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8

화소와 센서

저녁 무렵 실내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폰 화면에서 크게 벌려 보면, 어두운 구석에 모래알 같은 얼룩이 끓고 있다. 밝게 보정하면 얼룩은 더 커지고, 어느 순간 매끈하던 벽에 계단 같은 띠가 생긴다. 이 얼룩과 띠는 고장이 아니라 빛이 숫자가 되는 과정이 남긴 흔적이다. 이 장은 센서가 광자를 세는 방식에서 출발해, 색을 얻는 방법, 숫자의 눈금을 나누는 방법, 그리고 카메라가 그 숫자를 JPEG으로 굽기 전과 후에 무엇이 남고 사라지는지 따라간다.

같은 구석, 다른 얼룩

같은 장면을 휴대폰과 카메라로 찍으면 밝은 곳은 둘 다 그럴듯한데, 어두운 곳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아래 그림은 이 책이 직접 그린 가상의 서가 구석이다. 천장에 매단 전등이 가운데 위를 비추고, 아래쪽 양 구석은 어둡다. 같은 조리개 값과 같은 셔터 속도로 휴대폰과 APS-C 미러리스가 찍었다고 놓고, 둘 다 어두운 부분을 2스톱 끌어올렸다. 경계선을 끌어 구석의 책등을 비교해 보자.

그림 1. 휴대폰 JPEG과 미러리스 RAW, 그림자를 2스톱 끌어올린 뒤. 왼쪽은 휴대폰이 구운 JPEG을, 오른쪽은 미러리스의 RAW를 같은 양만큼 밝힌 것이다. 경계선을 아래쪽 구석으로 끌어 같은 책등을 비교해 보면, 왼쪽은 노이즈 감소가 잡음과 함께 책등의 글자 띠와 경계까지 뭉갰고, 오른쪽은 고운 입자가 있지만 경계가 남아 있다. 이 책의 단순한 센서 모형(광자 산탄 잡음, 읽기 잡음, 비트 깊이, 휴대폰의 노이즈 감소와 톤 커브)으로 계산해 그린 그림이며, 실제 기종의 결과는 다르다.

차이를 만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화소 하나가 받은 빛의 양, 다른 하나는 그 빛을 숫자로 적어 둔 방식이다. 이 장은 이 두 가지를 차례로 연다. 먼저 빛이 숫자가 되는 길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보자.

광자빛 알갱이 전하포토다이오드 증폭감도(ISO) 숫자ADC 12비트 RAW날것의 숫자 카메라 안 처리(현상) ① 디모자이크(색 채우기) ② 화이트 밸런스 ③ 톤 커브·감마 ④ 노이즈 감소·선명하게 ⑤ 8비트로 줄이기 ⑥ JPEG 압축 RAW로 저장하면 이 과정을 나중에 컴퓨터에서 고쳐 가며 한다 JPEG(구운 사진)
그림 2. 빛이 숫자가 되는 길. 센서의 각 화소는 들어온 광자를 전하로 바꿔 모은다. 노출이 끝나면 전하를 증폭하고 숫자로 바꾼다. 여기까지가 RAW다. JPEG은 카메라가 이 숫자에 색을 채우고, 밝기를 휘고, 노이즈를 지우고, 8비트로 줄이고, 압축까지 마친 결과다. 실제 순서와 내용은 기종마다 다르다.

