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빛과 눈

창가에서 고른 페인트가 저녁 전구 아래에서 다른 색이 된다. 옷가게에서 맞춘 바지와 재킷이 햇빛 아래에서 어긋난다. 해 질 녘 정원에서는 붉은 꽃이 먼저 검게 가라앉고 푸른 꽃이 오래 남는다. 이 장은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빛의 스펙트럼과 눈 속의 세 가지 세포에서 찾는다. 결론은 짧다. 눈은 빛을 세 개의 숫자로 줄여서 본다. 그 줄이는 방식이 색의 많은 수수께끼를 만든다.

햇빛 속의 무지개

햇빛은 희게 보인다. 그런데 유리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빨강에서 보라까지 이어지는 색의 띠가 벽에 펼쳐진다. 영국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이 띠를 다시 렌즈로 모으면 흰빛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보이고, 흰빛이 여러 색의 빛이 섞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실험을 1704년 책 『광학』(Opticks)에 정리했다. 이 띠를 스펙트럼(Spectrum)이라고 부른다. 빛을 파장에 따라 펼쳐 놓은 것이다.

흰빛 프리즘 적외선 700 550 400 자외선 (nm) 긴 파장은 덜 꺾인다 짧은 파장은 더 꺾인다
그림 1. 프리즘과 스펙트럼. 유리는 파장마다 빛을 꺾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짧은 파장(보라)은 많이, 긴 파장(빨강)은 적게 꺾여서 흰빛이 색의 띠로 펼쳐진다. 띠 위쪽 바깥(적외선)과 아래쪽 바깥(자외선)에도 빛은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무지개는 공중의 물방울이 같은 일을 한 결과다.

빛은 전자기파이고, 파장은 그 물결의 마루와 마루 사이 거리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은 대략 380 nm(나노미터, 10억 분의 1 m)에서 780 nm 사이다. 이 범위를 가시광선(Visible light)이라고 한다. 경계는 칼로 자른 듯하지 않아서, 양 끝으로 갈수록 눈이 느끼는 밝기가 점점 줄다가 사라진다. 아래 띠에서 손잡이를 끌어 파장 하나만 골라 본다. 그 파장 하나로만 된 빛, 곧 단색광(Monochromatic light)이 어떤 색으로 보이는지 큰 칸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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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하나의 색

띠 위를 끈다
파장—
대략의 이름—
눈이 느끼는 밝기(555 nm = 100)—
해볼 것: ① 손잡이를 빨강에서 보라까지 천천히 끈다. 색이 계단 없이 이어지지만, 노랑과 청록은 아주 좁은 구간에만 있다. ② "눈이 느끼는 밝기로 보기"를 켠다. 같은 세기의 빛이라도 555 nm 근처의 초록·연두가 가장 밝고, 양 끝의 진한 빨강과 보라는 거의 검게 가라앉는다. ③ 범위를 300~900 nm로 넓힌다. 자외선과 적외선 쪽은 빛이 있어도 눈에는 검정이다. 스펙트럼 띠에 분홍·마젠타·갈색이 없다는 것도 확인한다. 이 색들은 단색광 하나로는 만들 수 없고, 여러 파장이 섞여야 생긴다. (밝기는 CIE 1931 표준 관찰자의 명시 감도 \(\bar y(\lambda)\)를 해석적으로 근사한 값이다. 화면은 순수한 단색광의 색을 낼 수 없어서, 띠의 색은 가장 가까운 화면 색으로 옮긴 것이다.)

띠에 없는 색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젠타는 빨강과 파랑 빛이 함께 들어오고 가운데 초록이 빠질 때 생긴다. 갈색은 주황 빛이 주변보다 어두울 때 생긴다. 그러니 "색 = 파장"은 아니다. 색은 여러 파장이 섞인 빛을 눈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서 나온다. 그 받아들이는 장치가 다음 절의 주인공이다.

CD 한 장으로 빛의 스펙트럼 보기 못 쓰는 CD나 DVD의 뒷면은 아주 가는 홈이 촘촘한 표면이라 프리즘처럼 빛을 펼친다. 방을 어둡게 하고 전등 하나를 CD 표면에 비스듬히 비춰, 반사된 빛 속에서 무지개 띠를 찾는다. 같은 일을 백열전구(또는 전구색 LED), 형광등, 휴대폰 손전등, 창밖의 흐린 하늘에서 해 본다. 해는 절대 직접 보지 않는다. 백열전구는 띠가 끊김 없이 이어지고, 형광등은 몇 개의 밝은 줄로 끊어져 보일 것이다. 띠의 모양을 색연필로 색 일지에 옮겨 둔다. 이 장의 4절에서 그 모양이 왜 다른지 본다.

