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6

평면 위의 깊이

휴대폰 화면은 두께가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유리판인데, 그 안의 산은 몇십 킬로미터 멀리 있어 보인다. 반대로 공들여 찍은 사진이 이상하게 납작해 보일 때도 있다. 눈은 화면의 깊이를 재지 못한다. 대신 평면 위에 남은 몇 가지 흔적, 곧 무엇이 무엇을 가리는지, 무엇이 작고 높이 있는지, 무엇이 흐리고 푸른지를 읽고 깊이를 "추리"한다. 화가와 사진가와 진열 디자이너는 이 흔적을 일부러 놓는다. 이 장은 그 단서를 하나씩 켜고 끄며 익히고, 같은 깊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짜 온 동아시아 그림도 함께 본다.

눈은 깊이를 추리한다

실제 세계에서 우리는 두 눈의 시차, 초점 조절, 고개를 움직일 때 가까운 것이 더 빨리 지나가는 운동 시차 같은 정보로 거리를 느낀다. 그러나 종이와 화면은 평평하다. 그 위에서 쓸 수 있는 것은 한 눈으로도, 멈춘 그림에서도 읽히는 정보뿐이다. 이를 그림 깊이 단서(Pictorial depth cues)라고 한다. 이 장은 여섯 가지를 다룬다.

① 겹침 ② 상대 크기 ③ 화면 속 높이 ④ 대기 원근 ⑤ 명도·대비 감쇠 ⑥ 질감 기울기
그림 1. 여섯 가지 그림 깊이 단서. ① 가리는 것이 앞에 있다. ② 같은 종류라면 작은 것이 멀다. ③ 지평선(점선) 아래에서는 지평선에 가까운 것, 곧 화면에서 높은 것이 멀다. ④ 먼 산일수록 하늘색에 가깝고 흐리다. ⑤ 가까운 것은 명도 대비가 크고 먼 것은 작다. ⑥ 고른 무늬가 촘촘하고 납작해지는 쪽이 멀다. 선원근(평행선이 소실점으로 모이는 것)도 강력한 단서지만 투시의 작도는 DrawingBook에서 깊게 다루고, 이 장에서는 크기와 높이를 통해서만 잠깐 본다.

단서 하나하나는 약하고 때로 틀린다. 작은 것이 멀리 있는 큰 것인지, 가까이 있는 작은 것인지 크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단서가 같은 답을 가리키면 눈은 그 답을 강하게 믿는다. 아래 장면에서 다섯 단서를 하나씩 켜 본다. 모두 끄면 다섯 그루의 나무는 거리가 다 다른데도 한 줄로 선 납작한 무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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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단서 켜고 끄기

켜진 단서—
가장 먼 나무의 대비—
해볼 것: ① 모두 끈 상태에서 하나씩 켠다. 어느 단서 하나만으로도 순서는 생기지만, 거리감(얼마나 먼가)은 "상대 크기"와 "화면 속 높이"가 켜져야 생긴다. ② "겹침"만 켜고 나머지를 끈다. 앞뒤는 보이지만 모두 같은 거리에 포개진 종이 인형처럼 보인다. ③ 모두 켠 뒤 "상대 크기"만 끈다. 먼 나무가 멀리 있는 거인처럼 이상해진다. 단서끼리 어긋나면 깊이가 아니라 어색함이 생긴다. (높이 3 m인 나무 다섯 그루의 실제 거리는 6, 9, 13, 19, 28 m, 눈높이 1.6 m의 핀홀 투시로 그렸다. 대기 원근은 아래 4절의 모형에서 소멸 계수 0.06/m로 둔 과장된 값이다.)

단서가 많이 겹칠수록 깊이는 또렷해지고, 단서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 화면은 어색해진다. 이 어색함은 실수가 될 수도,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일부러 크기를 뒤튼 포스터는 단서끼리의 다툼을 쓴다. 다만 그런 다툼도 단서가 무엇인지 알 때 고를 수 있다.

겹침: 가장 강하지만 순서만 아는 단서

겹침(Overlap, Occlusion)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일부를 가리면 가리는 쪽이 앞에 있다고 읽는 단서다. 아주 강해서 다른 단서와 싸우면 대개 이긴다. 대신 겹침은 순서만 알려 줄 뿐, 둘 사이가 1센티미터인지 1킬로미터인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눈은 가려진 윤곽이 앞 물체의 가장자리에서 끊기며 만드는 T자 모양 접점을 단서로 삼는다고 설명된다.