화소: 광자를 세는 양동이

디지털 센서는 수백만 개의 작은 칸이 격자로 놓인 실리콘 판이다. 칸 하나가 화소(Pixel, 센서에서는 Photosite)다. 각 칸의 포토다이오드는 빛 알갱이인 광자(Photon)가 부딪히면 일정한 확률로 전자를 하나 내놓고, 노출하는 동안 이 전자를 모아 둔다. 비 오는 날 마당에 양동이를 줄지어 세워 두고 빗물을 받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밝은 곳의 양동이에는 물이 많이, 어두운 곳에는 조금 고인다. 양동이에 담을 수 있는 최대량을 포화 용량(Full well capacity)이라고 하고, 그보다 많은 빛은 모두 같은 "꽉 참"으로 적힌다. 하이라이트가 날아가는 이유다(3장).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무명천 자수 견본. 붉은 실의 십자수로 위쪽에 알파벳 대문자 두 줄과 숫자, 가운데에 소문자 몇 자, 아래에 British & Foreign School Society와 1825가 수놓여 있고, 둘레를 붉은 십자 무늬 테두리가 감싼다. 성긴 천의 올이 격자처럼 보인다.
그림 3. 작자 미상, 「영국·해외 학교 협회에서 만든 자수 견본」, 1825. 천의 올이 만든 격자 위에 한 칸에 한 땀씩 놓아 글자를 지었다. 칸마다 "실을 놓는다"와 "놓지 않는다" 두 값뿐이니, 이 견본은 색이 둘인 화소 그림이다. 센서도 장면을 격자로 나누고 칸마다 하나의 숫자를 적는다. 다만 자수의 칸은 둘 중 하나를 고르고, 센서의 칸은 들어온 빛을 센다는 점이 다르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From the Collection of Mrs. Lathrop Colgate Harper, Bequest of Mabel Herbert Harper, 1957), 면에 모사 자수.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바깥 배경을 잘라 냈다.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광자는 고르게 내리지 않는다. 같은 밝기의 벽을 비추더라도 어떤 칸에는 광자가 조금 많이, 옆 칸에는 조금 적게 떨어진다. 빗방울이 양동이마다 똑같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이렇게 빛 자체가 알갱이라서 생기는 들쭉날쭉함을 광자 산탄 잡음(Photon shot noise)이라고 한다. 센서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없앨 수 없는, 빛에 원래 들어 있는 잡음이다. 평균 \(N\)개의 광자가 오는 칸에서 그 수는 대략 \(\sqrt{N}\)만큼 흔들린다.

$$\text{신호 대 잡음비}\;\; \mathrm{SNR} = \frac{N}{\sqrt{N}} = \sqrt{N}$$
\(N\): 한 화소가 모은 평균 광자(전자) 수. 광자 100개면 흔들림이 ±10개라 SNR 10, 10,000개면 ±100개라 SNR 100이다. 빛을 4배 모으면 잡음은 2배만 늘어 SNR이 2배가 된다. 그래서 어두운 곳일수록 잡음이 눈에 띈다. 실제 센서에는 읽어 내는 회로의 잡음(읽기 잡음)이 더해진다.

아래 시뮬레이터의 각 칸은 화소 하나다. 칸마다 평균만큼 광자를 무작위로 떨어뜨려 센 결과를 밝기로 칠했다. 빛의 양을 바꾸고, 네모난 탐침을 끌어 그 안의 칸들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본다.

SIMULATOR

광자를 세는 격자

탐침 네모를 끈다
탐침 안 평균—
흔들림(표준편차)—
SNR(측정 / √N)—
해볼 것: ① 광자 수를 1~3개로 내린다. 무엇을 찍었는지 겨우 보인다. 이것이 아주 어두운 장면의 화소들이다. ② 10,000개로 올리면 거의 매끈해진다. 탐침을 회색 벽에 놓고 SNR이 √N을 따라가는지 본다. ③ "작은 화소"로 바꾼다. 같은 빛에서 화소 넓이가 5.8분의 1이라 광자도 그만큼 적게 받고, SNR이 약 2.4분의 1이 된다. (광자 수는 푸아송 분포로 뽑았다. 읽기 잡음, 색 필터, 포화는 넣지 않은 단순 모형이다.)

빛을 열 배 받아야 잡음이 세 배 남짓 줄어드는 셈이니, 깨끗한 사진은 결국 빛을 많이 모으는 데서 나온다. 셔터를 오래 열거나, 조리개를 열거나, 장면을 밝히는 것 말고는 광자 수를 늘릴 방법이 없다(2장).

화소 크기, 센서 크기, 그리고 감도

같은 조리개 값과 같은 셔터 속도라면 센서의 같은 넓이에는 같은 양의 빛이 떨어진다. 그러면 화소 하나가 받는 광자는 화소의 넓이에 비례한다. 이 책의 케이스에 나오는 두 카메라를 숫자로 비교해 보자. 휴대폰은 5장과 7장에서 쓴 이 책의 모형(센서 8×6 mm, 실제 초점거리 6 mm, 1200만 화소)이다.

