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7

채도와 톤

형광펜으로 교과서를 칠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거의 모든 줄이 노랗게 되어 있다. 그러면 형광펜은 더 이상 아무것도 강조하지 않는다. 색의 선명함도 마찬가지다. 선명한 색은 귀하게 쓸 때만 일한다. 이 장은 색의 세 번째 성질인 채도를 다룬다. 채도를 올리고 내리는 법, 색마다 다른 채도의 한계, 회색과 탁한 색이 가진 힘, 그리고 화면 한 장에 선명한 색을 얼마나 쓸지 정하는 "채도 예산"을 직접 만져 본다.

모두 선명하면 시끄럽다

6장에서 색의 세 성질 중 명도를 먼저 봤다. 이번에는 채도(Chroma)다. 채도는 색이 같은 밝기의 회색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곧 색기가 얼마나 진한가를 말한다. 채도가 0이면 회색이고, 커질수록 "선명하다", "쨍하다"고 느낀다. 채도가 낮은 색을 흔히 탁한 색, 칙칙한 색이라고 부른다. 탁한 색은 나쁜 색이 아니다. 이 장의 주인공은 오히려 탁한 색이다.

먼저 그림 한 장으로 문제를 본다.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책장이다. 각 책의 명도는 양쪽이 같고, 다른 것은 채도뿐이다.

① 모두 선명하다 어느 책도 먼저 보이지 않는다 ② 탁한 색 사이의 선명한 하나 붉은 책이 먼저 보인다
그림 1. 같은 명도, 다른 채도. 두 책장의 바탕, 선반, 책은 위치마다 명도가 같다. 흑백으로 바꾸면 두 그림은 거의 같은 회색 그림이 된다. ①은 모든 색이 최대에 가까운 채도라 서로 경쟁하고, ②는 다른 색들의 채도를 낮춰(OKLCH 채도 0.03) 붉은 책 하나만 선명하게 남겼다. ②의 붉은 책은 ①의 붉은 책과 똑같은 색이다(#d8352a). 같은 색이 옆의 색에 따라 강조가 되기도 하고 소음이 되기도 한다.

채도를 다루는 첫걸음은 명도와 색상은 그대로 둔 채 채도만 움직여 보는 것이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OKLCH 공간에서 명도(L)와 색상(h)을 고정하고 채도(C)만 바꾼다. 아래 띠는 같은 명도·색상에서 채도를 0부터 0.35까지 늘어놓은 것이고, 빗금 친 부분은 화면(sRGB)이 낼 수 없는 채도다.

SIMULATOR

채도만 움직이기

띠 위를 끌어 채도를 고른다
이 명도·색상의 최대 채도—
화면에 나온 색—
나온 색의 C · h · L*—
해볼 것: ① 초록, 명도 0.53에서 채도를 0부터 올린다. 0.09 근처가 1장에서 서윤이 고른 로고 초록 후보(#2f7d5b)다. 아래 흑백 줄은 채도가 바뀌어도 거의 그대로다. 채도와 명도는 다른 축이다. ② 채도를 끝까지 민다. 0.12 근처에서 빗금이 시작되고, 그 뒤로는 색이 더 선명해지지 않는다. 화면이 낼 수 있는 한계다. ③ "단순히 자르기"를 켜고 다시 끝까지 민다. 이번에는 한계를 넘는 순간 색상이 틀어지고 흑백 줄의 밝기도 출렁인다. 색역 밖의 값을 채널별로 잘라 낸 결과다. ④ 노랑으로 바꾸고 명도를 0.4까지 내린다. 노랑은 어두워지면 낼 수 있는 채도가 확 줄어 올리브가 된다(다음 절). (OKLCH 기준. 색역 밖은 이 책의 엔진이 명도와 색상을 지키며 채도만 줄여 보여 준다(CSS Color 4의 방식). 화면 색은 기기마다 다르다.)

채도를 올리면 색은 점점 진해지지만 무한히 진해지지는 않는다. 화면이 낼 수 있는 빛의 조합에는 끝이 있고, 그 끝, 곧 색역(Gamut)의 경계에서 채도는 멈춘다. 물감도 마찬가지다. 튜브에서 짠 물감보다 더 선명한 색은 섞어서 만들 수 없다. 섞을수록 채도는 대개 내려간다(4장).

