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위의 깊이
휴대폰 화면은 두께가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유리판인데, 그 안의 산은 몇십 킬로미터 멀리 있어 보인다. 반대로 공들여 찍은 사진이 이상하게 납작해 보일 때도 있다. 눈은 화면의 깊이를 재지 못한다. 대신 평면 위에 남은 몇 가지 흔적, 곧 무엇이 무엇을 가리는지, 무엇이 작고 높이 있는지, 무엇이 흐리고 푸른지를 읽고 깊이를 "추리"한다. 화가와 사진가와 진열 디자이너는 이 흔적을 일부러 놓는다. 이 장은 그 단서를 하나씩 켜고 끄며 익히고, 같은 깊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짜 온 동아시아 그림도 함께 본다.
- 그림 속 깊이 단서(겹침, 상대 크기, 화면 속 높이, 대기 원근, 명도·대비 감쇠, 질감 기울기)를 구별하고, 단서가 더해질수록 깊이가 또렷해지는 것을 확인한다.
- 겹침은 순서만 알려 주고, 가장자리가 맞닿는 접선은 앞뒤를 지운다는 것을 안다.
- 핀홀 투시로 크기와 높이가 거리에 따라 어떻게 함께 변하는지 계산하고, 눈높이와 지평선의 관계를 설명한다.
- 대기 원근을 빛의 흩어짐 모형으로 이해하고, 먼 것일수록 대비가 줄고 바탕색에 가까워지는 정도를 조절한다.
- 곽희의 삼원(고원·심원·평원)처럼 하나의 소실점 없이 높이·겹침·여백으로 공간을 짜는 방식을 실제 작품에서 읽는다.
눈은 깊이를 추리한다
실제 세계에서 우리는 두 눈의 시차, 초점 조절, 고개를 움직일 때 가까운 것이 더 빨리 지나가는 운동 시차 같은 정보로 거리를 느낀다. 그러나 종이와 화면은 평평하다. 그 위에서 쓸 수 있는 것은 한 눈으로도, 멈춘 그림에서도 읽히는 정보뿐이다. 이를 그림 깊이 단서(Pictorial depth cues)라고 한다. 이 장은 여섯 가지를 다룬다.
단서 하나하나는 약하고 때로 틀린다. 작은 것이 멀리 있는 큰 것인지, 가까이 있는 작은 것인지 크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단서가 같은 답을 가리키면 눈은 그 답을 강하게 믿는다. 아래 장면에서 다섯 단서를 하나씩 켜 본다. 모두 끄면 다섯 그루의 나무는 거리가 다 다른데도 한 줄로 선 납작한 무늬가 된다.
깊이 단서 켜고 끄기
단서가 많이 겹칠수록 깊이는 또렷해지고, 단서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 화면은 어색해진다. 이 어색함은 실수가 될 수도,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일부러 크기를 뒤튼 포스터는 단서끼리의 다툼을 쓴다. 다만 그런 다툼도 단서가 무엇인지 알 때 고를 수 있다.
겹침: 가장 강하지만 순서만 아는 단서
겹침(Overlap, Occlusion)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일부를 가리면 가리는 쪽이 앞에 있다고 읽는 단서다. 아주 강해서 다른 단서와 싸우면 대개 이긴다. 대신 겹침은 순서만 알려 줄 뿐, 둘 사이가 1센티미터인지 1킬로미터인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눈은 가려진 윤곽이 앞 물체의 가장자리에서 끊기며 만드는 T자 모양 접점을 단서로 삼는다고 설명된다.
겹침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접선(Tangent)이다. 두 형태의 가장자리가 겹치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딱 맞닿거나, 한 형태의 가장자리가 다른 형태의 가장자리와 한 줄로 이어지면 T자 접점이 사라진다. 그러면 무엇이 앞인지 읽히지 않고 두 형태가 한 장의 종이에 붙은 무늬처럼 납작해진다. 그림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접선을 피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아래 세 권의 책 표지를 끌어 겹쳐 보고, 가장자리를 일부러 맞닿게 해 본다.