눈 속의 세 가지 세포

눈의 안쪽 벽인 망막에는 빛에 반응하는 세포가 두 종류 있다. 밝은 곳에서 일하며 색을 알려 주는 원뿔세포(Cone cell)와, 어두운 곳에서 일하지만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막대세포(Rod cell)다. 원뿔세포는 한 눈에 약 600만 개, 막대세포는 1억 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원뿔세포는 망막 한가운데(중심와)에 몰려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똑바로 볼 때 색을 가장 잘 본다.

원뿔세포는 다시 세 종류로 나뉜다. 주로 긴 파장에 반응하는 L(Long), 중간 파장의 M(Medium), 짧은 파장의 S(Short) 원뿔세포다. 흔히 "빨강·초록·파랑 원뿔세포"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아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L과 M의 감도는 거의 포개져 있고, L의 봉우리는 빨강이 아니라 노랑·연두 근처다. 세 종류가 서로 다른 비율로 반응한다는 것, 그 비율이 색의 정보다.

그래프 위의 세로선을 끌어 파장을 바꾸고, 슬라이더로 빛의 세기를 바꿔 본다. 오른쪽 아래 막대는 세 원뿔세포가 각각 뇌로 보내는 신호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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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원뿔세포가 보내는 숫자

세로선을 끈다
L · M · S 신호—
M만 보면 같은 답을 내는 다른 빛—
해볼 것: ① 세로선을 450 nm(파랑)에 둔다. S 막대만 크다. 580 nm(노랑)로 옮기면 L이 가장 크고 M도 꽤 크며 S는 0이다. ② "M 원뿔세포 하나만 있다면"을 켠다. 칸의 색이 회색으로 바뀐다. 세포 하나는 "얼마나 많이 반응했나"라는 숫자 하나만 보내므로, 약한 초록 빛과 센 주황 빛이 같은 숫자를 낼 수 있다. 아래 칸의 "같은 답을 내는 다른 빛"이 그 예다. ③ 세기를 0.1까지 낮추고 파장을 바꿔 본다. 세 숫자가 함께 작아질 뿐 비율은 그대로다. 그 비율이 색이고, 크기는 밝기다. (원뿔세포 감도는 CIE 1931 등색 함수 근사에 헌트–포인터–에스테베스 행렬을 곱해 얻은 교육용 곡선이고, 각 곡선의 봉우리를 1로 맞췄다. 실제 원뿔세포 감도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두 번째 해볼 것이 이 장의 핵심 하나다. 원뿔세포 하나는 빛이 어떤 파장인지 알려 주지 못한다. 자기가 얼마나 반응했는지만 알려 줄 뿐이다. 이것을 단일 변수의 원리(Principle of univariance)라고 한다. 색을 알려면 적어도 두 종류의 세포가 반응한 정도를 비교해야 하고, 사람은 세 종류를 비교한다. 그래서 사람의 색은 세 개의 숫자로 적을 수 있다. 화면의 RGB, 1장에서 본 OKLCH가 모두 숫자 셋인 이유다. 이런 색각을 삼색형 색각(Trichromacy)이라고 한다. 세 종류의 수용체로 색을 설명하는 생각은 토머스 영(1802)이 처음 내놓고 헤르만 폰 헬름홀츠가 1850년대에 발전시켜, 흔히 영–헬름홀츠 이론이라고 부른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눈 "표준 관찰자"는 여러 사람의 평균이다. 실제 눈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L 원뿔세포의 색소는 유전자의 작은 차이로 봉우리가 몇 nm 옮겨 가는 변이가 흔하고, L과 M 원뿔세포의 개수 비율도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고 보고되어 있다(Hofer 외, 2005).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노랗게 변해 짧은 파장을 더 많이 걸러 낸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 꼭 같아 보이는 두 색이 다른 사람에게는 살짝 달라 보이기도 한다(관찰자 메타메리즘). L이나 M 원뿔세포 가운데 하나가 없거나 감도가 옮겨 간 사람은 빨강–초록 구분이 어려운 색각이상을 갖는다. 남성의 약 8%에 이를 만큼 흔하다(13장). 반대로 서로 다른 L 색소 두 가지를 가진 여성 가운데 네 번째 차원의 색 구분을 실험으로 보인 사례도 보고되었지만(Jordan 외, 2010), 아주 드문 경우다.