HSL의 "채도"는 이 채도가 아니다 그래픽 프로그램의 색 선택기에는 HSL이나 HSB의 S(Saturation)가 "채도"라는 이름으로 붙어 있다. 이 S는 "그 명도에서 화면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몇 %인가"에 가까운 상대값이라서, 아주 어두운 남색이나 아주 밝은 연분홍도 S 100%가 될 수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탁하거나 연한 색인데 숫자는 최대인 것이다. 반대로 이 책이 쓰는 OKLCH의 C(그리고 먼셀 체계의 크로마, CIELAB의 C*)는 회색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절대적인 거리로 잰다. 여러 색의 선명함을 비교하거나 "선명한 색은 몇 개"를 셀 때는 C를 본다. 색 공간의 차이는 3장에서 다룬다.

채도의 한계는 색상과 명도에 달렸다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노랑은 밝을 때만 선명했고, 파랑은 오히려 어두운 쪽에서 선명했다. 색마다 가장 선명해지는 명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채도를 숫자로 적는 방법부터 짚고 넘어간다. OKLab(또는 CIELAB)은 색을 명도 L과, 빨강–초록 축 a, 노랑–파랑 축 b의 세 숫자로 적는다. a와 b가 만드는 평면에서 원점(회색)까지의 거리가 채도, 방향이 색상이다.

$$C = \sqrt{a^2 + b^2},\qquad h = \operatorname{atan2}(b,\ a)$$
\(a\): 빨강(+)–초록(−) 축, \(b\): 노랑(+)–파랑(−) 축, \(C\): 채도, \(h\): 색상각(도). 명도 \(L\)은 그대로 두고 \(C\)만 바꾸면 "같은 밝기, 같은 계열, 다른 선명함"의 색이 된다. OKLCH의 C는 화면 색에서 대략 0~0.37 범위이고, CIELAB의 C*는 0~130쯤이다.

아래 지도는 가로가 색상(0~360°), 세로가 명도인 판이다. 각 칸에는 그 명도·색상에서 화면이 낼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색을 칠했다. 판 위를 눌러 끌면 그 색상의 "채도 한계 곡선"이 아래 그래프에 그려진다. 점선은 정반대 색상(보색 방향)의 곡선이다.

SIMULATOR

색상마다 다른 채도의 산

위의 판을 눌러 끈다
고른 점(명도 · 색상)의 최대 채도—
이 색상이 가장 선명해지는 명도—
보색 방향의 최대 채도—
해볼 것: ① 노랑(색상 100° 근처)을 고른다. 곡선의 봉우리가 명도 0.9 근처 높은 곳에 있다. 노랑은 밝아야 선명하다. ② 파랑(265° 근처)으로 옮긴다. 봉우리가 명도 0.45 근처로 내려가고, 높이(최대 채도 0.31)는 노랑보다 훨씬 높다. ③ "최대 채도의 크기로 칠하기"를 켠다. 밝은 판은 선명한 곳, 어두운 판은 낼 수 있는 채도가 작은 곳이다. 명도의 양 끝(검정과 흰색 근처)에서는 어떤 색상도 선명할 수 없다. ④ 초록(150°)과 그 보색인 자홍(330° 근처)의 곡선을 겹쳐 본다. 같은 명도에서 두 색이 낼 수 있는 선명함이 다르다. 보색 배색에서 한쪽 색만 유난히 튀는 이유 중 하나다. (화면 색역은 sRGB 기준이다. P3 같은 넓은 색역의 화면은 봉우리가 더 높다.)

이 지도에서 두 가지를 기억해 두면 쓸모가 많다. 하나, 노랑·주황 계열은 밝은 쪽에서, 파랑·보라 계열은 어두운 쪽에서 가장 선명하다. 그래서 "짙은 노랑"이나 "선명한 연파랑"은 화면에서 만들기 어렵다. 짙은 노랑은 갈색이나 올리브가 되고, 연파랑은 어느 정도 이상 선명해질 수 없다. 둘, 명도의 양 끝에서는 모든 색의 채도 한계가 0으로 모인다. 아주 밝은 색과 아주 어두운 색은 어차피 탁하다. 그러니 선명한 색을 쓰고 싶다면 그 색이 선명해질 수 있는 명도에 두어야 한다.

