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7

초점과 심도

카페 창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떠올려 보자. 찻잔은 또렷한데 뒤의 책장은 색 얼룩으로 녹아 있다. 같은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찍으면 책장의 책 제목까지 읽히고, 인물 모드를 켜면 그제야 배경이 흐려진다. 무엇이 선명하고 무엇이 흐려지는지는 우연이 아니다. 렌즈가 한 거리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 그리고 "선명하다"는 말이 눈과 맺은 약속이라는 사실에서 모두 나온다. 이 장은 그 두 가지에서 출발해 피사계 심도, 과초점 거리, 흐림의 모양까지 계산과 그림으로 따라간다.

선명한 곳은 한 겹뿐이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보통 "어디에 초점을 맞출까"만 생각한다. 그런데 초점은 점이나 물체가 아니라 거리다. 렌즈는 카메라에서 정확히 한 거리에 놓인 평면만 센서 위에 날카롭게 옮긴다. 이 평면을 초점면(Plane of focus)이라고 한다. 초점면보다 앞이나 뒤에 있는 것은 모두 조금씩 흐리다. 다만 흐림이 아주 작으면 우리 눈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아래 그림은 이 책이 직접 그린 가상의 창가 정물이다. 오래된 APS-C 미러리스에 50 mm 단렌즈를 끼우고 1 m 앞의 찻잔에 초점을 맞췄다고 놓고 계산해서 그렸다. 경계선을 좌우로 끌어 조리개를 활짝 연 f/1.8과 많이 조인 f/8을 비교해 보자. 찻잔은 두 장 모두 선명하다. 달라지는 것은 그 앞의 잉크병, 뒤의 책 두 권, 그리고 2 m 뒤의 책장이다.

그림 1. 같은 자리, 다른 조리개. 왼쪽은 f/1.8, 오른쪽은 f/8이다. 초점은 둘 다 1 m 앞의 찻잔에 있다. f/1.8에서는 2 m 뒤의 책장이 색 띠로 녹고 줄에 매단 전구가 커다란 빛망울이 되며, 앞의 잉크병도 흐려진다. f/8에서는 책장의 책등이 한 권씩 보인다. 이 책의 얇은 렌즈 모형으로 깊이마다 흐림의 크기를 계산해 그린 그림이다(깊이를 몇 개의 층으로 나눠 층마다 흐렸다).

이 장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초점면에서 벗어난 점은 왜, 얼마나 흐려지는가. 얼마나 흐려야 "흐리다"고 느끼는가. 그리고 그 둘을 합치면 사진에서 선명해 보이는 앞뒤 범위, 곧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는 무엇이 정하는가. 계산은 모두 렌즈를 두께 없는 한 장의 볼록렌즈로 보는 얇은 렌즈 근사(Thin lens approximation)로 한다. 실제 렌즈는 여러 장의 유리로 되어 있지만, 초점과 심도의 큰 그림은 이 근사로 충분히 맞는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 얇은 렌즈 공식

볼록렌즈는 한 점에서 퍼져 나온 빛을 다시 한 점으로 모은다. 물체가 렌즈에서 멀수록 빛이 모이는 점은 렌즈에 가까워지고, 아주 먼 물체의 빛은 렌즈 뒤 초점거리(Focal length) \(f\)만큼 떨어진 곳에 모인다(5장). 물체까지의 거리 \(s\)와 상이 맺히는 거리 \(s'\)의 관계가 얇은 렌즈 공식이다.

$$\frac{1}{f} = \frac{1}{s} + \frac{1}{s'}$$
\(f\): 초점거리, \(s\): 렌즈에서 물체까지의 거리, \(s'\): 렌즈에서 상이 맺히는 곳까지의 거리. 50 mm 렌즈로 1 m 앞을 찍으면 \(s' = 52.6\) mm, 3 m 앞이면 50.8 mm, 무한히 먼 곳이면 50.0 mm다. 거리가 1 m에서 무한대까지 바뀌어도 상의 자리는 겨우 2.6 mm 움직인다.

센서는 카메라 몸체 안에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렌즈(또는 렌즈 안의 일부 유리)를 앞뒤로 움직여, 원하는 거리 \(s\)의 상이 정확히 센서 위에 맺히게 하는 일이다. 초점 링을 돌릴 때 렌즈 경통이 조금 늘어나는 것이 바로 이 몇 밀리미터다. 휴대폰 카메라도 작은 전자석으로 렌즈를 밀고 당겨 같은 일을 한다.

렌즈 센서 A 가까이 B 초점면 C 아주 먼 곳 센서 위: B는 한 점, A와 C는 지름이 있는 원(착란원) 원의 지름은 렌즈 구경(f/N)이 클수록 커진다
그림 2. 초점면 밖의 점은 원이 된다. B에서 나온 빛은 센서 위에서 정확히 한 점으로 모인다. 더 가까운 A의 빛은 센서 뒤에서 모이려다 센서에서 잘려 원이 되고, 먼 C의 빛은 센서 앞에서 모였다가 다시 퍼져 원이 된다. 렌즈 구멍이 넓을수록 빛의 원뿔이 뚱뚱해져 같은 어긋남에도 원이 커진다. 거리 비례는 실제와 다르게 줄여 그렸다.

