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점·선·면

눈 덮인 운동장에 발자국 하나가 찍혀 있으면 그것은 "어디"다. 발자국이 줄지어 이어지면 그것은 "어디로"가 된다. 아이들이 몰려와 운동장 한쪽을 다 밟아 놓으면 이제 그것은 "얼마나"다. 같은 발자국이 하나일 때는 점, 이어지면 선, 모이면 면으로 읽힌다. 그림과 사진과 포스터도 결국 이 세 가지의 조합이다. 이 장은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들을 하나씩 손에 쥐고, 각각이 화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본다.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

화면에 놓이는 모든 것은 세 가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점(Point)은 크기보다 자리가 먼저 보이는 작은 형이다. 선(Line)은 폭보다 길이가 훨씬 길어서 방향이 먼저 보이는 형이다. 면(Plane, Shape)은 넓이와 모양이 보이는, 곧 덩어리로 읽히는 형이다. 기하학의 점에는 크기가 없지만, 그림의 점은 반드시 크기가 있다. 다만 화면에 비해 충분히 작아서 "어디에 있는가"만 읽힐 뿐이다.

이 세 단위를 미술 교육의 기초로 정리한 사람들은 20세기 초 독일의 바우하우스 교사들이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1926년 『점과 선에서 면으로』(Punkt und Linie zu Fläche)에서 선을 움직이는 점이 남긴 자취로, 면을 선이 지나간 자리로 설명했다. 같은 학교의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도 『교육 스케치북』(Pädagogisches Skizzenbuch, 1925)에서 선을 점이 움직이며 그리는 것으로 다루었다. 아래 그림이 그 생각을 옮긴 것이다.

점: 어디 선: 어디로 면: 얼마나 점이 움직인 자취 선이 쓸고 간 자리
그림 1.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점은 자리를, 선은 방향을, 면은 넓이를 먼저 보여 준다. 칸딘스키와 클레는 이 셋을 움직임으로 이었다. 점이 움직이면 선이 되고, 선이 옆으로 움직이면 면이 된다. 이 그림은 두 사람의 설명을 이 책이 옮겨 그린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점이고 무엇이 면인지는 크기 자체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지름 1 cm의 원도 엽서 위에서는 점이고, 우표 위에서는 면이다. 같은 사람이 넓은 들판 사진에서는 점이고, 얼굴 사진에서는 화면 전체를 채우는 면이다. 점·선·면은 화면에 대한 비율과 역할의 이름이다.

점: 자리와 긴장

점이 언제 면으로 바뀌는지 직접 본다. 아래 액자 안의 원을 끌어 옮기고, 슬라이더로 지름을 키워 본다.

SIMULATOR

점이 면이 되는 순간

원을 끈다
화면에서 차지하는 넓이—
가장 가까운 가장자리까지—
읽힘—
해볼 것: ① 지름 4%에서 원을 이리저리 옮긴다. 원의 모양은 거의 보이지 않고 "어디에 있는가"만 읽힌다. 가장자리로 밀면 화면 전체가 그쪽으로 기운다. ② 지름을 25%쯤으로 키운다. 이제 원이 둥글다는 것, 넓이를 가졌다는 것이 보인다. 자리보다 덩어리가 먼저 읽힌다. ③ 지름을 90%까지 키운다. 원이 바탕을 거의 삼켜, 남은 네 귀퉁이의 흰 조각이 오히려 형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형과 바탕이 뒤집히는 이 순간은 3장의 주제다. (경계값 8%, 25%, 80%는 이 책이 설명을 위해 정한 것이다. 실제로 점과 면을 가르는 선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점 하나는 자리를 가리키는 데서 끝나지만, 점이 둘이 되면 일이 달라진다. 두 점 사이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데도 눈은 둘을 잇는 선을 본다. 이렇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보이는 선을 잠재선(Implied line)이라고 한다. 점이 셋이면 삼각형이, 넷이면 사각형이 보인다. 별자리가 바로 이것이다. 하늘에는 흩어진 별만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이에 선을 그어 국자와 사냥꾼을 본다.