미러리스(APS-C)휴대폰(예)
센서 크기23.5×15.6 mm8×6 mm
센서 넓이367 mm²48 mm²
화소 수1600만1200만
화소 간격4.8 µm2.0 µm
화소당 빛(같은 노출)5.81
사진 전체의 빛(같은 노출)7.61
RAW 비트 깊이12비트기종마다 다름

같은 노출이라면 미러리스의 화소 하나가 휴대폰보다 약 5.8배 많은 광자를 받으므로, 화소 하나의 SNR은 \(\sqrt{5.8}\) ≈ 2.4배 좋다. 두 사진을 같은 크기로 볼 때는 사진 전체가 모은 빛이 중요하니 센서 넓이의 비(7.6배)가 더 정확한 비교이고, SNR로는 약 2.8배다. 화소를 잘게 쪼갠다고 사진 전체의 잡음이 늘지는 않는다. 작은 화소 넷을 평균하면 큰 화소 하나와 비슷해진다. 결국 사진의 잡음을 정하는 것은 화소 크기보다 센서 전체가 모은 빛이다.

같은 심도라면 빛도 같다 위 비교는 "같은 f값"일 때의 이야기다. 7장에서 본 것처럼 휴대폰의 f/1.8은 심도로 치면 풀프레임 f/8쯤이고, APS-C의 f/5.6도 풀프레임 f/8.4쯤이다. 두 카메라를 같은 화각, 같은 심도, 같은 셔터 속도로 맞추면 휴대폰은 f/1.8, 미러리스는 f/5.6이 되는데, 이때 넓이당 빛은 휴대폰이 (5.6/1.8)² ≈ 9.7배 많아서 사진 전체의 빛은 거의 같아진다(휴대폰이 약 1.3배). 같은 심도로 찍는 한 큰 센서의 잡음 이점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큰 센서가 유리한 것은 조리개를 더 열어(심도를 얕게 하는 대가로) 빛을 더 모을 수 있을 때다. 이 관계를 흔히 등가성(Equivalence)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감도(ISO)는 무엇일까. 이름과 달리 ISO를 올린다고 센서가 빛에 더 민감해지지는 않는다. 센서가 모은 전하의 양은 그대로이고, ISO는 그것을 숫자로 바꾸기 전에 얼마나 크게 증폭할지 정한다. 어두운 장면에서 ISO를 올리면 사진이 밝아지지만, 늘어난 것은 숫자일 뿐 광자는 그대로다. 잡음이 늘어 보이는 것은 ISO 탓이라기보다, ISO를 올려야 할 만큼 빛이 적었기 때문이다. 증폭에는 장점도 있다. 회로가 읽어 낼 때 더해지는 읽기 잡음(Read noise)보다 신호를 먼저 키워 두면, 아주 어두운 부분이 읽기 잡음에 묻히는 것을 조금 막는다. 대신 증폭한 만큼 포화가 빨리 와서 하이라이트의 여유가 준다.

노이즈는 "높은 ISO"가 아니라 "적은 빛"의 흔적이다 "ISO 3200이라 노이즈가 많다"는 말은 반만 맞다. 같은 장면, 같은 조리개, 같은 셔터라면 ISO 400으로 어둡게 찍어 나중에 3스톱 밝힌 사진과 ISO 3200으로 찍은 사진은 광자 수가 같다. 차이는 읽기 잡음과 비트 깊이의 사용 방식에서 나는 작은 차이뿐이고, 그 크기는 센서마다 다르다. 노이즈를 줄이려면 ISO 숫자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빛을 더 받아야 한다. 셔터를 느리게 하고 삼각대를 쓰거나, 조리개를 열거나, 조명을 더하는 것이다.

색은 추측한다: 베이어 필터와 디모자이크

포토다이오드는 광자의 수만 셀 뿐 색은 모른다. 색을 얻기 위해 대부분의 센서는 화소마다 빨강, 초록, 파랑 중 하나의 색 필터를 씌운다. 가장 흔한 배열이 1976년 코닥의 브라이스 베이어가 특허를 낸 베이어 필터(Bayer filter)다. 2×2 칸 안에 초록 둘, 빨강 하나, 파랑 하나를 놓는다. 초록이 두 배인 것은 사람의 눈이 밝기와 세부를 주로 초록 부근의 빛으로 느끼기 때문이다(ColorBook 6장).

초록 50% · 빨강 25% · 파랑 25% 이웃 평균 파랑: 잰 값 초록: 위아래좌우 넷 평균 빨강: 대각선넷 평균 한 칸의 색 = 잰 값 하나 + 추측 둘 세 값의 3분의 2는 이웃에서 빌려 온다 무늬가 칸보다 가늘면 추측이 틀린다
그림 4. 베이어 배열과 디모자이크. 화소마다 세 색 중 하나만 잰다. 파랑 칸(점선 가운데)의 초록은 위아래 좌우 네 초록 칸의 평균으로, 빨강은 대각선 네 빨강 칸의 평균으로 채운다. 이것이 가장 단순한 쌍선형 디모자이크다. 실제 카메라는 경계 방향을 살펴 평균하는 더 영리한 방법을 쓴다.

