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눈
창가에서 고른 페인트가 저녁 전구 아래에서 다른 색이 된다. 옷가게에서 맞춘 바지와 재킷이 햇빛 아래에서 어긋난다. 해 질 녘 정원에서는 붉은 꽃이 먼저 검게 가라앉고 푸른 꽃이 오래 남는다. 이 장은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빛의 스펙트럼과 눈 속의 세 가지 세포에서 찾는다. 결론은 짧다. 눈은 빛을 세 개의 숫자로 줄여서 본다. 그 줄이는 방식이 색의 많은 수수께끼를 만든다.
- 빛이 여러 파장의 섞임이고, 사람이 보는 범위가 약 380~780 nm라는 것을 안다.
- 원뿔세포 세 종류(L·M·S)가 빛을 세 개의 신호로 바꾼다는 것과, 세포 하나로는 색을 알 수 없는 이유를 본다.
- 스펙트럼이 다른 빛이 같은 색으로 보이는 원리(색 맞추기 실험)를 직접 해 본다.
- 광원마다 스펙트럼이 달라 같은 물건의 색이 바뀌고, 낮에는 같던 두 견본이 전구 아래에서 갈라지는 메타메리즘을 만든다.
- 어두워지면 빨강이 먼저 어두워지는 푸르키녜 현상과, 화가들이 "늦은 오후에는 색을 고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햇빛 속의 무지개
햇빛은 희게 보인다. 그런데 유리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빨강에서 보라까지 이어지는 색의 띠가 벽에 펼쳐진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이 띠를 다시 렌즈로 모으면 흰빛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보이고, 흰빛이 여러 색의 빛이 섞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실험을 1704년 책 『광학』(Opticks)에 정리했다. 이 띠를 스펙트럼(Spectrum)이라고 부른다. 빛을 파장에 따라 펼쳐 놓은 것이다.
빛은 전자기파이고, 파장은 그 물결의 마루와 마루 사이 거리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대략 380 nm(나노미터, 10억 분의 1 m)에서 780 nm 사이다. 이 범위를 가시광선(Visible light)이라고 한다. 경계는 칼로 자른 듯하지 않아서, 양 끝으로 갈수록 눈이 느끼는 밝기가 점점 줄다가 사라진다. 아래 띠에서 손잡이를 끌어 파장 하나만 골라 본다. 그 파장 하나로만 된 빛, 곧 단색광(Monochromatic light)이 어떤 색으로 보이는지 큰 칸에 나타난다.
파장 하나의 색
띠에 없는 색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젠타는 빨강과 파랑 빛이 함께 들어오고 가운데 초록이 빠질 때 생긴다. 갈색은 주황 빛이 주변보다 어두울 때 생긴다. 그러니 "색 = 파장"은 아니다. 색은 여러 파장이 섞인 빛을 눈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서 나온다. 그 받아들이는 장치가 다음 절의 주인공이다.
눈 속의 세 가지 세포
눈의 안쪽 벽인 망막에는 빛에 반응하는 세포가 두 종류 있다. 밝은 곳에서 일하며 색을 알려 주는 원뿔세포(Cone cell)와, 어두운 곳에서 일하지만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막대세포(Rod cell)다. 원뿔세포는 한 눈에 약 600만 개, 막대세포는 1억 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원뿔세포는 망막 한가운데(중심와)에 몰려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똑바로 볼 때 색을 가장 잘 본다.
원뿔세포는 다시 세 종류로 나뉜다. 주로 긴 파장에 반응하는 L(Long), 중간 파장의 M(Medium), 짧은 파장의 S(Short) 원뿔세포다. 흔히 "빨강·초록·파랑 원뿔세포"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아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L과 M의 감도는 거의 포개져 있고, L의 봉우리는 빨강이 아니라 노랑·연두 근처다. 세 종류가 서로 다른 비율로 반응한다는 것, 그 비율이 색의 정보다.