그림 2가 이 장 전체의 열쇠다. 초점면 밖의 점은 센서 위에서 점이 아니라 작은 원이 된다. 이 원을 흐림 원(Blur circle)이라고 부르고, 원의 지름은 세 가지가 정한다. 상이 센서에서 얼마나 어긋났는지, 렌즈 구멍(구경)이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초점거리다. 조리개 값 \(N\)(f/N)은 초점거리를 구경으로 나눈 수이므로(2장), 구경 지름은 \(f/N\)이다. 이를 정리하면 초점을 거리 \(s\)에 맞췄을 때 거리 \(d\)에 있는 점의 흐림 원 지름은 \(b = \dfrac{f^2}{N(s-f)}\cdot\dfrac{|d-s|}{d}\)이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물체(왼쪽 화살표)와 센서(오른쪽 막대)를 직접 끌어 본다. 화면은 실제 비율이 아니다. 렌즈 왼쪽은 거리를 눈금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로그 눈금으로 줄였고, 오른쪽은 몇 밀리미터의 움직임이 보이도록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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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맺히는 자리와 흐림 원

물체와 센서를 끈다
물체 거리 s—
상 거리 s′—
초점 맞춘 거리—
흐림 원 지름—
해볼 것: ① 센서를 끌어 초점을 1 m에 맞추고 물체를 3 m로 옮긴다. 상이 센서 앞에 맺혀 흐림 원이 생긴다. ② 조리개를 f/1.8에서 f/8로 조인다. 빛의 원뿔이 가늘어지며 같은 어긋남에도 흐림 원이 4.4분의 1로 준다. ③ "줌 18 mm"로 바꿔 같은 일을 한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상의 자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 흐림 원이 훨씬 작다. 물체를 0.3 m까지 당기면 상이 센서 뒤로 멀리 달아난다. (얇은 렌즈 근사. 센서는 실제 APS-C에 가까운 23.5 × 15.6 mm로 두었다. 5장·6장은 화각 계산을 쉽게 하려고 24 × 16 mm로 둔 것이라 화각이 2% 남짓 다를 뿐이다. 흐림 원은 이 장의 기준 착란원 0.02 mm와 비교한다.)

흐림 원은 조리개를 조이면 구경에 비례해 작아지고, 초점거리가 짧으면 초점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작아진다. 같은 3 m의 책장이라도 50 mm f/1.8에서는 흐림 원이 거의 1 mm지만 18 mm f/8에서는 0.03 mm 남짓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몇 밀리미터부터 흐려 보이는가"다.

착란원: 선명함은 약속이다

센서 위 흐림 원이 0.001 mm라면 누구도 흐리다고 느끼지 않는다. 1 mm라면 누구나 흐리다고 느낀다. 그 사이 어딘가에 문턱이 있고, 이 문턱으로 정한 흐림 원의 지름을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CoC)이라고 부른다. 착란원보다 작은 흐림은 "선명", 큰 흐림은 "흐림"으로 친다는 약속이다.

문턱이 약속인 이유는 사진을 얼마나 크게, 얼마나 가까이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흐림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센서 위 0.02 mm의 흐림은 A5 도록(긴 변 21 cm)에 인쇄하면 약 9배로 커져 0.18 mm가 되고, 같은 사진을 1 m 너비 현수막으로 뽑으면 0.85 mm가 된다. 흔히 쓰는 관례는 "약 20×25 cm 인화를 25 cm 거리에서 볼 때 0.2 mm 안팎의 흐림은 점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각도(약 0.0008라디안, 약 2.7분)를 센서 크기로 되돌린 값이 카메라와 심도 계산표가 쓰는 착란원이다. 35 mm 필름 크기(풀프레임)에서는 보통 0.03 mm, 그보다 1.5배 작은 APS-C에서는 0.02 mm를 쓴다. 대각선의 1/1500~1/1730처럼 제조사와 책마다 조금씩 다른 값을 쓰므로, 심도표의 숫자는 기준이 바뀌면 같이 바뀌는 근사로 읽는다. 이 장은 APS-C의 착란원을 0.02 mm로 둔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감상 조건을 바꾸며 허용되는 착란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준다. 왼쪽 그림은 센서 위의 흐림이 인쇄물에서 얼마나 커지는지를, 오른쪽 돋보기는 인쇄물 위의 작은 글자를 확대해 흐림 점(주황 원)과 그 거리에서 눈이 구별할 수 있는 크기(점선 원)를 함께 보여 준다.

SIMULATOR

얼마나 흐려야 흐려 보이나

확대 배율—
인쇄물 위 흐림—
이 조건의 허용 착란원—
해볼 것: ① A5 도록, 30 cm에서 흐림 0.02 mm가 허용 범위 안인지 본다. ② "1 m 현수막"으로 바꾼다. 같은 흐림이 0.85 mm가 되어 30 cm 앞에서는 눈에 띈다. 보는 거리를 2 m로 늘리면 다시 괜찮아진다. 큰 그림은 멀리서 보기 때문에 착란원이 그렇게 엄격할 필요가 없다. ③ 휴대폰 화면(긴 변 약 14 cm)에서는 흐림이 0.04 mm여도 대개 선명해 보인다. 화면에서 괜찮던 사진이 크게 뽑으면 흐린 이유다. (허용 기준은 약 20×25 cm를 25 cm에서 볼 때 0.2 mm라는 관례를 각도로 바꾼 값이다. 눈의 실제 한계는 사람과 대비에 따라 다르다.)
눈의 해상도와 관례 사이 시력 1.0(20/20)은 대략 1분(1/60도) 간격의 선을 구별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25 cm 거리에서 1분은 약 0.07 mm다. 그런데 사진 관례는 그 세 배쯤인 0.2 mm를 허용한다. 사진은 시력 검사표처럼 검은 선과 흰 바탕이 맞닿은 장면이 드물고, 감상자는 흐림을 찾으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례는 "보통의 감상"에 맞춘 너그러운 값이다. 작은 글자, 머리카락, 속눈썹처럼 대비가 강하고 가는 세부가 중요한 사진이라면 착란원을 절반쯤으로 잡아 더 엄격하게 계산하는 편이 안전하다. 요즘처럼 화면에서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해 보는 감상 습관도 관례를 더 엄격한 쪽으로 밀고 있다.