SIMULATOR

두 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

점을 끈다
점 사이 거리(짧은 변 대비)—
잠재선의 방향—
읽힘—
해볼 것: ① 두 점을 가까이 붙인다. 둘은 "한 쌍"으로 묶여 하나의 단위가 된다. 멀리 떼면 각자 따로 놓인 두 개의 점이 되고, 그 사이의 빈 공간이 팽팽해진다. ② 두 점을 같은 높이에 두었다가 하나만 위로 올린다. 수평일 때는 차분하던 화면이, 기울어지는 순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미끄러지는 방향을 갖는다. ③ "점 셋"으로 바꾸고 삼각형을 만든다. 잠재선 그려 보기를 끄고도 삼각형이 보이면, 그것이 잠재선이다. 세 점을 거의 한 줄로 늘어놓으면 삼각형이 사라지고 선 하나가 된다. (거리 15% 이내를 "한 쌍", 각도 10° 이내를 수평·수직으로 본 것은 이 시뮬레이터의 기준이다. 실제로 묶여 보이는 조건은 4장에서 다룬다.)

점은 크기가 작아도 화면 전체를 움직인다. 흰 종이 한가운데의 점은 고요하지만, 위쪽 모서리 근처의 점은 화면 밖으로 떠나려 하고, 아래 가장자리에 붙은 점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1장의 "점 하나의 자리"). 화면에 강조색 점 하나를 찍는 것만으로 시선의 출발점이 정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포스터의 작은 로고, 그림 속 붉은 옷의 작은 인물은 크기에 비해 훨씬 큰 일을 한다.

선: 방향

선은 방향을 가진다. 그리고 방향마다 오래된 연상이 따라붙는다. 수평선은 지평선, 누운 몸, 잔잔한 수면처럼 쉬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수직선은 서 있는 사람, 나무, 기둥처럼 중력에 맞서 버티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선은 넘어지는 것, 달리는 것, 비탈길처럼 균형이 깨진 상태, 곧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칸딘스키는 『점과 선에서 면으로』에서 수평선을 차갑고 평평한 선, 수직선을 따뜻한 선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측정한 사실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해석이다.

그림에서 선은 그어진 선만이 아니다. 아래 그림처럼 여러 종류가 함께 일한다.

실선 그어진 자국 윤곽선 면의 가장자리 잠재선 늘어선 점들 방향선 시선·손짓
그림 2. 화면 속 선의 네 종류. 그어진 실선, 면의 가장자리가 만드는 윤곽선(Contour), 점들이 늘어서서 만드는 잠재선, 사람의 시선이나 손짓, 화살표처럼 무언가를 가리켜 눈을 이끄는 방향선(Directional line). 붉은 점선은 이 책이 덧그린 것으로, 실제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눈이 따라가는 선이다. 방향선이 눈을 어떻게 이끄는지는 5장에서 다룬다.

선이 여러 개 모이면 방향의 인상은 더 강해진다. 화면 가득 내리는 비가 좋은 예다. 아래에서 빗줄기의 기울기와 길이를 바꿔 본다. 길이를 아주 짧게 줄이면 선이 다시 점이 된다.

SIMULATOR

빗줄기의 각도와 길이

선의 방향—
점인가 선인가—
읽힘—
해볼 것: ① 기울기 0°, 길이 45에서 시작한다. 곧게 내리는 비, 바람 없는 오후다. ② 기울기를 25°쯤으로 민다. 같은 비가 갑자기 바람을 품는다. 다리 위의 사람이 바람을 맞받는 쪽이 어디인지까지 읽힌다. 80°까지 밀면 비가 거의 옆으로 날아가 폭풍이 되거나, 더는 비로 보이지 않고 화면을 긋는 줄무늬가 된다. ③ 기울기를 0°로 돌리고 길이를 0까지 줄인다. 선이 점으로 줄어들면서 비가 눈발이나 이슬비처럼 바뀐다. 길이는 속도의 단서다. 긴 선은 빠르게, 짧은 선은 느리게 떨어지는 것으로 읽힌다. (빗줄기는 위치를 고정한 무작위 배치다. 읽힘의 이름은 이 책이 붙인 것이다.)