센서가 실제로 적는 것은 그림 4 왼쪽 같은 모자이크다. 화소마다 빠진 두 색을 이웃에서 빌려 채우는 과정이 디모자이크(Demosaicing)다. 평평한 벽이나 하늘처럼 이웃이 서로 비슷하면 추측이 잘 맞는다. 하지만 무늬가 화소 두세 칸보다 가늘면 이웃의 값이 엉뚱한 무늬에서 오고, 흑백 줄무늬에 무지개 같은 가짜 색(False color)이나 물결무늬(모아레)가 생긴다. 아래에서 줄무늬의 간격을 좁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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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에서 색을 복원하기

줄무늬 칸의 가짜 색—
책등 칸의 오차—
해볼 것: ① "센서가 잰 것"을 본다. 한 칸에 색이 하나뿐이고 초록 칸이 절반이다. ② "복원한 것"에서 줄무늬 간격을 2 화소 가까이로 좁힌다. 흑백 줄무늬인데 빨강·파랑 얼룩이 끼고, 2 화소에 딱 맞으면 무늬가 아예 다른 색면이 된다. ③ "로우패스 필터"를 켠다. 가짜 색이 크게 줄지만 책등 글자도 함께 흐려진다. 예전 카메라들이 센서 앞에 이 필터를 둔 이유이자, 요즘 많은 카메라가 그것을 뺀 이유다. (쌍선형 디모자이크, RGGB 배열. 장면은 이 책이 그린 가상의 시험 그림이다.)

점 하나에 색 하나라는 점에서 베이어 모자이크는 쇠라의 점묘화(ColorBook 1장)를 닮았다. 다른 점은 점묘화의 점은 감상자의 눈이 멀리서 섞지만, 센서의 모자이크는 디모자이크가 이웃을 보고 빠진 색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채우는 순간 새 정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추측이 들어간다.

천과 화면은 한 걸음 물러서 찍는다 작품 사진가들이 가장 먼저 경계하는 것이 고운 무늬의 모아레다. 캔버스 천의 올, 판화의 망점, 촘촘한 직물, 모니터 화면은 화소 간격과 비슷한 무늬를 만들기 쉽다. 찍은 뒤 화면을 100%로 키워 물결무늬나 무지개 얼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촬영 거리를 조금 바꾸거나(무늬와 화소의 간격이 어긋나게) 조리개를 한두 단 조인다. 수채화 종이의 결도 비스듬한 빛 아래에서는 무늬가 되니, 작은 도록용 촬영이라도 첫 장은 꼭 확대해서 본다.

비트 깊이: 숫자의 눈금

전하를 숫자로 바꿀 때는 정해진 개수의 눈금 중 하나를 고른다. 눈금의 개수를 정하는 것이 비트 깊이(Bit depth)다. 8비트는 2⁸ = 256단계, 12비트는 4,096단계, 14비트는 16,384단계다. 대부분의 JPEG과 화면은 색마다 8비트, 많은 카메라의 RAW는 12~14비트를 쓴다. 그림 3의 자수 견본은 말하자면 1비트(두 단계) 그림이다.

눈금이 거칠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할 밝기가 계단이 된다. 이 계단을 밴딩(Banding) 또는 포스터화라고 한다. 8비트는 그대로 볼 때는 대개 충분하다. 문제는 보정이다. 어두운 부분을 밝게 끌어올리면 원래 몇 개 안 되던 눈금 사이의 간격도 함께 벌어진다. 아래는 창빛이 비치는 벽의 밝기 변화다. 비트 수를 줄여 보고, 보정으로 그림자를 3스톱 끌어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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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깊이와 밴딩

전체 단계—
어두운 절반에 남은 단계—
해볼 것: ① 비트 깊이를 4로 줄인다. 16단계 계단이 또렷하다. 6비트(64단계)부터는 그대로 볼 때 계단이 거의 사라진다. ② 8비트에서 "그림자 3스톱 끌어올리기"를 켠다. 왼쪽 어두운 쪽에 계단이 다시 나타나고, 아래 막대(쓰인 단계)가 빗살처럼 듬성해진다. ③ 12비트로 올린 뒤 같은 보정을 한다. 계단이 사라진다. (화면은 8비트로 보이므로 8비트를 넘는 차이는 보정한 뒤에만 드러난다. 값은 sRGB 감마로 저장했다고 놓았다.)