겹침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접선(Tangent)이다. 두 형태의 가장자리가 겹치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딱 맞닿거나, 한 형태의 가장자리가 다른 형태의 가장자리와 한 줄로 이어지면 T자 접점이 사라진다. 그러면 무엇이 앞인지 읽히지 않고 두 형태가 한 장의 종이에 붙은 무늬처럼 납작해진다. 그림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접선을 피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아래 세 권의 책 표지를 끌어 겹쳐 보고, 가장자리를 일부러 맞닿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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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침과 접선

표지를 끌어 옮긴다
겹침으로 정해진 순서—
접선—
해볼 것: ① 처음 배치에서 초록 표지와 크림 표지의 가장자리가 맞닿은 곳(접선 표시)을 본다. 둘 중 무엇이 앞인지 말하기 어렵다. ② 초록 표지를 크림 표지 쪽으로 조금 더 밀어 겹친다. T자 접점이 생기며 앞뒤가 정해진다. ③ 빨간 표지를 다른 두 권과 떨어뜨린다. 겹침이 없으면 순서도 사라지고 셋이 같은 면에 놓인다. (그리는 순서는 크림 → 초록 → 빨강으로 고정했다. 접선은 가장자리 사이가 4 px 안이면서 겹침 폭이 4 px보다 작은 경우로 판정한다. 이 책이 정한 기준이다.)

쇼윈도, 책상 위 정물, 단체 사진, 웹 화면의 카드 배치까지, 겹침은 가장 값싸고 확실한 깊이다. 겹침 폭이 너무 작아 가장자리가 스치기만 하면 오히려 접선이 되고, 너무 크면 뒤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뒤 물체의 특징(책 제목, 얼굴, 손잡이)은 남기고 덜 중요한 부분을 가리는 것이 요령이다.

크기와 높이: 핀홀이 정하는 두 단서

같은 크기의 물체가 멀어지면 화면에서 작아지고(상대 크기(Relative size)), 땅 위에 서 있다면 지평선 쪽으로 올라간다(화면 속 높이(Height in the visual field)). 두 단서는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사실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 바늘구멍 사진기처럼 한 점을 지나는 빛으로 상을 맺는 핀홀 투시(Pinhole projection)에서, 화면 위 크기는 거리에 반비례한다.

$$h_{\text{화면}} = f\,\frac{H}{Z},\qquad y_{\text{발}} - y_{\text{지평선}} = f\,\frac{E}{Z}$$
\(H\): 물체의 실제 높이, \(Z\): 거리, \(f\): 초점 거리(화면 크기의 비율), \(E\): 눈높이. 두 식을 나누면 \(h_{\text{화면}} / (y_{\text{발}} - y_{\text{지평선}}) = H / E\), 곧 거리와 상관없이 일정하다. 키가 눈높이와 같은 사람(\(H = E\))은 어디에 서 있든 머리가 지평선에 걸린다.

이 관계는 그림을 그릴 때 아주 쓸모 있다. 눈높이 1.6 m에서 본 거리의 사람들은 키가 비슷하다면 머리가 모두 지평선 근처에 줄을 선다. 아래에서 사람을 끌어 땅 위 이곳저곳에 세우고, 눈높이를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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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땅 위에 세우기: 크기와 높이

빨간 옷의 사람을 끈다
거리—
화면 키(앞사람 대비)—
머리와 지평선—
해볼 것: ① 눈높이 1.6 m에서 빨간 옷의 사람(키 1.6 m)을 앞뒤로 끈다. 어디에 세워도 머리가 지평선에 걸린다. ② 눈높이를 0.5 m(아이나 앉은 눈높이)로 낮춘다. 사람들의 머리가 모두 지평선 위로 솟아 올려다보는 장면이 되고, 6 m로 올리면 내려다보는 장면이 된다. ③ "크기 고정"을 켜고 사람을 멀리 끈다. 크기는 그대로인데 지평선 가까이 올라가 거인처럼 보인다. 높이 단서와 크기 단서가 싸우는 모습이다. (핀홀 투시, 카메라는 수평을 본다(기울기 0). 앞사람은 거리 4 m에 서 있다. 계산은 이 책 엔진의 ART.project를 쓴다.)

지평선 위에 있는 것, 예를 들어 구름이나 새, 천장의 전등은 반대다. 가까울수록 화면 위쪽에, 멀수록 지평선 쪽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화면에서 높을수록 멀다"는 말은 땅 위의 물체에만 맞다. 정확히는 "지평선에 가까울수록 멀다"다. 또 크기 단서는 물체의 실제 크기를 알 때만 거리를 알려 준다. 사람, 문, 자동차처럼 크기가 익숙한 물체를 화면 곳곳에 두면 보는 사람이 그것을 자로 삼아 공간의 크기를 잰다.

