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지도
눈 오는 12월 오후, 서점 창가에 앉아 휴대폰으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눈으로는 창밖의 하얀 골목과 실내의 따뜻한 서가가 함께 보였는데, 화면 속 사진에서는 창이 하얀 구멍이 되고 실내는 누렇게 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카메라가 고장 난 것도, 찍은 사람이 서툰 것도 아니다. 장면의 빛이 렌즈를 지나 숫자가 되고, 다시 화면과 종이의 빛으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번 바뀌었을 뿐이다. 이 장은 그 길을 한 번 따라가며, 앞으로 열두 장에서 하나씩 풀 질문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펼친다.
- 사진 한 장이 장면의 빛 → 렌즈 → 센서의 화소 → 처리와 파일 → 화면·종이를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을 설명한다.
-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밝기의 범위가 장면보다 좁아서 무엇에 노출을 맞출지 골라야 한다는 것을 직접 본다.
- 바늘구멍과 렌즈로 빛을 모으는 일, 빛이 화소의 숫자가 되는 일을 조작해 본다.
- 빛의 색(화이트 밸런스)과 출력 매체(화면, 종이)가 사진을 어떻게 바꾸는지 안다.
- 이 책의 네 갈래(빛, 렌즈, 화소, 쓰임)를 한 장의 지도로 그린다.
사진은 빛을 받아 적는다
사진기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장면에서 오는 빛을 받아 적을 뿐이다. 그런데 "받아 적는다"는 말 안에는 여러 단계가 숨어 있다. 장면의 빛이 렌즈를 지나 작은 상을 맺고, 그 상이 센서 위의 수백만 개 칸에 떨어져 숫자가 되고, 카메라와 휴대폰 안의 프로그램이 그 숫자를 고쳐 파일로 저장하고, 그 파일이 다시 누군가의 화면에서 빛이 되거나 종이 위의 잉크가 된다. 단계마다 정보가 조금씩 버려지고, 조금씩 바뀐다.
이 장의 첫 시뮬레이터는 이 이야기를 시작한 그 사진이다. 가상의 서점 "책방 E"의 창가 자리를 캔버스로 그렸다. 왼쪽에 눈 덮인 골목이 보이는 창, 오른쪽에 전구 아래 서가가 있다. 휴대폰 카메라는 화면의 한 곳을 골라 그곳이 적당한 밝기가 되도록 노출(Exposure)을 정한다. 노출은 센서가 빛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곧 사진 전체를 얼마나 밝게 적을지를 말한다.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그곳에 노출이 맞춰지는 것도 같은 일이다. 이렇게 밝기를 재는 일을 측광(Metering)이라고 한다. 동그란 측광 표시를 끌어 창과 서가 위를 오가 본다.
서윤의 첫 사진: 어디에 노출을 맞출까
측광 표시를 어디에 두든 창과 서가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장면이 가진 밝기의 폭이 카메라가 한 장에 받아 적을 수 있는 폭보다 넓기 때문이다. 받아 적을 수 있는 가장 밝은 값을 넘은 부분은 모두 같은 흰색(화면 값 255)으로, 가장 어두운 값보다 어두운 부분은 모두 같은 검정으로 뭉친다. 이렇게 잘려 나가는 일을 클리핑(Clipping)이라고 하고, 밝은 쪽이 잘린 것을 흔히 "하이라이트가 날아갔다", 어두운 쪽이 잘린 것을 "그림자가 뭉개졌다"고 말한다. 한번 255가 된 칸에는 원래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날아간 창은 나중에 보정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휴대폰이 서가에 노출을 맞춘 것은 실수가 아니다. 사진에서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대상이 대개 실내 쪽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선택이 창을 버리는 선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노출이란 결국 장면의 어느 부분을 지키고 어느 부분을 버릴지 고르는 일이다. 그 선택을 하는 세 개의 손잡이(조리개, 셔터 속도, 감도)는 2장에서, 밝기의 분포를 읽고 클리핑을 확인하는 법은 3장에서 다룬다.