세 숫자면 충분하다: 색 맞추기

눈이 빛을 세 개의 숫자로 줄인다면, 스펙트럼이 전혀 다른 두 빛이라도 세 숫자만 같으면 같은 색으로 보여야 한다. 1920년대 말 영국의 윌리엄 라이트(W. D. Wright)와 존 길드(J. Guild)는 이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관찰자에게 둥근 시야의 한쪽에는 시험할 빛을, 다른 쪽에는 세 가지 단색광(라이트의 실험에서는 650·530·460 nm)을 섞은 빛을 보여 주고, 세 빛의 양을 조절해 두 쪽이 같아 보이게 하라고 했다. 그 결과를 모은 것이 1931년 국제조명위원회(CIE)의 등색 함수이고, 이 책의 엔진이 색을 계산하는 바탕이다.

같은 실험을 해 본다. 왼쪽 반원은 단색광 하나, 오른쪽 반원은 빨강·초록·파랑 세 단색광을 섞은 빛이다. 세 슬라이더로 오른쪽을 왼쪽과 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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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빛을 빨강과 초록으로 만들기

두 반원의 색차 ΔE2000—
판정—
해볼 것: ① 노랑 580 nm에서 파랑을 0으로 내리고, 빨강과 초록을 번갈아 조절해 색차를 가장 작게 만든다. 빨강 약 37%, 초록 약 64% 근처에서 색차가 약 3.5까지 내려가고 두 반원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노랑 빛 하나와 빨강+초록 빛은 스펙트럼이 전혀 다른데도 눈에는 같다. 색차가 0까지 가지 않는 것은 계산상 파랑을 아주 조금(약 0.1%) 빼야 완전히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 작은 "빼기"가 ③에서 크게 다시 나타난다. 화면이 노랑 화소 없이 노랑을 보여 주는 방법이 이것이다. ② 주황 600 nm도 맞춰 본다. ③ 청록 500 nm로 바꾼다. 아무리 조절해도 오른쪽이 왼쪽만큼 맑아지지 않는다. 계산하면 빨강을 약 -12%, 곧 빼야 맞는다. 실제 실험에서는 빨강 빛을 시험할 빛 쪽에 더해 맞췄다. 세 원색으로 모든 색을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고, 화면에 낼 수 없는 색이 있는 이유(색역, 3장)다. (막대의 %는 시험할 빛의 밝기를 100으로 둔 각 원색의 밝기다. 색은 CIE 1931 등색 함수 근사로 계산했고, 두 반원 모두 같은 방법으로 화면 색역 안으로 옮겨 그렸다.)

이 실험이 말해 주는 것을 식으로 적으면 이렇다. 눈에 들어오는 빛 \(C(\lambda)\)는 광원 \(E(\lambda)\)와 물체 반사율 \(R(\lambda)\)의 곱이었다(1장). 원뿔세포 하나의 신호는 그 빛에 자기 감도를 곱해 모든 파장에서 더한 값이다.

$$L=\sum_{\lambda} E(\lambda)\,R(\lambda)\,\bar{l}(\lambda)$$
\(\bar l\): L 원뿔세포의 감도 곡선. M과 S도 같은 식에서 \(\bar l\) 대신 \(\bar m, \bar s\)를 쓴다. 380~780 nm의 수백 개 값(스펙트럼)이 세 개의 숫자(L, M, S)로 줄어든다. 줄이는 과정에서 정보가 사라지므로, 서로 다른 스펙트럼이 같은 세 숫자에 도착할 수 있다. 측색학에서는 같은 일을 CIE 등색 함수 \(\bar x, \bar y, \bar z\)로 하고 결과를 X, Y, Z라고 부른다.
견본 A의 빛 견본 B의 빛 × 세 원뿔세포 세 숫자 파장 380 → 780 nm 숫자가 같으면 같은 색 (메타머)
그림 2. 스펙트럼은 다르고 숫자는 같다. 두 견본이 돌려보내는 빛(왼쪽)은 모양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매끈하고 하나는 물결친다. 그러나 세 원뿔세포의 감도(가운데)를 곱해 더하면 같은 세 숫자(오른쪽)가 나온다. 눈은 그 숫자만 받으므로 두 견본을 구별하지 못한다. 숫자는 이 책의 엔진으로 낮빛 아래에서 계산한 값이고, 1장의 회청색 견본 한 쌍을 썼다.

화면이 세 가지 화소로 모든 색을 보여 주는 것, 인쇄가 네 가지 잉크로 사진을 찍어 내는 것, 화가가 물감 몇 개로 풍경을 그리는 것이 모두 이 원리 위에 있다. 원래 장면의 스펙트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들어갔을 때 같은 세 숫자가 나오는 다른 빛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같은 색으로 보이는 관계를 메타메리즘(Metamerism, 조건등색)이라 하고, 그런 짝을 메타머(Metamer)라고 한다. 1장에서 잠깐 본 현상이다. 다만 이 "같음"에는 조건이 붙는다. 그 조건이 바로 조명이다.