선의 속도와 성격

같은 방향의 선이라도 어떻게 그어졌는가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손을 빠르게 움직여 그은 선은 매끈하고, 시작과 끝이 가늘어지며, 붓이라면 끝에서 먹이 갈라져 흰 틈이 생긴다. 천천히 그은 선은 굵기가 고르고, 손의 작은 떨림이 그대로 남으며, 시작과 끝에 먹이나 물감이 고인다. 보는 사람은 선만 보고도 그 선을 그은 손의 속도를 짐작한다.

동아시아 회화는 이 성격을 일찍부터 그림의 중심에 두었다. 서예와 수묵화에서 선(필선)은 형의 가장자리를 나타내는 도구이기 전에, 붓을 든 사람의 속도와 힘이 남은 흔적으로 감상되었다. 붓이 빠르게 지나가 먹이 다 묻지 않고 갈라진 자국을 비백(飛白)이라 부르고, 그림 속 바위에 찍은 작은 점들(태점)과 산의 결을 나타내는 짧은 선들(준법)도 각각 이름과 계보를 가진 점과 선이다. 아래에서 붓의 속도를 바꿔 같은 획을 다시 그어 본다.

SIMULATOR

빠른 선, 느린 선

굵기 변화(가장 굵은 곳 ÷ 가는 곳)—
떨림—
읽힘—
해볼 것: ① 속도 70의 붓으로 시작한다. 획의 가운데가 굵고 양끝이 가늘어지며, 끝부분에 흰 틈(비백)이 생긴다. 빠르고 자신 있는 선으로 읽힌다. ② 속도를 10까지 내린다. 굵기가 고르게 변하고 손떨림이 남으며, 시작과 끝에 먹이 고인다. 같은 모양의 획이 망설이는 선이 된다. 느린 선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조심스러움, 무게, 서툰 손의 정직함을 전할 때는 느린 선이 맞다. ③ 연필로 바꾼다. 연필은 굵기 변화가 작아 속도가 주로 떨림과 선의 끊김으로 드러난다. 속도를 100까지 올리면 선이 너무 매끈해져 기계로 그은 것처럼 개성이 사라진다. (획의 모양은 이 책의 단순한 모형이다. 굵기는 획 위치에 따른 압력 곡선, 떨림은 속도에 반비례하는 고정 시드의 흔들림, 비백은 속도가 빠를수록 끝부분에서 늘어나는 흰 틈으로 그렸다.)

선의 속도는 그림 전체의 성격이 된다. 빠른 선으로 그린 크로키는 생동감이 있고, 느린 선으로 그린 세밀화는 차분하고 단단하다.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손글씨 느낌의 로고와 자로 그은 듯한 로고는 같은 글자를 써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 중요한 것은 빠른 선이 좋다, 느린 선이 좋다가 아니라 선의 속도가 화면이 전하려는 성격과 맞는지다.

손목이 아니라 어깨로 긋는다 드로잉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조언이 있다. 긴 선은 손목이 아니라 팔꿈치와 어깨로 긋는다. 손목만 쓰면 선이 손목이 도는 반지름만큼 휘고,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선을 긋기 전에 연필을 종이에서 살짝 띄운 채로 같은 궤적을 두세 번 허공에서 움직여 보고(일종의 예행연습), 그다음 한 번에 긋는다. 시작점과 끝점을 먼저 가볍게 찍어 두면 선이 목표를 향해 간다. 머뭇거리며 여러 번 덧그은 선은 대개 느린 선이 아니라 지저분한 선이 된다. 느린 선이 필요하면 의도적으로 천천히, 한 번에 긋는다.
같은 선을 세 속도로 A4 종이를 가로로 놓고 세 칸으로 접는다. 각 칸에 같은 모양의 선(완만한 S자 하나)을 세 가지 속도로 긋는다. 첫 칸은 1초 안에, 둘째 칸은 3초쯤, 셋째 칸은 10초 넘게 천천히. 연필로 한 번, 붓펜이나 붓으로 한 번 해 본다. 다 그었으면 다른 사람에게 어느 칸이 가장 빨리 그은 선인지 맞혀 보게 한다. 대부분 맞힌다. 그다음 세 선 중 "겨울 아침"에 어울리는 선, "급한 소식"에 어울리는 선을 골라 본다. 선의 속도가 곧 내용이 되는 순간이다.