눈과 카메라는 다르게 본다
그런데 눈으로 볼 때는 창밖과 서가가 왜 함께 보였을까. 눈은 장면 전체를 한 번에, 한 가지 설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선이 창으로 가면 동공이 줄고 망막이 밝은 빛에 맞춰지며, 서가로 돌아오면 다시 어둠에 맞춰진다. 그리고 뇌는 그렇게 여러 번 본 것을 이어 붙여 "창밖도 서가도 보이는 한 장면"으로 기억한다.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모든 칸에 똑같은 설정을 쓴다.
한 장면에서 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의 차이를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라고 한다. 사진에서는 이 차이를 보통 스톱으로 센다. 1스톱은 빛의 양이 두 배라는 뜻이고, 6스톱은 2의 6제곱, 곧 64배다. 아래에서 경계선을 끌어 "눈이 본 장면"과 "카메라가 받아 적은 장면"을 비교하고, 슬라이더로 창밖의 밝기를 바꾼다.
눈이 본 장면, 카메라가 적은 장면
밝기 차가 작은 장면에서는 눈과 카메라가 거의 같은 사진을 만든다. 차이가 카메라의 범위를 넘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한쪽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장면을 고를 때부터 밝기의 차이를 본다. 창가 사진을 흐린 날이나 해 질 무렵에 찍는 것, 실내에 조명을 더해 창밖과의 차이를 줄이는 것, 밝기를 달리한 사진 여러 장을 합치는 것 모두 이 차이를 다루는 방법이다(3장, 4장).
이 문제는 사진만큼 오래되었다. 19세기 중반의 사진 재료는 푸른빛에 특히 민감해서, 땅이나 바다에 노출을 맞추면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기 일쑤였다. 프랑스의 사진가 귀스타브 르 그레(Gustave Le Gray, 1820–1884)는 1850년대 중반 지중해의 바다 사진으로 이름을 얻었는데, 무거운 구름과 빛나는 바다가 한 장에 함께 담겨 있어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두 장면을 따로 찍어 합치는 방법은 오늘날 휴대폰의 HDR 기능이 하는 일과 원리가 같다. 밝기를 다르게 찍은 여러 장에서 각 부분의 좋은 정보를 골라 한 장으로 합친다. 편리하지만, 합친 사진은 어떤 한순간의 빛을 그대로 적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 둔다. 이 책의 케이스에서 화가 한도경이 "사진은 빛을 받아 적는 일이지,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빛을 모으는 일: 바늘구멍과 렌즈
빛을 받아 적으려면 먼저 빛을 모아 상을 맺어야 한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어두운 상자의 한쪽 벽에 작은 구멍을 뚫는 것이다. 장면의 한 점에서 출발한 빛은 구멍을 지나 반대쪽 벽의 한 점에만 닿으므로, 벽 위에 장면이 거꾸로 비친다. 이런 상자나 방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라틴어로 "어두운 방")라고 부르고, 렌즈 없이 구멍만으로 찍는 사진기를 바늘구멍 사진기(Pinhole camera)라고 한다. 사진기라는 이름이 여기서 왔다(12장).
아래는 깊이 100 mm인 바늘구멍 상자다. 왼쪽의 등불 간판 "E"를 위아래로 끌고, 슬라이더로 구멍의 지름을 바꿔 상자 안쪽 벽(오른쪽)에 맺히는 상을 본다.