그래프 위의 세로선을 끌어 파장을 바꾸고, 슬라이더로 빛의 세기를 바꿔 본다. 오른쪽 아래 막대는 세 원뿔세포가 각각 뇌로 보내는 신호의 크기다.
세 원뿔세포가 보내는 숫자
두 번째 해볼 것이 이 장의 핵심 하나다. 원뿔세포 하나는 빛이 어떤 파장인지 알려 주지 못한다. 자기가 얼마나 반응했는지만 알려 줄 뿐이다. 이것을 단일 변수의 원리(Principle of univariance)라고 한다. 색을 알려면 적어도 두 종류의 세포가 반응한 정도를 비교해야 하고, 사람은 세 종류를 비교한다. 그래서 사람의 색은 세 개의 숫자로 적을 수 있다. 화면의 RGB, 1장에서 본 OKLCH가 모두 숫자 셋인 이유다. 이런 색각을 삼색형 색각(Trichromacy)이라고 한다. 세 종류의 수용체로 색을 설명하는 생각은 토머스 영(1802)이 처음 내놓고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1850년대에 발전시켜, 흔히 영–헬름홀츠 이론이라고 부른다.
세 숫자면 충분하다: 색 맞추기
눈이 빛을 세 개의 숫자로 줄인다면, 스펙트럼이 전혀 다른 두 빛이라도 세 숫자만 같으면 같은 색으로 보여야 한다. 1920년대 말 영국의 윌리엄 라이트(W. D. Wright)와 존 길드(J. Guild)는 이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관찰자에게 둥근 시야의 한쪽에는 시험할 빛을, 다른 쪽에는 세 가지 단색광(라이트의 실험에서는 650·530·460 nm)을 섞은 빛을 보여 주고, 세 빛의 양을 조절해 두 쪽이 같아 보이게 하라고 했다. 그 결과를 모은 것이 1931년 국제조명위원회(CIE)의 등색 함수이고, 이 책의 엔진이 색을 계산하는 바탕이다.
같은 실험을 해 본다. 왼쪽 반원은 단색광 하나, 오른쪽 반원은 빨강·초록·파랑 세 단색광을 섞은 빛이다. 세 슬라이더로 오른쪽을 왼쪽과 같게 만든다.
노랑 빛을 빨강과 초록으로 만들기
이 실험이 말해 주는 것을 식으로 적으면 이렇다. 눈에 들어오는 빛 \(C(\lambda)\)는 광원 \(E(\lambda)\)와 물체 반사율 \(R(\lambda)\)의 곱이었다(1장). 원뿔세포 하나의 신호는 그 빛에 자기 감도를 곱해 모든 파장에서 더한 값이다.
화면이 세 가지 화소로 모든 색을 보여 주는 것, 인쇄가 네 가지 잉크로 사진을 찍어 내는 것, 화가가 물감 몇 개로 풍경을 그리는 것이 모두 이 원리 위에 있다. 원래 장면의 스펙트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들어갔을 때 같은 세 숫자가 나오는 다른 빛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같은 색으로 보이는 관계를 메타메리즘(Metamerism, 조건등색)이라 하고, 그런 짝을 메타머(Metamer)라고 한다. 1장에서 잠깐 본 현상이다. 다만 이 "같음"에는 조건이 붙는다. 그 조건이 바로 조명이다.
빛마다 다른 스펙트럼
흰빛이라고 다 같은 흰빛이 아니다. 해와 백열전구처럼 뜨거워서 빛나는 광원은 스펙트럼이 매끈한 언덕 모양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언덕이 빨강 쪽으로 기울어 노르스름하게 보이고, 이를 색온도(Color temperature)로 적는다(10장). 형광등은 형광 물질이 내는 몇 개의 좁은 봉우리로, 흔한 백색 LED는 파랑 봉우리 하나와 넓은 노랑 언덕으로 흰빛을 만든다. 가로등에 쓰던 나트륨등은 거의 한 파장(589 nm)만 낸다.