보정하지 않을 사진이라면 8비트로 충분하고, 많이 보정할 사진일수록 비트가 넉넉해야 한다. 이것이 RAW와 JPEG의 첫 번째 차이다. 그런데 같은 8비트라도 눈금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어두운 쪽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감마 인코딩: 눈금을 어두운 쪽에 몰아 주기

센서가 세는 광자 수는 빛의 양에 정비례한다. 이 숫자를 그대로 눈금에 담는 것을 선형 인코딩(Linear encod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빛은 1스톱 어두워질 때마다 절반이 되므로, 선형 눈금에서는 가장 밝은 1스톱이 전체 눈금의 절반을 차지한다. 8비트라면 가장 밝은 스톱에 128단계, 그 아래 스톱에 64단계, 다시 32, 16, 8, 4, 2, 1단계다. 7스톱 아래는 눈금이 하나뿐이다. 반면 사람의 눈은 밝기를 비율로 느껴서, 어두운 쪽의 작은 차이를 밝은 쪽보다 훨씬 잘 알아본다(ColorBook 6장의 L*).

그래서 JPEG이나 화면용 이미지는 숫자로 바꾸기 전에 밝기를 휘어 어두운 쪽에 눈금을 더 나눠 준다. 이것이 감마 인코딩(Gamma encoding)이다. sRGB 표준(IEC 61966-2-1)은 대략 1/2.2제곱에 가까운 곡선을 쓴다.

$$V \approx L^{1/2.2}$$
\(L\): 선형 빛의 양(0~1), \(V\): 저장하는 값(0~1). 정확한 sRGB 식은 아주 어두운 부분을 직선으로 잇고 1/2.4제곱을 쓰지만 전체 모양은 1/2.2제곱과 비슷하다. 빛이 18%인 중간 회색이 저장 값 약 46%(8비트 118)에 놓인다. 화면은 이 값을 다시 거꾸로 휘어 원래 빛의 양으로 되돌려 보여 준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10스톱의 밝기를 선형과 감마로 각각 저장할 때 스톱마다 눈금이 몇 개 돌아가는지 세고, 가장 어두운 다섯 스톱을 크게 밝혀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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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눈금과 감마 눈금

가장 밝은 스톱의 눈금(선형 / 감마)—
가장 어두운 5스톱의 눈금(선형 / 감마)—
해볼 것: ① 8비트에서 막대를 비교한다. 선형은 밝은 스톱에 눈금을 몰아 쓰고 7스톱 아래는 1개 이하인데, 감마는 스톱마다 고르게 나눈다. ② 아래 두 띠는 가장 어두운 5스톱을 밝혀 본 모습이다. 선형 8비트는 몇 칸짜리 계단, 감마 8비트는 훨씬 촘촘하다. ③ 비트 깊이를 12로 올린다. 선형 12비트의 어두운 쪽 눈금이 감마 8비트와 비슷해진다. 카메라의 RAW가 선형인데도 12~14비트를 쓰는 이유다. (감마는 sRGB 식, 스톱은 흰색에서 반씩 줄어드는 밝기 구간이다.)

정리하면 RAW는 "선형이지만 눈금이 많은" 기록이고, JPEG은 "눈금은 적지만 감마로 어두운 쪽에 몰아 준" 기록이다. 그대로 볼 때는 JPEG도 충분하다. 하지만 JPEG은 카메라가 이미 톤 커브를 걸어 그림자를 눌러 두었기 때문에, 그림자 쪽에 남은 눈금이 감마만으로 기대하는 것보다 더 적다. 많이 고쳐야 할 사진일수록 이 차이가 커진다.

RAW와 JPEG: 날것의 숫자와 구운 사진

RAW(Raw image file)는 센서가 적은 숫자를 거의 그대로 담은 파일이다. 모자이크 상태이고, 선형이며, 12~14비트다. 화이트 밸런스와 밝기는 "이렇게 보여 주면 좋겠다"는 메모로만 붙어 있어서, 나중에 컴퓨터에서 얼마든지 다시 정할 수 있다. 그 대신 파일이 크다. 1600만 화소 12비트라면 압축 전 숫자만 약 24 MB다. JPEG(Joint Photographic Experts Group)은 카메라가 그림 2의 처리를 모두 마친 결과다. 색이 채워지고, 화이트 밸런스와 톤 커브가 정해지고, 노이즈가 지워지고, 8비트로 줄고, 압축되었다(압축은 10장). 바로 보고 보낼 수 있고 파일이 작다. 대신 카메라가 내린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다.