면: 크기·명도·무게

면은 넓이를 가진 형이다. 면이 화면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은 무게를 만드는 것이다. 큰 면은 작은 면보다 무거워 보이고, 어두운 면은 밝은 면보다 무거워 보인다. 이렇게 화면 안의 요소가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는지를 시각적 무게(Visual weight)라고 부른다. 실제 무게가 아니라 눈이 느끼는 비중이다.

아래 저울의 왼쪽에는 짙은 정사각형이 고정되어 있다. 오른쪽 면의 크기와 명도를 바꿔 저울이 수평이 되는 지점을 찾아본다.

SIMULATOR

면의 무게: 크기와 명도

왼쪽 · 오른쪽 명도 L*—
모델 무게 비(오른쪽 ÷ 왼쪽)—
저울—
해볼 것: ① 처음 상태(같은 넓이, 오른쪽 L* 80)를 본다. 밝은 면이 가볍게 떠 있어 저울이 왼쪽으로 기운다. ② 넓이를 늘려 수평을 찾는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L* 80의 면은 L* 20의 면보다 약 2.3배 넓어야 무게가 맞는다. 눈으로 볼 때도 비슷한지, 아니면 더 크거나 작아야 맞아 보이는지 판단해 본다. ③ 명도를 95까지 올린다. 종이색에 가까워진 면은 넓이를 다섯 배로 키워도 무게가 잘 생기지 않는다. 바탕과 같은 명도의 면은 거의 무게가 없다. 반대로 명도를 10까지 내리면 작은 면도 금세 무거워진다. (모델 무게 = 넓이 × ((100 − L*) ÷ 100 + 0.25). 0.25는 밝은 면에도 약간의 무게를 주기 위한 이 책의 보정값이다. 실제 시각적 무게는 채도, 모양, 고립, 위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균형 전체는 7장에서 다룬다.)

면의 무게는 균형만이 아니라 주인공을 정한다. 화면에서 가장 크고 가장 어두운(또는 바탕과 명도 차이가 가장 큰) 면이 대개 먼저 보인다. 그래서 면을 쓸 때는 무엇이 주인공인지 먼저 정하고, 나머지 면들의 크기와 명도를 그보다 한 단계씩 낮춰 둔다. 모든 면이 비슷한 크기와 명도면 1장의 쇼윈도처럼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안 보인다. 면의 명도 구조를 정하는 방법은 ColorBook 6장의 노탄과 같다.

명도만이 무게는 아니다 디자이너와 화가들이 경험적으로 꼽는 시각적 무게의 요인은 크기와 명도 말고도 여럿이다. 선명한 색(채도)은 회색보다, 따뜻한 색은 차가운 색보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형은 불규칙한 형보다, 혼자 떨어진 형은 무리 속의 형보다, 화면 위쪽에 놓인 형은 아래쪽보다 무거워 보인다는 설명이 흔하다. 아른하임도 『미술과 시지각』에서 이런 요인들을 균형의 재료로 다루었다. 다만 요인마다 실험 근거의 수준은 다르고, 요인들이 서로 어떻게 더해지는지에 대한 합의된 공식은 없다. 이 책의 무게 모형이 넓이와 명도 두 가지만 쓰는 이유다. 요인이 많아질수록 숫자는 그럴듯해지지만, 그만큼 근거 없는 정밀함이 생긴다.