왜 노랑은 밝을 때만 선명할까 노랑으로 보이는 빛은 스펙트럼의 긴 쪽(초록부터 빨강까지)을 넓게 돌려보내고 짧은 쪽(파랑)만 막는 빛이다. 넓은 범위를 돌려보내니 자연히 밝다. 노랑을 어둡게 하려면 그 넓은 범위를 함께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회색과의 차이도 함께 줄어 올리브나 갈색이 된다. 파랑은 반대로 좁은 범위만 돌려보내야 선명하므로 원래 어둡다. 이렇게 반사율이 0과 1 사이인 물체가 낼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색의 경계를 미국의 색채 과학자 데이비드 맥아담(David L. MacAdam)이 1935년에 계산했고, 이것을 맥아담 한계(MacAdam limits)라고 부른다. 화면의 색역은 그보다 안쪽에 있지만 모양은 닮았다. 노랑의 봉우리는 높은 명도에, 파랑·보라의 봉우리는 낮은 명도에 있다.

회색의 힘

그림 1의 오른쪽 책장에서 붉은 책이 먼저 보인 것은 그 책이 더 선명해서가 아니다. 왼쪽 책장의 붉은 책과 똑같은 색이다. 다른 것은 둘레다. 눈은 색을 절대값이 아니라 주변과의 차이로 읽는다. 주변이 모두 선명하면 선명함은 정보가 되지 못하고, 주변이 탁하면 조금만 선명해도 눈에 띈다. 아래 책장에서 직접 해 본다. 슬라이더는 붉은 책을 뺀 나머지 모든 것의 채도를, 책장 위를 끌면 선명한 책의 자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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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한 바탕이 선명한 하나를 살린다

책을 눌러 강조할 책을 바꾼다
나머지의 평균 채도 C—
강조 책의 채도 C—
채도 차이—
해볼 것: ① "나머지의 채도"를 100%까지 올린다. 강조 책이 다른 책들 사이에 묻힌다. 채도 차이가 0 근처로 줄어든다. ② 0%로 내린다. 회색 책장 위에서 붉은 책 하나가 날카롭게 선다. 그런데 완전한 회색은 사진을 흑백으로 만든 것처럼 차갑고 죽은 느낌도 준다. 15~30% 사이에서 "살아 있는데 조용한" 지점을 찾는다. ③ 강조 책의 채도를 50%까지 내려도 나머지가 15%면 여전히 강조가 된다. 강조는 절대 채도가 아니라 채도 차이다. ④ "흑백"을 켠다. 책들의 명도는 슬라이더와 상관없이 그대로다. 이 시뮬레이터는 6장의 명도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채도만 움직인다. (각 책의 색은 OKLCH 명도·색상을 고정하고 채도를 그 명도·색상의 최대 채도에 대한 비율로 정했다.)

무엇을 강조할지는 대비 전체의 문제라 8장에서 더 넓게 다루지만, 채도로 강조를 만들 때의 요령은 하나로 정리된다. 선명한 색을 더 선명하게 만들지 말고, 나머지를 탁하게 눌러라. 화면이나 물감이 낼 수 있는 채도에는 한계가 있지만, 나머지를 누르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

회색은 "색이 없는 색"이 아니다 오래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회색을 따로 섞어 팔레트 한쪽에 늘 둔다. 한도경의 팔레트에도 따뜻한 회색, 차가운 회색, 중간 회색이 있다. 선명한 물감을 그대로 칠하면 그림 전체가 같은 목소리로 외치게 되므로, 대부분의 넓은 면은 이 회색들을 섞어 채도를 누른 색으로 칠하고, 튜브에서 바로 짠 선명한 색은 마지막에 몇 군데만 얹는다. UI 디자인도 비슷하다. 많은 앱이 화면 대부분을 흰색·회색·검정 계열로 두고 브랜드 색 하나를 버튼과 링크에만 쓴다. 회색이 넓을수록 그 한 가지 색이 "누르는 곳"이라는 신호가 된다.

살아 있는 회색 만들기

탁한 색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검정·흰색·회색을 섞는 방법과, 반대 계열의 색, 곧 보색(Complementary color)을 섞는 방법이다(보색의 정의는 색상환마다 다르다. 5장). 물감에서 보색끼리 섞으면 서로가 돌려보내는 빛을 흡수해, 특정 비율에서 채도가 거의 0인 회색이 된다. 수채화가들이 즐겨 쓰는 울트라마린 블루와 번트 시에나의 회색이 대표적이다.