겹침과 접선
쇼윈도, 책상 위 정물, 단체 사진, 웹 화면의 카드 배치까지, 겹침은 가장 값싸고 확실한 깊이다. 겹침 폭이 너무 작아 가장자리가 스치기만 하면 오히려 접선이 되고, 너무 크면 뒤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뒤 물체의 특징(책 제목, 얼굴, 손잡이)은 남기고 덜 중요한 부분을 가리는 것이 요령이다.
크기와 높이: 핀홀이 정하는 두 단서
같은 크기의 물체가 멀어지면 화면에서 작아지고(상대 크기(Relative size)), 땅 위에 서 있다면 지평선 쪽으로 올라간다(화면 속 높이(Height in the visual field)). 두 단서는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사실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 바늘구멍 사진기처럼 한 점을 지나는 빛으로 상을 맺는 핀홀 투시(Pinhole projection)에서, 화면 위 크기는 거리에 반비례한다.
이 관계는 그림을 그릴 때 아주 쓸모 있다. 눈높이 1.6 m에서 본 거리의 사람들은 키가 비슷하다면 머리가 모두 지평선 근처에 줄을 선다. 아래에서 사람을 끌어 땅 위 이곳저곳에 세우고, 눈높이를 바꿔 본다.
사람을 땅 위에 세우기: 크기와 높이
지평선 위에 있는 것, 예를 들어 구름이나 새, 천장의 전등은 반대다. 가까울수록 화면 위쪽에, 멀수록 지평선 쪽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화면에서 높을수록 멀다"는 말은 땅 위의 물체에만 맞다. 정확히는 "지평선에 가까울수록 멀다"다. 또 크기 단서는 물체의 실제 크기를 알 때만 거리를 알려 준다. 사람, 문, 자동차처럼 크기가 익숙한 물체를 화면 곳곳에 두면 보는 사람이 그것을 자로 삼아 공간의 크기를 잰다.
대기 원근: 먼 것은 하늘을 닮는다
맑은 날 먼 산을 보면 가까운 산보다 푸르고 옅다. 공기 속 분자와 먼지, 물방울이 빛을 흩뜨리기 때문이다. 물체에서 오는 빛은 거리를 지나며 조금씩 흩어져 줄고, 그 사이 공기가 하늘빛을 덧칠한다. 그래서 먼 것일수록 대비가 줄고 색이 하늘색(바탕색) 쪽으로 간다. 이를 그림에서 쓰는 것을 대기 원근(Aerial perspective, Atmospheric perspective)이라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트에서 멀리 있는 것일수록 더 푸르고 윤곽이 흐려진다는 관찰을 여러 번 적었다.
기상학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식 하나로 다룬다. 20세기 초 독일의 기상학자 하랄트 코슈미더(Harald Koschmieder)의 이름을 딴 관계다.
식이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대비는 같은 거리마다 일정한 비율로 줄어서, 같은 간격으로 떨어진 켜라도 가까운 쪽 켜들 사이의 차이가 먼 쪽보다 크다. 그리고 먼 것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색이 되는" 것이다. 해 질 녘처럼 하늘이 주황빛이면 먼 산도 주황빛 회색으로 간다. 아래에서 공기의 탁함과 빛을 바꿔 본다.
다섯 겹의 산과 공기
화가들은 이 식을 몰라도 같은 일을 해 왔다.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은 여섯 단서가 한 화면에 모두 들어 있는 좋은 예다.

명도와 대비, 선명함의 감쇠
대기 원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이 아니라 명도다. 흑백 사진에서도 먼 산은 옅고 대비가 약하다. 그래서 화가들은 흔히 화면을 앞(전경)·중간(중경)·뒤(원경)의 세 켜로 나누고, 켜마다 명도 범위를 정한다. 앞 켜는 가장 짙은 어둠과 가장 밝은 빛이 함께 있어 대비가 크고, 뒤로 갈수록 명도가 바탕(하늘) 쪽으로 모이며 범위가 좁아진다(ColorBook 6장의 명도 구조).