바늘구멍: 밝기와 선명함의 거래
바늘구멍은 렌즈 없이도 상을 맺지만, 상이 아주 어둡다. 가장 선명한 0.45 mm 구멍은 지름이 상자 깊이의 약 220분의 1이다. 사진에서는 이 비를 f값(f-number)이라고 부르고 f/220처럼 쓴다. 휴대폰 카메라의 렌즈는 대개 f/1.5~f/2.4쯤이니, 같은 면적에 떨어지는 빛이 바늘구멍의 만 배 안팎이다. 렌즈는 큰 구멍으로 들어온 빛을 다시 한 점으로 모아 주기 때문에 밝으면서도 선명한 상을 만든다. 대신 렌즈에는 바늘구멍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한 거리에만 초점이 맞고, 그 앞뒤는 흐려진다. 무엇이 선명하고 무엇이 흐려질지를 정하는 일, 그리고 렌즈가 장면의 얼마만큼을 담는지(화각)는 렌즈 부(5장~7장)의 주제다.
빛이 숫자가 되는 일: 화소
렌즈가 맺은 상은 센서 위에 떨어진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Image sensor)는 빛을 받으면 전하가 쌓이는 아주 작은 칸들을 바둑판처럼 늘어놓은 것이다. 이 칸 하나하나를 화소(Pixel, 픽셀)라고 부른다.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각 칸에 쌓인 빛의 양이 숫자로 바뀌고, 그 숫자들의 표가 곧 디지털 사진이다. 사진을 확대해 들여다보면 결국 색칠된 네모 칸과 그 칸의 숫자 세 개(빨강·초록·파랑, 보통 0~255)만 남는다.
돋보기를 끌어 사진의 여러 곳을 확대해 본다. 오른쪽 아래 칸에는 돋보기 가운데 화소들의 실제 숫자가 나온다. 슬라이더로 사진을 몇 칸으로 받아 적을지(가로 화소 수)를 바꾼다.
사진을 끝까지 확대하면
화소의 숫자는 빛의 양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파일에 저장할 때 어두운 쪽에 숫자를 더 많이 배정하도록 비틀어 적는데, 이것을 감마 인코딩(Gamma encoding)이라고 한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쪽의 작은 차이에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 값 128은 빛의 양으로 따지면 255의 절반이 아니라 약 5분의 1이다(이 책의 엔진으로 계산하면 0.216). 이 사실은 노출을 1스톱 올리는 것(빛 두 배)이 화면 값을 두 배로 만드는 것과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감마와 비트 깊이, 노이즈는 8장, 해상도와 파일 크기는 10장에서 이어진다.
누런 실내: 빛에도 색이 있다
서윤의 사진에서 실내가 누렇게 뜬 것은 노출과는 다른 문제다. 서가를 비추는 전구의 빛은 창밖의 흐린 낮빛보다 훨씬 붉다. 빛이 얼마나 붉은지 푸른지는 색온도(Color temperature)로 나타낸다. 전구색 조명은 약 2,700 K, 흐린 낮빛은 약 6,500 K다(ColorBook 10장). 사람의 눈은 조명에 금세 익숙해져서 전구 아래 흰 종이도 희게 느끼지만, 카메라는 빛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그래서 카메라는 "이 장면의 흰색은 무엇인가"를 따로 정해야 한다. 이 일을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라고 한다.
문제는 이 장면에 빛이 두 가지라는 점이다. 아래 슬라이더로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를 직접 정해 본다. 슬라이더의 숫자는 "이 색온도의 빛을 흰색으로 본다"는 뜻이다.
두 가지 빛, 하나의 흰색
빛이 하나뿐이면 화이트 밸런스는 그 빛에 맞추면 된다. 빛이 둘이면 하나를 고르거나, 하나를 다른 빛에 맞춰 바꾸거나(실내 조명을 낮빛에 가까운 것으로 바꾸기), 둘 사이에서 타협해야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사진이 무엇을 전하려는지에 달렸다. 해 질 녘 서점의 따뜻한 느낌을 전하고 싶다면 실내가 조금 누런 편이 오히려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도록에 실을 수채화를 찍을 때는 종이의 흰색이 희어야 한다. 빛의 색과 방향은 4장, 찍은 뒤의 색 보정은 9장에서 다룬다.