아래에서 두 물감의 비율을 바꿔 가며 혼합색과, 같은 명도의 무채색 회색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위의 띠는 두 물감을 0%부터 100%까지 섞은 색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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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색으로 섞은 회색과 무채색 회색

띠 위를 끌어 비율을 고른다
혼합색—
혼합색의 채도 C · 색상—
가장 회색에 가까운 비율—
해볼 것: ① 울트라마린+번트 시에나에서 비율을 30%부터 70%까지 천천히 옮긴다. 시에나가 많으면 따뜻한 갈색빛 회색, 울트라마린이 많으면 보랏빛이 도는 차가운 회색이 된다. 가운데 어딘가에서 채도가 0.02 근처로 가장 낮아진다. ② 그 비율에서 혼합색과 오른쪽의 무채색 회색을 비교한다. 수치로는 아주 가깝지만, 혼합색은 비율을 조금만 옮겨도 따뜻한 쪽, 차가운 쪽으로 기운다. 그 미세한 기울기를 화가들은 "살아 있는 회색"이라고 부른다. ③ 카드뮴 레드+비리디언으로 바꾼다. 가장 회색에 가까운 비율이 반반이 아니라 비리디언 쪽으로 크게 치우친다. 물감마다 색을 내는 힘이 달라서다. (쿠벨카–뭉크 2상수 모형에 이 책의 교육용 물감 스펙트럼을 넣은 근사다. 실제 물감은 제조사·안료 번호·농도에 따라 회색이 되는 비율이 다르다.)

검정을 섞어서 만든 회색과 보색을 섞어서 만든 회색은 수치로는 비슷할 수 있다. 차이는 그 다음에 생긴다. 보색 회색은 두 물감의 비율을 조금씩 바꾸면 따뜻한 회색에서 차가운 회색까지 한 쌍의 물감으로 연속해서 오갈 수 있고, 그림 속의 다른 색들과 같은 안료로 이어져 있어 화면이 하나의 빛 아래 있는 것처럼 묶인다. 많은 수채화 교본이 검정 물감 대신 보색 혼합으로 어둠과 회색을 만들라고 권하는 이유다. 다만 이것도 취향과 표현의 문제다. 검정을 대담하게 쓰는 화가도 많고, 수묵화는 먹의 검정 하나로 모든 회색을 만든다(6장).

보색 회색 띠 만들기 파랑 물감 하나(울트라마린이나 프탈로 블루)와 번트 시에나를 준비한다. 종이에 칸 일곱 개를 가로로 그리고, 왼쪽 끝은 파랑만, 오른쪽 끝은 시에나만 칠한다. 그 사이 다섯 칸은 두 물감을 조금씩 비율을 바꿔 섞어 채운다. 가운데 칸이 가장 회색에 가깝게 되도록 맞추는 것이 목표다. 마르고 나면 각 칸 옆에 물을 더 타서 옅게 칠한 칸도 하나씩 만든다. 같은 회색도 옅게 칠하면 따뜻함과 차가움이 더 잘 드러난다. 이 띠를 「비 오는 골목」 같은 흐린 날 풍경의 색 견본으로 쓴다.

틴트, 톤, 셰이드

순색에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탁한 색에도 가족이 생긴다. 흰색을 섞으면 틴트(Tint), 밝아지고 연해진 색이다. 검정을 섞으면 셰이드(Shade), 어두워지고 깊어진 색이다. 회색을 섞으면 톤(Tone), 명도는 비슷하게 남고 채도만 가라앉은 색이다. 이 세 말은 미술 교육에서 오래 써 온 구분이다. 우리가 흔히 "파스텔 톤", "톤 다운"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가족에 해당한다.

흰색 검정 순색 틴트: + 흰색 → 셰이드: + 검정 → 안쪽 = 톤: + 회색 무채색
그림 2. 틴트·톤·셰이드의 삼각형. 오른쪽 꼭짓점이 순색(#d8352a), 왼쪽 위가 흰색, 왼쪽 아래가 검정이다. 위쪽 변이 흰색을 섞어 가는 틴트, 아래쪽 변이 검정을 섞어 가는 셰이드, 삼각형 안쪽이 회색을 섞은 톤이다. 왼쪽 변은 채도가 0인 무채색이다. 이 그림은 OKLab에서 세 색을 비율대로 섞어 칠했다(빛의 평균에 가까운 디지털 혼합). 물감으로 섞으면 같은 비율이라도 결과가 다르다. 독일의 색채학자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의 색 체계, 미국의 색채 연구가 파버 비렌(Faber Birren)의 책들이 이런 삼각형으로 색의 가족을 설명했다.