피사계 심도: 선명해 보이는 앞뒤 범위

착란원을 정하면 피사계 심도가 정해진다. 초점면 앞뒤로 흐림 원이 착란원보다 작은 범위가 곧 심도다. 계산의 중심에는 과초점 거리(Hyperfocal distance) \(H\)가 있다. 무한히 먼 곳의 흐림 원이 딱 착란원이 되는 초점 거리다. \(H\)를 구해 두면 가까운 쪽 한계와 먼 쪽 한계가 바로 나온다.

$$H = \frac{f^2}{N c} + f,\qquad D_{\text{앞}} = \frac{s\,(H-f)}{H+s-2f},\qquad D_{\text{뒤}} = \frac{s\,(H-f)}{H-s}\ \ (s<H)$$
\(c\): 착란원(APS-C 0.02 mm), \(N\): 조리개 값, \(s\): 초점 맞춘 거리. \(s \ge H\)이면 뒤쪽 한계는 무한대다. 24 mm 렌즈를 f/5.6으로 두면 \(H\) = 5.17 m이고, 2.7 m에 초점을 맞추면 1.78 m부터 5.63 m까지 선명하다(얇은 렌즈 근사).

식이 말하는 것을 말로 풀면 네 가지다. 조리개를 조이면(\(N\) 증가) 심도가 깊어진다. 초점거리가 길면 심도가 얕아진다. 가까이 초점을 맞출수록 얕아진다. 그리고 앞쪽보다 뒤쪽이 더 깊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 읽기 모임이다. 탁자에 둘러앉은 여섯 사람이 카메라에서 2.0 m부터 4.0 m 사이에 있다. 초점 막대를 끌어 초점 거리를 옮기고, 조리개와 초점거리를 바꿔 몇 사람이 심도 안에 들어오는지 본다.

SIMULATOR

그림 읽기 모임의 피사계 심도

초점 막대를 끈다
심도 범위—
앞 : 뒤—
선명한 사람—
회절 흐림—
해볼 것: ① 24 mm, f/4에서 초점 막대를 가장 앞사람(2.0 m)에 맞춘다. 뒤쪽 네 사람이 흐려진다. ② 막대를 2.7 m 근처로 옮긴다. 앞사람과 뒷사람이 겨우 함께 들어온다. 조리개를 f/5.6으로 한 단 조이면 여유가 생긴다. ③ 초점거리를 55 mm로 늘린다. 같은 f값인데 심도가 확 얕아진다(실제로는 화각도 좁아져 사람들이 화면 밖으로 나간다). 조리개를 f/22까지 조이면 심도는 깊어지지만 회절 흐림이 착란원보다 커져 전체가 조금씩 무르다. (얇은 렌즈 근사, 착란원 0.02 mm. 줌의 최대 개방 f값은 18 mm f/3.5에서 55 mm f/5.6까지 직선으로 바뀐다고 놓았다. 회절은 에어리 원반 지름 2.44λN, λ = 0.55 µm.)

초점을 가장 앞사람에 맞추면 그 앞쪽 심도는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낭비된다. 여러 사람이 앞뒤로 있을 때는 초점을 무리의 가운데보다 조금 앞에 두어야 앞뒤 한계를 고르게 쓸 수 있다. 위 장면에서 앞사람 2.0 m와 뒷사람 4.0 m를 똑같이 아슬아슬하게 담는 초점 거리는 두 거리의 조화 평균인 2.67 m, 정확히 앞에서 3분의 1 지점이다. 아래 그림은 24 mm로 2.7 m에 초점을 둔 채 조리개만 바꿨을 때의 심도다.

