중요하다(11장)지금 보는 부분의 끝. 두루마리는 펼친 폭이 테두리가 된다
빈 곳칠한 하늘·벽. 비어도 물감이 있다칠하지 않은 비단·종이. 물, 안개, 하늘로 읽힌다
글씨와 도장대개 화면 밖(서명은 작게)화면 안의 요소. 후대 감상자의 글과 도장도 쌓인다
격자 대 보기테두리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두루마리는 기준 테두리가 없다. 족자는 세로 위계로 읽는 편이 낫다

표는 경향을 정리한 것이지 규칙이 아니다. 브뤼헐의 넓은 풍경은 높은 곳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시점을 쓰는데, 이것은 고정된 한 점이라기보다 여러 곳을 차례로 보여 주려는 화면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반대로 호쿠사이의 판화는 동아시아 그림이지만 수평선을 낮게 두고 먼 후지산을 작게 그려, 유럽 판화의 원근법을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전통은 오래전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명작 읽기 판: 레이어를 겹쳐 보기

이제 다섯 레이어를 한 화면에 모은다. 작품을 고르고 레이어를 하나씩 켜고 끄며 읽는다. 아래 메모는 이 책이 그 작품을 읽은 한 가지 방식이다. 레이어가 메모와 맞는지, 어디서 어긋나는지 직접 확인한다. "좌우 뒤집기"는 읽는 방향에 대한 오래된 주장을 시험해 보는 도구다.

SIMULATOR

명작 읽기 판: 다섯 레이어

무게중심 (가로, 세로)—
밝음 · 중간 · 어둠—
경계 방향 (수평 · 수직 · 사선)—
격자선까지 평균 거리—
해볼 것: ① 작품마다 레이어를 덩어리 → 무게중심 → 경계선 → 시선 → 격자 순서로 하나씩 켠다. 앞의 세 레이어는 거의 측정이고, 뒤의 두 레이어는 모형과 가정이다. ② 메모의 문장 하나를 골라 레이어로 확인한다. 맞는 문장, 레이어로는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이야기, 얼굴, 의미)을 가른다. ③ 호쿠사이를 "좌우 뒤집기"로 본다. 모형의 숫자는 좌우만 바뀔 뿐 그대로다. 이 모형은 읽는 방향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의 눈에는 뒤집은 파도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많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는 측정 없이 단정할 수 없다. (모든 레이어는 이 장 앞 시뮬레이터와 같은 모형, 같은 설정을 쓴다.)

레이어를 다 켜면 화면이 선과 점으로 어지러워진다. 실제로 그림을 읽을 때도 그렇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려 하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한 번에 한 레이어, 한 질문. 그리고 마지막에는 레이어를 모두 끄고 그림만 다시 본다. 처음 볼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이 장에서 얻는 것이다.

뒤집기에 대해 조금 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는 사람은 화면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는 주장, 그래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읽던 시대의 일본 판화는 반대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호쿠사이의 파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면 배들이 파도 쪽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된다는 해설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해석이지만, 읽기 방향이 그림의 시선 순서를 정한다는 연구 결과는 과제와 그림에 따라 엇갈린다. 이 책은 이것을 "생각해 볼 만한 해석"으로 소개하고, 사실로 쓰지 않는다.

미술관에서는 30초 썸네일 서윤은 회사 근처 미술관에서 그림 한 점을 고르면 손바닥만 한 수첩에 30초 안에 썸네일을 그린다. 규칙은 셋이다. 연필 하나, 명도는 셋(종이 흰색, 연한 칠, 짙은 칠), 선은 다섯 개 이하. 다 그리면 그림 앞을 떠나지 말고 썸네일과 그림을 번갈아 본다. 썸네일에서 빠진 것, 예컨대 아주 작은데도 눈을 붙드는 얼굴이나 붉은 점이 그림의 "의미 쪽 무게"인 경우가 많다. 동아시아 그림 앞에서는 한 가지를 더 한다. 썸네일을 그리기 전에 "어디서부터 보게 되어 있는가"를 먼저 적는다. 족자는 아래에서, 두루마리는 오른쪽에서.
트레이싱지 세 장으로 명작 읽기 화집이나 엽서, 또는 인쇄한 공공 도메인 작품 한 점과 트레이싱지 세 장을 준비한다. 첫 장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이는 덩어리만 연필로 칠한다(세 단계까지). 둘째 장에는 그림에 실제로 있는 곧은 경계와 긴 곡선만 긋는다. 셋째 장에는 처음 볼 때 눈이 간 곳을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찍는다. 그다음 친구나 가족에게 같은 그림으로 셋째 장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첫째·둘째 장은 서로 비슷하고 셋째 장은 사람마다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그 차이가 그림 1의 "측정과 해석" 축이다. 동아시아 족자나 두루마리 한 점으로도 해 보고, 셋째 장의 번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본다.