디지털 도구에서는 이 가족을 만들 때 물감을 흉내 낼 필요가 없다. 지각 균일 공간에서 명도를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낼 수 있는 채도 안에서 색을 고르면 된다. 이 책의 엔진에서는 이것을 ART.toneScale이라고 부른다. 웹사이트의 버튼, 배경, 테두리에 쓰는 같은 계열의 밝고 어두운 색 묶음, 곧 톤 스케일(Tone scale)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아래에서 물감으로 만든 세 가족과 OKLCH 톤 스케일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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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트·톤·셰이드와 톤 스케일

셰이드 끝의 색상각 이동—
톤 스케일 가운데 칸—
해볼 것: ① 레몬 옐로의 셰이드 줄을 본다. 검정을 조금만 섞어도 "어두운 노랑"이 아니라 올리브가 된다. 앞 절에서 본 것처럼 노랑은 어두워지면 낼 수 있는 채도가 확 줄기 때문이고, 칸 아래 숫자(OKLCH 색상각)도 108°에서 초록 쪽으로 몇 도 움직인다. 화가들이 노랑의 그늘을 칠할 때 검정 대신 갈색이나 보라를 섞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② 톤 줄은 명도가 거의 같은 채 채도만 가라앉는다. "흑백"을 켜면 톤 줄이 거의 한 가지 회색이다. ③ 맨 아래 OKLCH 톤 스케일은 색상각이 고정되어 있다. 채도 배율을 0으로 내리면 회색 단계표가, 1.5로 올리면 각 명도에서 낼 수 있는 한계까지 선명한 단계가 된다. 양 끝 칸은 배율을 올려도 탁하다. 앞 절의 채도 한계 때문이다. (물감 줄은 쿠벨카–뭉크 교육용 근사, 회색 물감은 티타늄 화이트와 아이보리 블랙을 섞은 것으로 가정했다.)

물감의 셰이드는 색상이 미끄러지고, 디지털 톤 스케일은 색상이 고정된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쓰임에 달렸다. 그림에서는 어두운 쪽으로 갈수록 색상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실제 물체의 그림자도 대개 그렇다(10장). 반면 웹사이트의 버튼 색 단계는 색상이 흔들리면 같은 브랜드 색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고정하는 편이 낫다. 톤 스케일로 UI 팔레트를 짜는 방법은 14장에서 이어진다.

명화의 채도 예산

실제 그림에서 선명한 색은 얼마나 넓을까. 미국 출신의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는 자기 그림에 「회색과 검정의 배열」, 「살색과 검정의 배열」처럼 음악 제목 같은 이름을 붙여,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색과 톤의 배치가 먼저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휘슬러의 테오도르 뒤레 초상. 회갈색 바탕 앞에 검은 야회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왼팔에 연분홍 망토를 걸치고 오른손에 붉은 부채를 들었으며, 왼손에는 실크해트를 들고 있다.
그림 3. 제임스 맥닐 휘슬러, 「살색과 검정의 배열: 테오도르 뒤레의 초상」, 1883. 바탕은 탁한 살색 회색, 옷은 검정, 팔에 걸친 망토는 연한 분홍이다. 화면에서 채도가 눈에 띄게 높은 곳은 손에 든 붉은 부채 하나뿐이다. 아래 시뮬레이터로 재 보면 그 부채가 화면에서 차지하는 넓이는 1%에도 못 미친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Catharine Lorillard Wolfe Collection, Wolfe Fund, 1913), 캔버스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코로의 먼 탑이 보이는 강. 왼쪽에 큰 나무들이 짙은 덩어리를 이루고, 오른쪽으로 넓은 강이 흐르며 멀리 탑과 마을이 보인다. 왼쪽 아래 강가에 여인과 아이들이 서 있고, 강 위에는 작은 배가 떠 있다. 하늘은 은빛 구름으로 덮여 있다.
그림 4. 카미유 코로, 「먼 탑이 보이는 강」, 1865. 은빛 하늘, 회녹색 나무, 회청색 물. 화면 전체가 탁한 색으로 되어 있다. 강가의 아이 옷과 지붕에 붉은 기가 조금 있지만, 그것조차 휘슬러의 부채만큼 선명하지 않다. 코로는 작은 붉은 점을 풍경에 넣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그림에서는 그 점마저 낮은 목소리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Bequest of Robert Graham Dun, 1900), 캔버스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두 그림의 채도를 재 본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그림의 모든 점의 OKLCH 채도를 계산해, 기준값보다 선명한 점만 원래 색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같은 명도의 회색으로 바꾼다. "채도 지도"로 바꾸면 채도가 높을수록 밝게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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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선명한 색은 몇 퍼센트인가