명도만이 아니다. 가까운 것은 윤곽이 날카롭고 세부가 많으며, 먼 것은 윤곽이 부드럽고 세부가 뭉친다. 사진의 얕은 피사계 심도처럼 초점이 맞은 곳만 선명한 경우도 있다. 아래 그림은 같은 장면을 두 가지로 그렸다. 한쪽은 대비와 선명함이 뒤로 갈수록 줄고, 다른 쪽은 거꾸로 앞이 흐리고 뒤가 또렷하다.
질감 기울기: 땅이 눕는 이유
지각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은 1950년 책 『시각 세계의 지각』(The Perception of the Visual World)에서 땅, 바닥, 물결처럼 고른 무늬가 있는 표면이 멀어지며 촘촘해지고 납작해지는 변화를 깊이의 중요한 정보로 보았다. 이를 질감 기울기(Texture gradient)라고 한다. 자갈밭, 꽃밭, 보도블록, 밀밭 그루터기처럼 크기가 고른 요소가 깔린 바닥은 그 자체로 "눕는다".
핀홀 투시로 보면 땅 위의 작은 요소는 거리가 \(Z\)일 때 폭이 \(1/Z\)로 줄고, 땅에 누운 만큼 세로는 그보다 빨리(대략 \(1/Z^2\)로) 줄어 납작해진다. 이 두 변화가 겹쳐 촘촘해지는 방향이 먼 쪽이 된다. 아래에서 땅의 무늬를 바꾸고, 기울기를 꺼 본다.
무늬가 땅을 눕힌다
질감 기울기는 깊이뿐 아니라 표면의 모양도 알려 준다. 무늬의 촘촘함이 고르게 변하면 평평한 바닥, 갑자기 바뀌면 꺾임, 한쪽으로 휘면 굽은 땅이다. 그래서 풍경화의 밭고랑, 실내화의 마루 널, 사진의 보도블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모양을 그려 주는 눈금 노릇을 한다.
동아시아 그림의 다른 공간
지금까지의 단서는 대부분 한 자리에서 한 순간 본 장면을 전제한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체계가 잡힌 선원근은 그 전제를 끝까지 밀어붙여, 화면 전체를 하나의 눈과 하나의 소실점에 묶는다. 동아시아 산수화는 같은 문제를 다르게 풀었다. 북송의 화가 곽희(郭熙, Guo Xi)의 화론을 아들 곽사가 엮은 『임천고치』(林泉高致)는 산을 보는 세 가지 거리, 곧 삼원(三遠, Three distances)을 말한다.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고원(高遠), 산 앞에서 산 뒤를 들여다보는 심원(深遠),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평원(平遠)이다.
삼원은 소실점의 규칙이 아니라 시점과 거리감의 유형이다.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점이 섞이기도 하고, 두루마리에서는 펼쳐 가며 보는 동안 보는 자리가 계속 옮겨 간다. 근대 이후 중국 미술 담론에서는 이것을 한 점 투시와 대비해 "산점투시"(散點透視)라고 부르기도 한다. 깊이를 만드는 단서도 다르게 쓴다. 크기를 줄이기보다 화면에서 더 높이 올리고, 겹침으로 산 뒤에 산을 숨기며, 켜와 켜 사이를 안개나 물, 곧 비단과 종이의 빈 바탕(여백)으로 끊는다. 먹의 농담이 대기 원근을 맡는다. 삼원과 산수화의 시점은 DrawingBook에서 작도와 함께 더 깊게 다룬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같은 세 켜의 산(앞·중간·뒤)을 삼원의 세 방식으로 배치한다. 켜 사이의 여백을 늘리고 줄이며, 소실점 없이 공간이 생기는 방식을 본다.