서윤의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13장

모작이 아니라 원리 하나씩

낭독회 포스터를 인쇄소에 넘긴 그 주말, 서윤은 겨울 연작 두 점 「눈 오는 골목」과 「창가의 귤」의 밑그림에서 막혀 있었다. 한도경은 화집 대신 노트북을 열자고 했다. "네가 만든 그 레이어로 보자. 단, 베끼지 말고 하나씩만 가져오는 거야." 두 사람은 이 장의 다섯 작품 중 서양 회화 두 점(브뤼헐, 페르메이르)과 동아시아 족자·두루마리 두 점(평사낙안, 굴정)을 골랐다.

먼저 페르메이르. 서윤은 무게중심을 여인의 얼굴 근처로 짐작했는데, 모형의 답은 가로 52%, 세로 57%, 허리와 대야 사이였다. 얼굴은 작고, 모형은 얼굴을 모른다. 무게는 촘촘한 탁자보와 창의 테두리, 두건의 경계가 나눠 지고 있었다. 도경은 숫자보다 경계 방향 비율(수평 27%, 수직 39%, 사선 34%. 다섯 작품 중 사선이 가장 적다)을 더 오래 봤다. "창틀, 지도, 탁자. 직사각형이 사람을 사방에서 붙들고 있어. 「창가의 귤」의 창틀이 바로 그 일을 할 수 있어." 서윤은 3장에서 정한 귤 세 알(두 알은 겹치고 한 알은 띄운다)을 창틀의 안쪽 사각형 안에 넣고, 채도 높은 귤빛은 귤에만 두고 창틀과 탁자는 회색에 가깝게 누르는 쪽을 택했다. 채도 비중 k를 바꾸면 무게중심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본 뒤였다.

브뤼헐에서는 서윤이 누워 자는 사람에서 먼 바다로 이어지는 대각선을 그었다. 경계 세기는 ×0.97로 평균과 같았다. 밀밭 윗가장자리에 대 보면 ×2.5 안팎이었다. "앞의 것은 네가 읽은 선이고, 뒤의 것은 그림에 있는 선이지." 서윤은 「눈 오는 골목」에서 길이 화면 깊숙이 사라지는 방향을 함축선으로만 두지 않고 실제 경계(눈 덮인 담의 윗선)로 그려 넣기로 했다.

평사낙안 앞에서 두 사람은 오래 말이 없었다. 덩어리 레이어로 보면 짙은 먹은 화면 아래쪽에 몰려 있고, 모형의 세로 무게중심은 56%로 가운데보다 아래다. 위쪽은 비단의 빈 바탕이다. 물가는 아래에서 위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물러난다. 서윤은 10장에서 「눈 오는 골목」의 위쪽 약 40%를 빈 하늘로 남기기로 한 결정을 다시 꺼냈다. 도경이 그때 펼쳐 보였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하늘만 비우는 게 아니라, 골목이 지그재그로 꺾이며 그 빈 곳으로 들어가게 하면 어떨까." 굴정의 두루마리에서는 원리 대신 질문 하나를 얻었다. 연작 두 점을 나란히 걸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볼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볼까. 도경은 "그건 14장에서 실험실에 같이 넣어 보자"고 했다. 격자는 이번에도 대 보기만 했다. 테두리에 고정한 3분할 격자에서 평사낙안(1.9%)과 호쿠사이(2.7%)의 시선 모형 점들은 무작위 기댓값보다 격자선에 가까웠고, 브뤼헐(7.1%)과 페르메이르(6.5%)는 더 멀었다. 도경은 "맞는 그림도 안 맞는 그림도 다 좋은 그림이네" 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이 장에서 정한 것겨울 연작에 가져올 원리 하나씩(서윤의 선택, 모작 아님). 「창가의 귤」: 페르메이르에서 "직사각형 틀이 주인공을 붙든다". 창틀을 안쪽 프레임으로 쓰고, 채도 높은 색은 귤 세 알에만 둔다. 「눈 오는 골목」: 평사낙안에서 "아래에 무게, 위는 비우고, 지그재그로 물러나기". 골목을 두 번 꺾어 빈 하늘로 들어가게 하고, 그 방향은 담의 윗선이라는 실제 경계로 그린다(브뤼헐의 밀밭 가장자리에서 얻은 점검). 구도선은 연필(경계)과 색연필(함축선)로 나눠 긋는다.
아직 남은 문제두 점을 나란히 걸 때의 읽는 방향. 진열 사진, 포스터, 수채화 밑그림을 같은 기준으로 한꺼번에 점검해 본 적이 없다.
다음 단계14장: 진열 사진, 포스터, 수채화 두 점을 구도 실험실에서 종합 분석한다.