빛마다 다른 스펙트럼

흰빛이라고 다 같은 흰빛이 아니다. 해와 백열전구처럼 뜨거워서 빛나는 광원은 스펙트럼이 매끈한 언덕 모양이다. 온도가 낮을수록 언덕이 빨강 쪽으로 기울어 노르스름하게 보이고, 이를 색온도(Color temperature)로 적는다(10장). 형광등은 형광 물질이 내는 몇 개의 좁은 봉우리로, 흔한 백색 LED는 파랑 봉우리 하나와 넓은 노랑 언덕으로 흰빛을 만든다. 가로등에 쓰던 나트륨등은 거의 한 파장(589 nm)만 낸다.

광원을 바꿔 가며 여섯 가지 견본이 어떻게 보이는지 본다. 위 그래프는 그 빛의 스펙트럼(색 넓이)과 낮빛(점선)이다. 아래 칸의 윗줄은 낮빛 아래의 견본, 아랫줄은 고른 빛 아래의 같은 견본이다. 기본은 그 빛에 눈이 익숙해진 상태이고, 체크를 끄면 화이트밸런스를 낮빛에 고정한 카메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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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 빛, 여섯 가지 견본

빛의 색온도(상관 색온도)—
낮빛과의 평균 색차 ΔE—
가장 많이 변한 견본—
해볼 것: ① 전구색으로 바꾼다. 눈이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견본들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빨강과 노랑은 더 짙어지고, 파랑과 보라는 덜 변한다. 체크를 끄면(카메라) 모든 칸이 주황으로 기운다. ② 형광등과 LED를 비교한다. 두 빛 모두 희게 보이는데도 변하는 견본이 다르다. 빛의 봉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살아나는 색과 죽는 색이 갈린다. ③ 나트륨등으로 바꾼다. 눈이 아무리 적응해도 빨강은 갈색, 초록은 회색이 된다. 거의 한 파장뿐인 빛 아래에서는 원뿔세포에게 비교할 거리가 없다. 밤 고속도로 터널의 주황 조명 아래에서 자동차 색이 구별되지 않던 기억이 있다면 이것이다. (광원 스펙트럼은 이 책의 교육용 모형이다. 순응은 브래드퍼드 방식, 견본의 반사율은 그 색에서 거꾸로 추정한 매끈한 곡선이다. "평균 색차"는 이 책이 정한 간단한 지표이며 표준 연색 지수가 아니다.)

광원이 물체의 색을 얼마나 낮빛 아래와 비슷하게 보여 주는지를 연색성(Color rendering)이라고 한다. 조명 상자에 적힌 "Ra 80", "CRI 90" 같은 숫자가 국제조명위원회의 연색 지수(CIE 13.3)로, 기준 광원과 그 빛 아래에서 시험 견본 여덟 개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100점 만점으로 요약한 값이다. 요약값이라서 한계도 있다. 평균에 들어가지 않는 선명한 빨강이 크게 변해도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고르는 자리에는 점수와 함께 빨강 견본의 결과(R9)를 따로 보는 사람이 많다.

북쪽 창과 연색성 높은 전구 북반구의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작업실 창을 북쪽으로 냈다. 북쪽 창으로는 직사광선이 거의 들지 않아서, 하루 동안 빛의 세기와 색이 비교적 덜 바뀐다. 북향 창을 고를 수 없는 요즘 작업실에서는 연색 지수가 높은(흔히 Ra 90 이상) 주광색 또는 중간색 조명을 쓰고, 한 종류의 조명으로 통일하는 것을 권한다. 형광등과 전구를 섞어 쓰면 캔버스의 위쪽과 아래쪽이 서로 다른 빛을 받는다. 조명을 바꾸었다면 늘 쓰는 물감 몇 가지를 칠해 둔 견본 카드를 창가와 작업대에서 번갈아 보며 차이를 기억해 둔다.

사람의 눈이 광원의 색에 맞춰 조정하는 능력은 놀랍지만 완벽하지 않다. 위 시뮬레이터에서 "눈이 익숙해진" 상태에서도 색차가 0이 아니었다. 이 남은 차이가 조명마다 다르고, 견본마다 다르다. 그리고 두 견본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낮에는 같던 둘이 갈라진다.