화면과 종이: 다시 빛이 되기까지
사진은 파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화면에서 다시 빛이 되거나, 종이에 잉크로 찍혀 방의 빛을 반사한다. 두 방식은 전혀 다르게 동작한다. 화면은 스스로 빛을 내므로 주변이 어두워도 밝게 보인다. 종이는 비추는 빛의 일부를 돌려보낼 뿐이라, 가장 밝은 흰색도 방의 조명보다 밝을 수 없다. 그리고 잉크의 가장 진한 검정도 빛을 몇 퍼센트는 반사한다. 그래서 같은 사진도 종이 위에서는 밝기의 폭이 좁아진다.
그림 3은 이 서가의 다른 책들에서 여러 번 만난 페르메이르의 그림이다. 사실 이 서가의 모든 작품 이미지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찍은 사진이다. 미술관의 사진가가 조명을 맞추고 색을 보정해 찍은 파일을 줄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각자 다른 화면으로 본다.

아래는 같은 그림 파일을 화면에서 볼 때와 종이에 인쇄해 볼 때를 흉내 낸 것이다. 경계선을 끌어 비교하고, 종이의 종류와 방의 밝기를 바꿔 본다.
같은 파일, 화면과 종이
화면에서 완벽했던 사진이 인쇄소에서 돌아오면 어둡고 탁해 보이는 일이 흔하다. 종이는 화면보다 밝기의 폭이 좁고, 조명이 어두우면 더 어두워 보인다. 그래서 인쇄용 사진은 화면에서 볼 때보다 조금 밝게, 그림자 쪽을 조금 열어 두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그렇게 할지는 종이와 인쇄 방식에 따라 다르므로, 가능하면 시험 인쇄를 한 장 해 본다. 인쇄할 해상도와 파일 형식은 10장에서, 인쇄의 색은 ColorBook 15장에서 다룬다.
이 책의 지도
지금까지 이 장에서 만난 질문들은 각각 한두 장의 주제가 된다. 책은 네 부로 나뉜다. 빛은 빛을 얼마나, 어떻게 받는가(노출, 히스토그램, 사진의 빛), 렌즈는 렌즈가 장면을 어떻게 옮기는가(초점거리와 화각, 거리와 원근, 초점과 심도), 화소는 빛이 어떻게 숫자가 되고 그 숫자를 어떻게 다루는가(센서, 색 보정, 해상도와 압축), 쓰임은 찍은 사진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 주는가(구도와 자르기, 사진의 역사)다. 마지막 이미지 실험실에서는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도구를 한꺼번에 쓴다.
마지막 시뮬레이터는 이 지도를 손에 쥐어 본다. 이 장의 서점 장면 한 장이 네 갈래를 모두 지나간다. 측광 표시를 끌어 노출을 맞추고(빛), 화이트 밸런스와 화소 수를 정하고(화소), 화면에서 볼지 종이에 인쇄할지를 고른다(쓰임). 아래 띠는 사진 전체의 밝기 분포다. 왼쪽이 검정, 오른쪽이 흰색이고, 띠가 높을수록 그 밝기의 화소가 많다(3장).
한 장의 사진이 지나는 길
측광 표시 하나, 슬라이더 두 개, 단추 하나를 움직였을 뿐인데 같은 장면이 전혀 다른 사진이 된다. 이 책은 어느 설정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손잡이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 보여 주고, 판단은 질문으로 남긴다. 이 사진은 무엇을 전하려는가. 그리고 지금의 설정은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서윤의 겨울 촬영 노트
창은 하얗고 서가는 누렇다
가을에 책방 E의 색을 정하고, 겨울에 진열과 포스터를 짜고, 봄에 안내 책자의 드로잉을 그리고, 여름에 글자를 조판하고, 다시 가을에 그림 읽기 모임을 꾸린 윤서윤에게 2027년 12월이 왔다. 주인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두 가지를 부탁했다. 서점 웹사이트와 SNS에 올릴 새 사진, 그리고 서윤이 일 년 동안 그린 그림을 모아 서점에서 팔 작은 도록이다. 도록은 A5 크기, 32쪽으로 인쇄하기로 했다. 카메라는 서윤의 휴대폰과, 한도경이 몇 해 전에 쓰다 넣어 둔 오래된 미러리스 한 대다. 센서는 APS-C(환산 1.5배)이고 렌즈는 18–55 mm 줌과 50 mm 단렌즈 두 개가 있다.