01234567 m 사람들이 앉은 범위 2.0~4.0 m · 초점 2.7 m(세로 점선) f/4 1.97–4.30 f/5.6 1.78–5.63 f/8 1.55–10.5 f/11 1.34–∞
그림 3. 조리개를 조일수록 뒤쪽이 더 빨리 늘어난다. 24 mm 렌즈(APS-C)로 2.7 m에 초점을 맞췄을 때의 심도다. f/4에서 앞쪽은 0.73 m, 뒤쪽은 1.60 m다. f/11에서는 과초점 거리(2.64 m)보다 멀리 초점을 둔 셈이라 뒤쪽 한계가 무한대가 된다. 막대 가운데의 이음매가 초점 거리다. 얇은 렌즈 근사, 착란원 0.02 mm.
"앞 3분의 1, 뒤 3분의 2"는 늘 맞지 않는다 흔히 심도는 초점 앞쪽으로 3분의 1, 뒤쪽으로 3분의 2가 생긴다고 한다. 위 그림의 f/4가 우연히 그 비율(0.73 : 1.60, 약 1 : 2.2)에 가깝다. 하지만 비율은 초점 거리가 과초점 거리에 비해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계속 바뀐다. 접사처럼 아주 가까우면 앞뒤가 거의 1 : 1이고(1 m의 정물을 50 mm f/5.6로 찍으면 앞 4.1 cm, 뒤 4.5 cm), 과초점 거리에 가까워지면 뒤쪽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3분의 1"은 사람 몇 명이 몇 미터 안에 있는 흔한 장면에서 쓸 만한 출발점일 뿐이다.
초점은 눈에, 무리는 앞쪽 3분의 1에 인물 사진가들의 첫 규칙은 "초점은 카메라에 가까운 쪽 눈"이다. 사람은 사진 속 얼굴에서 눈을 가장 먼저 보고, 눈이 흐리면 다른 곳이 아무리 선명해도 사진 전체가 흐리다고 느끼기 쉽다. 조리개를 크게 연 채 가운데 초점점으로 눈에 맞춘 뒤 카메라를 돌려 구도를 다시 잡으면, 초점면도 같이 돌아가 눈이 심도 밖으로 빠질 수 있다. 얕은 심도에서는 초점점을 눈 위로 옮겨 찍는 편이 안전하다. 여러 사람이 앞뒤로 있으면 반대로, 맨 앞사람이 아니라 무리의 앞쪽 3분의 1쯤에 초점을 두고 조리개를 한두 단 조인다. 사람들은 몸을 앞뒤로 움직이므로 계산이 아슬아슬하게 맞는 조리개보다 한 단 여유를 두는 것이 현장의 요령이다.
책 열 권으로 심도 재기 책 열 권을 탁자 위에 10 cm 간격으로 비스듬히 줄 세우고, 카메라나 휴대폰을 줄의 앞쪽 끝에서 50 cm쯤 떨어뜨려 놓는다. 다섯째 책의 제목에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가장 크게 연 것, 두 단 조인 것, 네 단 조인 것으로 세 장을 찍는다(휴대폰은 조리개가 고정이니 일반 모드와 인물 모드로 두 장). 사진을 화면에 크게 띄우고 제목이 읽히는 책이 몇 권인지 앞뒤로 나눠 센다. 앞쪽과 뒤쪽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읽히는지, 조리개 한 단에 몇 권씩 늘어나는지 공책에 표로 적어 두면 위 식이 손에 잡힌다.

과초점 거리, 그리고 휴대폰이 늘 선명한 이유

과초점 거리 \(H\)에 초점을 맞추면 먼 쪽 한계가 무한대가 되고, 가까운 쪽 한계는 \(H\)의 절반쯤이 된다. 풍경이나 거리 사진에서 앞의 돌담부터 먼 산까지 모두 선명하게 담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다. 18 mm 렌즈를 f/8로 두면 \(H\)는 약 2.04 m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1.02 m부터 무한대까지가 심도 안에 들어온다. 초점을 무한대에 맞추면 오히려 가까운 쪽 한계가 \(H\)(2.04 m)로 물러나니 손해다.

휴대폰 카메라가 무엇을 찍어도 대체로 선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휴대폰의 주 카메라는 센서가 아주 작아서 실제 초점거리가 몇 밀리미터에 불과하다. 5장에서 쓴 이 책의 휴대폰 모형은 센서가 8×6 mm(환산 배율 약 4.3), 실제 초점거리 6 mm로 화각이 풀프레임 26 mm와 같다. 조리개는 f/1.8로 두자. 센서가 작으니 착란원도 그만큼 작게 잡아야 하지만(0.03 ÷ 4.3 ≈ 0.007 mm), 초점거리가 워낙 짧아서 과초점 거리는 약 2.9 m밖에 안 된다. 2.9 m에 초점을 맞추면 1.45 m부터 무한대까지 선명하다. 휴대폰의 조리개 값이 f/1.8로 밝아도 배경이 잘 흐려지지 않는 이유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카메라를 바꿔 가며 초점 손잡이를 끈다. 그래프는 거리마다 흐림 원이 착란원의 몇 배인지를 보여 준다. 1배 선 아래가 심도다. 가로축은 로그 눈금이다.

SIMULATOR

과초점 거리와 센서 크기

초점 손잡이를 끈다
과초점 거리 H—
초점—
심도—
해볼 것: ① "미러리스 18 mm", f/8에서 "과초점 거리에 맞추기"를 켠다. 1 m 남짓부터 무한대까지 1배 선 아래다. ② 초점 손잡이를 무한대(오른쪽 끝)로 끈다. 먼 쪽은 그대로인데 가까운 쪽 한계가 두 배로 물러난다. ③ "휴대폰 주 카메라"로 바꾼다. 조리개는 f/1.8로 고정인데도 과초점 거리가 3 m가 안 된다. "미러리스 50 mm"를 f/1.8로 두면 같은 f값이 얼마나 다른지 보인다. (얇은 렌즈 근사. 휴대폰은 5장의 모형대로 센서 8×6 mm, 실제 6 mm(환산 26 mm), f/1.8, 착란원 0.007 mm로 놓았다. 실제 휴대폰은 기종마다 다르다.)

같은 화각과 같은 촬영 거리라면 심도를 정하는 것은 사실상 구경의 실제 지름이다. 그래서 센서 크기가 다른 카메라를 비교할 때는 f값에 환산 배율을 곱해 보는 환산 조리개(Equivalent aperture)가 편하다. APS-C의 50 mm f/1.8은 심도로는 풀프레임 75 mm f/2.7과 비슷하고, 위 휴대폰 모형의 26 mm f/1.8은 풀프레임으로 치면 f/8쯤(1.8 × 4.3 ≈ 7.8)의 심도를 낸다. 노출의 밝기는 f값 그대로 정해지므로(2장) 휴대폰이 f/1.8의 빛을 받는 것은 맞다. 달라지는 것은 흐림뿐이다.