무대와 진열의 강제 원근 깊이가 수십 센티미터뿐인 무대, 쇼윈도, 정원에서는 앞뒤 거리만으로는 크기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 장의 모델로 계산하면 2 m 앞에서 보는 쇼윈도의 맨 앞(유리 뒤 10 cm)과 맨 뒤(55 cm)에 같은 크기의 책을 두어도 화면 크기 차이는 약 18%뿐이다. 그래서 무대 미술과 진열 디자인에서는 뒤에 일부러 더 작은 물건을 두고, 바닥을 뒤쪽으로 조금 올려 상대 크기와 높이 단서를 과장한다. 이를 강제 원근(Forced perspective)이라고 한다. 효과는 정해진 자리에서 볼 때 가장 크고, 옆으로 비켜서면 속임수가 드러난다.

대기 원근: 먼 것은 하늘을 닮는다

맑은 날 먼 산을 보면 가까운 산보다 푸르고 옅다. 공기 속 분자와 먼지, 물방울이 빛을 흩뜨리기 때문이다. 물체에서 오는 빛은 거리를 지나며 조금씩 흩어져 줄고, 그 사이 공기가 하늘빛을 덧칠한다. 그래서 먼 것일수록 대비가 줄고 색이 하늘색(바탕색) 쪽으로 간다. 이를 그림에서 쓰는 것을 대기 원근(Aerial perspective, Atmospheric perspective)이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트에서 멀리 있는 것일수록 더 푸르고 윤곽이 흐려진다는 관찰을 여러 번 적었다.

기상학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식 하나로 다룬다. 20세기 초 독일의 기상학자 하랄트 코슈미더(Harald Koschmieder)의 이름을 딴 관계다.

$$I(d) = I_0\,e^{-\beta d} + I_{\text{하늘}}\big(1 - e^{-\beta d}\big),\qquad C(d) = C_0\,e^{-\beta d}$$
\(I_0\): 물체의 원래 밝기(선형광), \(I_{\text{하늘}}\): 지평선 하늘의 밝기, \(d\): 거리, \(\beta\): 공기가 빛을 흩뜨리고 흡수하는 정도(소멸 계수). 물체와 하늘의 대비 \(C\)는 거리에 따라 지수로 줄어든다. 대비가 2%로 줄어드는 거리 \(V = 3.912/\beta\)를 흔히 가시거리라고 부른다.

식이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대비는 같은 거리마다 일정한 비율로 줄어서, 같은 간격으로 떨어진 켜라도 가까운 쪽 켜들 사이의 차이가 먼 쪽보다 크다. 그리고 먼 것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색이 되는" 것이다. 해 질 녘처럼 하늘이 주황빛이면 먼 산도 주황빛 회색으로 간다. 아래에서 공기의 탁함과 빛을 바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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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겹의 산과 공기

가장 먼 산(30 km)의 대비—
가시거리 V—
해볼 것: ① β를 0으로 내린다. 다섯 산이 모두 같은 짙은 초록이 되어, 겹침만 남고 거리감이 사라진다. ② β를 0.08 근처에 두고 대비 곡선을 본다. 곡선은 가까운 쪽에서 가파르고 먼 쪽에서 완만하다. 같은 2 km라도 1 → 3 km에서 줄어드는 대비(약 14%p)가 28 → 30 km(약 1.6%p)보다 훨씬 크다. ③ β를 0.4까지 올린다. 30 km 산은 완전히 사라지고, 화면에는 앞의 두세 겹만 남는다. 짙은 안개 속 풍경이다. "해 질 녘"과 "안개"로 바꿔 먼 산이 어느 색을 닮아 가는지 본다. (산의 거리 1, 3, 7, 15, 30 km. β의 단위는 km⁻¹이며, 같은 산 색(짙은 초록)을 선형광에서 하늘색과 섞었다. 실제 대기는 파장마다 흩어짐이 달라 먼 것이 더 푸르러지는데, 이 모형은 그 차이를 무시하고 하늘색 한 가지로만 섞는다.)

화가들은 이 식을 몰라도 같은 일을 해 왔다.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은 여섯 단서가 한 화면에 모두 들어 있는 좋은 예다.