메타메리즘: 낮에는 같고 밤에는 다른

그림 2의 두 견본은 낮빛 아래에서 같은 세 숫자를 냈다. 그런데 광원이 바뀌면 \(E(\lambda)\)가 바뀌어 식의 곱셈 결과가 달라진다. A와 B의 반사율이 서로 다른 파장에서 높고 낮으므로, 어떤 파장을 강조하는 빛 아래에서는 한쪽이 더 많이 돌려보낸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메타머를 직접 만든다. 견본 A의 매끈한 반사율에 물결을 더하되, 낮빛 아래에서는 세 숫자가 그대로이도록 물결을 다듬은 것이 견본 B다. 두 슬라이더로 물결의 크기와 간격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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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머 만들기

낮빛 ΔE—
전구색 2,800 K ΔE—
삼파장 형광등 ΔE—
해볼 것: ① 물결의 크기를 0에서 천천히 올린다. 낮빛 칸의 두 견본은 끝까지 같은데(ΔE 0 근처) 전구와 형광등 칸은 점점 갈라진다. 반사율 곡선이 다를수록 조명을 바꿨을 때 더 크게 갈라진다. ② 물결의 간격을 바꾼다. 형광등의 세 봉우리와 물결이 어긋나는 간격에서 형광등 칸의 차이가 특히 커진다. ③ 크기를 0.4까지 끝까지 민다. 반사율은 0보다 작아질 수 없어서 물결 바닥이 잘리고, 그 순간 낮빛 칸에서도 두 견본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메타머는 아무 곡선으로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견본 B는 이 책의 엔진이 "낮빛 아래 세 숫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물결"만 골라 더해 만든 교육용 메타머다. 반사율과 광원은 모두 모양을 흉내 낸 곡선이고, 순응은 브래드퍼드 방식이다.)

현실의 메타머는 대개 재료가 다를 때 생긴다. 인쇄 잉크, 아크릴 페인트, 염색한 천, 플라스틱은 같은 색을 내도 안료가 달라 반사율 곡선이 다르다. 그래서 색표 번호 하나를 여러 업체에 보내면, 낮빛에서는 맞던 것들이 매장 조명에서 갈라진다. 반대로 같은 안료로 만든 두 물건은 조명이 바뀌어도 함께 변하므로 잘 갈라지지 않는다. 화가가 한 그림 안에서 같은 색을 여러 번 쓸 때 같은 물감 튜브를 쓰는 것이 안전한 이유다.

메타머 찾기 산책 집 안에서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이는 물건 두 개를 세 쌍 찾는다. 검은 바지와 검은 양말, 초록 종이와 초록 플라스틱, 흰 종이와 흰 천처럼 재료가 다른 쌍이 좋다. 세 쌍을 창가(낮), 전구 아래(밤), 휴대폰 손전등 아래에서 차례로 나란히 놓고, 쌍마다 "같다·조금 다르다·확실히 다르다"를 적는다. 검은 옷끼리 낮에는 같은데 전구 아래에서 하나만 갈색이나 보랏빛으로 뜬다면 메타머를 찾은 것이다. 사진으로 찍어 비교하면 카메라의 센서가 또 다른 "눈"이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사진과 눈의 판정이 다른지도 적어 둔다.

늦은 오후의 눈: 순응과 푸르키녜 현상

오래 그림을 그린 화가들 사이에는 "늦은 오후에는 색을 고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해가 기울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점점 노랗고 붉어진다. 둘째, 눈은 그 변화에 서서히 맞춰 가므로 우리는 빛이 바뀐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이렇게 조명의 색에 맞춰 눈의 감도가 조정되는 것을 색순응(Chromatic adaptation)이라고 한다.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눈이 익숙해진" 상태가 이것이다. 순응은 완벽하지 않아서, 그 빛 아래에서 맞춘 색은 다음 날 낮에 보면 어긋나 있다. 셋째, 빛이 더 줄면 눈 자체가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빛이 아주 밝을 때는 원뿔세포만 일한다. 해 질 녘이나 어두운 실내처럼 빛이 줄면 막대세포가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달빛 아래에서는 거의 막대세포만 일한다. 막대세포는 한 종류뿐이라서 단일 변수의 원리 그대로 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도의 봉우리가 원뿔세포보다 짧은 파장(약 507 nm) 쪽에 있다. 그래서 어두워질수록 색이 빠지고, 빨강은 먼저 어두워지며 파랑과 초록은 상대적으로 밝게 남는다. 체코의 생리학자 얀 푸르키녜(Jan Purkyně, 1787–1869)가 해 질 녘 정원의 붉은 꽃과 푸른 꽃을 보며 이 현상을 기록해서 푸르키녜 현상(Purkinje shift)이라고 부른다.