작품 속 점·선·면

이제 실제 작품을 세 단위로 나눠 읽어 본다. 아래는 일본의 판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말년에 만든 연작 『명소 에도 백경』의 한 장이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1887년 이 판화를 유화로 옮겨 그린 일로도 유명하다.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세로로 긴 목판화. 위쪽은 먹구름이 낀 어두운 하늘이고, 그 아래로 강 건너편의 숲이 짙은 띠처럼 놓여 있다. 화면 전체에 가는 빗줄기가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아래쪽에는 연한 나무색 다리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지나가고, 다리 위에서 우산과 삿갓을 쓴 사람들이 비를 피해 서두른다. 강 위에는 뗏목을 모는 사람이 작게 보인다.
그림 3. 우타가와 히로시게, 「오하시 다리와 아타케의 소나기」(『명소 에도 백경』 중), 1857. 거의 수직인 수많은 빗줄기, 화면을 비스듬히 가르는 다리, 다리 위의 작은 사람들. 이 판화의 점·선·면은 각각 다른 일을 한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층을 하나씩 켜 본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The Howard Mansfield Collection, Purchase, Rogers Fund, 1936), 목판화, 종이에 먹과 색.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점·선·면은 그림 속에서 따로 그려져 있지 않다. 사람은 우산을 쓴 형이고, 다리는 나무 판자와 난간이다. 그것들을 점·선·면으로 읽는 것은 보는 사람의 일이다. 아래는 이 책이 이 판화를 세 층으로 나눠 표시한 것이다. 층을 바꾸고 원본을 흐리게 해서 각 층만 남겨 본다.

SIMULATOR

소나기를 점·선·면으로 읽기

점—
선—
면—
해볼 것: ① "점" 층만 켜고 원본을 0으로 내린다. 다리 위의 사람 여섯과 뗏목 위의 한 사람이 남는다. 모두 화면 아래 절반에 있고, 다리 위의 여섯은 다리의 기울기를 따라 늘어서서 그 자체로 잠재선을 만든다. ② "선" 층으로 바꾼다. 수직에 가까운 빗줄기와 약 16° 기운 다리의 사선, 다리 아래 수직의 기둥들이 서로 엇갈린다. 수직(내리는 비, 버티는 기둥)과 사선(서두르는 다리 위)이 부딪치는 자리에 사람들이 있다. ③ "면" 층으로 바꾼다. 하늘, 강 건너 숲, 강, 다리, 다리 아래의 다섯 면이 화면을 나눈다. 다리 면은 화면의 약 12%로 가장 작지만 가장 밝아서 먼저 보인다. (층의 경계와 점의 자리는 이 책이 원본 위에서 손으로 정한 것이다. 넓이는 그림 테두리 안쪽에 대한 비율이며, 빗줄기는 실제 선을 하나하나 딴 것이 아니라 방향을 보여 주는 표시다.)

세 층을 겹쳐 보면 이 판화가 왜 소란스럽고 급하게 느껴지는지 설명된다. 위쪽의 넓고 어두운 면들이 화면을 무겁게 누르고, 그 위로 수직의 빗줄기가 쉬지 않고 내리꽂히며, 아래쪽의 밝은 다리 면은 사선으로 기울어 안정된 바닥이 되어 주지 못한다. 작은 점들(사람)은 그 사선 위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두른다. 점·선·면 하나하나는 단순하지만, 그것들이 맞물리는 방식이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라는 내용을 만든다.

점·선·면으로 짜기

실제 작업에서는 세 단위를 모두 쓴다. 다만 대개 하나가 주인공이고 나머지가 거든다. 점이 주인공인 화면은 가볍고 리듬이 있으며 흩어지기 쉽다. 선이 주인공인 화면은 방향과 움직임이 강하다. 면이 주인공인 화면은 단단하고 멀리서도 잘 읽힌다. 셋이 같은 힘으로 다투면 화면은 시끄러워진다.

마지막 시뮬레이터는 세로 포스터(A2 비율, 1 : 1.414)의 썸네일이다. 위의 단추로 점 중심, 선 중심, 면 중심의 썸네일을 불러오고, 주인공 요소를 끌어 옮기거나 크기를 바꾼다. 아래쪽의 회색 막대는 제목과 날짜가 들어갈 자리다.