삼원: 높이·겹침·여백으로 짜는 공간
어느 방식이 "옳은" 공간인 것은 아니다. 선원근은 한 자리에서 본 순간을 측정하듯 붙잡고, 삼원은 산을 오르내리고 둘러보는 경험을 한 화면에 모은다. 앞에서 본 단서들은 두 전통에 모두 있다. 겹침과 명도의 감쇠는 공통이고, 크기와 소실점을 얼마나 믿느냐, 비운 자리를 얼마나 일하게 하느냐가 다르다. 여백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10장에서 다시 본다.
세 켜로 짜기
지금까지의 단서를 실제 작업에 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화면을 앞·중간·뒤의 세 켜로 나누고 켜마다 맡을 일을 정하는 것이다. 앞 켜는 크고 짙고 날카롭게, 중간 켜는 주인공을 두는 자리로, 뒤 켜는 작고 옅고 부드럽게. 그리고 켜와 켜를 겹쳐 순서를 박고, 바닥을 뒤로 올려 높이를 준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는 책방 E의 쇼윈도(폭 약 2.4 m, 깊이 약 60 cm)를 2 m 앞 길에서 본 모습이다. 네 가지 단서의 세기를 조절해, 납작한 한 줄 진열이 세 켜로 열리는 과정을 본다.
쇼윈도 세 켜 무대
네 단서는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부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일을 한다. 겹침은 순서를, 크기와 높이는 거리의 크기를, 명도는 켜의 묶음을 맡는다. 그리고 단서가 많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최대로 밀면 진열은 깊어지는 대신 연극 무대처럼 과장되고, 뒤 켜는 너무 작고 옅어져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얼마나 깊어야 하는지는 무엇을 보여 주려는가가 정한다.
서윤의 작업 노트
60센티미터를 세 켜로 열기
낭독회 포스터의 시선 경로를 정한 그 주말, 서윤은 다시 쇼윈도로 돌아왔다. 깊이 약 60 cm의 진열대에 책 스무여 권과 소품을 두었는데, 길 건너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모든 것이 한 장의 벽지처럼 납작했다. 책은 모두 같은 높이의 받침에 서 있었고, 앞의 책과 뒤의 책이 서로 떨어져 겹치지 않았으며, 표지 색도 고만고만했다. 주인은 "물건은 많은데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윤은 이 장의 모델로 계산부터 했다. 길에서 유리까지 2 m라면, 유리 뒤 10 cm와 55 cm에 같은 크기의 책을 두어도 화면 크기 차이는 2.1 ÷ 2.55 = 0.82, 약 18%뿐이다. 깊이 자체가 얕아서 크기 단서는 거의 일하지 않는다. 도경은 무대 미술 이야기를 했다. "얕은 무대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야 깊어져." 두 사람은 강제 원근을 쓰기로 했다. 앞 켜에는 큰 판형의 그림책과 귤 바구니를, 뒤 켜에는 문고판을 세워 같은 "책"이라도 뒤가 더 작게 보이게 했다(실제 높이 비 약 0.6, 화면에서는 0.6 × 0.82 ≈ 0.49).
명도는 ColorBook에서 정한 책방 색으로 나눴다. 앞 켜는 짙은 색 #22342a(L* 20) 계열의 표지와 짙은 나무 바구니로 실루엣을 만들고, 중간 켜는 차분한 초록 #567666(L* 47) 계열의 받침 위에 이번 낭독회의 책을 두고, 뒤 켜는 크림 #ffe2d7(L* 92) 천을 친 뒷벽 앞에 옅은 표지의 문고판을 두어 바탕에 녹게 했다. 받침 높이는 앞 0, 중간 15 cm, 뒤 35 cm로 올렸다. 그리고 중간 켜의 책이 뒤 켜 책의 아래쪽 3분의 1쯤을 가리도록 겹쳤다. 서윤은 처음에 앞 켜 귤 바구니의 가장자리가 중간 받침의 모서리와 딱 맞닿게 놓았는데, 사진에서 그곳만 납작해 보여 바구니를 손바닥 반 뼘 옮겼다. 접선이었다.