아래 견본들은 밝은 낮에 빨강과 파랑의 밝기(L*)가 거의 같도록 골랐다. 슬라이더로 빛을 줄여 본다. 윗줄의 작은 칸은 밝은 낮의 원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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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빨강이 먼저 어두워진다

막대세포의 몫—
빨강 밝기 ÷ 파랑 밝기—
해볼 것: ① 슬라이더를 오른쪽으로 밀어 해 질 녘(약 1 cd/m²)까지 간다. 빨강 칸이 파랑 칸보다 확실히 어두워지고, 모든 칸의 색이 빠지기 시작한다. ② 달빛까지 민다. 빨강은 거의 검정이 되고 파랑은 밝은 회색으로 남는다. 노랑도 밝기를 많이 잃는다. 원래 가장 밝던 노랑이 가장 밝은 칸이 아니게 된다. ③ "막대세포를 빼고 보기"를 켜면 색과 밝기 순서가 그대로 남는다. 눈이 원뿔세포만 가졌다면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모형의 가정: 약 5 cd/m²보다 밝으면 원뿔세포만, 약 0.005 cd/m²보다 어두우면 막대세포만 일하고 그 사이는 로그 비율로 섞인다. 이 범위는 CIE의 박명시 기준 범위를 참고했다. 막대세포 감도는 CIE 1951 암소시 곡선의 모양을 비대칭 가우스로 근사했다. 어두운 장면을 화면에 그대로 보여 줄 수 없어서, 눈이 어둠에 적응한 상태로 밝기를 맞추고 색을 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해 질 녘의 실내는 바깥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진다. 창가에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색의 판단이 원뿔세포만의 판단에서 막대세포가 섞인 판단으로 바뀌는 순간을 알아채기 어렵다. 그 시간에 섞은 빨강이 다음 날 아침에 너무 짙게 보이고, 파랑이 너무 탁하게 보이는 일이 생긴다. "늦은 오후에는 색을 고르지 않는다"는 습관은 빛의 색이 바뀌는 문제(순응)와 눈의 방식이 바뀌는 문제(푸르키녜 현상)를 한꺼번에 피하는 요령이다. 고르지 않는 대신 그 시간에는 명도 스케치처럼 색이 덜 중요한 작업을 한다(6장).

견본을 고를 때의 순서 색을 비교할 때는 주변을 중립으로 만든다. 색 있는 벽이나 옷 근처는 피하고, 회색이나 흰 종이를 바탕에 깐다. 두 견본은 틈 없이 맞붙여 놓는다. 떨어져 있으면 눈이 둘 사이를 오가며 다르게 순응한다. 한 견본을 오래 노려보지 않는다. 몇 초 넘게 보면 그 색에 눈이 지쳐 판단이 흐려지므로, 잠깐 보고 눈을 쉬었다가 다시 본다. 견본의 자리를 좌우로 바꿔서도 한 번 더 본다. 마지막으로 그 색이 실제로 놓일 조명 아래에서 확인하고, 확인한 조명과 시각을 견본 뒷면에 적는다.

화가가 그린 빛의 색

눈은 조명에 순응하지만, 화가는 그 순응을 거슬러 빛의 색 자체를 그리기도 한다. 프랑스의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촛불 하나가 비추는 어두운 방을 즐겨 그렸다. 촛불의 빛은 색온도가 약 1,800~1,900 K로 아주 낮아서, 앞의 시뮬레이터에서 본 것처럼 스펙트럼이 빨강 쪽으로 크게 기운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어두운 방에서 흰 블라우스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무릎 위 해골에 두 손을 얹고 옆을 바라본다. 탁자 위의 촛불이 장식 거울에 비쳐 불꽃이 둘로 보이고, 방 안의 빛은 그 촛불 하나뿐이다.
그림 3. 조르주 드 라 투르,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640년경. 방 안의 빛은 촛불 하나다. 흰 블라우스는 흰색이 아니라 따뜻한 크림색과 황토색으로 칠해졌고, 붉은 치마는 빛을 받은 곳만 주황에 가깝게 타오른다. 촛불에서 먼 곳은 색이 빠진 갈색 어둠으로 가라앉는다. 화가는 "블라우스는 희다"는 앎 대신 그 빛 아래에서 눈에 들어온 색을 칠했다. 오른쪽 위 "흑백" 단추로 보면, 밝은 곳은 촛불 가까운 얼굴·블라우스·손에만 몰려 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Gift of Mr. and Mrs. Charles Wrightsman, 1978), 캔버스에 유채. 공공 도메인(The Met Open Access, CC0). 소장처 작품 페이지 · 크레딧

이 그림의 색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도 촛불 아래의 방을 그렇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림 전체가 같은 빛 아래에 있다는 약속이 지켜지면, 크림색 블라우스를 보고도 흰옷이라고 읽는다. 반대로 한 그림 안에서 어떤 부분은 촛불의 색으로, 어떤 부분은 낮빛의 색으로 칠하면 그림이 어색해진다. 빛의 색을 정하고 그 빛 아래의 색으로 모든 것을 칠하는 일은 10장에서 다시 다룬다.