초점을 미리 걸어 두는 거리 사진가들 필름 시절 거리 사진가들은 셔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초점을 미리 정해 두고 찍었다. 렌즈의 거리 눈금 옆에 새겨진 심도 눈금을 보고, 예컨대 f/8에서 2~5 m가 들어오게 초점 링을 고정한 뒤 그 거리 안에 사람이 들어오면 바로 누르는 식이다. 이것을 존 포커스(Zone focusing)라고 한다. 요즘 렌즈에는 심도 눈금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위 식으로 표를 한 장 만들어 카메라 가방에 넣어 두면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자동 초점이 어두운 실내에서 헤맬 때도 쓸모가 있다.

보케: 흐림에도 모양이 있다

흐림 원은 사실 "원"이 아니라 렌즈 구멍의 모양이다. 센서 위에 생기는 빛의 원뿔 단면은 조리개 구멍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이 모양이 잘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배경 속 작은 불빛처럼 밝은 점이 흐려지면 구멍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다. 흐린 부분의 질감과 빛망울의 모양을 통틀어 보케(Bokeh)라고 부른다. 일본어 "보케(暈け, 흐림)"에서 온 말로, 1990년대 후반 영어권 사진 잡지를 통해 퍼졌다.

조리개는 얇은 금속 날 여러 장이 겹쳐 구멍을 만든다. 조리개를 활짝 열면 날이 경통 안으로 숨어 구멍이 둥글고, 조이면 날의 개수만큼 각진 다각형이 된다. 날이 휘어진 "원형 조리개"는 조여도 덜 각진다. 그리고 화면 가장자리의 빛망울은 렌즈 경통의 앞쪽 테두리에 일부가 가려져 레몬이나 고양이 눈 모양이 된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50 mm 렌즈로 1 m에 초점을 맞추고 3 m 뒤 줄전구를 흐린 장면이다. 빛 하나를 끌어 화면 가장자리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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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망울의 모양

흰 고리의 빛을 끈다
빛망울 지름(센서)—
웹 사진 1600 px에서—
끈 빛의 모양—
해볼 것: ① f/1.8(개방)에서 빛망울이 둥글고 큰 것을 본다. 조리개를 f/2.8, f/4로 조이면 작아지면서 날 수만큼 각이 선다. 날 5장이면 오각형이 뚜렷하다. ② 끄는 빛을 화면 모서리로 옮긴다. 개방에서는 바깥쪽이 잘린 레몬 모양이 되고, 조리개를 조이면 다시 온전한 모양으로 돌아온다. ③ "원형 날 9장"은 f/4까지 거의 원을 지킨다. (빛망울 크기는 얇은 렌즈 흐림 원 식으로 계산했다. 날의 모양, 고양이 눈의 정도는 원리를 보여 주는 단순 모형이며 실제 렌즈마다 다르다.)

빛망울의 크기는 흐림 원 식을 그대로 따른다. f/1.8에서 3 m 뒤 불빛의 빛망울은 센서 위 0.98 mm, 가로 1600 px 웹 사진에서는 지름 66 px쯤이다. 조리개를 f/5.6으로 조이면 21 px로 줄어든다. 빛망울이 둥근지 각진지, 가장자리가 부드러운지 테두리가 진한지는 취향이 갈리는 부분이고 렌즈마다 개성이 다르다. 다만 화면 가득한 빛망울은 그 자체로 "장식"이 되어 무엇을 찍었는지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별 모양 빛망울 만들기 검은 도화지를 렌즈 앞을 덮을 만한 원으로 오리고, 가운데에 지름 1 cm 남짓의 별이나 하트 모양 구멍을 칼로 낸다. 렌즈 구경보다 작게 뚫어야 한다. 이 종이를 단렌즈 앞에 테이프로 붙이고, 조리개를 가장 크게 연 채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맞춰 먼 곳의 불빛(크리스마스 전구, 밤거리 가로등)을 흐리게 찍는다. 빛망울이 모두 별 모양이 된다. 흐림 원이 렌즈 구멍의 그림자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실험이다. 휴대폰은 렌즈가 너무 작아 잘 되지 않는다.

휴대폰 인물 모드: 계산으로 만든 흐림

작은 센서로는 배경을 광학적으로 흐리기 어렵다. 그래서 휴대폰의 인물 모드(Portrait mode)는 흐림을 계산으로 만든다. 순서는 대체로 같다. 먼저 장면의 각 점이 얼마나 먼지를 추정한 깊이 지도(Depth map)를 만든다. 두 카메라의 시차, 한 화소 안을 둘로 나눈 센서의 시차, 사람 모양을 찾는 기계 학습, 일부 기종의 거리 센서를 기종에 따라 섞어 쓴다. 그다음 거의 모든 것이 선명한 원본 사진을 깊이 지도에 따라 화소마다 다른 크기로 흐린다.

이 방식은 깊이 지도가 정확하면 꽤 그럴듯하다. 문제는 깊이 지도가 틀린 곳이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것, 유리컵처럼 투명한 것, 찻잔 손잡이 안쪽처럼 앞의 물체에 뚫린 구멍으로 배경이 보이는 곳에서 깊이 지도는 자주 틀린다. 아래 시뮬레이터의 왼쪽은 50 mm 렌즈가 광학적으로 만든 흐림, 오른쪽은 같은 장면을 거친 깊이 지도로 합성한 흐림이다. 깊이 지도의 칸을 키워 정밀도를 떨어뜨리고, 경계선을 끌어 찻잔 손잡이와 잉크병의 가장자리를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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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흐림과 합성 흐림

흐림이 틀린 화소—
손잡이 구멍 속 배경—
해볼 것: ① 칸 크기 10에서 경계선을 찻잔 손잡이 위로 끌어 온다. 광학 흐림(왼쪽)에서는 구멍 속 책장이 흐린데, 합성(오른쪽)에서는 구멍이 찻잔으로 취급되어 책장이 선명하게 남는다. ② 잉크병과 찻잔의 가장자리를 본다. 합성 쪽은 선명한 물체 둘레에 흐린 띠가 생기거나, 물체의 가장자리가 배경과 함께 번진다. ③ 칸 크기를 1로 줄이면 오류가 크게 줄지만 0이 되지는 않는다. 합성은 이미 찍힌 한 장의 사진을 흐리므로, 앞의 물체에 가려 찍히지 않은 배경을 렌즈처럼 "돌아서" 보여 줄 수 없다. (합성은 깊이 지도를 칸마다 평균하고 6단계 흐림을 섞는 단순 모형이다. 실제 휴대폰의 처리는 훨씬 정교하고 기종마다 다르다.)