휴대폰은 특히 많은 결정을 미리 내린다. 여러 장을 빠르게 찍어 합치고, 어두운 곳의 노이즈를 강하게 지우고, 그림자와 하이라이트를 눌러 화면에서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든다. 그대로 볼 때는 훌륭하다. 하지만 지워진 노이즈와 함께 사라진 세부, 눌린 그림자 속 몇 안 남은 눈금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아래에서 같은 장면을 JPEG에서 밝힌 것과 RAW에서 밝힌 것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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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끌어올리기: JPEG과 RAW

구석 밝기의 한 스톱에 든 눈금(JPEG / RAW)—
구석의 SNR—
해볼 것: ① 끌어올리기 0에서 두 쪽이 거의 같은 것을 본다. 그대로 볼 사진이라면 JPEG으로 충분하다. ② 경계선을 점선 네모 위로 옮기고 2스톱, 4스톱으로 올린다. 2스톱까지는 JPEG이 조금 무를 뿐이지만, 4스톱에서는 JPEG의 어두운 벽과 책등 그늘이 얼룩진 색면으로 무너지고 RAW는 입자 속에 경계와 계조가 남는다. ③ "휴대폰"으로 바꾼다. JPEG은 노이즈 감소에 책등이 뭉개지고, RAW는 화소당 빛이 5.8분의 1이라 입자가 훨씬 거칠다. 형식만으로 빛의 부족을 메울 수는 없다. (같은 f값·셔터로 찍었다고 놓은 단순 모형. JPEG은 카메라의 노이즈 감소, 그림자를 누르는 톤 커브, 8비트 감마를 흉내 냈다. 디모자이크와 압축은 생략했다.)
RAW와 JPEG을 한 번에 찍어 밝혀 보기 카메라가 있다면 저장 형식을 "RAW + JPEG"으로 바꾸고, 해 질 녘 창가에서 방 안쪽이 어둡게 나오도록 한 장 찍는다. 휴대폰에 RAW(DNG) 저장 기능이 있다면 그것도 켠다. 컴퓨터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두 파일을 나란히 열고 그림자(또는 노출)를 똑같이 +2스톱 올린다. 가장 어두운 구석을 200%로 키워 계단 띠, 얼룩, 색 번짐이 어느 쪽에 먼저 생기는지 공책에 적는다. 이어서 하이라이트를 -1스톱 내려 창밖이 어느 쪽에서 살아나는지도 본다. 직접 해 보면 "나중에 고칠 여지"가 무엇인지 손으로 알게 된다.
작품을 찍을 때의 기본값 미술관과 출판사의 작품 촬영은 대개 RAW로 하고, 기본 감도에서 삼각대에 올려 셔터를 길게 한다. 광자를 많이 모아 잡음을 줄이고, 하이라이트(종이의 흰색)가 포화되지 않게 노출을 조금 아껴 둔 뒤, 색과 밝기는 회색 카드를 기준으로 나중에 맞춘다(9장). JPEG 한 장으로 끝내도 되는 것은 결과물을 크게 고칠 일이 없고 빛이 넉넉할 때뿐이다. RAW는 원본으로 보관하고, 고친 결과를 용도에 맞는 크기와 형식으로 따로 내보내는 것이 순서다.

센서에서 파일까지

마지막으로 이 장의 요소를 하나의 흐름 위에 놓는다. 카메라와 저장 형식을 고르고, 장면의 밝기와 보정의 양을 바꿔 가며 결과를 본다. 그림 위의 탐침을 끌어 어느 부분의 SNR이 얼마인지 확인한다. 밝은 창가에서는 무엇을 써도 비슷하고, 어두운 실내에서 그림자를 끌어올릴 때 비로소 카메라와 형식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SIMULATOR