SIMULATOR

썸네일 세 장: 점, 선, 면

요소를 끈다
점 · 선 · 면이 덮은 넓이—
주인공 ÷ 강조 점(넓이)—
강조 점과 가장자리—
이 썸네일의 성격—
해볼 것: ① "면 중심"에서 시작한다. 지름이 포스터 폭의 62%인 큰 원 하나가 화면의 약 21%를 덮고, 붉은 강조 점 하나가 그 곁에 있다. 넓이로 보면 원이 점의 백 배가 넘지만, 점은 색과 고립 덕분에 사라지지 않는다. 점을 원 안쪽, 원 가장자리에 닿을 듯한 곳, 화면 모서리로 차례로 옮겨 본다. ② "점 중심"으로 바꾼다. 작은 점들이 눈송이나 전구처럼 흩어져 가볍고 반짝이지만, 크기를 키우면 점들이 면처럼 뭉치고 줄이면 멀리서 사라진다. ③ "선 중심"으로 바꾼다. 비스듬한 선들이 화면에 바람 같은 방향을 준다. 크기(선의 굵기)를 100까지 올리면 선이 굵은 띠가 되어 면처럼 읽힌다. 세 썸네일을 흑백으로도 비교한다. (넓이는 각 요소가 덮은 픽셀의 비율이다. "성격"의 이름은 이 책이 주인공 요소와 넓이로 붙인 것이며, 어느 것이 좋은지는 포스터가 전하려는 것에 달렸다.)

세 썸네일 중 정답은 없다. 연말의 반짝이는 분위기를 전하려면 점 중심이, 서둘러 오라는 신호라면 선 중심이, 멀리서도 한눈에 "여기서 무언가 열린다"를 알려야 한다면 면 중심이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 장만 그려 놓고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점·선·면 세 가지 주인공으로 각각 짜 보고 나란히 놓으면, 무엇을 전하려는지가 그 비교 속에서 분명해진다.

주인공은 한 종류로 포스터와 표지를 많이 만들어 본 디자이너들은 썸네일 단계에서 "이 화면의 주인공은 점인가, 선인가, 면인가"를 한 단어로 적어 두곤 한다. 주인공이 정해지면 나머지 요소는 그보다 작거나, 옅거나, 가늘게 둔다. 예를 들어 면이 주인공이면 글자는 면을 방해하지 않는 작은 덩어리로 모으고, 장식 선은 한두 개로 줄인다. 작업하다 보면 요소를 하나씩 더하고 싶어지는데, 그때마다 "이것은 주인공을 돕는가, 주인공과 다투는가"를 묻는다. 다투는 요소는 빼거나 다음 썸네일로 보낸다.

서윤의 겨울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2장

쇼윈도를 점·선·면으로 다시 보다

윤서윤은 1장에서 정한 대로 쇼윈도 진열 사진을 흑백으로 바꾸고, 그 위에 트레이싱지를 대고 점·선·면만 옮겨 그렸다. 솔방울 장식, 작은 초, 유리 눈사람 같은 소품은 점이었다. 그런데 열 개가 넘는 점이 창 전체에 고르게 흩어져 있어서 어느 것도 출발점이 되지 못했다. 두 단의 선반과 위쪽에 늘어뜨린 리본은 선이었다. 모두 수평이라 창 전체가 차분하다 못해 멈춰 있었다. 표지가 보이게 세운 책들은 면이었는데, 크기와 명도가 비슷한 면 스무 개가 줄을 서서 결국 회색 띠 두 줄이 되었다. 한도경이 흑백 사진을 보고 했던 말 그대로였다.

서윤은 같은 방식으로 연말 낭독회 포스터의 첫 썸네일 세 장을 그렸다. 포스터는 A2 세로(420 × 594 mm)다. 첫 장은 점 중심: 크림색 바탕에 작은 전구 같은 점들을 흩뿌렸다. 반짝이지만 길 건너에서 보면 점이 바탕에 녹았다. 둘째 장은 선 중심: 책장을 넘기는 바람처럼 비스듬한 선 다섯 줄. 움직임은 좋았지만 "낭독회"의 조용한 분위기와 어긋났다. 셋째 장은 면 중심: 폭의 62%(약 260 mm)를 지름으로 하는 큰 원 하나를 책방 초록 #2f7d5b로 놓고, 강조색 #d24f39의 작은 점 하나(지름은 폭의 6%, 약 25 mm)를 그 곁에 두었다. 계산하면 원은 포스터 넓이의 약 21%, 원과 점의 넓이 비는 약 107 : 1이다.