서윤은 먼저 휴대폰을 꺼냈다. 눈이 내린 12월 첫 주 오후, 창가 자리에 서서 자동 모드로 한 장을 찍었다. 화면 속 창은 하얀 사각형이었고, 창밖의 눈 덮인 골목은 흔적도 없었다. 서가와 벽은 누렇게 떠 있었다. 이 장의 첫 시뮬레이터로 그 장면을 흉내 내면, 측광이 서가에 맞았을 때 창 부분 화소의 대부분이 255로 꽉 찬다. 주인은 사진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이 실제 가게보다 예쁘면 손님이 실망하는데, 이건 반대네요. 실제가 더 좋아요."
도경은 사진을 한참 보더니 자기 손바닥을 창 쪽으로, 다시 서가 쪽으로 돌려 보였다. "사진은 빛을 받아 적는 일이다. 만드는 일이 아니야. 받아 적을 수 있는 만큼만 받아 적고, 못 적는 건 못 적는다고 알아야지." 젊을 때 필름으로 작품 사진을 찍던 시절에는 한 장 한 장 노출을 수첩에 적었다고 했다. 도경은 휴대폰의 HDR이 무엇인지 서윤에게 물었고, 서윤은 그 대신 도경의 오래된 노출 수첩을 빌렸다.
서윤의 선택은 사진을 더 찍기 전에 목록과 기준부터 정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몇 장 찍을지 정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열 번 반복할 것 같았다. 그리고 기준은 "예쁘게"가 아니라 주인의 말과 도경의 말을 합친 "실물과 같게"로 했다.
핵심 정리
- 사진 한 장은 장면의 빛 → 렌즈 → 센서의 화소 → 처리와 파일 → 화면·종이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단계마다 정보가 버려지고 바뀐다.
- 노출은 장면의 어느 부분을 지키고 어느 부분을 버릴지 고르는 일이다. 장면의 밝기 범위가 카메라의 범위보다 넓으면 한쪽이 날아가거나 뭉개진다(클리핑).
- 눈은 보는 곳마다 다시 적응하고 뇌가 이어 붙이지만, 카메라는 한 장에 한 가지 설정만 쓴다. 밝기 차는 스톱(2배)으로 센다.
- 바늘구멍은 구멍이 작을수록 선명하지만 어둡고, 너무 작으면 회절로 다시 흐려진다. 렌즈는 큰 구멍의 빛을 한 점에 모아 밝고 선명한 상을 만드는 대신, 한 거리에만 초점이 맞는다.
- 센서는 상을 화소로 나눠 빛의 양을 숫자로 적는다. 날아간 화소(255)에는 원래 장면의 정보가 남지 않는다.
- 빛에는 색이 있다. 빛이 둘인 장면에서는 화이트 밸런스가 둘을 동시에 희게 만들 수 없다. 화면은 스스로 빛을 내고 종이는 방의 빛을 반사하므로, 같은 파일도 종이 위에서 밝기의 폭이 좁아진다.
확인 퀴즈
1. 실내에서 창을 배경으로 사람을 찍었더니 사람은 잘 보이는데 창이 하얗게 비었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2. 바늘구멍 사진기의 구멍을 점점 키우면 상은 어떻게 되는가?
3. 전구 조명이 켜진 실내와 흐린 낮의 창밖이 함께 나오는 사진에서, 화이트 밸런스를 2,700 K에 맞추면 어떻게 되는가?
4. 화면에서 보기 좋던 사진을 비코팅지에 인쇄해 어두운 방에서 보니 어둡고 탁했다. 가장 큰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