피터르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 노랗게 익은 밀밭에서 사람들이 낫으로 밀을 베고 있고, 오른쪽 아래 배나무 그늘에서는 일꾼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한 사람은 누워 잔다. 왼쪽 뒤로 밭과 마을, 교회, 연못이 이어지고, 멀리 옅은 푸른빛의 바다와 배들이 보인다.
그림 2. 피터르 브뤼헐(아버지), 「추수하는 사람들」, 1565. 배나무 줄기와 밀단은 뒤의 밭을 가린다(겹침). 앞의 일꾼은 크고, 밭 가운데의 사람들은 작고, 멀리 길 위의 사람은 점이다(상대 크기). 먼 마을과 바다는 화면 위쪽, 지평선 가까이에 있다(화면 속 높이). 왼쪽 위의 먼 땅과 바다는 노랑과 초록을 잃고 옅은 푸른 회색이 된다(대기 원근, 명도·대비 감쇠). 밀 그루터기와 볏단 줄은 멀어질수록 촘촘해진다(질감 기울기). "흑백"을 켜면 앞쪽의 짙은 나무줄기와 먼 바다 사이의 명도 차이가 더 잘 보인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Rogers Fund, 1919), 참나무 판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하늘이 푸르고 먼 산이 푸른 이유 공기 분자처럼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입자는 짧은 파장(파랑)을 긴 파장(빨강)보다 훨씬 많이 흩뜨린다. 이를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 하고, 흩어지는 세기는 파장의 네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래서 낮 하늘은 파랗고, 그 하늘빛이 덧칠된 먼 산도 푸르다. 반대로 해가 낮게 떠 빛이 공기를 길게 지나면 파랑이 먼저 흩어져 빠지고 남은 빛이 주황·빨강이 된다. 안개나 미세먼지처럼 입자가 파장과 비슷하거나 크면 모든 파장을 고르게 흩뜨려 먼 곳이 하얗거나 누런 회색이 된다. 대기 원근의 "색"은 그날의 공기가 정한다(ColorBook 10장).

명도와 대비, 선명함의 감쇠

대기 원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이 아니라 명도다. 흑백 사진에서도 먼 산은 옅고 대비가 약하다. 그래서 화가들은 흔히 화면을 앞(전경)·중간(중경)·뒤(원경)의 세 켜로 나누고, 켜마다 명도 범위를 정한다. 앞 켜는 가장 짙은 어둠과 가장 밝은 빛이 함께 있어 대비가 크고, 뒤로 갈수록 명도가 바탕(하늘) 쪽으로 모이며 범위가 좁아진다(ColorBook 6장의 명도 구조).

명도만이 아니다. 가까운 것은 윤곽이 날카롭고 세부가 많으며, 먼 것은 윤곽이 부드럽고 세부가 뭉친다. 사진의 얕은 피사계 심도처럼 초점이 맞은 곳만 선명한 경우도 있다. 아래 그림은 같은 장면을 두 가지로 그렸다. 한쪽은 대비와 선명함이 뒤로 갈수록 줄고, 다른 쪽은 거꾸로 앞이 흐리고 뒤가 또렷하다.

그림 3. 대비가 뒤로 갈수록 줄 때와 늘 때. 경계선을 끌어 비교한다. 가상의 장면이다. 왼쪽 층은 앞의 울타리가 가장 짙고 날카로우며 뒤의 집들이 점점 옅고 부드럽다. 오른쪽 층은 같은 형태에 명도와 선명함만 거꾸로 주었다. 겹침과 크기는 그대로인데도 오른쪽은 공간이 접히고, 먼 집이 앞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단, 일부러 먼 곳에 초점을 맞추는 그림(창밖의 풍경이 주인공인 그림)이라면 오른쪽 방식이 맞을 수도 있다.
"따뜻한 색은 나오고 차가운 색은 들어간다" 미술 교육에서 오래 전해 온 말이다. 실제로 대기 원근 때문에 먼 것이 푸르러지는 경우가 많고, 빨강과 파랑을 나란히 놓으면 빨강이 조금 앞으로 떠 보이는 색입체시(Chromostereopsis)도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색입체시는 사람마다 방향과 크기가 다르고, 일부 사람에게는 거꾸로(파랑이 앞으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그림에서 공간을 만드는 힘은 색상보다 명도와 대비, 채도의 감쇠가 훨씬 크다. 따뜻한 색을 뒤에 두어도 명도와 대비가 원경답다면 뒤로 물러난다. 이 말은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 정도로 쓰고, 명도로 먼저 확인한다.
연필로 세 켜의 산 그리기 엽서 크기 종이에 가로로 굽이치는 산 능선 세 줄을 그린다. 맨 뒤 능선은 연필(HB)을 눕혀 아주 옅게, 가운데는 중간 진하기로, 맨 앞은 4B로 가장 짙게 칠하되 앞 산의 윗부분 가장자리는 날카롭게, 뒤 산의 가장자리는 손가락이나 휴지로 문질러 부드럽게 한다. 하늘은 종이를 남긴다. 다음 장에는 같은 능선을 거꾸로(앞이 옅고 뒤가 짙게) 칠해 두 장을 나란히 놓고 한 걸음 물러서 본다. 어느 쪽이 깊어 보이는지, 거꾸로 칠한 장에서 무엇이 이상한지 적는다. 카메라로 두 장을 찍어 흑백으로 바꿔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질감 기울기: 땅이 눕는 이유

지각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은 1950년 책 『시각 세계의 지각』(The Perception of the Visual World)에서 땅, 바닥, 물결처럼 고른 무늬가 있는 표면이 멀어지며 촘촘해지고 납작해지는 변화를 깊이의 중요한 정보로 보았다. 이를 질감 기울기(Texture gradient)라고 한다. 자갈밭, 꽃밭, 보도블록, 밀밭 그루터기처럼 크기가 고른 요소가 깔린 바닥은 그 자체로 "눕는다".