종합: 장면에 맞는 카메라와 저장 형식

탐침을 끈다
탐침의 SNR—
탐침의 광자(화소당)—
탐침 밝기의 한 스톱에 든 눈금—
판정—
해볼 것: ① 장면의 빛을 "밝은 창가"로 올린다. 휴대폰 JPEG과 미러리스 RAW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② "저녁 서가"로 내리고 그림자를 1.5스톱 이상 끌어올린다. 휴대폰 JPEG의 구석은 노이즈 감소로 뭉개지고, 미러리스 RAW는 탐침 SNR이 2.4배쯤 높다. ③ 미러리스로 두고 형식만 JPEG으로 바꾼 뒤 그림자를 3스톱 올린다. SNR은 그대로인데 어두운 벽이 얼룩진 색면으로 무너진다. 노이즈는 빛이, 고칠 여지는 형식이 정한다. (같은 f값과 셔터로 찍었다고 놓았다. 광자 산탄 잡음, 읽기 잡음(미러리스 4 e⁻, 휴대폰 2 e⁻), 포화, 12비트 RAW, 휴대폰·카메라 JPEG의 노이즈 감소와 톤 커브를 넣은 교육용 모형이다.)

서윤의 겨울 촬영 노트

CASE 서윤촬영 노트 · 8장

밝힐 사진은 RAW로, 볼 사진은 그대로

그림 읽기 모임 사진을 고르던 밤, 서윤은 같은 날 휴대폰으로 찍어 둔 서가 구석 사진을 다시 열었다. 화면에서는 멀쩡했는데 편집 앱에서 그림자를 올리자 책등의 글자 띠와 경계가 사라지고 갈색 얼룩만 남았다. 같은 구석을 미러리스로 찍은 RAW는 입자는 거칠어도 책 제목의 윤곽이 살아 있었다. 서윤은 무엇이 달랐는지 알고 싶어 다음 날 저녁 시험을 했다. 서가 구석을 휴대폰과 미러리스(50 mm 단렌즈)로 같은 f/1.8, 같은 셔터 속도로 한 장씩 찍고, 미러리스는 RAW와 JPEG을 함께 저장했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같은 노출에서 미러리스 화소(4.8 µm)는 휴대폰 화소(2.0 µm)보다 빛을 5.8배 받는다. 구석의 책등에서 미러리스 화소가 광자 약 510개를 모을 때 휴대폰은 약 87개를 모으고, 읽기 잡음까지 넣은 SNR은 약 22 대 9.1이다. 그보다 2스톱 어두운 책등 그늘에서는 약 127개 대 22개, SNR 10.6 대 4.3이다. 휴대폰 JPEG이 얼룩진 것은 이 적은 빛을 카메라가 노이즈 감소로 지우면서 책등의 세부까지 함께 지웠기 때문이었다. 형식의 차이는 생각과 조금 달랐다. 구석 밝기의 한 스톱에 든 눈금은 미러리스 JPEG이 20개, 12비트 RAW가 30개로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2스톱까지는 미러리스 JPEG도 그럭저럭 버텼다. 하지만 4스톱을 올리자 JPEG의 어두운 벽은 얼룩진 색면으로 무너졌고, RAW는 거친 입자 속에 계조가 남았다. 카메라가 미리 지운 노이즈와 세부, 눌러 담은 그림자는 되돌릴 수 없었다.

서윤은 그림 읽기 모임 사진도 다시 계산했다. 모임은 7장에서 정한 대로 24 mm, f/5.6으로 찍는다. 같은 셔터라면 이때 미러리스 센서 전체가 받는 빛은 f/1.8의 휴대폰과 거의 같다(휴대폰 쪽이 약 1.3배). 심도를 맞춘 만큼 큰 센서의 빛 이점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저녁 실내라 그림자를 올릴 일이 많으니 RAW의 여유는 그대로 남는다. 도경은 시험 사진을 보더니 필름 시절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현상소에 맡기면 끝이었어. 너는 원판을 집에 들고 있는 거야. 대신 원판은 원판답게 받아 적어야지. 나중에 고친다고 대충 찍으면 안 돼."

이 장에서 정한 것도록 작품은 미러리스로 RAW + JPEG을 함께 저장하고 기본 감도로 찍는다(RAW가 원본, JPEG은 확인용). 웹·SNS 사진은 장면에 따라: 저녁 실내, 창가 역광처럼 그림자를 1스톱 넘게 끌어올릴 장면은 미러리스 RAW + JPEG, 밝고 고른 빛에서 그대로 쓸 장면은 휴대폰 JPEG도 된다. 근거(이 책의 모델): 같은 노출에서 화소당 빛 5.8배, 구석 책등의 SNR 약 22 대 9.1, 미러리스 JPEG은 4스톱 보정에서 무너짐.
아직 남은 문제RAW를 그대로 열었더니 도록용 수채화가 누렇고 밋밋하다. 카메라의 자동 화이트 밸런스가 그림의 색을 빛의 색으로 잘못 읽었다. 종이의 흰색을 어떻게 흰색으로 맞출까.
다음 단계9장: 회색 카드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고, 커브와 레벨로 종이의 흰색을 찾는다.