합성 흐림의 오류는 깊이 지도만 탓할 수도 없다. 진짜 렌즈는 구경 전체로 장면을 보기 때문에, 앞의 물체 가장자리 뒤로 살짝 가려진 배경까지 흐림에 섞어 넣는다. 그래서 흐린 잉크병의 가장자리는 반투명하게 녹아 뒤가 비친다. 한 장의 사진에는 그 가려진 배경이 없으니, 합성은 그 부분을 지어내거나 번지게 둘 수밖에 없다. 최근 휴대폰은 이런 오류를 많이 줄였지만, 유리·머리카락·구멍은 여전히 가장 먼저 확인할 곳이다. 그리고 인물 모드의 흐림 세기는 보통 "f/1.4" 같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이것은 렌즈의 실제 조리개가 아니라 흐림의 양을 흉내 낸 설정값이다.

흐림을 고른 사진가

초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선명할수록 좋은 사진 같지만, 사진의 역사에는 일부러 흐림을 고른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Julia Margaret Cameron, 1815–1879)은 마흔여덟 살에 카메라를 선물 받아 사진을 시작했다. 당시 사진계는 세부가 칼같이 선명한 상을 기술의 기준으로 여겼다. 캐머런은 인물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 얼굴로 화면을 채우고, 초점이 조금 빗나가거나 긴 노출 중에 인물이 움직여 생긴 흐림을 지우지 않았다. 사진 단체와 비평가들은 서툰 기술이라고 비판했지만, 캐머런은 초점의 "정당함"을 누가 정하느냐는 취지로 맞섰다고 전한다(1864년 존 허셜에게 보낸 편지).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이 찍은 토머스 칼라일의 초상. 어두운 배경에서 흰 머리와 흰 수염의 노인이 정면을 보고 있다. 얼굴의 일부만 또렷하고 머리카락과 어깨는 부드럽게 흐려져 있으며, 빛이 위에서 비스듬히 떨어진다.
그림 4.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 「토머스 칼라일」, 1867. 화면을 얼굴로 가득 채웠고, 초점은 얼굴의 일부에만 얕게 걸려 있다. 머리카락과 수염, 어깨는 빛 속으로 풀어진다. 세부가 흐린 대신 위에서 떨어지는 빛과 굳은 표정이 먼저 보인다. 흐림이 "실수"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고른 결과로 읽히는 사진이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Alfred Stieglitz Collection, 1949), 카본 인화.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사진을 회화처럼 보이게 하려는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 사진가들이 일부러 부드럽게 흐리는 렌즈와 인화 기법을 썼다. 그 반동으로 193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앤설 애덤스, 에드워드 웨스턴, 이모전 커닝햄 등이 모인 "그룹 f/64"는 대형 카메라의 가장 작은 조리개 이름을 모임의 이름으로 걸고, 앞에서 뒤까지 모두 선명한 사진을 사진다운 사진이라고 내세웠다. 선명함과 흐림은 한쪽이 옳은 기술이 아니라, 시대마다 사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른 태도였다.

그림과 비교해 보면 사진의 흐림이 얼마나 독특한지도 보인다. 수묵 산수화는 먼 산을 옅은 먹으로 흐리게 그려 거리를 만든다(ColorBook 6장). 이것은 공기가 먼 것의 대비를 낮추는 대기 원근이라 멀수록 한 방향으로만 흐려진다. 사진의 초점 흐림은 초점면을 기준으로 앞으로도 뒤로도 흐려진다. 가까운 잉크병이 흐린 그림 1의 정물처럼, 화가가 손으로는 잘 그리지 않던 흐림이다. 그래서 초점 흐림은 보는 이에게 "이것은 렌즈로 찍은 장면"이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조리개를 끝까지 조이면 다시 흐려진다 심도를 깊게 하려고 조리개를 한없이 조이면 이번에는 회절(Diffraction)이 상을 무르게 한다. 빛이 좁은 구멍을 지나며 퍼지는 현상이라, 한 점의 상이 에어리 원반이라는 작은 번짐이 된다. 그 지름은 약 \(2.44\,\lambda N\)으로 초록빛(0.55 µm)에서 f/8이면 0.011 mm, f/16이면 0.021 mm다. APS-C에서는 f/16 근처에서 회절 번짐이 착란원(0.02 mm)과 같아진다. 그래서 심도와 화질을 함께 따지면 APS-C에서는 f/8~f/11 근처가 흔한 타협점이다. 그룹 f/64의 f/64가 가능했던 것은 필름이 수십 배 넓은 대형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두 장면의 초점 정하기

이제 지금까지의 계산을 한 장면 위에서 합친다. 아래 종합 시뮬레이터는 이 장의 케이스에 나오는 두 장면을 그린다. 하나는 50 mm 단렌즈로 1 m 앞에서 찍는 창가 정물, 다른 하나는 줌을 24 mm에 두고 찍는 그림 읽기 모임이다. 그림 위를 누르거나 끌면 그 자리에 있는 물체의 거리로 초점이 옮겨 간다. 조리개를 바꿔 가며 주인공이 심도 안에 다 들어오는지, 배경이 얼마나 흐린지, 그 흐림이 장면을 설명하는지 가리는지를 본다.