도경은 세 장을 계산대 위에 나란히 놓고 한 걸음씩 물러서며 보았다. "멀리서 남는 건 셋째 장이네. 큰 원은 등불 같기도 하고 겨울 달 같기도 하고. 저 작은 빨간 점이 없으면 그냥 초록 동그라미야." 서윤은 도경에게 그 장면을 휴대폰 흑백으로 찍어 보여 주었고, 흑백에서도 원과 점이 따로 읽히는 것을 둘이 함께 확인했다.

이 장에서 정한 것낭독회 포스터는 큰 면 하나 + 작은 점 하나로 간다(서윤의 선택). 출발값은 큰 원 지름 = 폭의 62%(약 260 mm, 넓이의 약 21%), 강조 점 지름 = 폭의 6%(약 25 mm). 점 중심·선 중심 썸네일은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아직 남은 문제쇼윈도에서 큰 면(책 덩어리) 둘레의 빈자리는 어떻게 읽히는가. 원과 점 사이, 원과 포스터 가장자리 사이의 빈 곳은 무엇을 하는가.
다음 단계3장: 창 너머 거리에서 진열의 실루엣과 책 사이의 빈 자리(음형)를 본다.

핵심 정리

  1. 점은 자리를, 선은 방향을, 면은 넓이와 덩어리를 먼저 보여 준다. 무엇이 점이고 면인지는 크기 자체가 아니라 화면에 대한 비율과 역할로 정해진다.
  2. 점 하나로도 화면에 긴장이 생기고, 점이 둘 이상이면 그 사이에 그려지지 않은 선(잠재선)과 형이 보인다.
  3. 수평선은 쉼, 수직선은 버팀, 사선은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연상은 오래된 관습이자 해석이며,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4. 같은 방향의 선도 속도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빠른 선은 매끈하고 끝이 가늘며, 느린 선은 굵기가 고르고 떨림이 남는다. 선의 속도는 화면의 성격이 된다.
  5. 면은 크기가 클수록, 바탕과의 명도 차이가 클수록 무거워 보인다. 시각적 무게에는 다른 요인도 있지만 합의된 공식은 없다.
  6. 실제 화면에서는 점·선·면 중 하나가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가 거든다. 같은 내용을 점·선·면 중심으로 각각 짜 보고 비교하면 전하려는 것이 분명해진다.

확인 퀴즈

1. 지름 2 cm의 붉은 원이 A4 포스터 위에서는 "점"으로, 명함 위에서는 "면"으로 읽혔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같은 원도 화면이 크면 자리만 읽히는 점이고, 화면이 작으면 넓이와 모양이 보이는 면이다. 점과 면을 가르는 정해진 절대 크기는 없다.

2. 흰 화면에 점 세 개만 찍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삼각형"이 보인다고 한다. 이때 보이는 삼각형의 변을 무엇이라 하는가?

점들 사이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는데도 보이는 선이 잠재선이다. 별자리를 보는 것도 같은 일이다. 윤곽선은 면의 가장자리, 비백은 붓 자국의 흰 틈, 실선은 실제로 그어진 선이다.

3. 같은 S자 획을 두 번 그었다. A는 굵기가 고르고 손떨림이 남았으며 양끝에 먹이 고였다. B는 가운데가 굵고 양끝이 가늘며 끝에 흰 틈이 있다. 가장 알맞은 해석은?

빠른 선은 굵기가 변하고 끝이 가늘어지며 비백이 생기기 쉽고, 느린 선은 굵기가 고르고 떨림과 먹 고임이 남는다. 비백은 수묵에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자국이다. 빠름과 느림 중 하나가 늘 더 좋은 것은 아니다.

4. 짙은 회색(L* 20) 정사각형과 같은 넓이의 밝은 회색(L* 80) 정사각형을 저울 양쪽에 놓은 것처럼 화면 좌우에 두었다. 이 책의 모델에 따르면 무게를 맞추려면?

모델 무게 = 넓이 × ((100 − L*) ÷ 100 + 0.25)로 계산하면 짙은 면은 1.05, 밝은 면은 0.45다. 1.05 ÷ 0.45 ≈ 2.3이므로 밝은 면이 약 2.3배 넓어야 한다. 밝은 면을 줄이면 더 가벼워진다. 이것은 교육용 모델이며, 실제로는 눈으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