핀홀 투시로 보면 땅 위의 작은 요소는 거리가 \(Z\)일 때 폭이 \(1/Z\)로 줄고, 땅에 누운 만큼 세로는 그보다 빨리(대략 \(1/Z^2\)로) 줄어 납작해진다. 이 두 변화가 겹쳐 촘촘해지는 방향이 먼 쪽이 된다. 아래에서 땅의 무늬를 바꾸고, 기울기를 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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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가 땅을 눕힌다

앞줄과 지평선 근처의 요소 크기 비—
이 바닥의 읽힘—
해볼 것: ① 기본값에서 자갈이 지평선 쪽으로 촘촘하고 납작해지며 땅이 눕는 것을 본다. ② "기울기 끄기"를 켠다. 같은 자갈이 고른 크기로 깔리면 땅이 일어서서 벽이나 벽지처럼 보인다. ③ "중간에 둔덕 두기"를 켠다. 무늬의 기울기가 갑자기 바뀌는 줄에서 땅이 꺾이거나 솟은 것이 보인다. 눈높이를 8 m로 올리면 기울기가 완만해져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닥이 된다. (핀홀 투시, 요소 간격 0.8 m, 거리 1.5~80 m. 둔덕은 거리 12~16 m 구간의 땅을 1 m 올린 것이다.)

질감 기울기는 깊이뿐 아니라 표면의 모양도 알려 준다. 무늬의 촘촘함이 고르게 변하면 평평한 바닥, 갑자기 바뀌면 꺾임, 한쪽으로 휘면 굽은 땅이다. 그래서 풍경화의 밭고랑, 실내화의 마루 널, 사진의 보도블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모양을 그려 주는 눈금 노릇을 한다.

동아시아 그림의 다른 공간

지금까지의 단서는 대부분 한 자리에서 한 순간 본 장면을 전제한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체계가 잡힌 선원근은 그 전제를 끝까지 밀어붙여, 화면 전체를 하나의 눈과 하나의 소실점에 묶는다. 동아시아 산수화는 같은 문제를 다르게 풀었다. 북송의 화가 곽희(郭熙, Guo Xi)의 화론을 아들 곽사가 엮은 『임천고치』(林泉高致)는 산을 보는 세 가지 거리, 곧 삼원(三遠, Three distances)을 말한다.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고원(高遠), 산 앞에서 산 뒤를 들여다보는 심원(深遠),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평원(平遠)이다.

삼원은 소실점의 규칙이 아니라 시점과 거리감의 유형이다.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점이 섞이기도 하고, 두루마리에서는 펼쳐 가며 보는 동안 보는 자리가 계속 옮겨 간다. 근대 이후 중국 미술 담론에서는 이것을 한 점 투시와 대비해 "산점투시"(散點透視)라고 부르기도 한다. 깊이를 만드는 단서도 다르게 쓴다. 크기를 줄이기보다 화면에서 더 높이 올리고, 겹침으로 산 뒤에 산을 숨기며, 켜와 켜 사이를 안개나 물, 곧 비단과 종이의 빈 바탕(여백)으로 끊는다. 먹의 농담이 대기 원근을 맡는다. 삼원과 산수화의 시점은 DrawingBook에서 작도와 함께 더 깊게 다룬다.

곽희의 고목평원도 일부. 누런 비단 위에 먹으로 그린 풍경. 앞쪽에 구불구불한 고목들과 둥근 바위가 있고, 그 뒤로 정자 하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는 인물들이 보이며, 멀리 옅은 산과 물가가 안개 속에 낮게 깔려 있다. 왼쪽에는 붉은 인장이 찍힌 노란 표장 비단이 이어진다.
그림 4. 곽희, 「고목평원도」(Old Trees, Level Distance), 1080년경. 앞쪽의 고목과 바위는 짙은 먹과 날카로운 붓질로, 그 뒤의 정자와 다리는 중간 먹으로, 먼 물가와 산은 아주 옅은 먹으로 그렸다. 켜와 켜 사이는 채우지 않은 비단의 바탕이 안개와 물이 되어 끊는다. 소실점은 없지만 겹침, 높이, 명도의 감쇠, 여백이 평원의 거리를 만든다. 이 이미지는 소장처가 제공하는 대표 사진으로, 두루마리 전체(그림 부분 가로 약 104 cm)가 아니라 한 구간과 표장 일부만 보인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Gift of John M. Crawford Jr., in honor of Douglas Dillon, 1981), 두루마리, 비단에 먹과 색.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아래 시뮬레이터는 같은 세 켜의 산(앞·중간·뒤)을 삼원의 세 방식으로 배치한다. 켜 사이의 여백을 늘리고 줄이며, 소실점 없이 공간이 생기는 방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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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 높이·겹침·여백으로 짜는 공간