동아시아의 수묵화는 다른 길을 갔다. 먹의 농담으로 그린 산수는 특정한 시각의 빛이나 광원의 색을 그리지 않고, 짙고 옅음의 단계로 거리와 공기를 보여 준다. 빛의 색을 빼고 명도만 남겼다고 볼 수도 있다. 색을 다루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둔다(11장).

책방 E의 조명 지도

지금까지 본 것을 한자리에 모은다. 아래 평면도는 가상의 책방 E다. 왼쪽 벽에 큰 창이 있고, 천장에는 전구색(2,800 K 모형) 조명 세 개가 달려 있다. 견본 카드에는 낮빛 아래에서 똑같아 보이도록 맞춘 두 견본, 인쇄 잉크로 찍은 종이 견본과 벽에 칠할 페인트 칩이 붙어 있다. 카드를 끌어 가게 안을 옮겨 다니며, 자리마다 섞이는 빛과 두 견본의 차이를 본다.

SIMULATOR

책방 E의 조명 지도

견본 카드를 끈다
창빛의 몫—
섞인 빛의 색온도—
종이 견본 · 페인트 칩—
두 견본의 색차 ΔE2000—
해볼 것: ① 한낮에 카드를 창가에 둔다. 두 견본의 색차가 0에 가깝다. 카드를 가게 안쪽 계산대 근처 전구 아래로 끌고 가면 색차가 4 안팎으로 커지고, 페인트 칩이 더 회색빛으로 보인다. ② "휴대폰 사진"으로 바꾼다. 화이트밸런스를 낮빛에 고정한 사진에서는 전구 아래의 두 견본이 모두 올리브색으로 기운다. 1장에서 서윤이 본 "올리브빛 초록"이 이것이다. 그런데 눈으로 볼 때(순응한 눈)는 초록이 거의 그대로이면서 두 견본의 차이는 남는다. ③ 늦은 오후와 해 진 뒤로 바꾼다. 창가에서도 전구의 몫이 늘어나 두 견본이 갈라진다. 같은 자리라도 시각에 따라 다른 조명 아래에 있는 셈이다. (가게의 빛은 창빛(한낮 6,500 K, 늦은 오후 4,300 K 흑체 모형)과 전구(2,800 K 흑체 모형)를 거리에 따라 섞은 교육용 모형이다. 두 견본은 이 책의 엔진이 만든 메타머 한 쌍이다. 화면 색은 기기마다 다르므로 두 칸의 절대적인 색보다 둘 사이의 차이를 본다.)

한 가게 안에서도 조명은 하나가 아니다. 창가와 안쪽, 한낮과 저녁이 모두 다른 빛이다. 그리고 두 재료가 메타머라면 그 빛마다 다르게 갈라진다. 색을 정하는 일은 "이 색이 무엇인가"를 정하는 일이기 전에 "이 색을 어느 빛 아래에서 볼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다음 장부터는 이 색을 숫자로 적는 법을 배운다. 그 숫자도 결국 "어떤 빛 아래에서 어떤 눈으로 본" 값이라는 것을 기억해 둔다.

서윤의 작업 노트

CASE 서윤작업 노트 · 2장

창가에서는 같고 계산대 앞에서는 달랐다

9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서윤은 두 가지 견본을 들고 책방 E에 갔다. 하나는 인쇄소에서 받은 종이 색견본, 다른 하나는 서가 옆 벽에 칠할 페인트 칩이다. 둘 다 로고 초록 후보 #2f7d5b에 맞춰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창가에서 두 견본을 맞대 보니 구별이 안 될 만큼 같았다. 그런데 전구가 켜진 계산대 앞으로 옮기자 페인트 칩만 회색빛으로 가라앉았다.

이 책의 모델로 계산하면, 두 견본은 낮빛 아래에서 색차가 0.02로 사실상 같다. 전구(2,800 K 모형) 아래에 눈이 순응한 상태에서는 종이 견본이 OKLCH 0.52 / 0.106 / 168°, 페인트 칩이 0.52 / 0.079 / 172°로 밝기는 같고 채도가 다르며, 색차는 약 4.6이다. 나란히 놓으면 누구나 알아볼 차이다. 서윤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낮빛 고정 화이트밸런스)에서는 둘 다 올리브빛으로 기울어 #537326과 #656e2b로 나왔다. 1장에서 본 "전구 아래 올리브빛"은 사진의 색이었고, 눈으로 볼 때의 진짜 문제는 두 재료 사이의 차이였다.