기준보다 선명한 넓이—
채도 중앙값—
가장 선명한 점의 C—
해볼 것: ① 휘슬러를 기준 0.08로 본다. 색으로 남는 곳은 부채와 망토 몇 군데, 넓이로 1% 안팎이다. 중앙값은 0.04로, 화면의 절반이 회색에 가까운 색이다. ② 기준을 0.12로 올리면 부채만 남는다. 이 그림의 "선명한 색 예산"은 0.2% 정도다. ③ 코로로 바꾼다. 기준 0.08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기준을 0.05까지 내려야 강가의 따뜻한 점들과 나무 사이 빛이 나타난다. 코로는 강조조차 탁하게 썼다. 그래도 그림이 단조롭지 않은 것은 명도 구조와, 탁한 색들 사이의 미세한 따뜻함·차가움의 차이 때문이다. (사진 파일의 sRGB 값으로 잰 값이다. 바니시의 변색, 촬영 조건, 화면에 따라 원작과 다르다.)

두 화가는 반대 방향에서 같은 원리를 보여 준다. 휘슬러는 화면의 99%를 탁하게 두고 1%도 안 되는 부채에 채도를 몰았다. 코로는 채도를 거의 쓰지 않고, 탁한 색들 사이의 작은 온도 차이로 공기를 그렸다. 반대로 고흐나 마티스처럼 선명한 색을 넓게 쓴 화가들도 있다. 그런 그림에서는 선명한 색끼리의 색상 대비나, 굵은 윤곽선, 강한 명도 구조가 질서를 잡는다. 채도를 많이 쓰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많이 쓸수록 다른 무엇이 질서를 잡아 주어야 한다.

"60-30-10 규칙"은 출발점일 뿐 인테리어와 디자인 업계에는 "주조색 60%, 보조색 30%, 강조색 10%"라는 경험칙이 널리 퍼져 있다. 넓은 면은 차분하게, 강조색은 작게 쓰라는 이 장의 내용과 방향은 같다. 하지만 이 숫자는 실험으로 검증된 법칙이 아니라 업계에서 전해 온 요령이고, 출처도 분명하지 않다. 휘슬러의 강조색은 1%도 안 되고, 축제 포스터는 강조색이 30%를 넘기도 한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선명한 색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그 자리에만 있는가"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서윤은 회사에서 화면 시안을 넘기기 전에, 가장 선명한 요소가 실제로 사용자가 눌러야 할 버튼인지 확인한다.

채도 예산 설계하기

마지막 시뮬레이터는 서윤의 두 번째 수채화 「비 오는 골목」으로 채도 예산을 직접 짠다. 장면은 비에 젖은 골목, 양쪽 벽, 끝의 건물, 물웅덩이, 창 불빛, 작은 간판, 그리고 우산을 쓴 사람이다. 각 부분의 명도와 색상은 고정되어 있고(명도 구조는 이미 정했다), 채도만 "선명"과 "탁함" 둘 중 하나로 정한다. 그림 속 부분을 누르면 선명↔탁함이 바뀐다. 슬라이더는 두 단계의 채도를 정한다. 오른쪽 판은 채도 지도다. 밝을수록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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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골목」 채도 예산 설계기

부분을 누르면 선명↔탁함이 바뀐다
선명한 넓이(채도 예산)—
탁한 부분의 평균 C—
선명한 부분의 평균 C—
해볼 것: ① "모두 선명"을 누른다. 서윤의 첫 스케치처럼 모든 부분이 외친다. 채도 지도가 온통 밝다. 선명한 넓이는 100%다. ② "우산만"으로 바꾼다. 선명한 넓이가 2% 안팎으로 줄었는데도 우산과 물웅덩이에 비친 우산이 화면 전체를 이끈다. ③ 간판과 창 불빛도 눌러 선명하게 바꾼다. 넓이는 7% 남짓으로 여전히 작지만 눈이 세 군데를 오간다. 넓이만이 아니라 선명한 곳의 개수도 예산이다. 이번에는 왼쪽 벽 하나만 선명하게 바꿔 본다. 넓이가 단번에 30% 가까이로 뛰고, 우산이 묻힌다. ④ "탁한 부분의 채도"를 0으로 내린다. 흑백 사진 위에 빨간 우산만 칠한 것처럼 보인다. 효과는 강하지만 비 오는 날의 공기는 사라진다. 15~30%에서 균형을 찾는다. ⑤ "흑백"을 켠다. 어느 단계에서도 명도 구조는 그대로다. (명도는 OKLCH L로 고정, 채도는 각 명도·색상의 최대 채도에 대한 비율이다. 넓이는 5단위 격자로 셌다.)