화면 중 여백—
앞 켜와 뒤 켜의 명도 차이—
해볼 것: ① "고원"에서 뒤 켜(가장 높은 봉우리)가 앞 켜보다 크고 높은데도 멀어 보이는지 본다. 크기 단서 대신 높이, 옅은 먹, 아래를 끊는 안개가 거리를 맡는다. ② 여백을 0으로 줄인다. 켜가 맞붙어 산이 한 덩어리 벽이 되고, 1로 늘리면 켜가 서로 떠서 거리가 커진다. ③ 먹의 농담 차이를 0으로 하면 어느 방식이든 공간이 납작해진다. "평원"에서는 먼 켜를 낮고 길게 깔아 수평 거리를, "심원"에서는 겹쳐 숨긴 산들로 안쪽 거리를 만든다. (세 방식의 배치는 삼원의 설명을 따라 이 책이 그린 도식이며, 특정 작품의 구도를 옮긴 것이 아니다. 먹의 명도는 L* 92(종이)에서 약 15 사이로 둔다.)

어느 방식이 "옳은" 공간인 것은 아니다. 선원근은 한 자리에서 본 순간을 측정하듯 붙잡고, 삼원은 산을 오르내리고 둘러보는 경험을 한 화면에 모은다. 앞에서 본 단서들은 두 전통에 모두 있다. 겹침과 명도의 감쇠는 공통이고, 크기와 소실점을 얼마나 믿느냐, 비운 자리를 얼마나 일하게 하느냐가 다르다. 여백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10장에서 다시 본다.

세 켜로 짜기

지금까지의 단서를 실제 작업에 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화면을 앞·중간·뒤의 세 켜로 나누고 켜마다 맡을 일을 정하는 것이다. 앞 켜는 크고 짙고 날카롭게, 중간 켜는 주인공을 두는 자리로, 뒤 켜는 작고 옅고 부드럽게. 그리고 켜와 켜를 겹쳐 순서를 박고, 바닥을 뒤로 올려 높이를 준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는 책방 E의 쇼윈도(폭 약 2.4 m, 깊이 약 60 cm)를 2 m 앞 길에서 본 모습이다. 네 가지 단서의 세기를 조절해, 납작한 한 줄 진열이 세 켜로 열리는 과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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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세 켜 무대

단서별 세기(겹침·크기·명도·높이)—
켜 분리도—
세 켜의 명도 L*(앞·중간·뒤)—
해볼 것: ① "첫 진열"에서 모든 값이 0이다. 책들이 같은 높이, 같은 크기, 같은 색으로 한 줄에 서서, 실제로는 앞뒤 60 cm에 흩어져 있는데도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인다. 분리도 0.21은 실제 거리에서 오는 약한 크기 차이(뒤/앞 0.82)뿐이다. ② 명도 차이만 1로 올린다. 그것만으로 앞 켜가 실루엣이 되고 뒤 켜가 바탕에 녹으며 켜가 열린다. ③ "세 켜 진열"을 누르고, 겹침을 0으로 내린다. 분리도는 조금만 줄지만 켜들이 나란히 늘어선 선반처럼 보인다. 겹침은 순서를, 나머지는 거리를 맡는다는 것을 확인한다. (켜 분리도 = 1 − Π(1 − 0.6 × 단서 세기). 단서가 서로를 보완한다는 생각을 숫자로 줄인 이 책의 교육용 지표로, 지각 실험값이 아니다. 앞·중간·뒤 켜의 거리는 유리에서 10, 30, 55 cm, 보는 사람은 유리 앞 2 m에 있다.)

네 단서는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부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일을 한다. 겹침은 순서를, 크기와 높이는 거리의 크기를, 명도는 켜의 묶음을 맡는다. 그리고 단서가 많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최대로 밀면 진열은 깊어지는 대신 연극 무대처럼 과장되고, 뒤 켜는 너무 작고 옅어져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얼마나 깊어야 하는지는 무엇을 보여 주려는가가 정한다.