핵심 정리

  1. 센서의 화소는 광자를 전자로 바꿔 모으는 양동이다. 포화 용량을 넘는 빛은 모두 같은 값이 되어 하이라이트가 날아간다.
  2. 광자는 무작위로 도착해 √N만큼 흔들린다(광자 산탄 잡음). SNR은 √N이라 빛을 4배 모아야 잡음 대비가 2배 좋아진다. 노이즈를 줄이는 근본 방법은 빛을 더 받는 것이다.
  3. 같은 노출이면 화소당 빛은 화소 넓이에, 사진 전체의 빛은 센서 넓이에 비례한다. 같은 심도로 맞추면 센서 크기의 빛 이점은 사라진다(등가성).
  4. ISO는 빛을 더 받는 것이 아니라 전하를 증폭하는 것이다. 노이즈는 높은 ISO가 아니라 적은 빛의 흔적이다.
  5. 베이어 센서는 화소마다 한 색만 재고 나머지 두 색은 이웃에서 추측한다(디모자이크). 화소보다 가는 무늬에서는 가짜 색과 모아레가 생긴다.
  6. 비트 깊이는 눈금의 개수, 감마는 눈금의 배분이다. 선형 8비트는 어두운 쪽 눈금이 거의 없어서, 화면용 이미지는 감마로 어두운 쪽에 눈금을 몰아 준다.
  7. RAW는 선형 12~14비트의 날것의 숫자라 많이 고칠 수 있고, JPEG은 카메라가 처리를 마친 8비트 결과라 작고 바로 쓸 수 있지만 되돌리기 어렵다. 그대로 볼 사진은 JPEG, 크게 고칠 사진은 RAW.

확인 퀴즈

1. 어두운 방에서 화소 하나가 평균 광자 25개를 받는다. 셔터를 4배 길게 열어 100개를 받게 하면 신호 대 잡음비(SNR)는 어떻게 되는가? (광자 산탄 잡음만 생각한다)

SNR = N/√N = √N이다. 25개면 √25 = 5, 100개면 √100 = 10이므로 2배가 된다. 잡음 자체(±5개 → ±10개)는 늘지만 신호가 더 빨리 늘어 상대적인 얼룩은 줄어든다. 아주 긴 노출에서는 센서의 열 잡음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일상적인 셔터 범위에서는 빛을 더 받는 쪽이 늘 깨끗하다.

2. 같은 장면, 같은 조리개, 같은 셔터 속도로 ISO 400으로 어둡게 찍은 뒤 나중에 3스톱 밝힌 사진과, ISO 3200으로 찍은 사진을 비교한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광자 수는 장면의 밝기, 조리개, 셔터가 정한다. ISO는 모은 전하를 숫자로 바꾸기 전에 얼마나 증폭할지 정할 뿐 광자를 늘리지 않는다. 그래서 두 사진의 광자 산탄 잡음은 같고, 남는 차이는 읽기 잡음이 더해지는 순서와 비트를 쓰는 방식에서 오는 작은 차이로 센서마다 다르다. 문제에서 셔터는 같다고 정했다.

3. 가는 흑백 줄무늬 셔츠를 찍었더니 사진에 빨강·파랑 무지개 얼룩이 생겼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디모자이크는 이웃 화소가 비슷하다는 가정으로 빠진 색을 채운다. 줄무늬 간격이 화소 간격과 비슷하면 빨강 칸은 흰 줄만, 파랑 칸은 검은 줄만 보는 식으로 어긋나 가짜 색이 생긴다(모아레). 색수차는 주로 밝기 경계 가장자리에 보라·초록 테두리로 나타나고, 압축은 블록 모양의 흔적을 남긴다.

4. 8비트로 저장할 때 선형 인코딩 대신 감마 인코딩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8비트 선형이면 가장 밝은 스톱에 128단계, 7스톱 아래에는 1단계만 남는다. sRGB 감마로 저장하면 같은 256단계가 스톱마다 고르게 나뉘어 어두운 쪽 계단이 줄어든다. 파일 크기는 같고, 화면이 다시 거꾸로 휘어 보여 주므로 밝기가 바뀌지도 않는다. 센서는 빛에 정비례하게(선형으로) 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