이 장의 무대 시뮬레이터로 두 진열을 비교하면 켜 분리도는 첫 진열 0.21(실제 앞뒤 거리에서 오는 약한 크기 차이뿐)에서 세 켜 진열 0.97이 되었다. 지표는 교육용 근사지만, 길 건너에서 다시 찍은 사진에서도 앞의 귤 바구니, 가운데의 낭독회 책, 뒤의 문고판이 세 켜로 읽혔다. 그날 저녁 서윤은 「눈 오는 골목」의 공기를 정했다. 앞 울타리 3 m, 중간 집들 15 m, 골목 끝 담 40 m. 눈발의 탁함을 β = 0.05/m로 두면 이 장의 대기 모형에서 대비는 0.86, 0.47, 0.14로 줄고, 골목 끝은 거의 눈빛 회색에 녹는다. 도경은 "끝의 담은 보일 듯 말 듯해야 눈이 와"라며, 담의 가장자리는 젖은 종이에 번지게 칠하자고 했다. 서윤은 대신 도경에게 휴대폰 카메라의 인물 사진 모드(배경 흐림)를 보여 주며, 기계도 앞은 날카롭게 뒤는 흐리게 하는 같은 단서를 쓴다고 웃었다.
#22342a L*20
중간 켜#567666 L*47
뒤 켜·뒷벽#ffe2d7 L*92
중간 켜의 주인공 표지#d24f39
핵심 정리
- 평면에서 깊이는 측정되지 않고 추리된다. 그림 깊이 단서(겹침, 상대 크기, 화면 속 높이, 대기 원근, 명도·대비 감쇠, 질감 기울기)는 하나씩은 약하지만 같은 답을 가리킬 때 강해지고, 서로 어긋나면 어색함이 생긴다.
- 겹침은 가장 강한 단서지만 순서만 알려 준다. 가장자리가 맞닿는 접선은 T자 접점을 지워 앞뒤를 읽을 수 없게 만든다.
- 핀홀 투시에서 화면 크기와 발이 지평선에서 떨어진 거리는 모두 거리에 반비례한다. 키가 눈높이와 같은 사람은 어디에 서도 머리가 지평선에 걸린다. "높을수록 멀다"는 땅 위의 물체에만 맞다.
- 대기 원근에서 대비는 거리에 따라 지수로 줄고(C = C₀e^(−βd)), 먼 것은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바탕)의 색과 명도를 닮아 간다. 그날의 공기와 빛이 그 색을 정한다.
- 앞 켜는 대비가 크고 날카롭게, 뒤 켜는 명도 범위가 좁고 부드럽게 두면 공간이 열린다. "따뜻한 색은 나온다"는 경향 정도의 말이며, 명도와 대비가 더 큰 힘을 갖는다.
- 질감 기울기는 고른 무늬가 멀어지며 촘촘하고 납작해지는 변화로, 깊이와 함께 표면의 모양(평평함, 꺾임)을 알려 준다.
- 동아시아 산수화는 하나의 소실점 대신 곽희의 삼원(고원·심원·평원)처럼 시점의 유형과 높이·겹침·먹의 농담·여백으로 공간을 짠다. 어느 쪽이 옳은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을 담는 방식이다.
확인 퀴즈
1. 두 책 표지의 가장자리가 겹치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딱 맞닿게 놓였더니, 사진에서 둘이 한 장의 종이처럼 납작해 보였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2. 눈높이 1.6 m에서 수평으로 찍은 거리 사진에, 키 1.6 m 안팎의 사람들이 가깝고 먼 여러 자리에 서 있다. 이 사람들의 머리는 화면에서 대략 어디에 놓이는가?
3. 코슈미더의 관계 C(d) = C₀e^(−βd)로 대기 원근을 생각할 때 옳은 것은?
4. 곽희의 『임천고치』가 말하는 삼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