핵심 정리

  1. 구도는 덩어리 → 무게 → 선 → 시선 → 격자 순서로 읽는다. 앞의 레이어일수록 측정에 가깝고, 뒤로 갈수록 해석과 기대가 끼어든다.
  2. 명도 덩어리는 처음 1초에 보이는 화면이다. 명작도 덩어리를 고르게 나누지 않는다. 동아시아 비단 그림은 좁은 명도 폭 안에서 덩어리를 나눈다.
  3. 시각적 무게중심은 기하 중심과 다르고, 그 벗어남이 화면의 기울기다. 단순 모형은 명도 대비와 채도는 알지만 얼굴, 글자, 의미는 모른다.
  4. 그림 위의 구도선은 실제 경계선과 보는 사람이 이은 함축선으로 나뉜다. 둘 다 쓸모 있지만 함축선은 가설이라고 밝힌다.
  5. 시선 경로 모형(현저성 + 억제)은 대비가 시선을 끄는 방식을 보여 줄 뿐이다. 실제 시선은 과제, 경험,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야르부스 1967).
  6. 틀을 자유롭게 옮기고 늘인 격자는 무작위 점에도 맞는다. 테두리에 고정한 격자로 잰 값만 그림에 대해 말한다. 황금비 주장은 그 근거부터 확인한다.
  7. 서양의 창문형 화면은 한 시점에서 한눈에, 두루마리와 족자는 여러 시점에서 시간을 두고 본다. 같은 도구로 재되, 그 도구가 깔고 있는 약속을 함께 의심한다.

확인 퀴즈

1. 한 구도 해설이 그림 테두리의 왼쪽 아래 모서리에서 오른쪽 위 모서리로 대각선을 긋고 "이 그림은 대각선 구도"라고 했다. 이 장의 시뮬레이터로 재 보니 그 선 위 경계 세기는 그림 평균의 1.0배였다. 가장 알맞은 판단은?

경계 세기 1.0은 그 선 위에 그림 평균보다 센 경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 선은 그림 속 경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그은 함축선일 수 있고, 그렇다면 무엇(인물의 시선, 물건의 배열)이 그 방향을 만드는지 근거를 대야 한다. 경계가 없다고 구도선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테두리 모서리끼리 이은 선은 그림보다 기하학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2. 아무 뜻 없이 흩뿌린 점 그림에 격자 틀을 자유롭게 옮기고 늘이며 맞췄더니, 명작에 맞춘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점들이 격자선에 가까워졌다. 이 실험이 보여 주는 것은?

자유도가 큰 측정은 무엇에든 맞는다. 그래서 테두리에 고정한 격자, 미리 정한 점으로 잰 값만 그림에 대해 무언가를 말한다. 그렇다고 격자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9장에서처럼 배치를 점검하는 출발점으로는 여전히 유용하다. 무작위 점이 맞았다는 것은 황금비가 법칙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측정 방법의 문제를 보여 준다.

3. 북송의 두루마리 「하산도」를 감상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두루마리는 오른쪽부터 일부씩 펼쳐 시간을 두고 보는 그림이다. 한 번에 보이는 것은 펼친 폭만큼이고, 구도는 펼치는 동안 이어지는 흐름으로 읽힌다. 벽에 걸어 전체를 보는 것은 족자나 유럽 회화의 방식에 가깝다. 두루마리에는 고정된 테두리가 없으므로 전체에 격자를 대는 것은 그 그림의 약속과 맞지 않는다.

4. 이 장의 시선 경로 모형은 페르메이르의 「물병을 든 젊은 여인」에서 첫 고정점을 탁자 위의 대야와 물병에 두고, 다섯 번 안에 여인의 얼굴을 고르지 않았다. 이 결과를 가장 바르게 해석한 것은?

현저성 모형은 둘레와의 대비만 계산한다. 사람은 얼굴과 사람의 행동에 강하게 끌리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과제)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야르부스). 모형 결과는 "대비만 보면 이렇다"는 가설이다. 가운데 쏠림 보정은 알려진 경향 하나를 더할 뿐, 실제 시선과 같게 만들지는 못한다. 화가의 의도에 대한 증거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