채도 예산은 한 번 정하면 끝나는 숫자가 아니다. 주제가 무엇인지, 화면이 얼마나 멀리서 보일지, 주변이 얼마나 시끄러운지에 따라 바뀐다. 거리의 포스터는 다른 포스터들 사이에서 이겨야 하니 더 많은 채도를 쓰기도 하고, 조용한 서점 안의 안내문은 훨씬 적게 써도 충분하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순서는 같다. 명도 구조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서 넓은 면의 채도를 누르고, 남겨 둔 채도를 주인공에게 준다.

서윤의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7장

명도는 섰는데, 모든 색이 소리친다

6장에서 명도 구조를 세운 포스터에, 서윤은 가을 느낌을 내려고 단풍잎 세 장(주황, 노랑, 빨강)과 알록달록한 책등을 그려 넣었다. 흑백 복사본은 여전히 또렷했다. 그런데 화면에서 보니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주인에게서 들었다. 같은 주에 그린 「비 오는 골목」의 색 스케치도 마찬가지였다. 벽돌은 주황, 간판은 초록, 우산은 빨강, 물웅덩이는 파랑, 모두 튜브에서 바로 짠 색이었다. 비 오는 날인데 화창한 날 같았다.

서윤은 회사에서 쓰는 방식대로 각 색의 OKLCH 채도를 재 보았다. 포스터 바탕 초록 #2f7d5b는 C 0.094로, 그 명도·색상에서 낼 수 있는 최대(약 0.117)의 80%였다. 잎과 책등도 대부분 0.15를 넘었다. 한도경은 수치 대신 팔레트를 꺼냈다. 울트라마린과 번트 시에나로 따뜻한 회색부터 차가운 회색까지 일곱 칸을 섞어 보이고는 말했다. "선명한 색을 더 키우지 말고 나머지를 눌러. 회색은 빈칸이 아니야." 서윤은 그 회색 띠를 사진으로 찍어 채도 값을 재 도경에게 보여 주었고, 도경은 자기 눈으로 고른 "가장 회색다운 칸"이 숫자로도 채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서윤은 포스터 바탕만 같은 명도의 탁한 초록 #567666(L* 47.0, OKLCH 0.54 / 0.045 / 162°)으로 바꿨다. 로고 초록 후보 자체는 그대로 두고, 포스터에서만 탁한 변형을 쓰는 것이다. 명도가 같으니 크림색 제목과의 대비(4.07)도 6장 그대로다. 책등과 잎 두 장은 채도 0.04 이하로 눌렀고, 붉은 잎 하나와 날짜 띠만 #d24f39(OKLCH 0.60 / 0.17 / 32°)로 남겨 크림색 제목 띠 위에 올렸다. 선명한 넓이는 화면의 약 8%다. 「비 오는 골목」은 우산과 물웅덩이에 비친 우산만 선명하게 두고, 벽·길·하늘은 파랑과 번트 시에나의 혼합 회색으로 칠하기로 했다.

포스터 바탕(탁한 초록)#567666 C.045 강조(잎·날짜 띠)#d24f39 C.17 따뜻한 회색#614a42 중간 회색#53454b 차가운 회색#494356
「비 오는 골목」의 회색울트라마린 : 번트 시에나프탈로 블루 : 번트 시에나쓸 곳
따뜻한 회색3 : 72 : 8젖은 벽돌 벽, 창 둘레
중간 회색약 4.5 : 5.5약 3 : 7먼 건물, 길
차가운 회색6 : 45 : 5하늘, 물웅덩이, 그림자

표의 비율은 이 책의 교육용 물감 모형으로 계산한 출발점이다(가장 회색에 가까운 비율은 울트라마린 약 46%, 프탈로 블루 약 28%). 4장에서 고른 기본 3색 중 파랑이 어느 쪽이든 쓸 수 있게 둘 다 적었고, 실제 물감으로 띠를 만들어 눈으로 다시 맞춘다. 물을 더 타면 명도가 올라가므로, 6장의 명도 구조에 맞춰 농도를 정한다.