함께 간 한도경은 견본을 이리저리 옮겨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늦은 오후에는 색을 안 골라." 서윤이 이유를 묻자, 도경은 해가 기울면 빛이 붉어지는데 눈이 따라 적응해서 그걸 모르고, 더 어두워지면 빨강이 먼저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서윤은 그 습관이 원뿔세포와 막대세포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 대신 도경에게 휴대폰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가 눈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 주었다. 도경은 색 일지에 "사진은 낮빛 고정, 눈은 순응"이라고 적었다.

이 장에서 정한 것모든 색 결정은 서점의 실제 조명(전구색, 약 2,800 K) 아래에서 한 번 더 확인한다. 견본에는 확인한 조명과 시각을 적고, 재료가 다른 견본끼리는 꼭 그 조명 아래에서 맞대 본다.
아직 남은 문제로고 초록을 어떤 숫자로 기록해야 노트북·휴대폰·인쇄소가 같은 색을 가리키게 되는가. 휴대폰 화면에서 같은 값이 더 선명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다음 단계3장: 서윤이 HSL로 만든 초록 단계를 다시 보고, 로고 초록을 지각 균일 공간의 숫자로 적는다.

핵심 정리

  1. 흰빛은 여러 파장의 섞임이고, 사람이 보는 빛은 약 380~780 nm다. 스펙트럼에 없는 색(마젠타, 갈색)도 있으므로 색은 파장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2. 원뿔세포는 L·M·S 세 종류이고 감도가 많이 겹친다. 세포 하나는 반응의 크기만 알려 주므로(단일 변수의 원리), 색은 세 신호의 비교에서 나온다.
  3. 눈은 스펙트럼을 세 숫자로 줄인다. 그래서 스펙트럼이 다른 빛도 세 숫자가 같으면 같은 색으로 보이고(메타메리즘), 화면과 인쇄는 이 원리로 색을 만든다.
  4. 광원마다 스펙트럼이 다르다. 순응한 눈도 그 차이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며, 봉우리가 좁은 빛일수록 색이 크게 바뀐다(연색성).
  5. 재료가 다른 두 견본은 한 조명에서 같아도 다른 조명에서 갈라질 수 있다. 견본은 실제로 쓰일 조명 아래에서 맞대 본다.
  6. 빛이 줄면 막대세포가 일하기 시작해 색이 빠지고 빨강이 먼저 어두워진다(푸르키녜 현상). 늦은 오후의 색 판단을 믿지 않는 화가들의 습관에는 근거가 있다.

확인 퀴즈

1. 화면에는 빨강·초록·파랑 화소만 있는데 노랑이 보인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빛은 섞여도 파장이 바뀌지 않는다. 스펙트럼은 여전히 빨강과 초록 두 봉우리다. 그러나 L·M·S 세 신호가 노랑 단색광과 같아지면 눈은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 색 맞추기 시뮬레이터에서 빨강 약 37%, 초록 약 64%로 580 nm와 거의 같아졌다. 사람에게 노랑 전용 원뿔세포는 없다.

2. 서윤의 종이 견본과 페인트 칩이 창가에서는 같았는데 전구 아래에서는 달랐다. 가장 알맞은 설명은?

메타메리즘이다. 반사율 곡선이 다른 두 견본은 한 광원에서 같은 세 숫자를 내도 다른 광원에서는 다른 숫자를 낸다. 어느 쪽 조명이 "진짜"인 것이 아니라, 색은 늘 어떤 빛 아래의 색이다. 그래서 실제로 쓰일 조명 아래에서 확인한다. 밝기만 함께 낮아졌다면 두 견본의 차이는 생기지 않는다.

3. 낮에 밝기가 거의 같던 빨간 꽃과 파란 꽃을 해 질 녘에 다시 본다. 어떻게 보일 가능성이 가장 큰가?

푸르키녜 현상이다. 막대세포의 감도는 약 507 nm에 봉우리가 있고 긴 파장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빛이 줄어 막대세포의 몫이 커질수록 빨강은 어두워지고 파랑·초록은 상대적으로 밝아진다. 해 질 녘 빛이 붉어지는 효과는 순응이 상당 부분 지워 주므로 주된 이유가 아니다.

4. 눈에 M 원뿔세포 한 종류만 있다고 상상한다. 어떤 일이 생기는가?

단일 변수의 원리다. 세포 하나는 "얼마나 반응했나"라는 숫자 하나만 보낸다. 파장이 감도 봉우리에서 멀어 반응이 약한 것과 빛 자체가 약한 것을 구별할 수 없다. 색을 보려면 반응을 비교할 두 종류 이상의 세포가 필요하다. 막대세포만 일하는 달빛 아래에서 색이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