SIMULATOR

종합: 초점 위치와 조리개 고르기

그림을 눌러 초점을 옮긴다
초점 거리—
심도 범위—
주인공—
배경 흐림—
해볼 것: ① 창가 정물에서 찻잔에 초점을 맞추고 f/1.8과 f/5.6을 비교한다. f/1.8에서는 찻잔 앞 가장자리와 손잡이 쪽이 착란원의 3배 가까이 흐리고, 책장의 책등은 색 띠가 된다. f/5.6에서는 찻잔 전체(약 8 cm 깊이)가 들어오고 책장은 책장으로 읽힌다. ② 그림 읽기 모임으로 바꿔 가장 앞사람을 누른다. f/4에서 뒤쪽 사람들이 흐려진다. 탁자 가운데 앞쪽(2.7 m 근처)의 사람을 누르면 여섯 명이 다 들어온다. ③ 조리개를 f/16 이상으로 조여 회절 표시를 본다. (얇은 렌즈 근사, 착란원 0.02 mm. 장면을 깊이 층으로 나눠 층마다 흐린 단순 모형이며, 노출의 밝기 변화는 그리지 않았다. 줌 24 mm의 최대 개방은 f/4로 놓았다.)

두 장면에서 고를 것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 정물은 주인공이 작고 가까워 심도가 몇 센티미터밖에 안 되므로 주인공을 다 담는 쪽으로 조리개를 조여야 하고, 모임 장면은 사람들이 몇 미터에 걸쳐 흩어져 있어 초점 위치를 잘 골라야 한다. 어느 쪽이든 조리개를 한 단 조일 때마다 빛은 절반으로 줄어 셔터를 느리게 하거나 감도를 올려야 한다(2장). 심도는 공짜가 아니다.

서윤의 겨울 촬영 노트

CASE 서윤촬영 노트 · 7장

모두 선명한 모임, 찻잔만 선명하지 않은 정물

12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 책방 E의 그림 읽기 모임이 열렸다. 서윤은 미러리스의 줌을 24 mm에 두고 긴 탁자 끝에서 셔터를 눌렀다. 5장에서 실내 기본 초점거리를 18 mm로 정했지만, 탁자 끝에서는 24 mm로도 여섯 사람이 다 들어왔고 가장자리 사람의 얼굴이 덜 늘어났다. 탁자 양쪽에 앉은 여섯 사람은 카메라에서 2.0 m부터 4.0 m 사이에 있었다. 개방(f/4)으로 가장 앞사람의 눈에 초점을 맞춘 첫 장은 앞사람만 또렷하고, 맞은편 끝에서 그림을 들고 선 진행자의 얼굴은 무르게 퍼졌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2.0 m에 초점을 둔 f/4의 심도는 1.57~2.76 m라서 여섯 명 중 네 명이 심도 밖이다.

서윤은 계산을 다시 했다. 앞사람(2.0 m)과 뒷사람(4.0 m)을 똑같이 담는 초점 거리는 두 거리의 조화 평균인 2.67 m, 탁자 가운데보다 조금 앞에 앉은 사람 자리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f/4에서도 1.97~4.30 m로 여섯 명이 겨우 들어오지만, 앞사람과 진행자의 흐림이 착란원의 0.94배, 0.87배로 아슬아슬했다. 사람들은 이야기하며 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서윤은 한 단을 더 조인 f/5.6을 골랐다. 심도는 1.78~5.63 m가 되고 가장 흐린 사람도 착란원의 0.67배에 머문다. 배경의 책장(약 6 m)은 착란원과 비슷한 정도로만 흐려 "책방에서 열린 모임"이라는 것이 사진에 남았다. 한 단 조인 대가로 빛이 절반이 된 것은 노출을 다시 맞춰야 할 몫으로 적어 두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창가 정물을 찍었다. 찻잔과 책 두 권을 창가 탁자에 놓고 50 mm 단렌즈로 1.0 m 떨어져 찍었다. 휴대폰 사진을 보던 서윤은 "배경을 확 날리고 싶다"며 f/1.8로 열었다. 화면은 예뻤지만 확대하니 찻잔의 손잡이 쪽과 앞 가장자리가 흐렸다. f/1.8의 심도는 98.7~101.4 cm, 2.7 cm뿐이라 지름 8 cm의 찻잔조차 다 담지 못했다. 2 m 뒤 책장은 흐림 원이 착란원의 49배(가로 1600 px 웹 사진에서 66 px)라 책장인지 무늬인지 알 수 없었다. 사진을 본 책방 주인이 말했다. "이건 우리 가게 창가가 아니라 어느 카페 광고 같네요. 사진이 실제 가게보다 예쁘면 손님이 실망해요." 휴대폰 인물 모드로도 찍어 보았는데, 찻잔 손잡이 구멍 속 책장이 선명하게 남아 오려 붙인 것처럼 보였다.

서윤은 f/5.6을 골랐다. 초점은 찻잔의 앞 가장자리가 아니라 정물 깊이의 가운데인 찻잔 중심(1.0 m)에 두었다. 심도는 95.9~104.5 cm(8.5 cm)로 찻잔 전체가 들어온다. 책장은 착란원의 16배(웹 사진에서 약 21 px)로 흐려 책 제목은 읽히지 않지만 책등이 늘어선 서가라는 것은 알아볼 수 있다. 도경은 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림도 받아 적은 거야. 저 거리에 책장이 있었다는 걸."