이 장에서 정한 것채도 예산: 선명한 색(최대 채도의 70% 이상)은 화면의 약 10% 이내. 포스터 바탕은 같은 명도의 탁한 초록 #567666, 강조는 #d24f39 하나(약 8%). 「비 오는 골목」은 우산만 선명하게, 나머지는 파랑+번트 시에나 회색 세 가지(따뜻함·중간·차가움)로.
아직 남은 문제포스터에서 크림색 제목(명도 대비)과 붉은 잎(채도 대비)이 서로 다른 곳에서 눈을 끈다. 강조가 둘이면 초점이 흩어지지 않을까.
다음 단계8장: 여러 종류의 대비로 포스터 시안을 평가하고 초점을 하나로 모은다.

핵심 정리

  1. 채도는 같은 명도의 회색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다. 명도·색상과 독립된 축이라 채도만 바꿔도 흑백 그림은 그대로다.
  2. 낼 수 있는 최대 채도는 색상과 명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 노랑은 밝을 때, 파랑은 어두울 때 가장 선명하고, 명도의 양 끝에서는 모든 색이 탁해진다.
  3. 강조는 절대 채도가 아니라 주변과의 채도 차이다. 선명한 색을 키우기보다 나머지를 탁하게 누르는 편이 효과적이다.
  4. 보색 물감을 섞으면 특정 비율에서 회색이 되고, 비율을 조금 바꾸면 따뜻한 회색과 차가운 회색을 오간다.
  5. 흰색을 섞으면 틴트, 회색은 톤, 검정은 셰이드다. 노랑에 검정을 섞으면 어두운 노랑이 아니라 올리브가 된다. 디지털 톤 스케일(OKLCH)은 색상을 고정하고 각 명도에서 낼 수 있는 채도 안에서 단계를 만든다.
  6. 명화는 선명한 색을 아주 작은 넓이에만 쓰는 경우가 많다(휘슬러의 부채는 1% 미만). "60-30-10" 같은 숫자는 검증된 법칙이 아닌 경험칙이다. 순서는 명도 구조 → 넓은 면의 채도 누르기 → 주인공에게 채도 주기다.

확인 퀴즈

1. 포스터의 모든 요소를 최대 채도에 가까운 색으로 칠했더니 빨간 "할인" 표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채도로 만드는 강조는 절대 채도가 아니라 주변과의 차이다. 화면의 한계보다 더 선명한 색은 만들 수 없지만, 나머지를 탁하게 누르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 빨간 표시의 채도를 낮추거나 모든 요소에 빨강을 쓰면 차이가 더 줄어든다.

2. 서윤이 웹사이트에 "짙고 선명한 노랑" 배경을 만들려고 OKLCH에서 노랑 계열의 명도를 0.45로 낮추고 채도를 올렸는데, 아무리 올려도 올리브빛 갈색만 나온다. 이유는?

최대 채도는 색상과 명도에 따라 달라서, 노랑의 봉우리는 명도 0.9 근처에 있고 파랑의 봉우리는 0.45 근처에 있다. 명도 0.45의 노랑 계열은 낼 수 있는 채도가 작아 올리브나 갈색으로 보인다. OKLCH는 노랑을 잘 표현하며, 보색을 섞으면 오히려 채도가 내려간다.

3. 수채화에서 울트라마린 블루와 번트 시에나를 섞을 때 일어나는 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두 물감은 대략 반대 계열이라 섞으면 채도가 크게 내려간다. 가장 회색에 가까운 비율은 물감의 착색력에 따라 반반이 아닐 수 있고(이 책의 모형에서는 울트라마린 약 46%), 그 앞뒤로 따뜻한 회색과 차가운 회색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물감은 빛을 더하지 않는다.

4. 순색에 회색 물감을 섞어 명도는 비슷하게 두고 채도만 낮춘 색을 부르는 말은?

흰색을 섞으면 틴트, 검정을 섞으면 셰이드, 회색을 섞으면 톤이다. 색역은 화면이나 물감이 낼 수 있는 색의 범위를 가리키는 말로, 섞는 방법과는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