광원을 바꿔 가며 여섯 가지 견본이 어떻게 보이는지 본다. 위 그래프는 그 빛의 스펙트럼(색 넓이)과 낮빛(점선)이다. 아래 칸의 윗줄은 낮빛 아래의 견본, 아랫줄은 고른 빛 아래의 같은 견본이다. 기본은 그 빛에 눈이 익숙해진 상태이고, 체크를 끄면 화이트밸런스를 낮빛에 고정한 카메라로 본다.
여섯 가지 빛, 여섯 가지 견본
광원이 물체의 색을 얼마나 낮빛 아래와 비슷하게 보여 주는지를 연색성(Color rendering)이라고 한다. 조명 상자에 적힌 "Ra 80", "CRI 90" 같은 숫자가 국제조명위원회의 연색 지수(CIE 13.3)로, 기준 광원과 그 빛 아래에서 시험 견본 여덟 개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100점 만점으로 요약한 값이다. 요약값이라서 한계도 있다. 평균에 들어가지 않는 선명한 빨강이 크게 변해도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고르는 자리에는 점수와 함께 빨강 견본의 결과(R9)를 따로 보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눈이 광원의 색에 맞춰 조정하는 능력은 놀랍지만 완벽하지 않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눈이 익숙해진" 상태에서도 색차가 0이 아니었다. 이 남은 차이가 조명마다 다르고, 견본마다 다르다. 그리고 두 견본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낮에는 같던 둘이 갈라진다.
메타메리즘: 낮에는 같고 밤에는 다른
그림 2의 두 견본은 낮빛 아래에서 같은 세 숫자를 냈다. 그런데 광원이 바뀌면 \(E(\lambda)\)가 바뀌어 식의 곱셈 결과가 달라진다. A와 B의 반사율이 서로 다른 파장에서 높고 낮으므로, 어떤 파장을 강조하는 빛 아래에서는 한쪽이 더 많이 돌려보낸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메타머를 직접 만든다. 견본 A의 매끈한 반사율에 물결을 더하되, 낮빛 아래에서는 세 숫자가 그대로이도록 물결을 다듬은 것이 견본 B다. 두 슬라이더로 물결의 크기와 간격을 바꾼다.
메타머 만들기
현실의 메타머는 대개 재료가 다를 때 생긴다. 인쇄 잉크, 아크릴 페인트, 염색한 천, 플라스틱은 같은 색을 내도 안료가 달라 반사율 곡선이 다르다. 그래서 색표 번호 하나를 여러 업체에 보내면, 낮빛에서는 맞던 것들이 매장 조명에서 갈라진다. 반대로 같은 안료로 만든 두 물건은 조명이 바뀌어도 함께 변하므로 잘 갈라지지 않는다. 화가가 한 그림 안에서 같은 색을 여러 번 쓸 때 같은 물감 튜브를 쓰는 것이 안전한 이유다.
늦은 오후의 눈: 순응과 푸르키녜 현상
오래 그림을 그린 화가들 사이에는 "늦은 오후에는 색을 고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해가 기울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점점 노랗고 붉어진다. 둘째, 눈은 그 변화에 서서히 맞춰 가므로 우리는 빛이 바뀐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이렇게 조명의 색에 맞춰 눈의 감도가 조정되는 것을 색순응(Chromatic adaptation)이라고 한다.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눈이 익숙해진" 상태가 이것이다. 순응은 완벽하지 않아서, 그 빛 아래에서 맞춘 색은 다음 날 낮에 보면 어긋나 있다. 셋째, 빛이 더 줄면 눈 자체가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빛이 아주 밝을 때는 원뿔세포만 일한다. 해 질 녘이나 어두운 실내처럼 빛이 줄면 막대세포가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달빛 아래에서는 거의 막대세포만 일한다. 막대세포는 한 종류뿐이라서 단일 변수의 원리 그대로 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도의 봉우리가 원뿔세포보다 짧은 파장(약 507 nm) 쪽에 있다. 그래서 어두워질수록 색이 빠지고, 빨강은 먼저 어두워지며 파랑과 초록은 상대적으로 밝게 남는다. 체코의 생리학자 얀 푸르키녜(Jan Purkyně, 1787–1869)가 해 질 녘 정원의 붉은 꽃과 푸른 꽃을 보며 이 현상을 기록해서 푸르키녜 현상(Purkinje shift)이라고 부른다.