켜마다 명도 상자를 정한다 풍경 화가들이 흔히 쓰는 요령이다.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켜마다 쓸 명도 범위를 작은 상자 세 개로 칠해 둔다. 예를 들어 원경은 L* 70~85, 중경은 45~70, 전경은 15~80처럼, 뒤로 갈수록 상자가 밝은 쪽으로 좁아지게 한다. 그리는 동안 원경에 너무 짙은 점(먼 창문, 먼 나무 한 그루)을 찍고 싶어지면 상자를 확인한다. 상자 밖의 점은 앞으로 튀어나온다. 진열과 무대, 사진의 배경 정리에도 같은 요령이 통한다.

서윤의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6장

60센티미터를 세 켜로 열기

낭독회 포스터의 시선 경로를 정한 그 주말, 서윤은 다시 쇼윈도로 돌아왔다. 깊이 약 60 cm의 진열대에 책 스무여 권과 소품을 두었는데, 길 건너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모든 것이 한 장의 벽지처럼 납작했다. 책은 모두 같은 높이의 받침에 서 있었고, 앞의 책과 뒤의 책이 서로 떨어져 겹치지 않았으며, 표지 색도 고만고만했다. 주인은 "물건은 많은데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윤은 이 장의 모델로 계산부터 했다. 길에서 유리까지 2 m라면, 유리 뒤 10 cm와 55 cm에 같은 크기의 책을 두어도 화면 크기 차이는 2.1 ÷ 2.55 = 0.82, 약 18%뿐이다. 깊이 자체가 얕아서 크기 단서는 거의 일하지 않는다. 도경은 무대 미술 이야기를 했다. "얕은 무대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야 깊어져." 두 사람은 강제 원근을 쓰기로 했다. 앞 켜에는 큰 판형의 그림책과 귤 바구니를, 뒤 켜에는 문고판을 세워 같은 "책"이라도 뒤가 더 작게 보이게 했다(실제 높이 비 약 0.6, 화면에서는 0.6 × 0.82 ≈ 0.49).

명도는 ColorBook에서 정한 책방 색으로 나눴다. 앞 켜는 짙은 색 #22342a(L* 20) 계열의 표지와 짙은 나무 바구니로 실루엣을 만들고, 중간 켜는 차분한 초록 #567666(L* 47) 계열의 받침 위에 이번 낭독회의 책을 두고, 뒤 켜는 크림 #ffe2d7(L* 92) 천을 친 뒷벽 앞에 옅은 표지의 문고판을 두어 바탕에 녹게 했다. 받침 높이는 앞 0, 중간 15 cm, 뒤 35 cm로 올렸다. 그리고 중간 켜의 책이 뒤 켜 책의 아래쪽 3분의 1쯤을 가리도록 겹쳤다. 서윤은 처음에 앞 켜 귤 바구니의 가장자리가 중간 받침의 모서리와 딱 맞닿게 놓았는데, 사진에서 그곳만 납작해 보여 바구니를 손바닥 반 뼘 옮겼다. 접선이었다.

이 장의 무대 시뮬레이터로 두 진열을 비교하면 켜 분리도는 첫 진열 0.21(실제 앞뒤 거리에서 오는 약한 크기 차이뿐)에서 세 켜 진열 0.97이 되었다. 지표는 교육용 근사지만, 길 건너에서 다시 찍은 사진에서도 앞의 귤 바구니, 가운데의 낭독회 책, 뒤의 문고판이 세 켜로 읽혔다. 그날 저녁 서윤은 「눈 오는 골목」의 공기를 정했다. 앞 울타리 3 m, 중간 집들 15 m, 골목 끝 담 40 m. 눈발의 탁함을 β = 0.05/m로 두면 이 장의 대기 모형에서 대비는 0.86, 0.47, 0.14로 줄고, 골목 끝은 거의 눈빛 회색에 녹는다. 도경은 "끝의 담은 보일 듯 말 듯해야 눈이 와"라며, 담의 가장자리는 젖은 종이에 번지게 칠하자고 했다. 서윤은 대신 도경에게 휴대폰 카메라의 인물 사진 모드(배경 흐림)를 보여 주며, 기계도 앞은 날카롭게 뒤는 흐리게 하는 같은 단서를 쓴다고 웃었다.