이 장에서 정한 것그림 읽기 모임: 줌 24 mm, f/5.6, 초점 2.7 m(앞사람 2.0 m와 뒷사람 4.0 m 사이의 앞쪽 3분의 1), 심도 1.78~5.63 m. 창가 정물: 50 mm 단렌즈, 거리 1.0 m, f/5.6, 초점은 찻잔 중심, 심도 95.9~104.5 cm, 배경 책장(3 m) 흐림은 착란원의 약 16배. f/1.8과 휴대폰 인물 모드는 쓰지 않는다. 계산 기준은 APS-C 착란원 0.02 mm.
아직 남은 문제두 장면 모두 개방보다 한 단 이상 조였으니 빛이 모자라다. 모임 사진은 저녁 실내라 감도를 올려야 할 텐데, 휴대폰과 미러리스 중 어두운 부분의 노이즈는 어느 쪽이 덜할까. 파일은 무엇으로 저장할까.
다음 단계8장: 센서가 빛을 숫자로 바꾸는 과정과 노이즈, RAW와 JPEG를 비교한다.

핵심 정리

  1. 렌즈는 한 거리(초점면)만 정확히 센서 위에 옮긴다. 얇은 렌즈 공식 1/f = 1/s + 1/s′가 초점과 상의 자리를 잇고, 초점 맞추기는 렌즈를 몇 밀리미터 움직이는 일이다.
  2. 초점면 밖의 점은 센서 위에서 흐림 원이 된다. 그 지름은 구경(f/N)에 비례하고, 초점거리가 길수록, 초점에서 멀수록 커진다.
  3. 착란원은 "이보다 작은 흐림은 선명으로 친다"는 약속이다. 감상 크기와 거리에서 나온 관례로, APS-C는 보통 0.02 mm, 풀프레임은 0.03 mm를 쓴다. 크게 뽑아 가까이 볼수록 엄격해진다.
  4. 피사계 심도는 조리개를 조이면 깊어지고, 초점거리가 길거나 가까이 찍으면 얕아진다. 뒤쪽이 앞쪽보다 깊지만 "1/3 : 2/3"은 거리에 따라 바뀌는 대략값이다.
  5. 과초점 거리에 초점을 맞추면 그 절반부터 무한대까지 선명하다. 휴대폰은 초점거리가 짧아 과초점 거리가 몇 미터에 불과해서 늘 선명하다.
  6. 보케는 렌즈 구멍의 그림자다. 조리개 날의 수, 개방 여부, 화면 위치(고양이 눈)가 빛망울의 모양을 바꾼다. 휴대폰 인물 모드의 흐림은 깊이 지도로 계산한 것이라 구멍, 유리, 가는 털에서 틀리기 쉽다.
  7. 조리개를 끝까지 조이면 회절이 상을 무르게 한다. APS-C에서는 f/16 근처에서 회절 번짐이 착란원과 같아진다. 심도는 빛과 화질을 내주고 사는 것이다.

확인 퀴즈

1. 같은 APS-C 카메라, 같은 50 mm 렌즈로 1 m 앞의 찻잔에 초점을 맞추고 f/1.8과 f/5.6으로 한 장씩 찍었다. 두 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조리개는 초점 거리를 바꾸지 않는다. 구경 지름(f/N)이 줄면 같은 어긋남에서도 흐림 원이 비례해 작아진다. 이 장의 모델로 f/1.8의 심도는 2.7 cm, f/5.6은 8.5 cm다. 회절은 조리개를 많이 조일 때(APS-C에서 f/16 근처부터) 문제가 되며, 개방에서는 오히려 가장 작다.

2. 앞사람이 2 m, 뒷사람이 4 m에 있는 단체 사진을 찍는다. 조리개를 정해 놓고 두 사람을 가장 고르게 담으려면 초점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알맞은가?

앞뒤 두 거리를 똑같이 아슬아슬하게 담는 초점 거리는 두 거리의 조화 평균 2·2·4/(2+4) ≈ 2.67 m다. 심도는 대칭이 아니어서 가운데(3 m)에 두면 앞사람 쪽이 먼저 빠진다. 앞사람에 맞추면 앞쪽 심도가 빈 공간에 낭비되고, 무한대에 맞추면 가까운 쪽 한계가 과초점 거리까지 물러난다.

3. 조리개가 f/1.8인 휴대폰 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배경이 잘 흐려지지 않는데, f/1.8인 미러리스 50 mm 렌즈는 배경이 크게 흐려진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흐림 원은 구경의 실제 지름과 초점거리에 달려 있다. 실제 6 mm f/1.8의 구경은 약 3.3 mm, 50 mm f/1.8은 약 28 mm다. 노출 밝기는 f값이 같으면 같다. 휴대폰도 초점을 움직이며, 화면 크기 탓이라면 인쇄해도 흐림이 같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심도로 따지면 이 휴대폰은 풀프레임 f/8 정도다.

4. 휴대폰 인물 모드로 찻잔을 찍었더니 손잡이 구멍 속 배경만 선명하게 남았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인물 모드는 원본 사진을 깊이 지도에 따라 흐린다. 깊이 지도는 해상도가 낮고 경계를 뭉개는 일이 많아, 앞 물체에 뚫린 작은 구멍은 앞 물체의 거리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면 구멍 속 배경은 "초점 맞은 곳"으로 남는다. 흐림 세기를 올리면 흐림이 커질 뿐 다시 선명해지지 않는다. 광학 렌즈라면 구멍 속 배경도 거리대로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