아래 견본들은 밝은 낮에 빨강과 파랑의 밝기(L*)가 거의 같도록 골랐다. 슬라이더로 빛을 줄여 본다. 윗줄의 작은 칸은 밝은 낮의 원래 색이다.
해가 지면 빨강이 먼저 어두워진다
해 질 녘의 실내는 바깥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진다. 창가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색의 판단이 원뿔세포만의 판단에서 막대세포가 섞인 판단으로 바뀌는 순간을 알아채기 어렵다. 그 시간에 섞은 빨강이 다음 날 아침에 너무 짙게 보이고, 파랑이 너무 탁하게 보이는 일이 생긴다. "늦은 오후에는 색을 고르지 않는다"는 습관은 빛의 색이 바뀌는 문제(순응)와 눈의 방식이 바뀌는 문제(푸르키녜 현상)를 한꺼번에 피하는 요령이다. 고르지 않는 대신 그 시간에는 명도 스케치처럼 색이 덜 중요한 작업을 한다(6장).
화가가 그린 빛의 색
눈은 조명에 순응하지만, 화가는 그 순응을 거슬러 빛의 색 자체를 그리기도 한다. 프랑스의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촛불 하나가 비추는 어두운 방을 즐겨 그렸다. 촛불의 빛은 색온도가 약 1,800~1,900 K로 아주 낮아서,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본 것처럼 스펙트럼이 빨강 쪽으로 크게 기운다.

이 그림의 색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도 촛불 아래의 방을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림 전체가 같은 빛 아래에 있다는 약속이 지켜지면, 크림색 블라우스를 보고도 흰옷이라고 읽는다. 반대로 한 그림 안에서 어떤 부분은 촛불의 색으로, 어떤 부분은 낮빛의 색으로 칠하면 그림이 어색해진다. 빛의 색을 정하고 그 빛 아래의 색으로 모든 것을 칠하는 일은 10장에서 다시 다룬다.
동아시아의 수묵화는 다른 길을 갔다. 먹의 농담으로 그린 산수는 특정한 시각의 빛이나 광원의 색을 그리지 않고, 짙고 옅음의 단계로 거리와 공기를 보여 준다. 빛의 색을 빼고 명도만 남겼다고 볼 수도 있다. 색을 다루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둔다(11장).
책방 E의 조명 지도
지금까지 본 것을 한자리에 모은다. 아래 평면도는 가상의 책방 E다. 왼쪽 벽에 큰 창이 있고, 천장에는 전구색(2,800 K 모형) 조명 세 개가 달려 있다. 견본 카드에는 낮빛 아래에서 똑같아 보이도록 맞춘 두 견본, 인쇄 잉크로 찍은 종이 견본과 벽에 칠할 페인트 칩이 붙어 있다. 카드를 끌어 가게 안을 옮겨 다니며, 자리마다 섞이는 빛과 두 견본의 차이를 본다.
책방 E의 조명 지도
한 가게 안에서도 조명은 하나가 아니다. 창가와 안쪽, 한낮과 저녁이 모두 다른 빛이다. 그리고 두 재료가 메타머라면 그 빛마다 다르게 갈라진다. 색을 정하는 일은 "이 색이 무엇인가"를 정하는 일이기 전에 "이 색을 어느 빛 아래에서 볼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다음 장부터는 이 색을 숫자로 적는 법을 배운다. 그 숫자도 결국 "어떤 빛 아래에서 어떤 눈으로 본" 값이라는 것을 기억해 둔다.