앞 켜#22342a L*20 중간 켜#567666 L*47 뒤 켜·뒷벽#ffe2d7 L*92 중간 켜의 주인공 표지#d24f39
이 장에서 정한 것쇼윈도 진열 세 켜. 앞(유리 뒤 약 10 cm, 받침 0): 큰 판형 그림책·귤 바구니, 짙은 색(L* 약 20)의 실루엣. 중간(약 30 cm, 받침 15 cm): 낭독회 책, 차분한 초록(L* 약 47) 받침, 뒤 켜를 아래쪽 3분의 1쯤 가림. 뒤(약 55 cm, 받침 35 cm): 문고판, 크림(L* 약 92) 뒷벽에 녹는 옅은 표지. 켜 사이 접선은 피한다. 「눈 오는 골목」은 β = 0.05/m의 대기 원근(3 m, 15 m, 40 m에서 대비 0.86, 0.47, 0.14).
아직 남은 문제안쪽 벽에 걸 가을 수채화 세 점은 크기가 서로 달라, 나란히 걸면 한쪽으로 기운다.
다음 단계7장: 크기가 다른 세 점의 시각적 무게를 맞춘다.

핵심 정리

  1. 평면에서 깊이는 측정되지 않고 추리된다. 그림 깊이 단서(겹침, 상대 크기, 화면 속 높이, 대기 원근, 명도·대비 감쇠, 질감 기울기)는 하나씩은 약하지만 같은 답을 가리킬 때 강해지고, 서로 어긋나면 어색함이 생긴다.
  2. 겹침은 가장 강한 단서지만 순서만 알려 준다. 가장자리가 맞닿는 접선은 T자 접점을 지워 앞뒤를 읽을 수 없게 만든다.
  3. 핀홀 투시에서 화면 크기와 발이 지평선에서 떨어진 거리는 모두 거리에 반비례한다. 키가 눈높이와 같은 사람은 어디에 서도 머리가 지평선에 걸린다. "높을수록 멀다"는 땅 위의 물체에만 맞다.
  4. 대기 원근에서 대비는 거리에 따라 지수로 줄고(C = C₀e^(−βd)), 먼 것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바탕)의 색과 명도를 닮아 간다. 그날의 공기와 빛이 그 색을 정한다.
  5. 앞 켜는 대비가 크고 날카롭게, 뒤 켜는 명도 범위가 좁고 부드럽게 두면 공간이 열린다. "따뜻한 색은 나온다"는 경향 정도의 말이며, 명도와 대비가 더 큰 힘을 갖는다.
  6. 질감 기울기는 고른 무늬가 멀어지며 촘촘하고 납작해지는 변화로, 깊이와 함께 표면의 모양(평평함, 꺾임)을 알려 준다.
  7. 동아시아 산수화는 하나의 소실점 대신 곽희의 삼원(고원·심원·평원)처럼 시점의 유형과 높이·겹침·먹의 농담·여백으로 공간을 짠다. 어느 쪽이 옳은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을 담는 방식이다.

확인 퀴즈

1. 두 책 표지의 가장자리가 겹치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딱 맞닿게 놓였더니, 사진에서 둘이 한 장의 종이처럼 납작해 보였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겹침 단서는 가려진 윤곽이 앞 물체의 가장자리에서 끊기는 접점으로 앞뒤를 읽는다. 가장자리가 맞닿으면 그 접점이 없어 순서가 모호해진다. 겹침은 원래 순서만 알려 줄 뿐 거리를 알려 주지 않는다. 레일리 산란은 공기가 짧은 파장을 흩뜨리는 현상으로 책 표지 사이와는 상관없다.

2. 눈높이 1.6 m에서 수평으로 찍은 거리 사진에, 키 1.6 m 안팎의 사람들이 가깝고 먼 여러 자리에 서 있다. 이 사람들의 머리는 화면에서 대략 어디에 놓이는가?

핀홀 투시에서 화면 키와 발이 지평선에서 떨어진 거리는 모두 f/Z에 비례하므로, 두 값의 비는 키 ÷ 눈높이로 일정하다. 키가 눈높이와 같으면 그 비가 1이라 머리가 지평선에 걸린다. 가까운 사람은 크고 발이 아래에 있지만 머리는 여전히 지평선 근처다.

3. 코슈미더의 관계 C(d) = C₀e^(−βd)로 대기 원근을 생각할 때 옳은 것은?

지수 감쇠라서 같은 거리를 더 갈 때마다 같은 비율로 줄고, 차이는 가까운 쪽에서 크다. 정비례 감소가 아니다. β가 0이면 거리와 상관없이 대비가 같아 대기 원근이 사라질 뿐 더 짙어지지 않는다. 먼 것이 닮아 가는 색은 그때의 하늘빛이라, 해 질 녘에는 주황빛 회색, 안개 속에서는 흰 회색이 된다.

4. 곽희의 『임천고치』가 말하는 삼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삼원은 고원(산 아래에서 꼭대기를 올려다봄), 심원(산 앞에서 산 뒤를 들여다봄), 평원(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봄)의 세 가지 보는 방식이다. 소실점 작도법(서양의 3점 투시와 혼동하기 쉽다)이나 색채 규칙, 화면 분할 규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