서윤의 작업 노트
창가에서는 같고 계산대 앞에서는 달랐다
9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서윤은 두 가지 견본을 들고 책방 E에 갔다. 하나는 인쇄소에서 받은 종이 색견본, 다른 하나는 서가 옆 벽에 칠할 페인트 칩이다. 둘 다 로고 초록 후보 #2f7d5b에 맞춰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창가에서 두 견본을 맞대 보니 구별이 안 될 만큼 같았다. 그런데 전구가 켜진 계산대 앞으로 옮기자 페인트 칩만 회색빛으로 가라앉았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두 견본은 낮빛 아래에서 색차가 0.02로 사실상 같다. 전구(2,800 K 모형) 아래에 눈이 순응한 상태에서는 종이 견본이 OKLCH 0.52 / 0.106 / 168°, 페인트 칩이 0.52 / 0.079 / 172°로 밝기는 같고 채도가 다르며, 색차는 약 4.6이다. 나란히 놓으면 누구나 알아볼 차이다. 서윤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낮빛 고정 화이트밸런스)에서는 둘 다 올리브빛으로 기울어 #537326과 #656e2b로 나왔다. 1장에서 본 "전구 아래 올리브빛"은 사진의 색이었고, 눈으로 볼 때의 진짜 문제는 두 재료 사이의 차이였다.
함께 간 한도경은 견본을 이리저리 옮겨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늦은 오후에는 색을 안 골라." 서윤이 이유를 묻자, 도경은 해가 기울면 빛이 붉어지는데 눈이 따라 적응해서 그걸 모르고, 더 어두워지면 빨강이 먼저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서윤은 그 습관이 원뿔세포와 막대세포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 대신 도경에게 휴대폰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가 눈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 주었다. 도경은 색 일지에 "사진은 낮빛 고정, 눈은 순응"이라고 적었다.
핵심 정리
- 흰빛은 여러 파장의 섞임이고, 사람이 보는 빛은 약 380~780 nm다. 스펙트럼에 없는 색(마젠타, 갈색)도 있으므로 색은 파장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 원뿔세포는 L·M·S 세 종류이고 감도가 많이 겹친다. 세포 하나는 반응의 크기만 알려 주므로(단일 변수의 원리), 색은 세 신호의 비교에서 나온다.
- 눈은 스펙트럼을 세 숫자로 줄인다. 그래서 스펙트럼이 다른 빛도 세 숫자가 같으면 같은 색으로 보이고(메타메리즘), 화면과 인쇄는 이 원리로 색을 만든다.
- 광원마다 스펙트럼이 다르다. 순응한 눈도 그 차이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며, 봉우리가 좁은 빛일수록 색이 크게 바뀐다(연색성).
- 재료가 다른 두 견본은 한 조명에서 같아도 다른 조명에서 갈라질 수 있다. 견본은 실제로 쓰일 조명 아래에서 맞대 본다.
- 빛이 줄면 막대세포가 일하기 시작해 색이 빠지고 빨강이 먼저 어두워진다(푸르키녜 현상). 늦은 오후의 색 판단을 믿지 않는 화가들의 습관에는 근거가 있다.
확인 퀴즈
1. 화면에는 빨강·초록·파랑 화소만 있는데 노랑이 보인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2. 서윤의 종이 견본과 페인트 칩이 창가에서는 같았는데 전구 아래에서는 달랐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3. 낮에 밝기가 거의 같던 빨간 꽃과 파란 꽃을 해 질 녘에 다시 본다. 어떻게 보일 가능성이 가장 큰가?
4. 눈에 M 원뿔세포 한 종류만 있다고 상상한다. 어떤 일이 생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